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감독의 할리우드 정복기-83화 (83/145)

# 83 <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2) >

***

영화 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은 세간의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이 영화가 작품상, 촬영상, 음향상, 감독상에 이르기까지 총 4개 부문을 수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절대 많은 숫자가 아니었다.

보다 훨씬 많은 상을 받은 영화도 얼마든지 있었다.

가령 예를 들면 1959년에 개봉된 윌리엄 와일드 감독의 영화 <벤허>는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1개 부문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가 유독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동양인 감독이라는 점, 무엇보다 내가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는 점 때문이지.’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 남성’들의 전유물에 지나지 않았다.

유색인종이나 여성이 아카데미 시상대에 오르는 일은 무척이나 드물었다.

특히 감독상의 경우는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동양인인 내가 최초로 감독상을 받게 되면서 이 같은 아카데미의 전통 아닌 전통도 완전히 깨어지게 되었지.’

그래서인지,

언론과 영화관련 잡지에서는 연일 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달성한 영화 .

- 영화 를 연출한 제임스 킴, 동양인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다!

- 제임스 킴 감독, 지난 50년간 이어져 온 아카데미의 편견의 벽을 깨뜨리고 당당히 감독상을 손에 쥐다!

- 영화 는 어떻게 깐깐한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

.

.

그리도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픽사(Pixal)가 만든 영화 <틴 토이>가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을 했다는 점이었다.

‘이는 머잖아 3D 애니메이션 영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 시작은 <틴 토이>를 모티브로 한 영화 <토이 스토리>가 될 것이고.’

138.

할리우드 인근의 고급 레스토랑.

내가 조지 루이스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고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 함께 온 사람이 또 하나 있었다.

그는 바로,

‘할리우드 영화계의 거장(巨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앞서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고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 약속 때문에 다들 이 자리에 모인 것이지.’

“축하해, 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Film Kim이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둔 점 말이야.”

“고마워요, 조지.”

“저도 축하드립니다, 킴. 예전부터 느낀 것이지만 킴은 정말 영화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에요. 저는 아카데미가 늦게나마 이를 알아본 것이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찬이십니다, 스필버그 감독님.”

내가 다시 스티븐 스필버그를 향해 말했다.

“그나저나 감독님께서 저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 하셨다면서요?”

“아, 다른 건 아니고, 내가 Film Kim 산하의 ILM이 가지고 있는 CG 기술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서요.”

“CG 기술요?”

“예. 영화 <터미네이터> 1편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속편에서는 더더욱 뛰어난 CG 기술을 선보였더군요. 그래서 나도 앞으로 만드는 영화에 그 CG 기술을 한번 사용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그러려면 반드시 킴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고요.”

스티븐 스필버그의 말에 내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본격적으로 CG 기술을 접목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대작 영화들이 탄생하게 되지. 그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전 세계적으로 40억 달러가 넘는 관람료 수익을 올린 <쥐라기 공원> 시리즈이고 말이야.’

만약 내가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이 영화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엄청난 흥행 수입과 더불어 영화 제작자로서의 나의 명성 또한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할리우드의 가장 유명한 감독 가운데 한 분이신 스필버그 감독님이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가져주시다니 저로서는 무척 영광입니다.”

“천만에요. 오히려 제가 부탁을 드려야 하는 입장인 걸요.”

“그런데 감독님.”

“예.”

“만약 감독님께서 본격적으로 CG 기술을 사용한 영화를 만들게 되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으신 겁니까?”

“글쎄요, 아직 거기까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영상으로 구현해내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겠지요.”

살짝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입에서 영화 <쥐라기 공원>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 탓이었다.

‘흠. 아직 그가 <쥐라기 공원>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인가 보군.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원래 이 영화는 1990년대 초에 쓰인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니까.’

“그러는 킴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물었다.

“CG를 전면에 내 세운 영화를 만들 계획이 있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저의 다음 작품은 CG 기술을 본격적으로 사용해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다음 작품요? 벌써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 겁니까?”

여태 우리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조지 루이스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거 섭섭한데, 킴. 전에 다음 작품은 가장 먼저 나에게 이야기해주기로 했잖아.”

“구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화라서 그래요. 게다가 아직 시나리오는커녕 트리트먼트도 쓰지 못했는걸요.”

“대충 머릿속으로 구상만 하고 있다는 뜻이야?”

“예.”

“어떤 영환데?”

“음, 일단은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괴수영화?”

“네.”

할리우드 영화계에 CG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그동안 영상으로 구현되지 못했던 많은 주제가 영화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괴물이 등장하는 괴수영화에서부터,

로봇과 외계인, 우주탐험을 주제로 한 SF물,

마법과 각종 몬스터가 나오는 판타지물,

초능력을 사용하는 히어로물 등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주제와 폭이 더욱 다양하고 넓어지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서 내가 가장 먼저 시도할 영화는 바로 정체불명의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이지.’

물론 괴수영화는 이전부터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었다.

1933년에 만들어진 메리언 쿠퍼 감독의 영화 <킹콩>이나, 1954년 일본의 혼다 이시로 감독이 만든 영화 <고질라>가 그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두 영화에 등장하는 괴수들은 모두 사람이 괴수로 분장하거나, 스톱모션 기법을 이용한 모형으로 괴수의 움직임을 표현했기 때문에 다소 조잡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특히 이런 조잡함을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주로 밤이나 어두운 환경에서만 괴수를 등장시켰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만들 괴수영화는 다르지. 현재 ILM이 보유하고 있는 최신 CG 기술을 총동원해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사실감 있는 괴수의 모습을, 그것도 환한 대낮에 거리를 활개 치고 다니는 괴수의 모습을 완벽하게 영상으로 구현해낼 생각이니까.’

“그러니까 지금 킴의 말은......”

조지 루이스가 나를 향해 물었다.

“할리우드 영화 사상 최초로 CG로 만든 완벽한 괴수의 모습을 선보이겠다는 뜻이야?”

“맞아요, 조지. 기존의 괴수영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완벽한 괴수영화를 한번 만들어보려고요.”

“흐음. 왠지 모르게 기대되는걸? 다른 사람도 아닌 킴이 만드는 괴수영화라니까 말이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한마디 거들었다.

“사실 나도 예전부터 킴이 말한 그런 영화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그런 특별한 존재가 등장하는 영화를요.”

“그럼 이번 기회에 스필버그 감독님도 이와 비슷한 종류의 영화를 만들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가령 예를 들면......”

내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백악기나 쥐라기 시대에 존재했던 공룡처럼,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이 실제로 보기 힘든 동물들을 주제로 해서요.”

“공룡이요?”

“예. 공룡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다들 관심 있어 하는 동물 가운데 하나잖아요. 아쉽게도 지금은 멸종해서 화석이나 책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을 뿐이고요. 그런데 만약 영화를 통해서라도 공룡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얼마나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겠어요?”

“......”

스티븐 스필버그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랫동안 많은 오락 영화를 만들어온 그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방금 내가 말한 내용이 얼마나 흥미로운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인 흥행 신화를 기록한 영화 <쥐라기 공원>. 이 영화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특유의 가족 오락 영화 감성이 필요해. 내가 굳이 그를 이 영화에 참여시키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고.’

“공룡이 나오는 영화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입맛을 다시며 나에게 말했다.

“그거 굉장히 욕심나는 주제인데요?”

“그런가요?”

“예. 잘만 만들면 이전에 만들어진 그 어떤 영화보다 큰 인기를 끌 수도 있겠어요.”

“그럼 감독님. 이번 기회에 우리 Film Kim과 손잡고 한번 영화를 만들어보시지 않겠습니까?”

“Film Kim과요?”

“예. 영화의 제작비는 물론 현재 ILM이 보유하고 있는 최신 CG 기술까지 모두 감독님께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조지 루이스가 다시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는 킴?”

“조지도 함께하고 싶다면 참여해도 좋아요.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 감독이라 불리는 우리 세 사람이 함께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을 수 있을 테니까요.”

“오케이. 아주 좋았어.”

“스필버그 감독님은요?”

“저도 좋습니다. 방금 킴이 말한 그 소재,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흥미로운 소재라서 말이죠.”

이로써,

<터미네이터2>에 이어 세계 영화계의 판도를 바꿀 또 하나의 영화 <쥐라기 공원>의 제작 준비가 시작되었다.

물론 아직 원작 소설이 없는 상태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 난 이미 전생에서 이 영화의 완성본을 본 상태이고, 따라서 이런 내용을 중간중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넌지시 제시해주면 충분히 전생과 같은 완벽한 영화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139.

영화사 Film Kim.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텅 빈 사무실에 홀로 남은 내가 시나리오 작성에 몰두하고 있었다.

나의 여섯 번째 연출작이 될 ‘괴수영화’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킴.”

갑자기 제임스 카메룬이 내 사무실로 들어왔다.

“아, 지미. 늦은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에요?”

“킴과 상의할 일이 좀 있어서요.”

“뭔데요?”

“제가 이번에 새로운 영화를 한번 제작해볼까 하는데, 그 전에 먼저 킴의 의견을 들어보고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새 영화요?”

“예. <터미네이터> 속편의 상영도 성공적으로 끝났고, 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좋은 결과도 올렸으니, 이제 저도 슬슬 다음 작품 준비에 들어가야죠.”

“좋은 생각이에요.”

내가 잔뜩 기대에 부푼 얼굴로 제임스 카메룬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떤 영화에요? 이번에 지미가 만들 영화는?”

“이번에도 전작인 <터미네이터>와 비슷한 SF 류 영화를 한번 만들어보려고요.”

“SF 쪽은 다른 누구보다 지미가 특출난 감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번에도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 같군요.”

“<터미네이터> 1편과 2편이 워낙 큰 성공을 거두어서 좀 부담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번 최선을 다해 만들어보려고요.”

“그럼 시나리오부터 좀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제임스 카메룬이 나에게 시나리오 책자 하나를 내밀었다.

그가 준 시나리오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이 적혀 있었다.

<어비스(The Abyss)>

순간 내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맙소사! <어비스>라니. 이 영화는 제임스 카메룬이 연출한 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흥행에 실패한 영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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