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법을 모름 1
프롤로그
“영장은요?”
“지금 오는 중입니다.”
“그럼 뭘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영장 오기 전에 강제로 진입하면 주거침입이 문제 될 수도…….”
“법 따위 내가 알 게 뭐야.”
“예?”
보고받은 사내는 낮게 중얼거리고는 실랑이를 벌이는 수사관과 건달들 사이를 바로 밀치고 들어갔다.
“뭐야, 이 새끼는?!”
덩치 하나가 현관으로 밀고 들어서려는 사내의 슈트 자락을 움켜잡았다. 사내는 반사적으로 돌아서며 놈의 턱에 주먹을 꽂았다. 놈이 벽에 호되게 등을 부딪치고 그대로 주르르 바닥으로 미끄러져 혼절하자 어깨들이 멈칫했다.
“인천지검 강 검사다.”
강 검사는 그렇게 일갈해 놓고 홀로 현관 안으로 진입했다.
다짜고짜 주먹부터 꽂는 검사의 행동에 수사관들은 입을 떡 벌리고 경악했다. 하지만 검사가 일단 안으로 진입하고 보니 더 기다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졌다.
수사관들이 일제히 와아~ 하고 달려들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건달들이 몸으로 벽을 만들며 막아섰다.
강 검사는 거실을 지나 안방 쪽으로 내달렸다. 닫혀 있는 안방 문손잡이를 잡고 돌려보지만 굳게 잠겨 있다. 문에 귀를 대고 들으니 안에서 뭔가 분주한 소리가 들린다.
“야, 들어온 거 같아. 빨리빨리!”
강 검사는 손잡이를 다시 단단히 움켜잡고 온 힘을 다해 비틀기 시작했다. 으드득하고 잠금쇠가 일그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강 검사는 온몸을 날려 문을 부수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방 안에 있던 노랑머리가 눈치를 살피더니 갑자기 창문을 열고 발코니로 뛰어나갔다.
“저 새끼가!”
강 검사는 잽싸게 따라 나갔다.
노랑머리가 발코니 난간을 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노랑머리는 난간에 매달린 채로 소리를 빽 질렀다.
“가까이 오지 마!”
강 검사는 코웃음을 치며 난간으로 다가갔다.
“지랄 말고 그냥 올라와. 뛰어내려도 도망 못 간다. 다리나 안 부러지면 다행이지.”
“가까이 오지 말라니까!!”
강 검사가 난간 앞에 쭈그리고 앉아 타일러 보지만, 노랑머리는 들은 체도 않고 혼자 소리를 지르며 난리 법석이다. 그러다가 순간 삐끗 손이 미끄러진다.
노랑머리의 얼굴에 아차 하는 표정이 스치는 순간 강 검사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노랑머리의 손목을 잡았다. 노랑머리의 체중이 그대로 팔에 실린다.
으득!
오른팔에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뼈가 부러진 것일까?
진입하려고 장정 몇을 주먹으로 날려 버리고 맨손으로 문까지 부쉈다. 조짐이 보인다 싶더니 이것이 결정타였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어 강 검사는 이를 악물고 노랑머리를 끌어 올렸다.
그제야 수사관들이 몰려와 노랑머리를 인계받고 수갑을 채워 끌고 나갔다.
“어휴~ 갑자기 뛰어드셔서 놀랐잖습니까? 그런 일은 수사관들에게 맡기실 일이지…….”
계장이 한 손으로 힘겹게 양복 상의를 벗는 강 검사를 보며 얘기하다가 갑자기 말을 잇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거… 검사님… 팔이… 왜 그래요?”
팔이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려 있었다.
“아… 부러졌나?”
강 검사는 씨익 웃으며 장난스럽게 답했다.
“뭐 괜찮아요. 침 발라놓으면 낫습니다.”
뚝 소리를 내며 강 검사는 뼈를 제자리에 맞췄다. 아닌 게 아니라 벌써 통증은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