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감독의 할리우드 정복기-68화 (68/145)

# 68 < 반전 영화 (6) >

111.

영화 의 프리 프로덕션은,

Film Kim과 유니온 픽처스 두 회사의 합병 작업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합병으로 Film Kim에는 세 가지 큰 변화가 나타났다.

첫째는, 투자 전문 부서의 신설이었다.

그동안 Film Kim은 외부 투자를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일을 주로 해왔다.

물론 이전에도 투자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디아나 존슨> 시리즈와 같은 일부 할리우드 영화나 특히 홍콩 쪽 영화 제작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투자의 규모는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폭 늘어나게 된 것이다.

‘물론 투자할 영화의 최종 컨택은 반드시 나의 승인을 거쳐야만 하지. 어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어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야.’

둘째는, 새로운 사옥의 건설이었다.

그동안 Film Kim은 할리우드에 있는 빌딩 여러 층을 임대해 사무실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합병을 계기로 새로운 사옥 건설이 본격화되었다.

기존의 빅식스(Big Six) 영화사들만큼이나 큰 규모의 사옥이었다.

그리고 이는 할리우드 영화계를 뒤흔들 새로운 다크호스가 출현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에 ‘Kim’이라는 이름이 버젓이 적힌 대형 건물이 들어선 모습을 보면 누구보다 우리 아버지가 가장 기뻐하겠군.’

마지막으로 Film Kim에 나타난 변화는......

“킴. 얼굴이 왜 이렇게 피곤해 보여요?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사무실로 출근하는 나를 향해 레이첼이 물었다.

냉수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내가 대답했다.

“아, 어제 조지랑 늦게까지 술을 좀 마셨어요. 그보다 레이첼......”

“네.”

“아무래도 우리가 조지가 가지고 있는 ILM의 지분을 매입해야할 것 같아요.”

“갑자기 ILM 지분은 왜요?”

내가 레이첼에게 어젯밤 조지 루이스와 나눈 대화를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지금 킴의 말은 루이스 씨가 이혼 위자료 마련을 위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ILM의 지분 대부분을 팔 예정이란 뜻이네요?”

“예. ILM은 앞으로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회사에요. 그러니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우리가 그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나나 조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회사가 넘어가면 곤란하니까.”

전생에서도 그랬다.

조지 루이스는 이혼 위자료 마련을 위해 ILM 산하의 일부 부서를 다른 곳에 팔아야만 했다.

미국의 주(州)법은 귀책 여부를 떠나, 이혼 시 배우자에게 재산의 절반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조금 마음이 안 좋네요. 루이스 씨는 킴과는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인데, 그런 좋지 않은 일이 생겨서요.”

“그러게요. 그래서 위로를 좀 해주느라 어제 둘이 같이 늦게까지 술을 마신 거예요.”

“아, 그래서 오늘 킴의 컨디션이 이렇게 안 좋아 보이는구나.”

“그런 셈이죠.”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란 영화가 있다.

초자연 공포영화인 이 영화의 주제는 한 마디로 ‘정해진 운명은 절대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조지 루이스의 상황도 이와 비슷한 것 같군. 내가 그동안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을 위해 많이 노력했지만, 결국 이렇게 된 것을 보면 말이야.’

어쨌든,

조지 루이스의 이혼은 특수 효과 전문 회사인 ILM이 Film Kim의 자회사로 완전히 편입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무척이나 중요한 사건이었다.

ILM은 할리우드, 아니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CG 제작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킴.”

레이첼이 나를 향해 말했다.

“다음 주부터 영화 이 크랭크 인 될 예정이죠?”

“예. 오늘 오후에 있을 최종 시나리오 리딩에서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요.”

“무척 기대되네요. 이번 영화의 결말을 본 관객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말이에요.”

레이첼은 이번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녀 또한 이번 영화의 결말을 처음 들었을 때, 조지 루이스 만큼이나 감탄을 금치 못했고.

“아무래도 킴은 천재인 것 같아요. 어떻게 매번 이렇게 좋은 영화적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는 거죠?”

“아직 장담하기는 일러요. 관객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의 반응을 보일지는.”

“에이, 제가 장담하는데 이번 영화는 반전 영화사상 최고의 작품이 될 거예요. 이전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부디 그렇게 되길 빌어야죠.”

***

Film Kim 대회의실.

감독급 스태프들과 더불어 영화 의 출연 배우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오늘 최종 영화 시나리오 리딩이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소 긴장감이 감돌고 있어야 할 회의실 분위기가 평소와는 전혀 달랐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관심이 모두 아역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어에게 쏠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참, 무슨 애가 이렇게 잘생겼대?”

“그러게. 보아하니 나중에 여자 꽤나 울리겠어.”

“저번에 카메라 테스트 때 보니까 연기도 곧잘 하더라고. 아역들 대부분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해서 연습한 걸 제대로 보여주기 힘든데 말이야.”

“워낙 어려서부터 카메라 앞에 서서 그런가 보군. 이대로 잘만 성장하면 할리우드를 뒤흔들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겠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어를 향해 다들 한마디씩 거드는 스태프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내가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 배우가 농담처럼 이런 말을 했었지. 자신도 아역배우 출신인데, 같은 시기에 아주 잘생긴 아역배우 하나가 모든 아역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무척이나 속상했던 적이 있었다고. 그게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어이고.’

어쩌면,

이번 영화 에서는 주연 배우인 알 피치노보다 아역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어가 더 대중들의 주목을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 그럼......”

조감독이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지금부터 시나리오 리딩 시작하겠습니다. 최종 점검인 만큼 다들 집중해서 리딩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배우들의 시나리오 리딩을 지켜보며,

내가 실제 영화를 통해 만들어질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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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의 예상과는 달리,

토미의 증상은 정신 분열이나 망상과 같은 정신과적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진짜 유령을 보는 아이였다.

이에 둘은 한동안 유령들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많은 일을 했고, 이 과정을 통해 서로 간의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었다.

“고마워요, 선생님.”

“뭐가?”

“제 말을 믿어주셔서요. 선생님 덕분에 이제 저도 더이상 유령이 무섭지 않게 됐어요.”

“아니, 오히려 고마운 건 나야.”

회한 가득한 표정으로 닉이 말했다.

“토미 네 덕분에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잘못들을 저질러 왔는지 깨닫게 되었으니까. 패트릭에게도 그렇고, 소피아에게도 그렇고.”

“패트릭은 누구고, 소피아는 누구예요?”

“있어, 그런 사람이.”

닉이 침대에 누운 토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생님은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 더 늦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무슨 일요?”

토미의 물음에 닉이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아내 소피아.

토미 덕분에 그는 더이상 그녀가 정신질환자가 아님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함께 새 출발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소피아!”

집으로 돌아온 닉이 침대에 누워 잠이든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닉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아내 소피아가 이미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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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조감독의 목소리에 내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이쯤에서 조금 쉬었다가 다시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합시다.”

“자, 그럼 30분 정도 쉬었다가 가겠습니다. 다들 화장실도 다녀오시고, 간식도 좀 챙겨 드세요.”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간 사이,

주연 배우인 알 피치노가 나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감독님.”

“아, 네.”

“감사합니다. 이런 좋은 영화에 출연할 기회를 제게 주셔서요.”

“뭘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배우와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더 영광이죠.”

오직 대사만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 리딩일 뿐인데,

그 속에서도 알 피치노의 연기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목소리 톤 하나만으로도 각기 다른 감정과 색깔을 녹여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알 피치노가 말했다.

“결말이 나와 있는 대본은 언제 공개하실 생각이십니까? 스태프들도 궁금한 지 저에게 자꾸 묻더군요.”

“아마도 영화 촬영 가장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그것도 촬영에 필요한 최소 인원에게만요.”

“흠, 그럴 만도 하군요. 이번 영화는 결말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화이니까.”

“오늘 리딩 끝나면 푹 좀 쉬세요. 다음 주부터 촬영 들어가면 많이 힘들 테니까.”

“감독님도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배우 알 피치노.

그런 그와 이런 사적인 대화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이나 영광스럽고 신기한 일이었다.

전생한 지 10년 가까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12.

1984년 초여름.

영화 이 크랭크 인 됐다.

이제 겨우 촬영 시작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에 대한 영화 관계자와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각종 언론과 영화잡지에 이번 영화와 관련된 내용이 다수 보도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었다.

- 조지 루이스 제작, 제임스 킴 연출의 영화 크랭크 인 소식에 많은 영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 또 한 번 뭉친 ‘제임스 킴 사단’, <스페이스 워즈>와 <레이더스>의 신화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 <체이스 오브 리벤지> 시리즈 성공에 이어 3년 만에 직접 메가폰을 잡은 제임스 킴 감독, 이번에 그가 새롭게 선보일 작품은 새로운 형식의 스릴러 영화로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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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첫 촬영 현장.

수십 명의 스태프가 분주히 오가며 촬영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촬영 카메라 설치 및 포커스 조정.

조명과 반사판 설치.

배우들의 분장 및 리허설 등으로 촬영장은 내내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막상 촬영이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식간에 현장이 조용해진다.

마치 카메라가 포커스인(Focus-IN)되는 것처럼 배우들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모든 이목이 집중된다.

“카메라 스탠바이, 레디, 액션!”

메가폰을 타고 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본격적인 영화 촬영이 시작되었다.

이번 영화는 러닝타임 90분, 총 110개의 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스릴러 영화에 걸맞는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러닝타임과 씬 간격을 짧게 가져간 것이다.

‘반전 영화의 가장 큰 단점 가운데 하나가 충격적인 반전 결말이 공개되기 이전에 관객들이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 실제 반전 영화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영화 중에 하나인 <유주얼 서스펙트>도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지루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었지. 물론 마지막 5분의 충격적인 반전이 그 모든 단점을 모두 극복하고도 남음이 있었고.’

전생의 기억 덕분에 이를 잘 알고 있는 나는,

영화 외적인 장치를 통해서도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영화 은 대미를 장식할 최종 엔딩 촬영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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