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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210화 (210/213)

 # 210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210화

빌드 업은 간단히 말해서 아군 골대에서부터 중앙선을 넘기까지의 과정이다.

상대의 전방 압박으로부터 벗어나서 안정적으로 공격 전개 단계로 넘어가는 것, 이게 곧 빌드 업의 목적인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라인을 내리는 팀에게는 빌드 업 전술을 짤 필요도 없었다. 상대가 알아서 뒤로 물러나 주니까 그냥 패스 몇 번이면 중앙선을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는 빌드 업을 가져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이들은 티키타카를 구사하기 위해 수비라인을 높이 가져가고 있었고 그 때문에 생긴 전술적인 약점, 즉 뒷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강한 전방 압박을 펼쳐오기 때문이다.

상대하는 팀으로서는 압박에 쫓겨 정신없이 패스를 급하게 돌리다 보면 어느새 바르셀로나의 세 얼간이, 일명 ‘축구 드럽게(?) 못하게 생긴’ 세 명이 튀어나와 공을 뺏어간다.

‘샤비와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모두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게 문제지.’

어디로 패스가 흘러갈지 뻔히 알고 체계적으로 압박해 오다 보니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빌드 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고, 수비진은 그사이에 라인을 뒤로 물릴 수 있었다.

‘물론 그것도 공격진의 압박이 먹혔을 때나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야.’

오솔은 바르셀로나의 압박을 보면서도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곧 그들이 준비해온 작전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파바박!

앙리와 에투가 공을 잡은 수비수를 압박했다. 당연히 수비수들은 거리를 벌려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보싱와와 야야 투레는 거의 라인에 붙을 정도로 넓게 섰고, 중앙 수비수들도 평소보다 멀리 섰다.

여기서 바르셀로나였다면 중앙 수비수 사이로 수비형 미드필더가 내려와서 빌드 업을 수행했을 것이다. 정석적인 라볼피아나였다. 그러나 맨체스터 시티의 빌드 업 형태는 조금 달랐다.

‘약간 다른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도 혼란을 주기에는 충분하지.’

콤파니가 공을 잡고 우측으로 치우쳐 있을 때, 미드필드에 있던 모드리치가 후방으로 쭈욱 내려왔다. 그러자 순간적이나마 모드리치-콜로 투레-콤파니 형태의 쓰리백이 만들어졌다.

파앙-!

공은 콤파니에게서 콜로 투레에게 흘러갔고, 다시 모드리치에게 닿았다. 놀랍게도 그를 마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메시와 앙리는 각각 보싱와와 야야 투레를 따라 멀리 떨어져 있었고, 에투는 콤파니에게 붙어 있었으니 더는 압박을 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라볼피아나의 변형이다.’

미드필더를 중앙 수비수 사이에 넣는 게 아니라 한쪽 측면으로 내리는 전술. 이는 앞으로 10년은 더 지나야 튀어나오는 전술적 변화로, 독일인 감독 토마스 투헬이 도르트문트에서 잠시 시도했었던 빌드 업 전술이었다.

“모드리치를 마크해!”

모드리치가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걸 깨달은 이니에스타가 급히 뛰어왔으나, 사실은 이것 역시 맨시티의 작전에 포함된 움직임이었다.

이니에스타가 빠져나오는 순간, 메시를 달고 측면을 따라 달리던 야야 투레가 돌연 중앙으로 몸을 틀어 기존에 자신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로 돌아간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꿈에도 모르겠지만 이것 역시 미래에 그가 뮌헨과 맨시티에서 펼쳐 보인 인버티드(Inverted) 윙백을 응용한 움직임이었다.

여기서 인버티드 윙백이란 말 그대로 기존의 윙백과 달리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이동하는 윙백을 말한다.

‘메시는……? 역시! 아직도 측면에 붙어 있다.’

메시의 가장 큰 단점은 수비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데 있었다. 지금도 보면 야야 투레를 따라간다는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물론 부스케츠가 이니에스타의 자리를 채워준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랬겠지만……. 후후. 이렇게 되면 중앙에 빈 공간이 생겨 버린단 말이지.’

오솔은 부스케츠가 빠지면서 휑해진 공간으로 뛰어들었다.

파앙-!

역시나 모드리치는 오솔을 보고 있었다. 샤비가 패스를 끊어보겠다고 급히 달려와 봤으나 모드리치는 이미 그것조차 계산에 넣고 있었다.

“……높다!”

공은 오솔 정도 되는 선수가 가슴 트래핑으로 잡아야 할 정도의 높이. 키가 170㎝에 불과한 샤비로서는 잡을 수 없었다.

오솔은 공을 가볍게 받아서 그대로 휙 하고 돌아섰다. 샤비가 등 뒤에서 밀어붙였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솔은 심지어 긴 팔을 뻗어 상대가가 측면으로 돌아오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파바박!

그사이 후방에서 잔디 날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쉼 없이 달렸던 야야 투레가 이번에는 왼쪽 하프 스페이스를 따라서 미친 듯이 뛰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오른쪽에서도 디 마리아가 올라오고 있었다.

‘당황하는군.’

바르셀로나 수비진이 크게 흔들렸다. 푸욜이 특유의 카리스마로 ‘정신 바짝 차려!’라고 소리쳤으나 그럼에도 동요를 감출 수는 없었다.

오솔은 빠르게 전방을 훑었다. 중앙 수비수 사이에는 만주키치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고, 좌우에는 베일과 보싱와가 있었다. 오솔과 야야 투레, 디 마리아까지 치면 총 6명의 선수가 공격 진영 깊숙이 들어와 있는 셈이었다.

오솔은 젊은 수비수, 제라르 피케의 얼굴을 확인했다. 194㎝의 건장한 체격과 다르게 피케는 긴장으로 인해 입술이 바짝 말라가고 있었다.

‘키가 큰 대신 민첩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

경험 많고 터프한 수비수인 푸욜과 피케를 놓고 보면 누구라도 피케 쪽을 노릴 것이다.

파앙! 파바박!

오솔은 만주키치에게 짧은 패스를 시도한 직후 우중간으로 달려 나갔다.

마침 달려오던 디 마리아와 X자로 엇갈렸는데, 이때 디 마리아가 슬쩍 속도를 줄이며 수비수들의 진로를 방해했다. 덕분에 오솔은 순간적이나마 노마크 상태가 될 수 있었다.

툭!

만주키치에게서 패스가 돌아온 것은 바로 그 타이밍이었다.

‘나이스 패스!’

오솔이 쾌재를 내지르려 할 때였다. 푸욜의 고함 소리와 함께 피케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덩치가 크긴 크구나. 벌써 슛 코스가 다 가려지다니…….’

오솔은 순간적으로 킥 페인팅을 선보였다. 피케는 몸을 한쪽으로 갸우뚱했으나 크게 속지 않았다. 민첩성은 좀 떨어져도 판단력이나 반응 속도는 나쁘지 않았다.

‘그렇단 말이지?’

오솔은 금방이라도 옆으로 뛰어 들어갈 것처럼 상체 페인팅을 넣었다. 동시에 공도 슬쩍 밀어서 상대의 반응을 유도했다. 그러나 피케는 이번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런…….’

이제 마음이 급해진 건 오솔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가는 상대의 협동 수비에 역으로 당하게 생겼다. 지금은 말 그대로 총공격 중이었기 때문에 도중에 공을 뺏겼다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참을성이 꽤 좋은데?’

오솔은 공을 발바닥으로 굴리며 슬쩍 오른쪽으로 옮겼다가 곧장 반대편으로 굴렸다.

피케는 이번에도 꾹 참고 있었다. 하긴, 이제 곧 협동 수비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제는 섣불리 다가서기보다는 지켜보는 것이 맞는 판단이었다.

문제는 오솔 역시 그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디, 계속 그렇게 참고 있으라고!’

공을 왼쪽으로 굴린 것은 오솔의 오른발이었다. 보통은 이런 상황이면 중간에 볼에서 발을 떼고 오른발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린다.

그러나 오솔의 움직임은 조금 달랐다. 중간에 볼에서 발을 뗀 것은 맞지만 발을 원래 자리로 돌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움직이던 방향에 따라 왼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왼발이 땅에 그대로 붙어 있었다면 다리가 X자로 꼬여서 넘어졌겠으나 오솔의 왼발은 어느새 뒤로 접혀서 힘을 잔뜩 축적하고 있었다.

진득이 참고 있던 피케의 눈이 크게 떠졌다.

‘헛! 슈팅?’

그렇다. 슈팅 동작이었다. 그것도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빠른 슈팅 동작.

데샹 감독은 눈에 많이 익은 동작일 것이다. 이것은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의 슛 테크닉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뻐-엉!

피케도 골키퍼도 반응하지 못했다. 피케가 슈팅 동작이라고 인지했을 때 벌써 공은 골문으로 날아가고 있었고, 발데스 골키퍼 역시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출렁!

원 샷, 원 킬. 오솔의 첫 번째 슈팅이 그대로 골이 되었다.

* * *

‘이래서야 안티풋볼이라고 부를 수도 없겠군.’

과르디올라 감독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거북이처럼 방어만 하다가 롱패스로 대응하려는 속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상대는 깜짝 놀랄만한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비는 그따위로 하면서 공격은 또 토털 풋볼처럼 하고 싶다 이거냐?’

맨시티의 빌드 업 과정을 보면 수비진은 모드리치-콜로 투레-콤파니가 쓰리백을 이루고, 중원 지역은 야야 투레-가래스 배리-디 마리아가 자리한다.

그 바로 위에서 오솔이 프리롤 역할을 수행하고, 최전방에는 베일-만주키치-보싱와가 공격을 주도하는 형태이다. 이는 영락없는 3-3-1-3이었다.

‘제길. 야야 투레를 파는 게 아니었는데…….’

상대의 전술은 물론 새롭고 흥미로운 것이었지만, 사실상 야야 투레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전술이었다. 상당한 양의 이적료에 부스케츠의 성장이 맞물려서 팔았던 것이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뒤늦게 후회가 몰아쳤다.

그러나 후회도 잠시, 과르디올라 감독은 곧장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다행히 상대의 전술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는 최대한 빨리 맞춤 전술을, 그것도 선수들이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짜는 일만 남았다.

다행히 그에게는 약간이나마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일단 그들에게 공격권이 돌아왔으니 적어도 5분은 그들의 턴인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애초에 상정했던 상황이 아닌 이상, 대처법 마련에는 한계가 있었다.

‘……방법이 없다. 급하게 전술을 바꾼다고 될 일도 아니고.’

티키타카를 위해서는 높은 수비 라인이 필수적이고, 그로 인해 생긴 뒷공간을 방어하려면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은 필수였다. 그러니 티키타카를 유지하려면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든 전방 압박을 성공시키는 것 외에는…….

“카를레스! 앞에 전달해. 더 강한 압박이다. 지금까지 보다 더한 압박! 시우비뉴도, 아우베스도 전방에 남아서 압박해. 3-4-3으로…… 아니, 3-2-5라는 느낌으로!”

과르디올라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선택을 했다.

어차피 지금의 바르셀로나는 티키타카 외에 다른 전술이 없었다. 완벽한 전술이라고 생각했기에 오로지 전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에만 집중한 결과였다.

‘상관없다. 셋으로 안 된다면 다섯으로 압박하면 돼.’

맨시티 선수들로서는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러니 공을 뺏었을 때 아까와 같은 빌드 업을 시도했을 것이다.

“지금!”

전방에 남아 있던 바르셀로나 선수 대부분이 앞으로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공격수와 수비수가 1 대 1 상황이 되었다. 수적 우위가 사라진 상황. 맨시티 수비수들은 급하게 공을 돌리다가 결국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아! 콤파니의 패스 실수입니다! 공을 잡고 그대로 달려가는 이니에스타!]

[방금은 안전하게 골키퍼에게 돌렸어야죠! 전방에 오솔과 만주키치 선수가 있는데 왜 힘들게 돌아갑니까?]

방금은 설혹 공격권을 내주는 일이 있더라도 멀리 차내는 편이 더 나았다. 그러나 콤파니는 그러지 못했다. 아직은 경험이 적어서 발생한 실수였다. 수비진에서부터 차근차근 전진하라는 지시와 지난 3주 동안의 훈련에 지나치게 매몰된 탓이 컸다.

어쨌든 이유야 뭐가 되었든 그는 실수를 했고, 그 대가는 결코 작지 않았다.

[많습니다! 공격수가 너무 많아요!]

애초에 압박에 참여한 인원만 다섯이었다. 이니에스타가 공을 잡고 뛰었을 때 이미 패스 코스가 그만큼 만들어진 상태인 것이다.

앙리, 에투 등 뛰어난 공격수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하나 이니에스타의 선택은 그보다 더 뒤, 아무도 보지 못하는 장소로 뛰어 들어가는 작은 아이를 쫓고 있었다.

‘레오!’

다른 공격수들이 박스 중앙에 몰린 틈에 그 뒤로 돌아간 메시. 이니에스타의 크로스는 정확하게 그곳에 도달했다.

[리오넬 메시!!]

고작 170㎝의 작은 키. 그러나 지금처럼 아무도 마크하는 사람이 없을 때는 이 정도 키에서 나오는 헤딩슛도 무척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메시는 비록 키는 작아도 헤딩골을 곧잘 넣을 정도로 헤딩 감각이 있는 선수였다.

퉁!

역시나 메시의 머리에 맞은 공이 그대로 골대 구석에 꽂혔다. 기븐의 손아귀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골이었다.

철썩!

와아아아!!

맨시티 선수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5분 가까이 수비만 하다가 간신히 잡은 역습 찬스였다. 한껏 기세가 올라 있을 때 골을 먹혔으니 그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오솔은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며 2010년 초반을 휩쓸었던 어떤 전술 하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강한 전방 압박에 이은 벌 떼 같은 역습 전개…….

‘이거 완전히 게겐 프레싱 아니냐?’

재밌게도 티키타카가 통하지 않는 상황을 만나자 과르디올라에게서 이후에 등장할 클롭의 게겐 프레싱이 튀어나왔다.

경기를 완벽히 통제한다고 해서 이기는 건 아니라는 걸 오솔이 깨닫게 해 준 결과였다. 의도치는 않았으나 오솔이 과르디올라의 성장을 도운 것이다.

‘이걸 대처할 방법이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의 빌드 업 전술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고작 3주 정도 연습한 전술, 그것도 미드필더 한 명이 측면으로 내려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전술로는 상대의 강도 높은 압박을 벗겨낼 수 없었다.

‘상대도 도박적인 수인 건 마찬가지지만 아무래도 전술의 숙련도가 달라. 이대로 맞붙으면 우리가 손해를 볼 확률이 더 높다.’

맨시티도 다시 한번 변화를 강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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