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감독의 할리우드 정복기-42화 (42/145)

# 42 < 새로운 투자 방법 (2) >

65.

LA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일명 ‘크라우드 펀딩’이 마무리되었다.

참여자는 대략 2천 명가량.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5천 달러(한화 300만 원) 내외였다.

적지도,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금액.

어쨌거나 그 덕분에 나는 약 천만 달러 정도의 제작비를 더 확보할 수 있었다.

사실 LA에 사는 대다수 한인은 경제적인 형편이 그리 좋지 못한 편이었다.

그들 대부분이 영세한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천 명이나 되는 사람이 이번 영화의 투자에 참여한 것은 순전히 나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제작한 세 편의 영화는 예외 없이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그것도 제작비 대비 각각 300배, 20배, 1,000배라는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하며.

이에 투자에 나선 한인들은 나의 다음 영화도 흥행에 성공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내가 동양인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은 이들의 믿음을 한층 더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 때문에 많은 한인이 우리 회사의 투자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다들 기대해도 좋아. 앞으로 대략 1년 정도 후면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될 테니까 말이야.’

희소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체이스 오브 리벤지> 2탄 제작 소식을 전해 들은 유명 자동차 회사가 이번 영화에 협찬 제안을 해온 것이었다.

“포드(Ford) 자동차요?”

나의 물음에 여직원 이레나가 대답했다.

“네, 사장님. 어제 포드사 홍보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었는데, 사장님이 투자 문제로 자리를 비웠다고 하니 들어오시는 대로 꼭 연락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얼마 전 나는 영화 <체이스 오브 리벤지2> 제작과 관련된 정보를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인 포드, GM, 크라이슬러 모두에게 보냈다.

이번 영화가 자동차 추격 액션 영화인 만큼 관련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협찬을 받아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하나인 포드사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아마도 지난 영화 <레이더스>에서 쌓은 인연 때문이겠지.’

일전에 내가 제작한 영화 <레이더스>에는,

주인공 인디아나 존슨을 뒤쫓는 나치 독일군의 설정이 있었는데, 이들이 사용했던 군용차가 대부분 포드사에서 구입한 자동차로 만들어졌다.

그 덕분에 포드사도 제법 톡톡히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었고, 그래서 아마 이번 영화에 적극적인 협찬 제안을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안 그래도 제작비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잘 됐군. 만약 포드사가 적극적인 차량 협찬에 나선다면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절약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이레나가 빙긋 웃으며 나를 향해 말했다.

“갑자기 일이 잘 풀리려나 봐요, 사장님. 제작비 문제도 그렇고, 협찬 문제도 그렇고.”

“그러게요. 연락처 받아둔 거 있죠?”

“예, 사장님.”

“지금 바로 담당자에게 연락해주세요. 제가 직접 포드사로 찾아뵙겠다고 말이죠.”

“알겠습니다, 사장님.”

***

미시간주 디어본.

GM, 크라이슬러와 더불어 미국 3대 자동차 회사 가운데 하나인 포드(Ford)의 본사가 있는 곳이었다.

내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에 내가 제작할 영화 <체이스 오브 리벤지2>의 차량 협찬 계약을 체결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내가 살던 전생에서는 영화나 TV 드라마를 통해 기업들이 제품을 홍보하는 경우가 매우 빈번했다.

특히 법으로 제품 노출 시간과 크기를 제한하고 있는 TV 드라마와는 달리 영화는 별도의 규정이 없었다.

이에 더욱 적극적인 제품 홍보가 가능했다.

‘하지만 1980년대는 아직 이런 PPL 형식의 광고가 흔한 시기는 아니지.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PPL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영화 가 흥행에 성공하고 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1982년에 만든 영화 는 할리우드 영화사상 최초로 PPL이 도입된 영화였다.

극 중에서 주인공이 외계인 ‘E.T.’를 집으로 유인할 때 모 회사의 초콜릿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초콜릿은 제조사로부터 수백 달러의 제작비를 지원받는 대가로 사용된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면서 이 회사의 초콜릿 또한 ‘E.T.가 좋아하는 초콜릿’으로 불리며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이다.

‘영화 의 성공으로 영화 PPL 시장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되지. 기업들이 자사 제품의 새로운 광고 수단으로 영화계를 주목하게 되면서 너도나도 영화에 자사의 제품을 넣으려고 시도하게 되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번 생은 달랐다.

이번에 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게 되면 영화 PPL 시장의 최초 개척자는 가 아닌 <체이스 오브 리벤지>가 될 것이었다.

‘물론 과도한 PPL은 영화 전체의 미장센이나 내용 흐름을 저해할 수 있지. 따라서 이번 포드사와의 계약도 이점을 유의해서 체결할 필요가 있고.’

내가 사무실도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나를 반갑게 맞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홍보팀 크리스 말린입니다.”

“제임스 킴입니다.”

“보내주신 자료는 잘 받아보았습니다. 자료를 검토한 회사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더군요. 이번 감독님의 영화가 우리 포드사의 자동차를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이죠.”

“그렇습니까?”

“예. 사실 요즘 우리 회사의 매출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일본 자동차들이 본격적으로 북미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른바 ‘빅3’로 불렸던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돌파구를 찾던 중 우연히 감독님이 보낸 자료를 보게 되었지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번에 제가 만드는 영화가 자동차 추격 액션 영화인 만큼 상영 시간 내내 포드사의 자동차가 꾸준히 노출될 것이고, 이는 그 어떤 매체보다 훨씬 높은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죠.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도 감독님의 영화 협찬에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하는 것이고요. 자, 그럼......”

크리스 말린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회의실로 가서 본격적인 사항들을 논의해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

.

.

협의는 원만하게 진행되었다.

포드사는 이번 영화에 자사 브랜드를 간접 노출하는 대가로 차량 및 기술 지원을 하기로 했고,

나는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천만 달러. 이번 포드사와의 협찬 계약으로 거의 천만 달러에 가까운 제작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었군.’

이제 남은 것은,

본격적인 영화 제작 준비에 돌입하는 것이었다.

66.

1981년 봄.

<체이스 오브 리벤지2: Ride or Die>가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다.

<체이스 오브 리벤지> 속편 제작 소식은 세간의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할리우드 영화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 그리고 기존의 틀을 벗어난 독특한 형식의 제작 방법 때문이었다.

- 자동차 액션 영화의 시초인 <체이스 오브 리벤지>, 속편 제작에 들어가다.

- 무려 5천만 달러의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된 <체이스 오브 리벤지2>,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고 전편과 같은 흥행 신화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 일명 ‘크라우드 펀딩’이라 불리는 독특한 제작비 조달 방식으로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의 눈길을 끈 영화 <체이스 오브 리벤지2>

- 영화 <체이스 오브 리벤지2>에서 도입한 크라우드 펀딩은 향후 할리우드 영화 제작 방법에 있어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 돼.

***

라스베이거스 사막.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된 대규모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공사 현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수십 대의 자동차가 늘어서 있다는 것이었다.

“저게 다 포드사에서 지원한 차량이란 말입니까?”

랄프 맥쿼리가 나를 향해 물었다.

그는 이번 <체이스 오브 리벤지2> 제작에서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었다.

“예. 물론 이 자동차들은 모두 랄프 씨가 디자인한 대로 똑같이 개조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고요.”

“상당히 험난한 작업이 되겠군요. 저 많은 자동차를 일일이 다 사람 손으로 개조하려면 말이죠.”

“이번 영화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액션 영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영화가 우리 <체이스 오브 리벤지>인 만큼, 강렬한 디자인의 맞춤형 차량 제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니까요.”

그랬다.

지금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의 공사는 바로 <체이스 오브 리벤지2>에 등장할 차량 개조 시설을 만드는 것이었다.

촬영 현장에서 직접 차량을 개조하고 수리하면서 영화의 자동차 액션 장면을 찍을 예정이었다.

‘이번 영화에 투입될 차량의 숫자는 총 80여 대. 이 차들은 모두 디자이너 랄프 맥쿼리가 도안한 일러스트와 동일한 모양으로 개조가 진행될 예정이지.’

사실 지난 몇 개월 동안,

랄프 맥쿼리와 나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번 영화에 등장할 차량을 디자인했다.

이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1. V12 가이아(Gaia)

포드사의 승용차 머스탱을 개조해서 만든 이 차는 영화의 주인공 ‘이든’이 탈 차량이었다.

설정상 12기통의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이 차량은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이름에 걸맞게 모래사막을 가로지르며 엄청난 스피드와 날렵한 움직임을 자랑할 예정이었다.

2. 니케(Nike) RS160

포드 에스코트 MK1을 개조해서 만든 이 차는 주인공 이든을 짝사랑하는 여주인공 ‘달리’의 차량이다.

아담하고 귀여운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엄청난 출력과 스피드를 자랑하고 있으며, 특히 영화에서 이든을 구하기 위해 악당의 대형 트럭을 뛰어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3. 우라노스(Uranos)

포드의 픽업 트럭인 F150을 개조해서 만든 이 차는 악당인 ‘티토’의 차량이다. 육중하고 단단한 차체는 마치 탱크를 연상케 한다.

4. 크로노스(Cronos)

포드사의 대형 트레일러 여러 대를 붙여 만든 이 차량은 악당들의 움직이는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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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체이스 오브 리벤지2>에 등장하는 수많은 차량은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만큼이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67.

영화사 Film Kim.

한가했던 사무실이 또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새 영화 <체이스 오브 리벤지2 : Ride or Die>의 프리 프로덕션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무실을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이번 영화의 조감독 역을 맡고 있는 제임스 카메룬이었다.

‘제임스 카메룬. 조지 루이스, 스티븐 스필버그와 더불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감독 가운데 한 사람, 아니 앞으로 그렇게 될 사람이지.’

내가 제임스 카메룬을 처음 만난 것은 앞선 영화 촬영장에서였다.

그는 최근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예 감독인 나에게 직접 사인 요청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나는 그의 정체를 알아채게 된 것이다.

‘제임스 카메룬은 앞으로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아바타>와 같은 할리우드 대작 영화를 만들어 낼 훌륭한 인재이지. 따라서 일찌감치 그와 친분을 쌓아 두면 앞으로 그가 만들 수 많은 영화들이 모두 우리 Film Kim의 이름으로 제작될 수 있을 거야.’

이것이,

내가 직접 제임스 카메룬을 이번 <체이스 오브 리벤지2>의 조감독으로 영입한 진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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