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 < 본격적인 CG 영화 시대의 개막 (3) >
160.
1989년 1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첫 장편 CG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가 극장 개봉을 시작했다.
영화의 개봉에 앞서,
Film Kim에서는 TV, 영화 잡지, 포스터 등을 총동원해 이번 영화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여기에 북미 지역에서 확보된 3,500개의 개봉관이 더해지면서 날이 갈수록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그 주요 고객들은 어린이들이었고.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영화관을 찾는 성인 관객들도 늘어나고 있었다.
<토이 스토리>는 ‘세계 최초의 풀 3D CG 애니메이션’이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임과 동시에 성인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의 끝부분에 등장하는 우디와 버즈의 탈출 장면, 그 과정에서 나눈 둘 사이의 대화는 이 영화가 단순히 아이들만을 위한 영화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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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네로 이사 가는 주인 앤디.
그 뒤를 장난감 RC카를 타고 뒤쫓아 가는 우디와 버즈.
그런데 우디와 버즈가 타고 있는 RC카의 속도로는 앤디가 탄 이삿짐 차를 쫓아갈 수 없었다.
이에 우디와 버즈는 최후의 수단으로 등에 매달고 있던 폭죽을 터트려 공중으로 힘껏 날아오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폭죽이 꺼지면서 우디와 버즈는 점점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으아악!”
공포에 질려 눈을 질끈 감는 우디.
그런데 그 순간,
버즈가 자신의 날개를 활짝 폈고, 이로 인해 우디와 버즈는 다시 하늘로 힘차게 솟구쳐 오른다.
“이봐, 버즈! 너 날고 있잖아! 네가 하늘을 날고 있다고!”
환희에 찬 우디의 말에 버즈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게 아니야, 멋지게 떨어지는 것이지.”
높이 날 수 없다면,
멋지게 떨어지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명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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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를 기점으로 애니메이션 영화는 더 이상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지. 애니메이션 영화가 소위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변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이번 영화였어.’
영화 <토이 스토리>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개봉 1주 만에 북미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영화계에 큰 화제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 세계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 북미 극장가에서 큰 흥행몰이 중!
- 이번 주 전미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한 영화 <토이 스토리>, 누적 관람료 수익 5천만 달러를 넘어서.
-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드물게 큰 흥행 성적을 올린 영화 <토이 스토리>, 그 인기 비결은?
평론가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 영화 <토이 스토리>는 전통적인 2D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3D CG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선보인 선구적인 작품이다. 앞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역사는 <토이 스토리>를 전후로 나누어질 것이 분명하다.
- 영화 <토이 스토리>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1인칭 장난감 시점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영화의 탁월한 상상과 비유는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성인들도 이 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 영화 <토이 스토리>는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에서만 훌륭한 영화가 아니다. 뛰어난 기술력과 더불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더욱 훌륭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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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는 북미 영화 시장에서 뿐만이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영화 <토이 스토리>는 북미 관람료 수익 2억 달러, 해외 관람료 수익 2억 달러,
총 4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흥행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흥행 성적이었다.
161.
영화 <토이 스토리>는,
앞선 <터미네이터> 시리즈, <쥐라기 공원>, <키메라>와 더불어 우리 Film Kim의 CG 기술력을 전 세계적으로 선보인 작품이었다.
그 덕분에 이제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그야말로 CG 영화 제작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의 영화는 우리 Film Kim 산하의 ILM으로부터 기술적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ILM의 주식시장 상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상장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한 ILM의 주식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공모가 기준 439%의 수익률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
영화사 Film Kim.
외부 업체와의 미팅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나를 의외의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정체는 바로......
“지미?”
몇 해 전,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우리 Film Kim을 떠난 제임스 카메룬이었다.
제임스 카메룬이 우리 회사를 떠난 이유는 앞서 그가 쓴 새 영화 시나리오 <어비스>에 대해 내가 투자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이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게......”
제임스 카메룬이 다소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판에서 조감독을 전전하던 그를 흥행 감독으로 만든 것은 바로 나였다.
내가 일찌감치 그의 영화적 재능을 알아보고 거액의 제작비 투자를 약속해 준 덕분이었다.
‘물론 내가 아니었어도 제임스 카메룬은 <터미네이터>를 성공시키며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감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겠지. 전생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이런 사실을 꿈에도 알 리 없는 제임스 카메룬은 나를 은인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나와의 신의를 저버리고 다른 영화사와 손을 잡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뛰쳐나갔으니, 다소 미안한 감이 없잖아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지만.’
속마음을 감추며 내가 제임스 카메룬에게 말했다.
“일단 이리 와서 앉아요, 지미.”
“예.”
“차는? 따뜻한 차 한 잔 드려요?”
“아뇨, 차는 됐습니다. 그보다......”
제임스 카메룬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킴도 소식 들었죠?”
“소식이라면?”
“이번에 제가 연출한 영화 <어비스>에 관한 소식 말이에요. 그야말로 흥행 참패를 기록한......”
“참패라고 하기에는 그렇지 않아요? 그래도 제작비 정도는 충분히 건졌으니까.”
“영화 홍보비와 기타 부대 비용들을 생각하면 큰 적자를 본 것은 사실이죠.”
“그래도 평론가들의 영화에 대한 평은 괜찮던데요? 대부분 다 호평을 하더라고요.”
“저 같은 상업 영화 감독에게는 영화에 대한 평가보다는 흥행 성적이 더 중요하죠. 그래야 앞으로 제작할 영화의 투자 동력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렇긴 하죠.”
“저기, 킴.”
제임스 카메룬이 내 눈치를 살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전에 영화 <어비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킴이 나에게 해 준 조언들, 기억나요?”
“물론이죠.”
“놀랍게도 그때 킴이 해준 여러 가지 조언들이 여지없이 모두 들어맞았습니다. 흥행 성적은 물론 영화에 대한 일반 관객들의 평가마저도요.”
“그야 나도 시나리오를 일반 관객의 눈으로 봤으니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킴. 이번 일로 저는 킴이 얼마나 뛰어난 영화적 안목을 가진 사람인지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킴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도요.”
“지미도 참, 새삼스럽게......”
“그래서 만약 킴만 받아준다면 전 다시 Film Kim으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그건......”
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니에요?”
“예?”
“나도 지미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킴......”
다소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제임스 카메룬.
이번 일을 계기로 그와 나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 참, 지미. 안 그래도 내가 지미가 다시 돌아오면 함께 만들어보고 싶은 영화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어떤 영화입니까?”
“내가 얼마 전에 괜찮은 영화 소재를 찾아볼 생각으로 집 근처 헌책방을 찾아간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거기서 꽤 괜찮은 영화 소재를 발견했지 뭡니까.”
“그래요?”
“예. 내친 김에 지미도 한번 볼래요?”
내가 서랍에서 오래된 책 한 권을 꺼내 제임스 카메룬 앞에 내려놓았다.
책의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이 적혀 있었다.
<악몽의 밤(A Night of Dead)>
“이건......”
“1955년 월터 로드라는 역사학자가 큰 해양 사고의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실제 인터뷰한 내용을 기록한 책입니다.”
“해양사고 생존자들의 인터뷰요?”
“예. 오래된 사건이긴 하지만 워낙 규모가 큰 사건이라 혹시 지미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1912년 무려 1,500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 호 침몰 사건’ 말이에요.”
***
타이타닉(Titanic) 호 침몰 사건.
역사상 최악의 해양 참사로 기록된 사건이다.
1912년 4월,
길이 270m, 높이 32m, 무게 약 46,000톤에 달하는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 호는 영국 사우스샘프턴을 떠나 뉴욕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빙산과의 충돌로 배가 바다 한 가운데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일로 배에 타고 있던 승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무려 1,514명의 인원이 바다에 빠져 사망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을 소재로 제임스 카메룬이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지. 그리고 이 영화는 단일영화로는 역대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인 무려 20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게 되고.’
영화 <타이타닉>은 1995년도에 개봉된다.
하지만 워낙 스케일이 큰 영화이다 보니, 제작 준비 기간만 5년, 실제 촬영은 2년, 도합 7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제작비도 2억 5천만 달러로 역대 최고의 제작비가 들어간다.
따라서 지금부터 영화 제작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면 실제 영화가 개봉된 시기인 1995년 즈음의 시기에 딱 맞출 수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지금 킴의 말은......”
내가 준 책자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있던 제임스 카메룬이 다시 나를 향해 물었다.
“이 타이타닉 침몰 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뜻이군요?”
“그렇죠.”
“쉽지 않은 작업일 텐데요? 영화의 사실감을 위해서는 타이타닉 호와 동일한 형태의 대형 세트장도 만들어야 하고, 대형 물탱크도 동원되야 하고......”
“그건 앞으로 우리 둘이서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죠.”
“흠. 좋습니다, 킴.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소재가 너무 제 마음에 드는 것 같으니, 관련 자료 수집부터 천천히 진행해보도록 하죠.”
“그렇게 해요.”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지미가 문득 생각 났다는 듯이 나에게 말했다.
“근데, 킴.”
“예.”
“전작도 ‘물’과 관련된 영화를 만들었다가 쫄딱 망했는데, 이번에 또 ‘물’과 관련된 영화를 만들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이 드는데요?”
“하하, 지미도 참.”
내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지미. 이번 영화, 잘만 하면 역사상 유례없는 대작 영화가 될 수도 있으니까. 아니, 우리 두 사람이 꼭 그렇게 만들어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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