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감독의 할리우드 정복기-80화 (80/145)

# 80 < 또 한번의 트리플 크라운 (3) >

133.

연장 상영 기간을 포함해,

총 5주간에 걸친 영화 <터미네이터2>의 상영이 모두 끝났다.

총 관람료 누적 수익은 3억 달러.

여기에 해외 수익까지 포함하면 최소 6억에서 7억 달러 정도의 수익은 가뿐히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는 영화사 Film Kim 창립 이래 가장 많은 수익이었다.

‘역시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 감독 제임스 카메룬을 우리 회사로 영입한 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어.’

<터미네이터2>의 성공은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영화를 본 영화사 관계자들이 영화에 사용된 화려한 CG 기술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이에 대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 ILM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CG 기술력을 쫓아오려면 아직 한참이나 멀었지. 덕분에 한동안은 우리 회사가 CG 관련 영화의 제작과 공급을 독점할 수 있을 테고.’

그런데.

영화 <터미네이터2>가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단순히 화려한 CG 기술이 사용되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매우 뛰어난 완성도를 가진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터미네이터2> 시나리오 내용 가운데 관객과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이른바 ‘킬링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였다.

‘그 첫 번째는 바로 터미네이터 T-800이 존 코너와 처음으로 조우하는 장면이지. 여기에는 관객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뜻밖의 반전이 숨어 있었고.’

내가 머릿속으로 관련 영화 장면을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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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한 쇼핑센터 오락실.

친구로부터 경찰이 자신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존 코너가 직원 전용 통로를 이용해 몰래 그곳을 빠져나오려 하고 있었다.

앞서 자신이 친 사고 때문에 경찰이 자신을 잡으려고 한다는 오해를 한 것이다.

그런데.

- 철컥!

출입문이 열리며 검은 선글라스를 눌러쓴 남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그가 손에 든 커다란 장총 들어 올려 존 코너를 겨냥했다.

“아, 안돼!”

놀란 존 코너가 황급히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때마침 그쪽에서는 제복을 입은 경찰 하나가 걸어오고 있었다.

존 코너가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찰라,

“엎드려.”

장총을 든 남자가 존 코너를 향해 말했다.

반사적으로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존 코너.

동시에 남자의 손에 들려있던 장총이 불을 뿜었다.

- 타앙!

남자가 맞은편의 경찰을 향해 총을 쏜 것이다.

그런데,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총에 맞은 경찰의 몸에 마치 쇳구덩이처럼 커다란 구멍이 생겨난 것이다.

게다가 죽지도 않고 멀쩡하게 다시 장총을 든 남자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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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장면에서 장총을 들고 나타난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본 관객들은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을 하지. 그가 전편과 마찬가지로 악역을 맡아 미래에서 존 코너를 죽이러 온 터미네이터일 것이라고. 하지만 다음 장면을 본 관객들은 자신의 이런 생각이 완벽하게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지. 왜냐하면 존 코너를 공격한 것은 경찰, 정확하게 말하면 액체금속이 모습을 바꾼 T-1000이고, 그가 쏜 총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존 코너를 보호해 준 것이 오히려 T-800 역할을 맡고 있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였으니까.’

영화의 첫 부분에 등장하는 이 같은 반전 내용과 더불어,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 또 하나의 내용은 바로 액체금속 T-1000의 모습이었다.

영화에서 T-1000은 자신과 접촉한 모든 사람의 외형을 완벽하게 복제해서 사람들을 속인다.

또한 웬만한 충격이나 폭발에도 끄떡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획기적인 ‘액체금속’의 위력은 관객들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의 인상에 깊이 남은 장면은 바로 영화의 가장 마지막 엔딩씬, 다시 말해 터미네이터 T-800이 스스로 용광로 속으로 들어가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이지.’

내가 또 한번 머릿속으로 관련 영화 장면을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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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외곽의 한 공장.

펄펄 끓는 용광로 앞에 선 존 코너가 눈물을 흘리며 T-800을 향해 말했다.

“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요.”

“미안하다, 존. 하지만 여기서 모든 걸 끝내야 해.”

“안 돼! 가지 마. 이건 명령이야. 내가 당신에게 내리는 명령이라고!”

두 사람이 서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인류를 멸망으로 가져온 인공지능 스카이넷의 출현이 자신의 몸속에 있는 CPU 칩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T-800.

이에 그는 스스로 용광로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스카이넷의 등장을 원천봉쇄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존 코너는 T-1000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자, 여태껏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동료나 다름없는 T-800의 최후를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그에게 울고 불며 매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T-800이 존 코너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난 네가 왜 우는지를 알 것 같아. 하지만 나는 할 수 없는 일이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존 코너의 명령을 거부한 T-800이 끝내 용광로 속으로 들어갔다.

존 코너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T-800의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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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네이터2>의 엔딩 장면, 이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된 장면이지. 일개 기계인 터미네이터조차 인간 생명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 인간 또한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니까 말이야.’

내가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 벌컥!

사무실 문이 열리며, 제임스 카메룬이 모습을 드러냈다.

“킴.”

“아, 지미, 어서 와요.”

내가 제임스 카메룬을 향해 농담을 던졌다.

“그새 얼굴이 아주 좋아졌는데요? 영화 개봉 전에는 그렇게 죽을상을 하고 있더니만.”

“영화가 이렇게나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제가 어찌 얼굴이 좋아지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하하.”

“축하해요, 지미. 영화 <터미네이터>가 전편에 이어 또 한 번 큰 성공을 거두 것을요.”

“이게 다 킴 덕분입니다. 킴이 저를 믿고 이번 영화에 전적으로 투자를 해준 데다 영화 중간중간 제작자로서 많은 도움을 주었으니까요.”

“뭘요. 이건 전적으로 지미가 좋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 또한 훌륭하게 해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말인데요, 지미.”

“예.”

“내가 몇 가지 지미에게 할 말이 있어요. 그래서 지미에게 사무실로 오라고 한 거예요.”

“뭡니까, 그게?”

내가 제임스 카메룬을 향해 말했다.

“일단 이번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었으니, 제작사 대표로서 내가 지미에게 특별 인센티브를 제공하려고 해요.”

“인센티브요?”

“예.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면 연출을 맡은 감독에게 그만큼의 금전적인 보상을 하는 것이 관례잖아요.”

“저야 뭐,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죠.”

“내 생각에는 관람료 수익의 5% 정도가 적당할 것 같은데, 지미 생각은 어때요?”

“5%면......”

“대략 3천만 달러에서 3천 5만 달러 정도가 되겠네요.”

“!!!”

제임스 카메룬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는 우리 돈으로 200억이 훌쩍 넘는 거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가 다시 말했다.

“앞으로 지미가 만드는 영화에는 절대 제작비 상한을 두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드리려고요.”

“제작비 상한선이 없다고요?”

“예. 앞으로 지미가 좋은 시나리오만 가져오면 제작비는 얼마가 됐든 상관없이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게요.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나와 함께 영화 작업을 하겠다고 약속해줘요.”

내 전생의 기억에 따르면,

제임스 카메룬은 할리우드 영화감독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작비를 사용하기로 유명했다.

실제 그는 영화 <타이타닉>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제작비를 사용했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자신의 보수는 물론 추후 찍게 되는 영화의 보수까지 모두 포기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투입만큼 산출이 확신한 감독이 바로 제임스 카메룬이기도 하지. 앞으로 그는 영화 <타이타닉>, <아바타> 등과 같은 영화를 통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벌어들이게 될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존재가 될 테니까.’

“고마워요, 킴. 무명인 저를 감독으로 발탁해준 것도 모자라 이렇게 매번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니까 말이에요.”

“뭘요. 지미와 같은 뛰어난 영화적 재능을 가진 감독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나도 무척이나 기뻐요.”

“아 참, 그러고 보니 킴이 연출한 영화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면서요?”

“예. 다음 주부터 곧바로 극장 상영이 시작될 예정이에요.”

“킴이 직접 연출을 한 영화라서 그런지 무척 기대가 되네요. 이참에 직접 극장에 가서 관람을 해야겠어요.”

“이번 영화는 꽤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영화라서 나도 무척 걱정되네요.”

“잘 될 거예요. 영화감독으로서 킴의 이름값도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상영 기간이 연말이라 특수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고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134.

1986년 겨울.

영화 와 <터미네이터2>에 이어,

Film Kim이 제작한 또 한 편의 영화가 극장 상영을 시작했다.

전작의 연이은 흥행,

그리고 Film Kim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 덕분에 개봉관 확보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북미 전역에 무려 5,000개가 넘는 개봉관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의 흥행에 있어 개봉관 숫자는 무엇보다 중요하지. 특히 대다수 사람이 영화 한 편 정도는 기본적으로 관람하는 연말 시즌에는 더더욱 그렇지. 딱히 어떤 영화를 보겠다고 정하지 않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까지 자연스럽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만드니까 말이야.’

물론 그렇다고,

많은 개봉관 숫자가 곧바로 영화의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보다 더 많은 개봉관을 확보하고도 흥행에 실패한 영화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결국 영화의 흥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영화의 완성도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에 내가 만든 영화 는 완벽한 흥행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지. 관객들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 다시 말해 자신이 직접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이번 영화니까 말이야.’

역시나,

이번에도 내 예상은 적중했다.

영화 개봉과 동시에 세간의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 전쟁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영화 , 연말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 시각적 리얼리즘의 끝을 보여준 영화 에 대한 관객들의 호평이 줄을 잇고 있어.

- 영화 , 앞선 <지옥의 묵시록>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대작 전쟁 영화의 탄생을 예고하다!

- 는 카메라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리얼리즘의 극한에 도달한 영화이다. 위기에 처한 아군 병력을 구하기 위해 나선 두 병사의 시선을 통해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전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영화 에 사용된 촬영기법은 영화적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원 컨티뉴어스 숏’이라는 획기적인 촬영방법 덕분에 나는 오프닝에서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단 한 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 영화 는 역대 최고의 전쟁 영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영화이다. 영화의 독특한 미장센, 획기적인 촬영기법, 무엇보다 전쟁의 참상을 관객들이 직접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이 기존의 영화와는 다른 이 영화만의 특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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