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 < Film Kim in ASIA (2) >
영화 <천년유혼>.
<영웅삼색>과 더불어 홍콩 영화 역사상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시대극에 불과했던 기존의 중국 무협물에 SF 판타지적인 요소와 멜로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천년유혼>은 3편까지 이어지는 트롤로지 모두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며 총 1억 달러에 가까운 엄청난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사실 우리 Film Kim이 <천년유혼>이란 작품을 제작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몇 해 전, 회사로 투자 요청이 들어온 한 시나리오에서 ‘장소동’이란 이름을 발견한 나는 그가 <천년유혼>을 연출한 감독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장소동 감독은 전생에서 영화 <천년유혼>과 <동방무패> 시리즈로 국내에도 무척이나 잘 알려진 영화감독이었으니까.’
이에 나는 그를 우리 영화사로 적극 영입했고,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곧바로 영화 <천년유혼>의 시나리오 구상과 제작에 들어갔다.
하지만,
‘영화 <천년유혼>의 제작 소식에 홍콩 영화계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던 삼합회도 더 이상은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지. 무술, 무협 영화는 삼합회의 지원을 받고 있는 홍콩 최고의 영화사인 골든 하베스트 사의 주력 장르였으니까.’
물론 제아무리 삼합회라 할지라도 미국계 영화사인 Film Kim을 직접적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우리 Filim Kim이 해마다 수십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자 기업인만큼, 그런 일이 발생하면 미국 정부 차원에서 그냥 있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삼합회는 교묘한 방법으로 Filim Kim의 사업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현지 극장주들을 협박해서 Film Kim이 제작한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었다.
“정말로......”
미셸 예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사장님께서 직접 골든 하베스트 사를 찾아가 담판을 지을 생각이세요?”
“물론이죠. 그러려고 이곳에 왔는걸요.”
“그러다 괜히 해코지라도 당하면요?”
“하하. 걱정하지 말아요, 미셸. 제아무리 삼합회라 할지라도 미국 시민권자이자, 잘 나가는 할리우드 영화감독인 나를 어떻게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진작에 그렇게 했겠죠. 게다가 사전에 골든 하베스트 쪽과 전화로 어느 정도 협의를 했으니, 오늘은 만나서 서로 확정만 지으면 돼요. 좀 있으면 영화 <천년유혼>의 포스트 프로덕션도 끝나는데, 그전에 개봉관 확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건 그렇긴 하지만......”
차 문을 열고 내리며,
내가 미셸 위를 향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그러니 미셸은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줘요.”
154.
골든 하베스트.
1970년대 창립한 이 회사는 현재 홍콩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사이다.
특히 ‘가화삼보’라 불리는 당대 최고의 영화배우가 모두 골든 하베스트 소속이었다는 점은 홍콩 영화계에서 이 회사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골든 하베스트를 배후에서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홍콩의 폭력조직인 삼합회라고 할 수 있지. 그 때문에 많은 홍콩 배우들이 삼합회의 강요에 못 이겨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영화에 강제로 출연해야 했고, 심지어 개런티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어.’
내가 지금 골든 하베스트를 찾아온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앞으로 나는 최소 5년 정도는 더 현지 영화 산업에 투자할 계획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골든 하베스트, 아니 그 배후에 있는 삼합회와의 문제를 반드시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내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중년의 남자 하나가 나를 향해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만나서 반갑소, 추오성이요.”
골든 하베스트 사의 사장 추오성,
그가 삼합회의 간부급 조직원이라는 사실은 이곳 홍콩 영화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제임스 킴입니다.”
“설마 했는데 제임스 사장이 직접 여길 찾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소. 그것도 혈혈단신으로 말이오.”
“영화사 대표가 사업 문제로 다른 영화사를 찾는 일이 뭐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겠습니까?”
“허허, 보기보다 재미있는 양반이시구먼.”
추오성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골든 하베스트가 홍콩의 폭력조직인 삼합회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그런 곳을 혼자서 찾아온 나의 대범함에 살짝 놀란 탓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장님.”
“그러시오.”
“현재 우리 Film Kim에서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영화가 하나 있는데, 무슨 영문인지 극장주들이 우리 영화를 상영하기 꺼려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일이 골든 하베스트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사장님이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지금 그 말은......”
살짝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추오성이 말했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Film Kim의 사업을 방해라도 하고 있다는 뜻입니까?”
“그건 사장님이 더 잘 아실 테지요.”
“초면에 말씀이 좀 지나치군요. 아무 근거도 없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다니 말이오.”
“그게 아니라면 왜 갑자기 극장주들이 우리 회사가 만든 영화 상영을 주저하고 있을까요? 우리 Film Kim이 만든 영화는 이미 여러 편 흥행에 성공한 전력이 있는대도 말이죠.”
“글쎄요, 그건 내가 아니라 극장주들을 찾아가서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오?”
잠깐의 신경전이 흐르고,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일전에 전화상으로도 충분히 말씀드렸다시피, 골든 하베스트 사의 입장은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외국계 영화사가 들어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권을 빼앗아가는데 어느 누가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습니까? 홍콩 영화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빼는 듯한 느낌이 들겠지요.”
“......”
“그런데 사장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우리 Film Kim의 진출로 홍콩 영화 시장의 파이가 훨씬 더 커지게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 최근 우리 영화사가 제작한 영화 <영웅삼색>의 흥행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홍콩 영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으니까 말이죠.”
“......”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 Film Kim의 목표는 기존의 홍콩 영화사들이 가지고 있는 시장을 뺏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제가 홍콩 진출을 결심한 것은 홍콩 영화 시장이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저의 이런 생각은 어김없이 적중했습니다. 현재 아시아 영화시장에서 홍콩 영화의 인기는 무척이나 높아지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홍콩 영화의 인기는 분명 골든 하베스트사를 비롯한 다른 홍콩 영화사에도 큰 이득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사장님이 더 잘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잠시 말이 없던 추오성이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제임스 킴의 말은 Film Kim의 성장이 곧 홍콩 영화 시장의 성장이고, 그 반사 이익을 우리 골든 하베스트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Film Kim이 지금처럼 점점 세력을 확장해나가다 결국 우리 골든 하베스트마저 집어삼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보장해드리겠습니다.”
“뭐, 뭐라고요?”
“사장님이 하고 계시는 지금 그 걱정 제가 해결해드리겠다고요.”
“어떻게요?”
“조만간 우리 Film Kim은 한국 쪽에 영화사를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제 고향이기도 하고, 또 앞으로 영화적인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나라라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향후 한국 쪽의 영화사 설립이 완료되면 저는 이곳 홍콩 영화 사업에서 미련 없이 손을 떼고, 한국 쪽의 사업에 집중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그 시기는 길어야 5년 내외입니다.”
“5년?”
“예. 그렇게 되면 사장님의 골든 하베스트 사가 홍콩 영화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때쯤이면 홍콩 영화 시장의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 있을 것이고요. 물론 우리 Film Kim과 골든 하베스트가 지금처럼 계속 인기 있는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지요.”
“......”
추오성의 눈빛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Film Kim의 홍콩 진출 이후 홍콩 영화 시장의 규모와 위상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전통적인 무술, 무협 영화와 더불어 <영웅삼색>으로 대표되는 홍콩 느와르 영화가 아시아 영화시장을 휩쓸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우리 Film Kim이 빠져나간다면 홍콩 영화 시장은 손쉽게 골든 하베스트가 장악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5년 뒤에도 여전히 Film Kim이 남아 있는다면요? 우린 완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는 것 아니오?”
“원하신다면......”
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방금 제가 한 약속을 문서화해서 드릴 수도 있습니다. 5년 뒤 우리 Film Kim이 홍콩의 모든 영화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약속, 그리고 원할 경우 골든 하베스트사가 우선적으로 우리 Film Kim을 인수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으로 말이죠.”
어차피,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홍콩 영화 산업도 점점 쇠퇴기에 접어들게 될 것이니까.
“좋습니다!”
이런 내 생각을 추호도 알 리 없는 추오성이 반색을 하며 말했다.
“제임스 킴의 그 제안 받아들이는 것으로 하죠. 당분간은 Film Kim의 홍콩 내 사업에 절대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앞서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물론입니다.”
155.
1988년 여름.
영화 <쥐라기 공원>의 극장 상영이 시작됐다.
이는 전생에 비해 대략 3년 정도 빠른 시기였다.
<쥐라기 공원>은 할리우드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를 기점으로 할리우드 CG 영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기 때문이었다.
‘영화 <터미네이터2>가 CG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면, <쥐라기 공원>은 영상 기술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꾼 작품이지. 덕분에 영화의 흥행 또한 기존의 작품들이 세운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게 되고 말이야.’
역시나,
내 예상대로 영화 <쥐라기 공원> 개봉 첫 주부터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제작사인 Film Kim의 이름값만으로도 충분히 극장을 찾을 이유가 있었던 관객들은 영화의 엄청난 시각 효과에 또 한 번 놀라게 됐고,
이후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면서 영화는 상영 기간 내내 그야말로 매진 행진을 기록했던 것이다.
- 연일 극장가의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쥐라기 공원>
- 최단기간 관람료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 <쥐라기 공원>, 역대 최고 흥행 수익을 갱신할 것으로 기대 돼.
-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이스, 제임스 킴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영화 <쥐라기 공원>, 역시나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북미 시장을 넘어 전 세계 영화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쥐라기 공원>.
- 6천 5백 만 년 전에 살았던 공룡을 스크린에 완벽하게 재현해낸 영화 <쥐라기 공원>에 열광하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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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쥐라기 공원>의 최종 관람료 수익은,
북미 4억 달러에 해외 6억 달러를 합쳐 총 10억 달러였다.
이는 조지 루이스의 <스페이스 워즈> 이후 단일 영화로는 최고의 흥행 성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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