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 < <체이스 오브 리벤지2: Ride or Die> (5) >
제임스 카메룬과 내가 문을 나서려는 찰나,
비비 케이츠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어? 두 분 감독님 어디 가세요?”
비비 케이츠의 물음에 내가 대답했다.
“아, 지미랑 같이 상의할 일이 좀 있어서 근처 레스토랑에 가서 맥주나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려고요. 근데,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뇨, 특별한 용건이 있는 건 아니고......”
비비 케이츠가 자신의 팔을 허공에 붕붕 돌리며 말했다.
“지난번에 다친 팔, 다 나았다고 말씀드리려고요, 헤헤.”
“그래요? 그거 정말 다행이군요.”
이번 영화에서 비비 케이츠가 맡고 있는 여주인공 ‘달리’ 역은 액션 장면이 제법 많았다.
그 덕분에 그녀는 촬영 내내 부상을 달고 살다시피 했다.
촬영 초기에는 발목을, 그리고 얼마 전에는 팔꿈치 쪽에 부상을 입은 것이다.
“아쉽네요. 전 내일 촬영 없는 날이기도 해서 감독님 시간 되시면 밥이나 사달라고 이야기하려 했는데.”
“아직 저녁 안 먹었어요?”
“네.”
“그럼 같이 가요. 우린 맥주, 비비는 밥.”
내가 제임스 카메룬을 향해 물었다.
“괜찮죠, 지미?”
“물론입니다.”
***
할리우드 인근의 고급 레스토랑.
영화 관계자나 유명 배우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또한 이곳은 일전에 영화 촬영이 끝나고 내가 레이첼과 같이 밥을 먹었던 곳이기도 했다.
“우와, 여기 되게 고급지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비비 케이츠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여기 엄청 비싼 곳인 것 같은데, 맞죠, 감독님?”
“아, 그냥 뭐......”
내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내가 할리우드에는 아는 식당이 여기 밖에 없어서요.”
“우, 저기 저 사람들 꽤 유명한 배우인 것 같은데, 누구더라?”
“크리스토퍼 리브. 영화 <슈퍼맨>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죠.”
“아, 맞다! 그 옆에 계신 여자분은 마곳 키더 맞죠? 영화에서 슈퍼맨의 연인 역할로 나오는.”
“맞아요. 듣자니 영화 <슈퍼맨> 3편이 다시 제작되고 있다고 하던데, 아마도 다들 그 때문에 모여 있는 것 같군요.”
때마침 누군가가 나를 향해 아는 척을 해왔다.
<스페이스 워즈>와 <레이더스> 촬영 때 인연을 맺은 배우 윌리엄 포드였다.
“감독님, 오래간만입니다. 그간 별일 없으셨죠?”
“아, 윌리엄. 정말 오래간만이에요.”
“듣기로 감독님께서 새 영화를 촬영하고 계신다던데요?”
“네. <체이스 오브 리벤지> 속편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여긴 작업을 함께 하는 스태프와 배우인데 모처럼 같이 식사나 한 끼 할까 해서요.”
“그렇군요.”
“그나저나 많이 속상하겠어요. 지난번에 출연한 <복제인간>이 흥행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서.”
“으, 그 영화라면 말도 마십시오. 촬영 내내 어찌나 고생을 했던지. 그나마 흥행 성적이라도 잘 나왔으면 위안이라도 삼겠는데, 흥행마저 실패해버렸으니 말이에요.”
“곧 다시 좋은 배역을 맡을 수 있을 거예요. 윌리엄은 내가 본 배우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니까요.”
“과찬이십니다. 그보다 다음 영화 제작 때는 저를 꼭 좀 불러주십시오. 감독님이 연출하는 영화라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오겠습니다, 하하.”
“그래요. 조만간 또 인연이 있겠지요.”
윌리엄 포드가 자리로 돌아가고,
다시 비비 케이츠가 나를 향해 말했다.
“와, 감독님 정말 멋있으세요. 그 유명한 윌리엄 포드 씨와 그렇게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감독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새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뭘요. 그보다 메뉴부터 골라요. 요즘 비비가 촬영 때문에 고생이 많으니까 내가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요. 허구한 날 부상을 달고 사는 것 같아 보는 내가 다 안쓰럽네요.”
“정말요? 그럼 저 왕창 시켜서 먹을 거예요. 나중에 후회하기 없기에요, 감독님.”
비비 케이츠가 신이 난 표정으로 메뉴판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사이에 두고, 내가 다시 제임스 카메룬을 향해 말했다.
“그나저나, 지미.”
“예, 감독님.”
“전에 말했던 그 영화 시나리오, 어느 정도나 완성됐어요?”
“열심히 쓰고 있기는 한데, 요즘 현장 일이 워낙 바빠서요. 그래도 잠 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계속 쓰고 있으니, 조만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제작비나 기술 관련 문제는 우리 Film Kim에서 충분히 지원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미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만 가지고 와요.”
“감사합니다, 감독님. 안 그래도 지난번 감독님과 함께 ILM에 갔다 온 이후로, 마음 편하게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구상하고 있는 영화 시나리오가 얼마든지 영상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거든요.”
현재 조감독인 제임스 카메룬이 쓰고 있는 시나리오.
이는 바로 전 세계적으로 SF 액션 영화의 돌풍을 일으킨 <터미네이터>의 시나리오였다.
사실 속편과 달리 <터미네이터> 1편은 CG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영화였다.
제임스 카메룬이 <터미네이터> 1편을 제작할 당시에는 CG 기술이 그렇게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특수 효과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현이 되었다.
그래서 영상의 완성도는 거의 B급 영화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나리오의 완성도나 참신성, 더 나아가 감독인 제임스 카메룬의 연출력 덕분에 영화는 개봉 이후 의외로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그동안 내가 ILM에 많은 돈을 투자한 덕분에 관련 기술은 내가 살던 전생의 시기보다 훨씬 빨리 발전하게 되었지. 따라서 이를 잘만 활용하면 영화 <터미네이터>의 완성도는 전생의 그것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을 거야.’
원작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흥행 요소들.
여기에 그동안 ILM이 축적한 CG 기술력이 더해진다면 아마 영화 <터미네이터>는 전생보다 훨씬 큰 흥행 성적을 기록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제임스 카메룬 뿐만이 아니지. 앞으로 할리우드를 주름잡게 될 유명 감독을 더욱 많이 우리 Film Kim으로 영입해서 영화를 만들게 하면, 현재 ‘빅식스(Bib six)’ 영화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전 세계 영화산업의 패권을 완전히 우리 Film Kim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거야.’
“감독님?”
“네, 지미.”
“무슨 좋은 일 있으십니까?”
“네?”
“감독님이 갑자기 흐뭇한 미소를 지으셔서요.”
“아, 별거 아닙니다. 그냥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랬네요.”
“그럼 실례지만 감독님.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래요. 갔다 와요.”
제임스 카메룬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내가 비비 케이츠를 향해 말했다.
“저기, 비비.”
“네, 감독님.”
“한 번에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니에요?”
내가 살짝 염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 제임스 카메룬과 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그녀는 앞에 놓인 음식을 끊임없이 자신의 입에 집어넣고 있었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 법이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여배우인데, 먹어도 너무 많이 먹는 것이 다소 마음에 걸린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내 걱정이 무색하게,
비비 케이츠는 양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음식을 입에 잔뜩 머금은 채로,
천진난만 미소까지 지으며 말했다.
“헤헤, 괜찮아요, 감독님. 전 원래 먹어도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라서요. 그리고 내일 쉬는 날이니, 웨이트 빡세게 하면 돼요.”
“뭐, 그렇담 나도 할 말은 없고요.”
“감독님도 좀 드셔 보세요. 이 집 음식 되게 맛있어요.”
비비 케이츠가 스테이크 한 점을 크게 썰어 내 앞에 내밀었다.
그런데.
“여기 있었네요, 킴.”
갑자기 뒤쪽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레이첼이었다.
“어, 레이첼이 여긴 어쩐 일로......”
“촬영 끝나고 지인과 약속이 있어서 들렀는데, 마침 킴이 보이더라고요.”
“저도 촬영 끝나고 모처럼 조감독이랑 같이 맥주나 한잔 할까 하고 왔는데......”
레이첼이 내 맞은편에 앉아 있는 비비 케이츠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아, 조감독님이랑요......”
“......”
타이밍 참 절묘하군.
그렇다고 여기서 내가 조감독은 화장실에 갔고, 비비는 그저 밥을 안 먹어서 데리고 온 것뿐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너무 궁색해 보일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마침 비비 케이츠가 커다란 스테이크를 내 입에 넣어주려는 참이 아니었던가.
‘흠. 이거, 괜한 오해 받기 딱 좋은 상황이 되어버렸군.’
“그럼 두 분 식사 맛있게 하세요. 아, 그리고 오늘 촬영분은 사무실에 뒀으니, 내일 확인해보시고 보충할 부분이 있으면 따로 이야기해주세요.”
“그럴게요, 레이첼.”
때마침 화장실에 갔던 제임스 카메룬이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예?”
“화장실 간 지가 언젠데 이제야 오는 거냐고요.”
“아, 그게, 화장실이 어딘지 몰라 찾아 헤메느라......”
“지미가 늦게 오는 바람에 맥주 김이 다 빠져버렸잖아요. 에잇, 가서 새로 맥주 주문하고 와야겠네.”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뒤로 제임스 카메룬의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읔! 감독님 왜 갑자기 화나신 거예요? 비비 혹시 나 없는 사이 뭐 실수한 거 있어요?”
영문을 모르는 비비 케이츠는 그저 어깨만 으쓱해 보일 뿐이었고.
근데......
제임스 카메룬의 말마따나 내가 왜 화난 거지?
75.
영화 <체이스 오브 리벤지2>의 촬영도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대로 계속 진행된다면 촬영에 걸린 총 소요 시간은 대략 5개월 남짓이 될 터.
영화의 스케일이나, 현재 할리우드 영화의 평균적인 촬영 시간과 비교해보면 무척이나 빠른 속도였다.
<완성도 높은 영화를, 그것도 매우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내는 영화감독>
나를 지칭하는 이 수식어가 이번 영화를 통해서 또 한 번 증명이 되고 있었다.
***
<체이스 오브 리벤지2> 촬영 현장.
오전에는 세트장 촬영이, 오후에는 로케이션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 두 장면은 모두 이번 영화의 대미를 장식할 엔딩 씬으로 사용될 것이었다.
“감독님. 각 팀 촬영 준비가 모두 완료됐습니다.”
조감독인 제임스 카메룬의 보고를 받은 내가 곧바로 손에 든 메가폰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자, 그럼 촬영 시작합니다. 스탠바이, 레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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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특수 부대 본부.
주인공 이든이 놀란 얼굴로 달리에게 물었다.
“그, 그게 가능한 일에요?”
“이론적으로는요.”
“이론적?”
“네. 어차피 설명해도 모를 테니까 간단히 결론만 이야기할게요. 현재 티토 일당들이 탈취해 간 핵융합 발전기는 고출력 레이저로 핵융합을 일으키는 방식이에요. 그런데 이 레이저의 출력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이는 더 이상 발전기라고 부를 수 없게 되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핵폭탄, 더 정확하게 말하면 소형 수소폭탄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달리의 말은 티토 일당들이 탈취해 간 핵융합 발전기를 역이용해서 그들을 일망타진하자는 겁니까?”
“바로 그거에요.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요.”
“뭡니까?”
“하나는 놈들의 본거지에 무사히 잠입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소형 수소폭탄이 터지기 전까지 그곳을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지 못하면......”
“우리도 놈들과 같은 운명이 되겠군요. 뼛가루조차도 찾지 못할.”
“맞아요.”
“그래서......”
팀의 리더인 배거슨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내가 한 가지 방법을 찾아냈소.”
“뭡니까,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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