# 122 < 최초의 생존 게임 영화 <배틀 필드> (6) >
215.
1993년 겨울.
영화 <배틀 필드>가 극장 상영을 시작했다.
이번 영화는 감독인 나도 그렇지만, 특히 회사 차원에서 거는 기대가 엄청났다.
그 주된 이유는 바로 변화된 극장 환경 때문이었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미국 내에서는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갖춘 소위 ‘멀티 플렉스’ 극장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 결과 상영 가능한 스크린의 개수도 약 3만 개로 기존에 비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스크린의 개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관을 찾는 관객의 숫자도 증가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지. 이는 영화 개봉을 통해 벌어들이는 관람료 수익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에 <배틀 필드>는 영화 제작 초기부터 최대한 많은 개봉관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극장주들 또한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 보증 수표라 불리는 ‘제임스 킴’의 이름을 보고 적극적으로 스크린을 내어 주었다.
그 결과 개봉과 동시에 영화 <배틀 필드>는 미국 전역의 극장 스크린을 거의 도배하다시피 할 수 있었다.
물론 ‘프라임 타임(17시~21시) 기준 최대 50%, 전체 상영 회차 기준 최대 40%를 넘길 수는 없다.’라는 미국의 스크린 제한 법률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더불어 이번 영화에는 엄청난 액수의 마케팅 비용이 투입되었지. 무려 2천만 달러가 넘는 돈이 순수 마케팅 비용으로만 사용되었으니 말이야.’
일반적으로 영화는 개봉 한 달 전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다.
극장 예고편, 인쇄 매체, TV나 케이블 광고 등을 통해서이다.
이 가운데 내가 가장 공을 들인 부문이 바로 극장 예고편이었다.
회사 마케팅 부서의 분석에 따르면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이 다음 영화의 관람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극장 예고편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인쇄 매체나 TV 광고 등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었다.
그 결과 영화 <배틀 필드>는 개봉 직후부터 엄청난 흥행몰이를 시작하고 있었다.
- 드디어 베일을 벗은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 보증 수표 제임스 킴 감독의 신작 영화 <배틀 필드>!
- 북미 극장가에 불어닥친 영화 <배틀 필드> 열풍.
- 개봉과 동시에 북미 박스 오피스 1위, 전회차 매진의 기염을 토해내고 있는 영화 <배틀 필드>.
- 개봉 3일 만에 제작비 전액을 회수할 정도로 큰 흥행 성공을 거두고 있는 영화 <배틀 필드>, 역사상 최초로 관람료 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관계자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어.
- ‘서바이벌 생존 게임’이라는 참시하고 충격적인 소재로 눈길을 끌고 있는 영화 <배틀 필드>, 북미 극장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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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틀 필드>의 흥행 성공은,
단순히 엄청난 개봉관 숫자와 막대한 마케팅 비용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영화의 완성도,
다시 말해 뛰어난 기술력과 참신한 소재, 탄탄한 이야기 구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이번 영화에는 그동안 축적되어온 ILM의 CG 기술을 바탕으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가 아주 완성도 있게 그려지고 있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과 더불어 SF 영화의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영상으로 완벽하게 그려내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기술적인 문제와 더불어 특히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영화적 설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 <배틀 필드>는 다르지. ‘통제당하는 전체주의적인 사회’라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이러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서바이벌 생존 게임’이라는 영화적 설정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면서 기존의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었는 완벽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진 영화가 만들어졌으니까.’
또한 영화가 담고 있는 사회 비판적인 성격,
다시 말해 현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빈부의 격차와 미디어의 편향성, 승자 독식 구조 등이 영화 구석구석에 잘 녹아 있었고,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아울러 신인이지만,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내면 연기와 액션 연기 모두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주연 배우들도 영화의 흥행에 큰 몫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번 영화의 흥행 성공을 가져온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잔혹한 ‘서바이벌 생존 게임’ 그 자체에 있지. 지금까지 관객들은 이런 소재를 가진 영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 충격 또한 배가될 수 밖에 없는 것이지.’
연장 기간을 포함해 총 8주간에 걸쳐 상영된 영화 <배틀 필드>의 최종 흥행 수익은 무려 11억 달러.
할리우드 영화 역사상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가 탄생한 것이었다.
“맙소사, 11억 달러라니!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군.”
영화 <배틀 필드>의 최종 흥행 성적표를 받아든 조지 루이스가 기쁨 반, 아쉬움 반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기쁜 이유는 자신이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가 엄청난 흥행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아쉬운 이유는 지금까지 역대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한 영화는 약 8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스페이스 워즈>였는데, 드디어 이 기록이 깨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표정은 왠지 좀 아쉬운 것 같은 표정인데요, 조지?”
“당연히 아쉽지. 내가 만든 영화 <스페이스 워즈>의 흥행 기록이 20년 만에 드디어 깨져버렸으니까.”
조지 루이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 그 주인공이 다른 사람도 아닌 킴이니까. 킴이라면 내가 충분히 타이틀을 양보할 만한 영화감독이지, 하하.”
“조지도 참.”
“내 생각에 이번에 <배틀 필드>가 세운 이 기록은 한동안 깨지기가 힘들겠어. 영화 한 편으로 무려 11억 달러라는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어?”
조지 루이스의 말에 내가 속으로 빙긋 웃음을 지었다.
왜냐하면,
‘불과 몇 년 후면 이보다 훨씬 큰 무려 2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린 영화가 등장하지. 그것은 바로 현재 우리 Film Kim이 제작비를 지원하고 있는 영화 <타이타닉>이고.’
속마음을 감추며 내가 조지 루이스를 향해 말했다.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아요, 조지.”
“그게 무슨 말이야?”
“최근 들어 세계 영화 산업의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잖아요. 당장 이곳 북미 영화 시장만 하더라도 멀티 플렉스 극장이 등장하면서 스크린 개수가 기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또 극장이 단순히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쇼핑, 오락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의 여가 활동에서 영화 관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크게 증가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지금 킴의 말은 앞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하는 영화가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야?”
“물론이죠. 경우에 따라 20억, 아니 3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한 영화가 등장할 수도 있고요.”
“허어......”
조지 루이스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전생의 경험을 가진 나와는 달리 그는 아직 영화 <타이타닉>이 세운 20억 달러의 흥행 신화, 뒤이어 <아바타>가 세운 30억 달러의 흥행 신화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두 영화를 만든 감독인 제임스 카메룬이 우리 Film Kim과 전속 계약을 맺고 있는 감독이라는 것이지. 덕분에 이 영화가 벌어들일 천문학적인 수익 또한 우리 회사의 것이 될 테고, 흐흐.’
“자, 그럼......”
조지 루이스가 기분좋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나가서 파티라도 해야지. 할리우드 영화사상 최초로 10억 달러의 관람료 수익을 돌파한 영화가 탄생한 기념비적인 날인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
“물론이죠, 조지.”
그렇게,
나의 10번째 연출작인 영화 <배틀 필드>도 엄청난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성공리에 상영을 끝마쳤다.
216.
1990년대 들어,
미국 사회에 나타난 또 하나의 변화는 정부 차원에서 광대역 서비스를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광대역 서비스란 통신 매체를 통해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이 광대역 서비스의 발전이 영화 산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지. 특히 영화의 2차 사업과 관련해서 말이야.’
영화 상영은 단순히 극장 스크린을 통해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상영 이후 이어지는 2차 시장,
다시 말해 TV, 케이블, 위성 방송, VHS나 CD 판매와 같은 2차 시장이 극장과 같은 1차 시장보다 훨씬 큰 수익을 창출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과 성능 좋은 가정용 PC 보급이 일반화되는 2000년대 이후로 가면 컴퓨터를 이용한 영화 서비스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는 시장으로 급성장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 천천히 PC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 서비스 시장을 개척할 준비를 해둘 필요가 있지.’
- 똑똑.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우리 회사의 부사장 데이비드 오웬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그는 우리 회사의 2차 시장 사업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총책임 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찾으셨습니까, 사장님?”
“어서 와요, 데이비드. 내가 데이비드와 논의할 일이 좀 있어서요.”
“어떤 일입니까?”
“데이비드도 알다시피 내가 영화 제작과 투자를 전담하면서 2차 시장과 관련된 사업은 모두 데이비드에게 맡겨두고 있잖아요?”
“그렇습니다. 근데 무슨 문제라도......”
“아뇨, 아주 잘해주고 있습니다. 데이비드의 탁월한 경영 수완이 없었다면 우리 Film Kim이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다만 사업과 관련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서 말이죠.”
“아쉬운 점요?”
“예. 데이비드도 알다시피 우리 회사에서는 극장 상영이 끝난 영화를 VHS나 CD로 제작해 각 지역의 대여 사업자에게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대여 시장에서 얻는 수익도 극장 수익 못지않게 꽤 큰 편이고요.”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점은 관람객 수에 따라 수익이 늘어나는 상영관과는 달리 VHS나 CD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대여해가도 우리 같은 제작사에는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 이익이 없다는 점입니다. 최초 구입 비용만 지불하면 나머지 대여 수익은 온전히 대여점의 것이지요. 그래서 말인데......”
내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VHS나 CD를 대여점을 거치지 않고 우리가 직접 대여해주는 방법을 한번 강구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가 직접요?”
“예. 그렇게 되면 수익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큰 이윤 창출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세계 최대의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 ‘넷플릭스’의 초기 사업 방식이었다.
내가 지금 데이비드 오웬에게 제안하고 있는 사업 방법은.
‘2000년대로 들어서면 초고속 인터넷과 가정용 PC가 보급됨에 따라 각종 OTT 서비스가 선을 보이기 시작하지. 그 가운데 가장 두각을 드러낸 것이 바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넷플릭스이고 말이야.’
내가 살던 전생의 시기,
넷플릭스의 성장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넘는 회원 수를 확보하면서 영화 시장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여러 가지 물리적인 여건들, 특히 데이터 전송 속도가 터무니없이 느리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한 동영상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지. 하지만 초창기 넷플릭스가 그랬던 것처럼 먼저 오프라인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후, 그 역량을 바탕으로 점점 온라인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해나가면......’
머잖은 미래에 우리 Film Kim이 세계 OTT 시장을 장악하게 될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분야에 먼저 진출함으로써 얻게 되는 ‘선점 효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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