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 < 최초의 파운드푸티지 영화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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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 시놉시스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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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지역 방송국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버몬트주의 ‘베닝턴 삼각지대’로 향한다.
베닝턴 삼각지대는 일명 ‘미스테리 지역’으로 불리는 곳으로 웬만해서는 사람이 출입하지 않는 곳이다.
왜냐하면 1945년에서 50년 사이 이곳에서 수많은 실종 사건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건들은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미국 전역에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45년 사냥을 나선 미들 리버 일행의 실종을 시작으로,
1946년 대학생인 파울라 웰던의 실종,
1949년 달리는 버스에서 사라진 14명의 사람들,
1950년 인근 농장에 살던 8세 소년 폴 잽슨의 실종에 이르기까지,
이곳 베닝턴 삼각지대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수많은 사람이 실종된 것이다.
이에 수천 달러의 현상금이 내걸린 것은 물론 지역 경찰과 FBI까지 직접 나서 수사를 했지만 아무런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탐사보도 전문 기자들이 베닝턴 삼각지대를 찾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일종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탐사에 나선 지 불과 일주일 만에,
4명의 기자가 모두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역 경찰들이 수색에 나섰지만,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지 몇 년이 지난 현재,
베닝턴 삼각지대의 탐사에 나선 또 다른 기자들에 의해 우연히 앞서 실종된 기자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필름들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 필름은 한 영화 제작사에 의해 영화화되어 극장에서 상영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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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트 푸티지라고 하지. 출처 불명의 미스터리 영상을 컨셉으로 내세워 관객들의 공포감을 극대화한 기법의 영화를 말이야.’
파운드 푸티지란 Found(발견)와 Footage(영상)의 합성어이다.
즉, 실제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서 발견된 영상을 이용해 만든 영화를 뜻하는 것이다.
대다수 공포영화는 ‘전지적’ 관찰자의 시점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영화는 픽션(fiction)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영화 제작자와 관객들 간의 암묵적인 합의가 존재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공포영화에서 카메라맨은 왜 살아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운드 푸티지에서는 오직 등장인물의 시각으로만 스토리가 진행된다.
이에 관객들에게 진행되는 사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화면과 제한적인 정보는 관객들의 불안감을 극대화해 영화의 몰입감을 증폭시키게 만든다.
더군다나 카메라맨이 공격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지거나 렌즈에 금이 가는 연출로 카메라맨도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결국 이러한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더욱 큰 사실감과 현장감, 몰입감을 가져다준다.
‘사실 내가 살던 전생에서는 이런 기법과 스토리는 대다수 영화사가 거들떠보지도 않을 케케묵은 소재에 불과하지. 이런 류(類)의 영화들은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만들어졌었고, 이에 관객들도 웬만해서는 감흥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1980년대 초는 달랐다.
이 시기에는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공포영화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대다수 공포영화가 시각적 혹은 청각적 효과를 이용해 관객들을 그저 놀라게 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관객의 불안감을 가중시켜 극한의 심리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영화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만약 파운드 푸티지라는 획기적인 기법을 활용한 공포영화를 선보이게 된다면......’
영화 관계자들의 호평은 말할 것도 없고, 흥행 면에서도 엄청나게 큰 성공을 거둘 것이 분명했다.
내가 조지 루이스를 향해 말했다.
“왜 아무런 반응이 없어요, 조지? 영화의 대략적인 설정과 스토리를 들었으면 뭔가 코멘트가 있어야죠.”
“내 생각에......”
조지 루이스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킴은 천재인 것 같아.”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말이야, 할리우드 영화감독 가운데 실력으로 인정하는 사람이 딱 한 사람 있거든.”
“그게 누군데요?”
“스탠리 큐브릭. 영화감독의 감독이라 불리는 사람이지.”
스탠리 큐브릭.
존 포드, 알프레드 히치콕과 더불어 영화사상 최고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다.
특히 1968년에 개봉한 그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CG 기술을 사용할 수 없었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아날로그 기술만으로 환상적인 시각 효과를 연출해 관계자들의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앞서 조지 루이스가 만든 <스페이스 워즈>도 바로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이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님이야 할리우드의 모든 영화감독이 다 존경하는 분이잖아요.”
“근데 킴을 보면 자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떠올라. 두 사람은 시대를 수십 년이나 앞지른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니까.”
“읔! 아무리 그래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같은 분과 비교하다니, 조지가 절 너무 과대 평가 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아. <스페이스 워즈> 촬영 당시 킴이 생각해낸 로토 스코핑 기법, 그리고 <체이스 오브 리벤지>에 활용된 스태디캠과 여러 혁신 촬영기법들은 확실히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발전을 수년이나 앞당겼으니까. <레이더스> 때는 또 어떻고? 영화 촬영에 있어 스토리보드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영화 관계자들에게 새삼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지.”
조지 루이스가 다시 말했다.
“게다가 보통의 감독들은 말이야,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어. 그래서 특정 장르의 영화에 유독 강점을 보이곤 하지. 그런데 킴은 그런 것이 없어. 완전 무색 그 자체야.”
“그건 좀 나쁜 의미 아니에요? 영화감독이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이 없다는 것은 내세울 만한 특징이나 장점이 없다는 뜻이잖아요?”
“아니, 그 반대야. 오히려 킴의 그러한 특징이 어떤 장르의 영화도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게 만드는 최고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조지가 절 좋아하는 건 알지만, 그건 너무 과한 평가인 것 같아요. 전 여태 두 편의 영화밖에 연출하지 않은, 이제 겨우 초보 딱지를 뗀 감독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내가 보기에 그런 평가는 앞으로 제 필모(filmography)가 한참 더 쌓인 후에나 가능한 평가인 것 같은데?”
“후, 그럴지도 모르겠군. 아마 이번에 새로 제작한다는 킴의 영화 이야기를 듣고 내가 너무 신선한 충격을 받아서 이런 생각이 든 건지도 모르겠어.”
“영화적 재능이라면 조지도 만만치 않잖아요. 조지가 만든 <스페이스 워즈> 시리즈 덕분에 SF영화라는 장르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으니까요.”
“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면 킴은 미켈란젤로야. 다빈치 같은 경우는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해서 한편의 작품을 만들지만, 미켈란젤로는 별다른 고민 없이 쉽게 쉽게 작품을 만들어내잖아. 그렇게 만든 작품들은 예외 없이 모두 후세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되고.”
내가 농담을 던졌다.
“그래서 지금 저에게 질투심이라도 느낀다는 뜻이에요? 미켈란젤로를 바라보는 다빈치처럼?”
“그럴 리가. 난 천재를 보면 질투보다는 오히려 경외심을 느끼는 편이거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지 킴은 영화 역사상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천재가 분명하다는 것이지.”
사실 조지 루이스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금 내가 영화 촬영에 사용하는 기법들은 모두 몇십 년 후에나 등장하는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기법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모두 내가 가진 ‘전생의 기억’ 덕분이었다.
‘진실을 알게 되면 조지가 내 목을 조르려고 들 지도 모르겠군, 흐흐.’
때마침 아멜리아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 무슨 얘기를 그렇게 심각하게 하는 거예요?”
“별거 아니야. 킴이 제작할 다음 영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어.”
“어머, 킴이 또 새 영화 제작에 들어갔어요?”
“그렇다는군.”
“우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킴이 또 어떤 대단한 작품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지. 안 되겠어요. 킴의 영화가 개봉하면 내가 가장 먼저 극장에 달려가서 확인해봐야겠어요.”
“당신은 아마 못 볼걸?”
“왜요?”
“이번에 킴이 제작하는 영화 장르가 공포거든. 당신 공포영화라면 질색하는 사람이잖아?”
“읔! 하필 공포영화라니.”
아멜리아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킴의 그 엄청난 연출 능력은 다음번 영화에서나 다시 확인할 수 있겠네요, 호호호.”
“근데, 아멜리아 당신......”
조지 루이스가 아멜리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늦은 시간에 갑자기 잘 차려입고 나온 그녀의 모습이 왠지 이상했기 때문이다.
“어디 가려고?”
“네. 잠시 외출 좀 하려고요.”
“이 늦은 시간에 어딜 가려고?”
“알프레드 감독이 영화 편집 문제로 상의할 일이 있다고 해서요. 알잖아요, 당신? 알프레드 감독이 저랑 여러 번 작업을 같이했다는 거.”
“아무리 그래도 멀쩡한 낮시간 놔두고 이 늦은 밤에 사람을 부르고 그래.”
“영화 제작자들이 밤낮 구분하는 거 봤어요? 당신만 해도 그렇잖아요.”
“......”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까, 피곤하면 먼저 자요.”
“그래. 조심해서 갔다 와.”
멀어지는 아멜리아의 모습을 보며 내가 조지 루이스를 향해 말했다.
“조지.”
“응?”
“아멜리아에게 신경 많이 써 주세요.”
몇 년 뒤, 조지 루이스의 신변에 생길 좋지 않은 일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조지 루이스는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었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아버지가 늘 하시는 말씀이 이 세상에서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정작 곁에 있을 때는 그걸 잘 모른다고, 떠난 후에야 뒤늦게 깨닫게 된다고 말이에요.”
“......킴 아버지가 혼자 되신 지 오래됐다고 그랬나?”
“네. 어머니가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지병으로 돌아가셨거든요.”
“킴 아버지가 아무래도 많이 외로우신 모양이군. 킴이 자주 찾아뵙도록 해.”
“우리 아버지는 제가 잘 알아서 하니까, 조지는 아멜리아나 잘 챙겨요. 요 근래 조지가 영화 일로 너무 바빠서 집에 들어오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아까 아멜리아가 그러더라고요.”
“우리 일이라는 것이 늘 그렇지, 뭐.”
조지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일어나자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늦었어. 킴도 가서 쉬어야 내일 일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요, 조지.”
48.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많은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주연과 조연 배우에서부터 시작해 감독, 제작자, 촬영 스태프들에 이르기까지.
이 가운데 영화 제작의 가장 핵심이 되는 인물이 바로 감독과 제작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독의 역할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제작자의 역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영화의 연출만을 담당하는 감독과 달리 제작자는 영화 촬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일을 도맡아 한다.
때로는 감독과의 협의를 통해 영화의 내용적인 측면에까지 관여한다.
특히 할리우드에서는 감독보다 더 유명한 제작자들이 많았고, 이들의 영화 연출 관여도 또한 매우 높았기 때문에, 관객들도 감독보다 제작자의 이름을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 영화 의 연출을 레이첼이 맡고 있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녀의 이름보다 제작자인 내 이름을 더 주목하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번 영화에 제작자로 나선 이유는 따로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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