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 < 콜롬비아 픽처스 인수 (3) >
영화 <쥐라기 공원>에는 관객과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몇 가지 명장면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바로,
쥐라기 공원의 설립자인 존 해몬드 회장의 초대로 이곳을 방문한 고생물학자 그랜트 박사 일행이 처음으로 공룡과 조우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이었지. 50톤이 넘는 몸무게와 30미터가 넘는 몸길이, 여기에 목 길이까지 더하면 키가 무려 50미터에 달하는 대형 초식 공룡 브라키오사우르스 무리가 마치 진짜 살아있는 듯이 생생하게 스크린에 등장했으니 말이야. 여기에 유명 작곡가인 존 윌리엄스의 웅장한 영화 테마곡인 ‘Welcome to Jurassic Park’, 그리고 3D 입체 효과로 깊어진 화질이 더해지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마치 6천 5백만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실제 공룡을 마주하는 것과 같은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었지.’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떨려왔다.
전생에서 스크린을 통해서만 봤던 영화 <쥐라기 공원> 명장면의 실제 촬영 현장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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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아아앙!
- 덜컹, 덜컹.
그랜트 박사 일행을 태운 지프(Jeep)차가 쥐라기 공원의 드넓은 초원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맙소사, 도대체 저게 뭐야.”
차에 타고 있던 그랜트 박사가 놀란 표정으로 공원 한 곳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혹시 자신이 잘못본 것은 아닌지, 쓰고 있던 검은 선글라스마저 벗어 던진 채로 말이다.
물론 이는 그랜트 박사뿐만이 아니었다.
차에 함께 타고 있던 다른 일행들도 저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눈에 거대한 초식 공룡 브라키오사우르스의 모습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 뿌우우우우우!
낮은 목소리로 울부짖는 공룡 브라키오사우르스.
뒤이어 똑같은 무리가 어기적거리며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 대단해!”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 내가 진짜 살아 움직이는 브라키오사우르스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이......”
- 뿌우!
- 뿌우우우!
기분 좋은 울음소리와 함께 호숫가 주변을 한가로이 돌아다니는 브라키오사우르스 무리들.
그렇게 한동안 그랜트 박사 일행은 몹시도 감격스러운 표정과 눈빛으로 브라키오사우르스 무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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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오케이, 좋았어.”
메가폰을 타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흘러나오자,
스태프들이 우루루 현장 정리에 나섰다.
그 틈을 타서 내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말을 붙였다.
“어떻게, 촬영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스티븐?”
“여, 킴. 연락도 없이 갑자기 여긴 어쩐 일입니까? 요즘 킴도 영화 촬영 때문에 정신없이 바쁠 텐데 말이죠.”
“현장 촬영은 모두 끝났고, 이제 본격적인 CG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덕분에 저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고요.”
“아, 그렇군요.”
“제가 스태프들 줄 간식거리 좀 사 왔으니, 이따 휴식 시간에 좀 나누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매번 뭘 그런 걸 다 챙겨주고 그러십니까, 하하.”
“그나저나......”
내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본격적인 CG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라 많이 어렵지요?”
“말도 마세요. 배우들이 매번 허공에 대고 연기를 해야 하는 통에 다들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긴. 킴의 영화 <키메라>는 이보다 더 많은 CG 장면이 들어갈 예정이니, 저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 하진 않겠군요.”
“그래도 계속 촬영하다 보니 어느새 배우들도 적응을 하더군요.”
“그러게요. 아마 앞으로 이곳 할리우드 영화 촬영장에서는 이런 모습들이 아주 흔하게 나타나겠군요.”
“그렇죠. 특히 이번에 우리 두 사람이 촬영하고 있는 영화 두 편이 극장 개봉을 시작하면 할리우드에는 그야말로 CG 영화 붐이 일어나게 될 것이 분명하니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킴은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매번 할리우드 영화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까요.”
“별말씀을요. 스티븐에 비하면 저는 아직 한참이나 멀었습니다. 그나저나......”
내가 다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향해 물었다.
“다음에 촬영할 씬은 어떤 장면입니까?”
“그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뒤이어 이루어질 촬영 장면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생에서 이미 <쥐라기 공원>을 여러 차례 관람한 나는,
그의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해당 장면을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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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쿵! 쿵!
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발소리와 함께,
거대한 육식공룡 티렉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원 내부의 보안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고,
여기에 예기치 않은 태풍까지 몰아치는 혼돈의 상황 속에서,
투어에 나선 그랜트 박사 일행은 꼼짝없이 차에 갇히고 말았는데, 이를 공룡 티렉스가 습격한 것이다.
“으아아!”
운전석에 앉아 있던 직원 하나가 공룡 티렉스를 발견하고는 공포에 질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 안돼!”
- 키에에엑!
도망친 직원을 한입에 꿀꺽 집어삼킨 티렉스가 다시 차에 타고 있는 그랜트 박사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공룡 전문가인 그랜트 박사가 일행을 향해 황급히 말했다.
“가만히 있어. 놈은 움직임에 반응하니까.”
- 쿵! 쿵!
날카로운 이빨과 희번덕거리는 눈빛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티렉스.
급히 동작을 멈춘 덕분에 티렉스가 자신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안도한 것도 잠시,
- 쾅! 콰콰쾅!
티렉스가 머리로 차량을 들이받으면서,
순식간에 차량이 전복됐다.
“아악!”
졸지에 무시무시한 공룡 티렉스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게 된 그랜트 박사 일행.
천만다행인지 절벽에 매달려 있는 밧줄을 발견하고, 그에 의지해서 겨우 그곳을 탈출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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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포효와 함께 날카로운 이빨을 번뜩이는 공룡 티렉스의 등장 씬. 이 씬은 극장 안의 관객들이 숨소리조차도 내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지. 여기에 3D 컨버팅으로 빗방울 하나하나까지 입체감을 더한 덕분에 이 장면은 영화 <쥐라기 공원>의 최고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지.’
“어떻게......”
스티븐 스필버그가 나에게 말했다.
“킴도 여기서 계속 같이 촬영을 지켜보실 생각입니까?”
“예. 끝나고 스티븐이랑 같이 차나 한잔 하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좀 나누려고요.”
“좋습니다. 대신에 좀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이번 장면이 영화 전개에 있어 워낙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장면이라 평소보다 공을 좀 더 들일 생각이거든요.”
“괜찮습니다.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 감독인 스티븐의 촬영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지요.”
“하하, 킴도 참.”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스태프들을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자, 준비 다 됐으면 곧바로 다음 씬 촬영 들어갑니다. 각 팀 스탠바이 해주시고......”
***
할리우드 영화 감독 가운데,
스티븐 스필버그만큼 영화 제작 스펙트럼이 넓은 감독도 또 없을 것이다.
대중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와 더불어 작품성이 뛰어난 작가주의적 영화도 번갈아 가며 꾸준히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요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볼 때면 유독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전생에서 나도 굳이 그렇게 영화의 작품성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처럼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
‘돌이켜보면 전생의 나도 참 외골수였군. 영화의 흥행성과 작품성은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 아닌데, 오로지 작품성만을 중시하면서 흥행 위주의 오락 영화를 무시했으니 말이야.’
“저기, 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말했다.
“내 얼굴에 뭐 묻었습니까?”
“예?”
“아까부터 킴이 자꾸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말이죠.”
“아, 죄송합니다. 스티븐은 예전부터 제가 워낙 존경하는 영화 감독님이라 지금 이렇게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해서요.”
“킴도 참.”
“그나저나, 스티븐.”
“예.”
“우리 Film Kim과 계약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 감독인 스티븐이 우리 Film Kim이 제작하는 영화의 연출을 맡아 준 덕에 회사의 위상도 더욱 높아지게 되었으니까요.”
“감사는 오히려 제가 해야지요. 이번 영화는 순전히 킴이 낸 아이디어에서부터 출발했으니까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우리 회사와 영화 작업을 해주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게다가 기회가 되면 스티븐과 친분이 있는 다른 감독님들도 우리 Film Kim에 모시고 싶습니다. 제가 듣기로 스티븐은 마틴 스콜세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브라이언 드 팔마 등의 감독님과 오래 교류를 해왔다고 하던데, 저는 가능하면 그분들과도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이스, 마틴 스콜세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브라이언 드 팔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감독들이다.
특히 이들 다섯 명은 이미 20대 시절부터 서로 우정을 나누어 온 영화계의 절친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내가 조지 루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외의 다른 감독들도 모두 Film Kim으로 영입할 수 있다면......
‘우리 Film Kim의 영화 제작 역량이 지금보다 수십, 아니 수백 배는 더 높아지게 되겠지, 흐흐.’
“킴이 원한다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언제 다 같이 식사 한번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그 자리가 이번에 제작하고 있는 영화 <쥐라기 공원>의 성공 축하 파티가 되면 더욱 좋을 것이고요, 하하하.”
151.
영화 <쥐라기 공원> 촬영 현장에서 돌아온 나는,
오래간만에 아버지가 있는 미주한인총연합회관을 찾았다.
원래 LA 한인회관으로 사용되던 이 사무실은,
얼마 전 아버지가 미주한인총연합회장에 당선됨에 따라 미주한인총연합회 사무실로 역할이 바뀌게 되었다.
“어, 도훈아.”
사무실로 들어서는 나를 아버지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많이 바쁠 텐데 여긴 어쩐 일이냐?”
“아버지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서요. 제가 요즘 영화 촬영 때문에 아버지를 자주 찾아뵙지 못했잖아요.”
“나도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재단 일에, 한인총연합회 일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니까 말이야.”
“쉬엄쉬엄하세요, 아버지. 연세도 있으신데.”
“그렇다고 건강까지 해칠 정도는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 참, 도훈아.”
“예.”
“너 혹시 시간 괜찮으면 나랑 같이 한국에 한번 갔다 올 생각 없냐?”
“한국요?”
“그래. 왜 일전에 아버지 취임식 때, 주미 대사님께서 다녀가신 적이 있었잖아. 그때 대사님께서 한국 정부에서 우릴 공식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하셨고.”
“그랬었죠.”
“근데 대사님이 이후로도 계속 사무실을 찾아오셨어. 한국 정부에서 어떻게든 우리 두 사람을 초청하고 싶다고. 그렇다고 계속 거절만 하는 것은 또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아버지가 정 원하시면 시간 빼는 것도 가능은 한데, 굳이 제가 한국에 가서 할 일이 있을까 싶네요.”
“괜찮아. 한국 출신으로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 감독 자리에 오른 도훈이 네가 가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될 테니까. 게다가 도훈이 네가 가진 경험과 지식으로 한국 영화 발전에 도움이 되는 조언 같은 거도 해주면 좋잖냐? 너한테는 별다른 추억이 없는 곳이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조국이니까.”
“흐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내가 다시 말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한번 시간을 내보도록 할게요. 어차피 다음 달에 홍콩에 갈 일도 있으니까, 간 김에 한국에도 좀 들렀다 오죠, 뭐.”
“홍콩? 홍콩은 갑자기 왜?”
“이번에 Film Kim 홍콩 지점에서 만든 영화 하나가 현지 극장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가서 상황을 좀 살펴보고, 괜찮으면 아시아 전역으로 상영을 확대하려고요.”
“호오, 그거 참 기쁜 소식이구나. 근데 그 영화는 또 어떤 영화야? 예전에 네가 투자한 <영웅삼색>인지 하는 그 영화와 비슷한 종류의 영화야?”
“아뇨, 이번 영화는 전형적인 홍콩 무협 영화예요.”
“무협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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