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감독의 할리우드 정복기-102화 (102/145)

# 102 < 재난 영화 <프로스트(Frost)> (4) >

174.

Film Kim 산하의 CG 제작 전문회사 ILM.

내가 벤자민 파웰 수석 엔지니어와 함께 방금 막 CG 작업을 끝낸 영상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번에 내가 제작하고 있는 영화 <프로스트>는 전작인 <키메라>만큼이나 CG 의존도가 무척이나 높은 영화이다.

전체 2,800컷 가운데 1,500컷 이상이 CG로 재탄생한 결과물이었다.

이에 나는 영화 촬영 기간 내내 수시로 벤자민을 만나 컷 하나하나에 대해 세세한 검토 작업을 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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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두두두두!

영국군 헬기 세 대가 도심 외곽을 순찰하기 위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조종석에 앉아 있던 군인 하나가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는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큰일 났어. 아무래도 계기판이 고장 난 것 같아.”

“엔진 압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빌어먹을! RPM도 떨어지고 있어!”

“다, 다들 추락에 대비해!”

그 순간,

헬기의 꼬리 쪽 프로펠러가 동작을 멈추더니, 헬기가 중심을 잃고 빙글빙글 돌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 쾅! 콰쾅!

강력한 불길과 함께 헬기 한 대가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뒤따르던 헬기 두 대도 강한 한파에 점점 얼어붙기 시작하더니, 결국 바닥에 추락하고 말았다.

“사, 살려줘.”

겨우 목숨을 건진 병사 하나가 헬기의 문을 열고 탈출을 시도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나가기가 무섭게 병사의 몸이 마치 눈사람처럼 하얗게 얼어붙고 만 것이다.

영하 100도에 육박할 정도로 강력한 추위.

이는 사람의 몸을 순식간에 얼려버릴 만큼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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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왜요, 킴. 어디 수정할 부분이라도 있어요?”

“여기 이 장면이랑, 그다음 장면 말이에요.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요. 내 생각에는......”

내가 장면 하나하나를 손으로 짚어가며 벤자민 파웰에게 수정 사항들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꼼꼼하고 디테일하게.

“알겠어요, 킴. 킴의 말대로 수정하도록 할게요. 그나저나......”

벤자민 파웰이 다시 나를 향해 말했다.

“이제 실사 촬영은 거의 다 마무리되어 가는 거죠?”

“네. 마지막 엔딩 씬만 촬영하고 나면 특별히 재촬영해야 할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 한 계속 CG 작업만 하면 될 것 같아요.”

“개봉은 언제쯤으로 예정되어 있어요?”

“다른 영화사들의 개봉 상황을 좀 살펴보고 최종 결정을 하겠지만 아마 올겨울쯤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CG 작업도 좀 속도를 올릴 필요가 있겠군요.”

“속도도 중요하지만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영상의 완성도에요. 그러니 벤자민은 그 부분만 좀 잘 챙겨줘요.”

“그럴게요, 킴.”

***

영화 <프로스트> 촬영 현장.

오늘은 영화의 대미를 장식할 최종 엔딩 씬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에 스태프들은 아침 일찍부터 스튜디오 여기저기를 오가며 촬영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감독님. 촬영 준비 완료됐습니다.”

조감독의 말에 감독석에 앉아 있던 내가 메가폰을 들어 올렸다.

“자, 마지막 108씬 촬영 시작합니다. 카메라 스탠바이 해주시고, 3, 2, 1, 레디, 액션!”

- 탁!

익숙한 슬레이트 소리와 함께,

드디어 영화의 마지막 씬 촬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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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인 뉴욕 시립 도서관에 도착한 발머 박사.

- 덜컹.

- 끼이이익.

얼어붙은 문이 열리자,

아들 샘을 비롯한 여러 명의 생존자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더 많은 인원이 도서관으로 피신했지만,

나가면 안 된다는 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갔다가 모두 얼어 죽고 만 것이었다.

“샘!”

“아버지!”

“내가 약속했지? 샘 널 꼭 데리러 오겠다고.”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두 부자(父子).

하지만 기쁜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북부 지역을 강타한 여러 기상 이변과 강한 한파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뒤이어,

TV와 라디오를 통해 미합중국 대통령의 연설이 미국 전역에 울려 퍼졌다.

“지난 몇 주간 우리는 절실히 느꼈습니다. 자연 앞에 인류가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지를, 인류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말이죠.”

“다행히 자연은 우리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우리는 절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세계 각국은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그래서 우리 후손들은 두 번 다시 이런 참혹한 상황을 맞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머 박사와 샘의 뒤로,

따듯한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마치 긴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봄이 찾아 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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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오케이!”

이로써,

장장 3개월에 걸친 영화 <프로스트>의 촬영이 모두 끝났다.

이제 남은 후반 작업만 모두 끝나면,

영화는 극장에서 본격적인 상영이 시작될 것이었다.

175.

영화 <프로스트>가 포스트 프로덕션(후반 작업) 단계에 들어갔다.

CG 작업은 전부터 이미 실사 촬영과 병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편집과 음악 작업이었다.

이 가운데서 나는 특히 영화의 배경 음악 쪽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번 영화는 대규모의 재난 상황에 맞닥뜨린 인류가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이지. 따라서 웅장하고 비장한 느낌의 배경 음악이 들어가 주면 영화의 느낌을 더욱 잘 살릴 수 있을 거야.’

사실,

영화는 내용만큼이나 배경 음악이 중요하다.

실제 영화에 사용된 배경 음악 덕분에 더 큰 흥행 성적을 올린 영화도 많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영화에 20세기 최고의 영화음악 거장이라 불리는 존 윌리엄스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지.’

할리우드에서,

존 윌리엄스만큼이나 유명한 영화음악 전문 작곡가도 또 없을 것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영화의 배경 음악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기 때문이다.

영화 <스페이스 워즈>, <조스>, <슈퍼맨>, <인디아나 존슨>, <쥐라기 공원> 등등 전 세계를 강타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배경 음악 대부분이 존 윌리엄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역시나,

존 윌리엄스의 뛰어난 작곡 능력은 이번 나의 영화 <프로스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웅장하고 비장미 넘치는 그의 음악은 영화의 감동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충분했던 것이다.

편집에는 세계 최고의 영상 편집자로 불리는 웨인 워만이 참여했다.

앞선 영화 때 처음 인연을 맺은 웨인 워만은 이후에도 계속 나와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었다.

이처럼,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들이 대거 참여한 덕분에,

영화 <프로스트>는 지금까지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그 어떤 영화보다 훨씬 높은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 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극장 상영을 통해 관객들의 최종적인 평가를 받을 때군.’

***

1990년 여름.

4,000개가 넘는 북미 개봉관에서 영화 <프로스트>가 일제히 상영되기 시작했다.

영화사 Film Kim이 가진 막대한 인프라와 홍보 능력,

여기에 ‘제임스 킴 사단’의 이름값이 더해지면서 영화는 개봉 직후부터 많은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향하도록 만들었다.

반응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기존의 재난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펙터클 한 장면에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잠시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는 영화의 흥행 성적과도 직결되고 있었다.

- 개봉과 동시에 전미 박스 오피스 1위에 등극한 영화 <프로스트>.

- 지금까지 이런 재난 영화는 없었다! 제임스 킴 감독의 영화 <프로스트>에 연일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어.

- 할리우드 흥행 보증 수표라는 별명에 걸맞게 개봉 4주 만에 관람료 수익 2억 달러를 돌파한 제임스 킴 감독의 영화 <프로스트>.

평론가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 영화 <프로스트>가 흥미로운 점은 현실에서 실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기후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이 반드시 이 영화를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 풍성한 볼거리, 지루하지 않은 전개, 감동적인 이야기, 영화 <프로스트>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갖추어야 할 필수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영화이다.

- 영화 <프로스트>의 핵심은 압도적인 스펙터클에 있다. 잠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숨 막히는 재난 상황이 영화 상영 내내 지속된다.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

- 일반적인 재난 영화는 재난 그 자체를 표현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과 교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화 <프로스트>는 달랐다. 이번 영화는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재난 영화이지만, 등장인물 개개인의 감정선과 가족애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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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부에서는 영화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 대부분은 이미 내가 예상하고 있었던 것과 같은 ‘과학적 오류’와 관련된 것이었고.

하지만 영화적 상상력의 측면에서 볼 때 이는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었고, 따라서 영화의 흥행에 직접적인 지장을 줄 정도가 되지는 못했다.

그 결과,

영화 <프로스트>는 월드 박스 오피스 5억 달러의 관람료 수익을 올리며 올해 개봉된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을 올린 영화로 기록되었다.

176.

뉴욕 시내의 고급 호텔 레스토랑.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서자, 멋드러진 콧수염을 기른 노신사 하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레이첼의 아버지이자, 월가의 유명한 금융가인 헨리 도나 골드버그였다.

“무척 오래간만이군, 킴.”

“그러게 말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잘 지내지. 그나저나......”

헨리 도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요즘 Film Kim이 아주 승승장구를 하고 있더군. 만들어내는 영화마다 족족 흥행에 성공하고 있으니 말이야.”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사업에 운이란 건 없어. 철저하게 준비되지 않은 사업은 반드시 실패하게 마련이지.”

“이게 다 일전에 헨리 씨가 저를 믿고 회사 합병을 허락해주신 덕분입니다. 그 믿음에 보답하게 되어서 저도 무척 기쁘고요.”

“내 딸이지만 레이첼의 안목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군. 자네 같은 대단한 사업가를 한눈에 알아봤으니까 말이야,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그건 그렇고......”

헨리 도나가 다시 말을 이었다.

“두 사람 결혼은 언제 할 건가? 계속 그렇게 일만 하면서 살 거야?”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 했습니다.”

“크흠. 자네, 지난번에 만날 때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하하. 제가 그랬었나요?”

“그래.”

“레이첼이나 저나 워낙 일이 바빠서요. 그래도 요즘에는 서로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진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꼭 그렇게 하게. 이제 나도 손주 재롱 볼 때도 됐으니까 말이야, 하하하.”

와인 한 모금을 들이킨 헨리 도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말이야, 오늘 내가 킴을 만나자고 한 건 자네에게 아주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서네.”

“중요한 할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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