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 < 본격적인 CG 영화 시대의 개막 (1) >
영화 <쥐라기 공원>은,
엄청난 흥행 수익만큼이나 세간의 큰 화제를 몰고 왔다.
그 주된 이유는 바로 영화에 사용된 CG 효과 때문이었다.
그동안 할리우드의 영화인들은 시나리오 속에서만 존재하는 세계를 영상으로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영화의 특수 시각 효과는 짧은 시간에 놀라울 정도로 큰 발전을 이루어왔다.
일명 SFX(Specil Effect)라 불리는 아날로그 특수 시각 효과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 <쥐라기 공원>의 등장으로 기존의 SFX는 보조적인 시각 효과 기술로 전락했고, CG가 그 자리를 완전히 대체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Film Kim이 할리우드 CG 영화의 대명사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점이지. 앞선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이번 <쥐라기 공원>을 통해 Film Kim이 얼마나 뛰어난 CG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완벽하게 증명해냈으니까.’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Film Kim의 CG 기술력을 증명할 또 한 편의 영화가 더 개봉을 준비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내가 직접 연출을 맡은 괴수 영화 <키메라>였다.
156.
1988년 가을.
<쥐라기 공원>의 흥행 여파가 채 가지시도 전에 북미 극장가가 또 한 번 들썩이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역사상 최초의 CG 괴수 영화 <키메라>가 극장 개봉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영화 <키메라>는 매우 단순한 서사 구조를 가진 영화였다.
세계적인 유전 공학 연구소인 ‘메타 바이오’가 군사적인 목적으로 비밀리에 개발한 유전자 변형 동물 ‘키메라’.
그런데 ‘키메라’가 자신의 특수한 능력을 이용해 철통같은 보안 시스템을 뚫고 도심 한가운데로 뛰쳐나오게 되면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메타 바이오’와 키메라 프로젝트에 관련된 정부 인사들은 진실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다.
이에 열혈 신문 기자인 주인공이 직접 추적에 나서게 되고, 이로 인해 키메라 프로젝트와 관련된 전말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많은 SF 영화가 그렇듯이, 이번 영화 <키메라>도 인류의 과학 기술 발달이 오히려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영화에 사용된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지.’
영화 <키메라>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괴수뿐만이 아니라,
주변 배경들도 모두 CG로 제작된 역대 가장 많은 CG 효과가 사용된 영화였다.
영화의 배경이 2040년대의 먼 미래였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현재의 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래인(未來人)들의 생활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자율 주행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홀로그램 기법이 도입된 휴대전화,
홍채 인식과 동작 감지 등을 통해 출입하는 보안 시스템 등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내가 살던 전생에서는 이러한 기술들이 머잖은 미래에 충분히 구현 가능한 기술로 생각되고 있었고, 그래서 많은 SF 영화에서 이런 기술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곤 했어. 그래서 이런 장면들은 다소 식상한 느낌마저 들게 하지. 하지만 1980년대 후반은 아직 아날로그 휴대전화나 PC조차 대중화되지 않은 시기, 따라서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이런 미래의 기술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하지.’
영화 <쥐라기 공원>이 오래된 과거의 모습을 스크린에 재현해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면,
영화 <키메라>는 엄청나게 발전된 미래의 모습을 스크린에 재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여기에 마치 진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 있는 괴수의 모습은 영화의 퀄리티를 한층 더 높여주었다.
그 결과,
<키메라>는 개봉과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쥐라기 공원> 못지않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 개봉과 동시에 북미 박스 오피스 1위에 랭크된 영화 <키메라>.
- 컴퓨터 그래픽(CG)의 한계를 보여준 영화 <키메라>, 관객들의 호평 속에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 개봉 2주 만에 2억 달러의 관람료 수익을 기록한 영화 <키메라>, 앞선 <쥐라기 공원>의 흥행 성적을 깰 수 있을 것인가?
- 월드 박스 오피스 5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 <키메라>, 최종 흥행 성적에 많은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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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키메라>와 <쥐라기 공원>.
올해 Film Kim의 이름으로 제작된 이 두 영화는 앞선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함께 할리우드 CG 영화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157.
영화사 Film Kim.
레이첼의 흥분된 목소리가 사장실 문밖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말 대단해요, 킴. <쥐라기 공원>에 이어 영화 <키메라>까지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으니 말이에요.”
“그러게요. 사실 <쥐라기 공원>은 어느 정도 성공을 예상하긴 했었는데, <키메라>는 도무지 감이 오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사실이었다.
전생의 기억 덕분에 흥행 성공 여부를 미리 알고 있던 <쥐라기 공원>과 달리 <키메라>는 이번 생에 처음으로 내가 만든 순수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영화였다.
그것도 1억 5천만 달러의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된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그 때문에 이번 영화는 지금까지 내가 제작한 그 어떤 영화보다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영화였다.
하지만.
‘전생의 기억 덕분에 영화의 전체적인 배경을 풀 CG로 만든 영화 <아바타>, 그리고 CG로 만든 SF 크리처 영화 <킹콩>, <램페이지> 등과 같은 <키메라>와 유사한 형태의 영화들이 모두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나는 이미 알고 있지. 그 덕분에 보다 자신 있게 이번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나저나, 킴.”
레이첼이 다시 나를 향해 말했다.
“올해 <쥐라기 공원>과 <키메라>만으로도 우리 회사가 무려 8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게 됐네요. 두 영화 모두 월드 박스 오피스 10억 달러가 넘는 관람료 수익을 올리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그것뿐만이 아니죠. 추후 얻게 될 VHS와 CD, 그리고 기타 부가 수익까지 합치면 최소 15억 달러 이상의 수익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상에 15억 달러라니. 이 정도면 미국의 웬만큼 이름 있는 제조 기업의 한해 순수익보다 훨씬 많을 것 같은데......”
“영화산업이 원래 고부가가치 산업이잖아요. 단 한 편의 영화가 자동차 수십만 대를 판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벌어들일 정도로 말이에요.”
내가 레이첼을 향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레이첼, 그거 알아요?”
“뭘요?”
“올해 Film Kim의 흥행 신화는 영화 <쥐라기 공원>과 <키메라>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레이첼도 이미 알고 있잖아요. 우리 Film Kim의 투자를 받아 제작에 들어간 영화가 아직 제법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요. 특히 올 연말 시즌을 대비해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영화들이요.”
“그러니까 지금 킴의 말은 그 영화들 가운데 큰 흥행 성적을 기록할 영화가 또 있다는 뜻이에요?”
“물론이죠.”
내가 레이첼을 향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기대해도 좋아요, 레이첼. 올해 할리우드 영화계, 아니 전 세계 영화계는 우리 Film Kim이 만든 영화가 모조리 휩쓰는 장면을 보게 될 테니까 말이에요, 하하하.”
157.
1988년 겨울.
영화 <쥐라기 공원>과 <키메라>에 이어 Film Kim이 제작한 두 편의 영화가 다시 극장가를 뒤흔들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뛰어난 CG 기술이 사용된 영화가 아니었다.
대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동안 수없이 제작된 액션 영화, 그리고 가족 코미디 영화가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기존의 그 어떤 영화보다 뜨거웠다.
그리고 이는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엄청난 흥행 성적을 기록하게 되었다.
먼저 개봉된 영화는,
존 맥티어넌 감독이 연출한 영화 <다이하드>였다.
빌딩을 점령한 테러범과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내를 만나러 간 형사의 대결을 그린 이 영화는 우리 Film Kim으로부터 3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만들어진 영화였다.
사실 영화 <다이하드>는 주연 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원맨쇼에 가까운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그는 그동안 TV 드라마를 통해 갈고 닦은 연기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였으며, 특히 그가 가진 특유의 입담과 익살스러운 표정은 영화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키는 요소가 되었다.
그 결과 영화 <다이하드>는 북미 박스 오피스 8천만 달러, 월드 박스 오피스 1억 4천만 달러의 큰 흥행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영화 <쥐라기 공원>과 <키메라>의 흥행 성적 때문에 눈높이가 높아져서 그렇지, 사실 영화 한 편이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성적을 올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 올해 개봉된 수백 편의 영화 가운데 1억 달러의 흥행 성적을 올린 영화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같은 영화 <다이하드>의 흥행 성적을 뛰어넘는 영화가 또 한편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크리스 콜롬버스 감독이 연출한 코미디 영화 이었다.
은 가족의 실수로 크리스마스에 홀로 집에 남겨진 꼬마 주인공이 집에 들어온 두 명의 도둑을 쫓아내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그린 영화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하고, 또 다소 유치할 수도 있는 이란 영화가 이렇게까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영화의 주연을 맡은 8살 남짓의 아역배우 맥컬리 컬킨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 맥컬리 컬킨은 영화를 보러온 관객들을 모두 홀려버릴 듯한 귀여운 표정과 연기를 선보였는데, 특히 그가 얼굴에 성인 로션을 바르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은 다른 매체를 통해 무수히 많은 패러디를 낳을 정도로 유명한 장면이었다.
‘영화 은 배우 맥컬리 컬킨의 인생 영화나 다름없는 작품이지. 이 영화 출연 이후 배우로서의 몸값이 5천만 달러까지 치솟으며 전성기를 맞이하기는 하지만 그 이후에는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으니 말이야.’
영화 또한 우리 Film Kim으로부터 1,800만 달러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만들어진 영화였다.
최종 수익은 4억 7천만 달러.
제작비 대비 무려 30배에 가까운 흥행 수익을 올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원래 워너 브라더스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아 만들어질 예정이었다는 것이지. 하지만 영화가 제작비 상한선을 넘기자 워너 브라더스에서는 곧바로 제작비 지원을 철회했고, 그 결과 이 영화가 우리 Film Kim의 손에 넘어오게 된 것이지. 그 덕분에 나는 앉은 자리에서 수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게 되었고 말이야.’
이처럼,
올해 Film Kim의 이름으로 제작된 4편의 영화가 하나같이 뛰어난 흥행 성적을 기록함에 따라 영화 제작사로서의 Film Kim의 위상은 이전보다 한층 더 높아지게 되었다.
물론 그에 따른 금전적인 이득 또한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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