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 >
뻘건 화염 속에서 작은 로켓이 튀어나왔다.
로켓은 불꽃을 뿜으며 날아왔다.
극한의 집중 속에서 그 움직임이 똑똑히 보였다. 흡사 시간이 느려진 것만 같았다.
한 가지 사실을 직감했다.
저건 막을 수 없다.
로켓이 리무진에 꽂히는 순간, 모든 이능과 마법 방어를 박살낼 테니까.
왜?
단순한 로켓이 아니고, 온갖 이능으로 강화된 탓이다.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아르거스에서 연마했던 역천의 힘이 발휘되었다.
어떤 속성의 에테르가 쏟아졌다.
방탄 리무진의 외벽을 통과하여, 로켓의 전면을 가로막았다. 로켓은 그 에테르를 통과한 뒤, 그대로 방탄 리무진에 내리꽂혔다.
꽝!
맹렬한 폭발이 일었다.
전신이 으스러지는 듯했다.
시혁의 시야가 그만 깜깜해졌다.
방탄 리무진이 폭발에 밀렸다. 몇 바퀴나 옆으로 돌며 옆 차선의 차와 부딪쳤다. 그 차가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뒤에서 따라오던 차도 그 꽁무니를 받고 말았다.
분주하던 도로 위가 순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쿨럭!”
시혁은 기침을 했다.
다행히 방탄 리무진이 폭발을 견뎌주었다.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 큰 상처는 없었다. 그저 약간 타박상을 입은 게 전부였다.
창졸지간에 돌풍 속성 에테르를 마나 방출의 원리로 쏘아내서 다행이었다. 돌풍이 가진 해체의 힘이, 로켓의 이능 증폭을 해체하여 위력을 크게 약화시킨 것이다.
SUV에 타고 있던 경호원들이 시혁을 끌어냈다.
“이사님! 이쪽으로 오십쇼! 테럽니다!”
급한 대로 세 대의 차를 이용해 방어선을 짰다.
시혁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폭발 때문에 감각 기관에 무리가 갔나 보다. 어지러워서 토할 것 같고, 삐- 하는 이명이 오른쪽 귀에서 울렸다.
공격을 한 이능력자들은 자취를 감춘 뒤.
시혁은 이를 갈았다.
기껏해야 총이나 쏘고 폭탄 테러를 할 줄 알았더니 아예 대전차 로켓을 날려?
이건 전쟁이다.
더 이상 인정사정 볼 것이 없었다.
“당신들 뭐야!”
자동차에서 시민들이 내리더니 삿대질을 했다.
아니 테러가 발생했으면 도망을 가야지 뭘 하는 거야?
무시했다.
몸을 숨긴 채 주문을 외웠다.
아예 수인까지 맺자, 경호원들이 총을 겨눈 채 주위를 경계했다. 시혁이 돌파구를 찾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마법이 완성되었다.
살기 탐지.
수 킬로미터 안의 살기를 모두 탐지했다. 시혁의 감각에,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건물 안에서 선명한 살기를 가진 인물들이 잡혔다.
그 중에는 익숙한 기운도 있었다.
아까 로켓을 날렸던 자.
길쭉한 물건을 들었다. 후미는 창밖으로 향하고, 복도를 지나 열린 문을 통해 사고 현장을 조준했다.
이번에도 대전차 로켓.
시혁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장전이 끝나기 직전 한 가지 마법을 부여했다.
이능력자가 방아쇠를 당겼다.
로켓의 근접 신관이 오작동을 일으켰다. 목표물에 닿았다고 착각하고, 맹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쾅!
화염이 솟구치자, 경호원들이 일제히 그쪽을 주목했다.
경호 팀장이 막 경찰과 교신을 끝냈다. 시혁을 보더니 다독이듯 말했다.
“곧 경찰 특수부대가 출동할 겁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저기 경찰들도 오네요.”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인근 파출소에서 신고를 받았나 보다. 경찰차와 구급차가 무리를 지어 달려오고 있었다.
아니, 잠깐만.
로켓 공격을 당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제 겨우 3분 정도 되었다. 앉아 있다가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것만 그 정도 시간은 걸릴 텐데 벌써 눈에 보여? 이렇게 교통 체증이 심한데?
경호 팀장과 눈이 마주쳤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경호 팀장도 심상치 않다고 느낀 모양이다.
통찰 마법을 써서 경찰차와 구급차를 확인했다.
탐지 방해 이능이 덧칠되어 있었다. 속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자 살기 탐지 마법을 또 썼다.
이번에는 통했다.
강렬한 살기가 경찰차와 구급차에서 느껴졌다.
시혁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 경호 팀장이 시혁의 얼굴을 읽었다. 들고 있던 권총 대신 묵직한 서류 가방에서 기관단총을 하나 꺼내더니 소리쳤다.
“쏴! 책임은 내가 진다!”
탕! 타타탕!
총알 세례가 쏟아졌다.
주위의 시민들이 기겁하며 도로에 엎드렸다. 상황이 이쯤 되자,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경찰차와 구급차가 멈췄다.
이능력자들이 우르르 내렸다.
복장은 경찰과 응급구조사 차림인데, 저마다 자동소총을 한 자루씩 꼬나 쥐고 있었다.
총격전이 벌어졌다.
시혁은 세 대의 차 사이에 웅크렸다.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면서도, 저격수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시선이 느껴졌다.
속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가벼운 공간 왜곡 마법을 펼쳤다.
송곳니를 드러낸 흉탄이 거기에 걸렸다. 엉뚱한 곳으로 빗나가, 아스팔트 바닥에 불똥을 튀겼다.
위기는 오래 갈 수 없었다.
상황이 다급하다는 것을 인지한 특수부대가 급히 출동했다. 경찰 헬기가 하늘을 날아오고, 심지어 인근에 있는 대한이능협회 광주 지부에서도 지원을 보냈다.
이만하면 퇴각할 법도 한데, 이능력자들은 더욱 악에 받쳐 공격했다.
아예 모습을 드러내고 돌격해 오기까지 했다. 강화 계열 이능을 믿고 그런 거였는데, 안타깝게도 두 다리에 집중 사격을 받아 걸레짝이 되고 말았다.
저격수는 모습을 감췄다. 그 자 말고도, 조금 떨어져 있던 곳에서 사태를 주시하던 이들도 사라졌다.
경찰 특수부대가 시혁을 겹겹이 에워쌌다.
“원장님, 몸은 괜찮습니까?”
“아, 괜찮습니다. 그냥 좀 황당하네요.”
“도대체 이런 테러리스트들이 어디서 들어왔는지…… 당장 추격하겠습니다.”
시혁은 저격수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었다. 즉석에서 방향 탐지기를 제작하여 주었으니, 저격수는 금방 잡힐 것이다.
진짜 구급차가 와 이능력자들을 실어 갔다.
죽은 사람은 없었다. 다만 총알을 몇 발씩 맞아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다.
시혁은 그들을 치료해주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보호하느라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경호원들을 보살폈다.
“고생하셨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생은요. 이게 저희 일인 걸요.”
그나마 방탄차를 활용한 덕분에 중상을 입은 이는 없었다.
응급 처치를 끝내고 경찰 헬기에 올랐다.
차가 막혀 뒤늦게 도착한 경찰들이 교통정리를 했다. 그 와중에도 일련의 사건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사람이 많아서, 곧 언론을 타지 싶었다.
아니, 이미 인터넷에는 짜하니 퍼져 있었다.
혹시나 하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확인했더니, 대형 포탈마다 검색어 1위가 광주 총격전이었다.
오늘은 한의원 진료를 못 볼 것 같다.
경호원들과 함께 협회 지부로 피신을 했다.
광주 지부장이 굳은 얼굴을 하고 시혁을 맞았다.
“고생하셨습니다. 세상에, 벌건 대낮에 습격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협회장님께서 경호를 강화해주셔서 살았지요. 그냥 제 차 타고 갔다간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시혁은 몸서리를 쳤다.
지금까지 계속 흑룡회에게 타격을 입혀서 조금 얕봤나 보다. 이토록 대담하게 테러를 저지를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긴 무의식 한쪽이 고장 난 사람들이다. 어쩌면 이보다 더한 짓을 저지를 수도 있었다. 총기 규제가 심한 대한민국이니 이 정도로 그쳤지, 미국 같았으면 무시무시했을 것이다.
광주 지부장이 좋은 말로 위로했다.
“많이 놀라셨을 텐데 좀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야겠네요.”
시혁은 안전한 협회에서 휴식을 취했다.
곧 검거 소식이 들려왔다.
광주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물론, 군대까지 투입되어 흑룡회 색출에 나섰다.
시민들이 항의했지만 별 수 없었다. 뉴스를 보라고 하자 놀라 얼굴이 변했다. 대신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되도록 경찰은 뭘 하고 있었냐며 비난의 소리를 높였다.
시혁은 슬며시 걱정이 되었다.
색출하는 게 쉬울까 싶어서였다.
흑룡회 이능력자들은 자기 이능을 감추고 활동하고 있었다. 탐지 계열 이능력자들이 동원되긴 했으나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중국인이니, 그냥 끌고 가서 조사할 수도 없지 않나.
시혁이 방법을 궁리할 때, 경호 팀장이 작은 상자를 하나 가지고 왔다.
꼭 필통처럼 생겼다.
경호 팀장이 그걸 내밀었다.
“이사님, 이것 좀 보십시오.”
“그게 뭡니까?”
“흑룡회 이능력자들이 소지하고 있던 물건입니다. 경찰에서 문의를 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경호 팀장이 상자에 손을 넣었다.
뭘 쭉 빼내는데, 다름 아닌 야구 방망이였다.
시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공간이 왜곡되어 있나 봅니다.”
“그런 게 가능합니까? 이런 건 처음 봅니다.”
“충분히 가능하지요. 비용이 꽤 들어서 문제입니다만.”
“이것 때문에 경찰에 비상이 걸렸답니다. 흑룡회가 그 동안 반입한 무기가 얼마나 있을지 상상이 안 돼요. 이번에도 로켓 발사기에 자동소총에 저격총까지 동원했지 않습니까? 그나마 폭탄을 안 써서 다행인데, 언제 대규모 테러를 벌일지 모릅니다.”
결국 문제는 하나다.
흑룡회 이능력자들을 하루라도 빨리 잡아서 감옥에 넣든 중국으로 추방하든 해야 한다는 것.
시혁은 고민하다가 한 마디를 했다.
“서울로 가야겠습니다.”
“예? 서울이요?”
“네. 천리안 시운전이 이번 금요일로 예정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걸 앞당겨야겠습니다. 천리안으로 흑룡회 이능력자들을 색출하는 게 좋겠습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런데 지금 움직이는 건 위험합니다.”
“그도 그렇지만, 거북이처럼 지부에 숨어 있을 수만도 없어요. 또 선수를 빼앗기기 전에 선수를 쳐야 합니다.”
경호 팀장의 태도는 완강했지만, 시혁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비밀을 유지하며 서울로 올라가기로 합의했다.
시혁은 경호원들에게 일일이 환상 마법을 걸었다. 비록 겨울 여왕의 반지만큼은 아니어도, 간파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퇴근 시간, 몇 대의 자동차로 나눠 은밀하게 협회를 빠져나왔다.
다행히 따라붙는 시선은 없었다.
하긴 경찰과 군대, 이능 협회가 하나 되어 압박하는 중이다. 시혁을 추적할 정신머리가 있을까 싶었다.
서울에 도착한 뒤 천리안을 가동시켰다.
천리안은 성남시에 위치한 서울 공항에 기점을 두고 활동한다. 이번 시운전에는 쌍둥이 중 박수호가 비행기에 타고 박주호가 공항에 남기로 했다.
시혁은 박주호에게 한 가지 마법을 걸었다.
흑룡 문신의 특징적인 에테르를 전문으로 탐지하는 마법.
박주호는 물론, 박수호까지 두 눈을 어루만졌다.
“어…… 이거 느낌이 묘하네요.”
“세상이 흑백으로 보이는데, 이거 괜찮은 건가요?”
“그럴 겁니다. 천연색으로 보이면 그게 바로 흑룡회에요. 광주광역시에 흑룡회가 좀 깔려 있을 텐데, 그놈들 샅샅이 훑어주시길 바랍니다.”
박수호가 탄 비행기가 높이 날아올랐다.
개조를 거친 탓에 다소 뚱뚱해 보이는 천리안.
30분도 되지 않아 광주광역시 인근에 도착했다. 천리안을 발동하자, 박주호의 뇌와 연결된 모니터에 점점이 푸른색 점이 찍히기 시작했다.
정확히 38개.
9개는 경찰서에 찍혀 있었다.
즉, 29명의 흑룡회 이능력자가 광주광역시에 암약하고 있다는 소리다.
바로 경찰 특수부대가 출동했다.
시혁은 서울 공항에서 점들이 이동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모조리 검거한 다음에는 광주광역시 주변도 살폈다.
나주, 장성, 함평, 영광, 무안 등등.
그곳에도 소수의 흑룡회 이능력자들이 탐지되었다.
깡그리 잡아들였다.
천리안이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다.
이번에는 수도권을 살폈다.
서울, 부천, 인천, 안산 등등.
꽤나 많았다.
거의 광주광역시와 비견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 위치가 드러난 이상, 아무리 잘 숨어 있어도 검거의 손길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든 흑룡회 이능력자가 잡혔다.
그 와중에 몇 가지 사실이 밝혀졌다.
대한민국 이능력자 중에도 흑룡회에게 세뇌당한 이가 있었다는 것.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흑룡회가 장현 하나에게만 사악한 손을 뻗지는 않았을 테니까.
폭풍과도 같은 일주일이 지나갔다.
쌍둥이들이 고생을 했다. 대한민국 전 지역을 모두 살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에는 흑룡회의 이능력자들이 없다.
언론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시혁은 겨우 한의원으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딱 열흘 만이었다.
< 테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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