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 < 최초의 파운드푸티지 영화 (6) >
54.
영화 의 엄청난 흥행은 언론과 영화 관련 잡지를 통해 대서 특필되었다.
영화평론가들의 호평도 줄을 이었다.
- 영화 , 공포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리다!
- 2주 연속 북미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무려 2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린 영화 의 성공비결은?
- 제작비 대비 무려 1,000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해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영화
- 영화 은 ‘파운트 푸티지’라는 공포영화의 새로운 하위장르를 개척한 선구적인 영화이다. 이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공포감은 기존의 공포영화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 영화 에는 기존의 공포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자극적인 장면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마치 아마추어가 촬영한 듯한 투박한 영상과 극히 제한된 1인칭 시점 덕분이다. 어쩌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이러한 기법이 오히려 영상 속의 네 남녀의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 영화 에서 사용된 긴장감 넘치는 편집과 음향 효과, 특히 폐쇄 공포를 자극하는 장면들은 기존의 공포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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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은 비단 흥행의 측면에서만 화제가 된 것은 아니었다.
흥행 외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먼저 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모습을 본 할리우드 영화감독들이 앞다투어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영화 제작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 영화도 대부분 ‘실화’를 표방했고, 사실감을 준답시고 촬영내내 요란하게 카메라를 흔들어댔다.
하지만 앞선 으로 인해 ‘진짜인 듯, 진짜 아닌, 진짜 같은 영화’라는 파운드 푸티지 형식 영화의 비밀을 알아버린 관객들이 과연 그들의 영화에 똑같은 환호를 보내줄지는 미지수였다.
더불어 영화의 촬영장소였던 버몬트주의 베링턴 삼각지대가 새로운 명소(名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명 방송국의 탐사보도 전문팀에서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베링턴 삼각지대의 미스테리를 밝히기 위해 연일 많은 사람이 이 지역을 찾은 것이다.
덕분에 수십 년간 사람의 발길이 뜸했던 베링턴 삼각지대가 갑자기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고, 덕분에 지역 경제가 잠시 호황을 맞기도 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내가 제작한 영화 이 미국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영화 제작사이자 투자배급사인 유니온 픽처스.
레이첼 도나 사장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화 의 엄청난 성공 덕분인지, 그녀는 잔뜩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맙소사! 2억 달러라니.”
“왜요?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당연하죠. 우리 영화가 다른 장르도 아닌 공포영화니까요. 사실 관객의 반은 버리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바로 공포영화인데......”
“대신 남은 반이 다 우리 영화를 보러 왔나 보죠, 뭐. 흐흐.”
영화 의 성공으로 나는 극장 배분 수익 60%를 제외하고도 무려 8천만 달러라는 돈을 벌게 되었다.
이는 우리 돈으로 무려 500억에 달하는 막대한 액수였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추후 예정된 해외 배급과 VHS 판매 수익을 포함하면 수익이 최소 1억 달러는 가뿐히 넘을 수 있을 것이었다.
‘단 한 편의 영화로 무려 1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벌어들이다니!’
영화 산업이 얼마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었다.
“아 참.”
레이첼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지난번 킴이 제작한 <체이스 오브 리벤지>가 제작비 대비 얼마의 수익을 올렸었죠?”
“약 3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죠. 30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으니까.”
“맙소사! 그럼 이번 영화로 그 기록을 깨뜨린 거네요?”
“네. 원래 기록은 깨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하하.”
“으, 아무리 그래도 제작비 대비 1,000배의 수익이라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레이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뭘 그 정도 가지고.
나중에 <파라노말 액티비티>라는 영화가 제작비 대비 1만 배, 아니 세계 박스 오피스를 기준으로 따지면 무려 2만 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는 장면을 보게 되면 숫제 까무러치기라도 하겠군.
“정말이지 전 이번 영화가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그래요?”
“예. 우리 영화에는 기존의 공포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살인마나 악령과 같은 존재가 일절 등장하지 않잖아요. 그저 등장인물들을 뒤쫓는 검은 그림자의 존재만 계속 등장할 뿐이죠.”
“내 생각에는 그 점이 관객들을 더욱 공포스럽게 만든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마주한 것은 살인마나 악령이 아닌 ‘공포’ 그 자체니까요.”
내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이번 영화로 할리우드 내에서 영화감독으로서의 레이첼의 입지도 굉장히 탄탄해지겠군요. 처녀작이나 다름없는 이번 영화가 무려 2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게 되었으니 말이죠.”
“이게 다 킴 덕분이에요. 이번 영화는 각본도 제작도 모두 킴이 담당했으니까요.”
“아닙니다. 레이첼의 그 섬세한 연출력이 없었다면 이번 영화가 이렇게까지 성공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레이첼 양과 스태프들에게 특별 보너스를 좀 드리려고 하는데......”
“특별 보너스요?”
“예.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제작사에서 감독에게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 이 바닥의 관례잖아요.”
“호호, 그래서 얼마나 주실 건데요?”
“감독인 레이첼에게는 관람료 수익의 5%를 지급할 생각입니다. 나머지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들에게도 회사에서 적정액을 책정해 지급할 예정이고요.”
“5%라......”
레이첼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어째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적은 것 같은데요?”
“예? 그럼 얼마나 더......”
“5%에 보르도 산(産) 와인을 곁들인 근사한 저녁 식사. 그리고 극장에서 같이 영화 한 편 관람하기. 어때요? 내 조건이?”
“......그게 답니까?”
“그게 다라뇨? 킴은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감독이잖아요. 그런 킴의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값어치를 가지니까 저로서는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죠.”
“좋습니다. 제작자로서 성공적인 영화 연출을 해낸 감독에게 근사한 저녁 식사 한 끼 대접하지 못할 이유는 없죠.”
“말 나온 김에 지금 당장은 어때요?”
“지금 당장요?”
“네.”
“이걸 어쩌나, 제가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요.”
“그래요?”
레이첼이 살짝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이번 주말로 해요. 주말에는 시간 괜찮죠?”
“예, 괜찮습니다. 제가 괜찮은 식당을 예약해 둘 테니, 레이첼은 식사 끝나고 볼 영화나 한 편 골라 두세요.”
“그럴게요, 킴.”
56.
LA에 위치한 픽사(Pixar) 애니메이션.
영화사인 루이스 필름과 Film Kim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이다.
지분 비율은 각각 51 대 49.
루이스 필름의 지분이 1% 더 많은 것은 창업주인 조지 루이스를 예우한다는 일종의 상징적인 의미일 뿐 사실상 동등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픽사 애니메이션의 목표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의 개발이었다.
전생의 경험 덕분에 나는 영화 산업에서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커질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에 일찌감치 이 분야에 투자를 해 관련 기술을 선점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컴퓨터 기술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투자와 끊임없는 개발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만 비로소 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픽사에서 완전히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것은 1990년대 초에 가서였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다르지. 앞으로 나는 영화 제작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이곳 픽사에 쏟아부을 예정이고, 만약 그렇게 되면 관련 기술의 개발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시기보다 훨씬 앞당겨지겠지.’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5년.
내 계획대로 된다면 픽사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는 전생에 비해 이 정도 기간만큼 앞당겨질 것이다.
“여, 킴. 이게 얼마만이요?”
한 남자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픽사 애니메이션 소속의 그래픽 디자이너 랄프 맥쿼리였다.
랄프 맥쿼리는 그야말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였다.
그의 이러한 재능은 영화 <스페이스 워즈>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는데, <스페이스 워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와 무기, 심지어 영화의 배경조차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다.
그런 랄프 맥쿼리의 재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나는 일찌감치 그를 픽사 스튜디오의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한 것이다.
“오래간만이네요, 랄프 씨.”
“그러게요. 아 참, 듣자니 얼마 전 킴이 제작한 공포영화 이 극장가에서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더군요?”
“네. 생각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줘서요.”
“역시 킴은 대단한 사람이오. <스페이스 워즈> 촬영 때부터 이미 두각을 드러내더니, 결국 이렇게 단기간에 명감독의 반열에 올랐지 뭡니까?”
“과찬이십니다. 다른 유명한 감독님에 비하면 저는 그야말로 햇병아리 감독에 불과한걸요.”
“실력에 겸손까지, 역시 킴은 크게 될 인물입니다. 조만간 이 할리우드를 들었다 놨다 할 수도 있겠어요, 하하하.”
과장된 웃음을 터트리던 랄프 맥쿼리가 다시 물었다.
“그나저나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날 다 만나자고 한 거요?”
“제가 영화 제작과 관련해서 랄프 씨와 상의할 일이 좀 있어서요.”
“영화 제작요?”
“예. 제가 이번에 <체이스 오브 리벤지> 속편을 제작할 계획을 가지고 있거든요.”
<체이스 오브 리벤지>
내 이름을 걸고 만든 첫 영화이다.
3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1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흥행 수익을 올렸다.
아울러 기존의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영화 기법과 도구들을 도입해 관계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영화이다.
하지만.
30만 달러라는 적은 제작비로 인해 ‘최초의 자동차 로드 액션 무비’라는 장르를 개척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자동차 추격씬을 구현해 내지는 못했다.
그 때문에 영화 상영이 끝난 직후 곧바로 나는 <체이스 오브 리벤지>의 속편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 속편에서는 그 어떤 영화도 흉내 내지 못할 엄청난 규모의 자동차 액션씬을 구현해 냄으로써 <체이스 오브 리벤지>를 앞으로 자동차 추격 영화의 대명사로 만들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할리우드 최고의 그래픽 디자이너라 불리는 랄프 맥쿼리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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