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 < 또 한번의 트리플 크라운 (2) >
131.
영화 촬영 현장.
이른 아침부터 스태프들이 촬영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새벽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흐린 날씨.
이번 씬을 촬영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상 조건이었다.
‘오늘 촬영할 장면은 이번 영화의 대미를 장식할 최종 엔딩씬이지. 이 촬영만 무사히 끝나면 무려 5개월 넘게 진행된 이번 영화 촬영도 모두 끝나게 되는 것이고.’
“준비 끝났으면 바로 촬영 시작합니다. 카메라 스탠바이, 레디, 액션!”
메가폰을 타고 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카메라 앵글 속으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의 주인공인 다니엘 중사역을 맡고 있는 배우 톰 크루즈였다.
무척이나 지쳐 보이는 그의 표정과 걸음걸이가 그동안의 여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다니엘이 눈앞에 보이는 울창한 숲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그 순간.
“God save our gracious Queen, Long live our noble Queen......”
(하느님, 자비로우신 우리의 여왕을 지켜주시고, 고귀한 우리의 여왕께서 만수무강하게 하소서.)
어디선가 영국 국가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목적지인 영국군 주둔지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God save the Queen, send her victorios......”
(하느님, 우리의 여왕을 지켜주소서. 그녀에게 승리를 주소서.)
지휘관을 찾아다니는 다니엘의 뒤로 계속되는 병사들의 경건한 노랫소리.
이는 피로 얼룩진 전쟁터의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며 몹시도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2연대 본부 소속 다니엘 중사입니다. 이곳 책임자를 만나고 싶습니다.”
다니엘의 말에 한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이번 영화에서 데이비드 대위 역을 맡아 카메오로 출연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유명 액션 배우 배니 스콧이었다.
“내가 이곳 책임자인 데이비드 대위이다. 무슨 일인가?”
“본부 맥도웰 대령님의 공격 중지 명령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공격 중지 명령서?”
“예. 지금 독일군이......”
다니엘이 데이비드 대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랬군. 어쩐지 독일군이 쉽게 진지를 버리고 후퇴를 하는 것 같더라니, 역시나 함정이었군.”
“지금 당장 병력을 후방으로 철수시켜야 합니다. 대위님.”
“그렇게 하지. 고맙네, 중사. 자네가 이 많은 부대원의 목숨을 살렸어.”
“아닙니다.”
“돌아가기 전에 의무대에 들러서 치료부터 받고 가게. 부상이 제법 있어 보이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대위님. 제가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
“예.”
다니엘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데이비드 대위에게 내밀었다.
“2대대 소속 폴 애덤스 일병을 찾아 이걸 좀 전해주십시오. 그의 형이 남긴 마지막 유품입니다.”
“이건......”
군번줄이었다.
그 주인은 앞서 폐허가 된 마을에서 독일군과의 전투 과정에서 전사한 브라이언 상병이었고.
“자네와 함께 이번 임무를 맡은 병사의 것인가?”
“그렇습니다.”
“유감이군. 같이 살아서 왔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다행히 긴 고통은 없었습니다.”
“혹시 따로 전할 말은 없는가? 그 친구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 같은 거 말이야.”
“동생인 폴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둘이 같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집이라......”
데이비드 대위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마치 독백하듯 말했다.
“그래. 우리가 지금 여기서 목숨 건 전쟁을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지. 저기 저 노랫말에 나오는 조국이니, 명예니 하는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적들로부터 내 집,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이지.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죽은 그 친구와 자네는 누구보다 훌륭한 전투를 했군. 자신의 가족,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이곳까지 왔으니 말이야.”
“......”
“걱정하지 말고 치료부터 받게. 내 자네의 부탁은 반드시 들어줄 테니까. 복귀하는 대로 곧바로 폴 일병을 찾아 형의 유품과 마지막 말을 전달하겠네.”
“감사합니다, 대위님.”
잠시 후,
데이비드 대위의 지시를 받은 영국군 병사들이 서서히 철수를 시작했다.
멀찌감치 서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니엘도 천천히 왔던 길을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아군 병사들의 목숨을 구한 전쟁 영웅의 모습치고는 너무나도 평범한 모습으로.
“컷, 오케이!”
카메라 앵글을 통해,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내가 메가폰을 들고 소리쳤다.
“자,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현장 정리하고 철수 준비 시작하세요.”
이로써,
영화 의 촬영이 모두 끝이 났다.
이제 남은 것은 포스트 프로덕션이라 부르는 영화 후반 작업.
이 작업이 모두 끝나면 비로소 극장 스크린을 통해 이번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을 보이게 될 것이다.
132.
1986년 가을.
영화사 Film Kim의 이름으로 제작된 영화 세 편이 연달아 북미 영화시장에 선을 보였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들이 하나같이 세간의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었다.
가장 먼저 개봉한 영화는 레이첼이 연출을 맡은 영화 였다.
‘영화 . NASA 최초의 흑인 여성 엔지니어인 매리 잭슨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앞선 영화 와 마찬가지로 ‘인종 차별’을 주제로 한 영화이지.’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인종 차별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상업 영화의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조차도 이를 주제로 한 영화 <컬러 퍼플>을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 는 기존의 그것과는 크게 차별되는 점이 한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번 영화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지. 그 때문에 영화를 본 관객들도 더욱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테고. 실제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영화 <히든 피겨스>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실화 영화가 주는 감동 때문이었으니까 말이야.’
역시나,
내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극장 개봉과 동시에 영화 가 사람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몰고 온 것이다.
각종 언론과 영화잡지를 통해 관련 소식이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었다.
- 하반기 북미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몰고 온 영화 .
- 개봉 2주에 이미 1억 달러의 관람료 수익을 돌파한 영화 , 인종 차별을 주제로 한 역대 영화 가운데 가장 큰 흥행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 2주 연속 북미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 의 흥행 비결은?
평론가들의 호평도 줄을 이었다.
- 영화 는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훌륭한 영화이다. ‘인종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해학과 유머로 풀어낸 레이첼 도나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 영화 가 더욱 감동적인 것은 이 영화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통해 나는 사람이 우주를 가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바로 편견을 깨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 영화 는 미국의 위대한 도약을 이끈 흑인 여성 과학자들의 업적을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훌륭한 영화이다. 영화 에 이어 또 한 번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레이첼 도나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
.
.
“2억 달러에요, 킴. 이번 영화 의 누적 관람료 수익이 무려 2억 달러를 기록했다고요.”
아침 일찍부터 내 사무실로 찾아온 레이첼이 호들갑을 떨었다.
‘인종 차별’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
제작비도 불과 천오백만 달러밖에 들어가지 않은 영화가 이정도로 큰 흥행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연출을 맡은 레이첼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레이첼과 달리 난 이미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것이란 것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지. 왜냐하면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히든 피겨스>가 3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지.’
속마음을 감추며 내가 레이첼에게 말했다.
“다행이네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흥행에 크게 성공했으니 말이에요.”
“이게 다 킴 덕분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킴.”
“뭘요. 이번 영화는 제가 소재만 제시했을 뿐이지, 시나리오와 연출은 오롯이 레이첼이 다 한 영화 아닙니까? 그러니 영화의 성공도 레이첼 덕분이죠.”
“그래도 킴이 중간중간 많은 조언을 해준 덕분에 제가 영화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갈 수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레이첼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저녁에는 제가 킴에게 근사한 저녁을 살까 하는데. 비싼 와인도 함께 곁들여서 말이에요.”
“그거 정말 반가운 이야기네요. 안 그래도 요즘 영화 촬영 때문에 레이첼이랑 제대로 데이트도 못 했는데.”
“그럼 지금 나갈까요?”
“그래요, 레이첼.”
***
영화 의 최종 관람료 수익은 총 3억 달러.
북미 영화시장과 해외 영화시장에서 거둔 수익을 총 합산한 금액이었다.
이는 제작비 대비 20배의 엄청난 수익이었다.
‘이번 영화의 성공으로 우리 Film Kim이 가져갈 몫은 최소 1억 달러 이상은 되겠군. 극장 배분 수익과 여타 부대 비용을 모두 제외하고도 말이야.’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영화 에 이어 또 한편의 흥행 대작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영화 <터미네이터2>. 할리우드 아니 전 세계 영화산업에 새로운 변혁을 가져올 엄청난 작품이지. 그 이유는 바로 이번 영화가 기존의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CG 기술이 사용되었기 때문이고 말이야.’
사실 영화 <터미네이터2>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이미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전편의 엄청난 흥행 성적 때문이었다.
특히 전편에서 선보인 화려한 특수 효과와 CG 기술은 영화를 본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큰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번 <터미네이터> 속편 제작에는 무려 1억 2천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되었지. 기존에 우리 회사에서 만든 영화들과는 다르게 다량의 특수 효과와 CG가 들어간 영화라서 말이야.’
그 때문인지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회사 직원들은 물론 특히 연출을 맡은 제임스 카메룬의 경우는 며칠째 밤잠을 설칠 정도로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전혀 없어, 이 사람들아. 전생의 내 기억에 따르면 영화 <터미네이터2>는 전작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할리우드 영화계의 일명 소포모어 징크스를 완전히 깨뜨리고 전 세계적으로 무려 7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흥행 수익을 올리게 되니까 말이야.’
역시나,
이번에도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영화 의 성공적인 상영이 끝나기가 무섭게 극장에서 개봉을 시작한 <터미네이터2>는 그야말로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북미 극장가를 강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 ‘I will be back’, 극 중 대사처럼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영화 <터미네이터2>.
- 할리우드 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터미네이터2>의 개봉 소식에 많은 영화 팬들이 극장으로 몰려들어.
- 연일 매진 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 <터미네이터2>, 영화 사상 최대의 흥행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 3주 연속 북미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 <터미네이터2>, 누적 관람료 수익은 이미 3억 달러를 넘어서.
-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터미네이터2>의 특수 효과와 CG 기술,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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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영화 <터미네이터2>의 성공은,
연일 각종 언론 매체와 영화잡지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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