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206화
‘단단하다. 뚫기 힘들겠는데?’
오솔은 좀처럼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중거리 슛으로 공격을 마무리했다. 그러곤 찬찬히 선수들의 이동 과정을 확인했다.
‘다시 3-5-2로 돌아가는군…….’
공격할 때는 3-5-2로 수비할 때는 4-1-4-1로 변환하는 듯했다. 맨유는 수비수 세 사람과 수비형 미들필더인 캐릭이 마름모꼴로 서서 안전하게 공을 주고받았고, 그 결과 빌드 업이 굉장히 안정된 형태로 진행될 수 있었다.
“젠장! 똥개 훈련도 아니고…….”
만주키치의 입에서 쌍욕이 나왔다. 벌써 몇 번째, 전방 압박이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난 탓이다.
맨시티는 오솔과 모드리치에 이어서 만주키치와 디 마리아까지 강도 높은 압박을 시도했는데, 예상외로 상대는 너무도 쉽게 빌드 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상대는 윙백까지 내려와서 빌드 업에 관여하고 있어. 숫적으로 싸움이 안 돼. 전방 압박은 포기해야 해.”
“뭔가 수가 있는 거야, 오솔?”
“수……? 글쎄 일단은 후퇴해서 지시를 기다려 봐야지.”
오솔이라고 무슨 수가 있겠는가, 공격이라면 모를까……. 다만 오솔도 하나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의 압박은 아무짝에 쓸모없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괜히 따라가다가 공간을 내주느니 차라리 공수 라인을 좁히고 버티는 편이 더 나아.’
맨시티 선수들이 뒤로 물러나자 맨유 선수들은 이제 아예 마음을 놓고 빌드 업을 시도했다.
[마이클 캐릭, 차분히 공을 돌리면서 틈을 찾고 있습니다.]
마침 공격수로 뛰고 있던 루니가 밑으로 내려왔다. 그는 비어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차지했는데 덕분에 수비진에 이어서 중원 지역에서도 마름모꼴 패스 코스가 만들어졌다.
흡사 두 개의 마름모를 이어 붙인 듯한 모양새였다. 여기에 양 윙백들까지 앞으로 전진하면서 측면에서도 마름모 형태를 계속 만들어냈다. 전진 패스를 이어가기 좋은 형태였다.
데샹은 이러한 형태의 공격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크루이프 시스템이군.’
크루이프 시스템. 네덜란드의 축구 천재 요한 크루이프가 고안해낸 전술이다. 이를 반 할 감독이 3-3-3-1이라 명명하면서 포메이션 상의 명칭은 3-3-3-1이라고 알려져 있다.
몇몇 감독들을 거친 크루이프 시스템은 오늘날 펩 과르디올라에 의해 점차 발전·변형되어 명맥을 잇고 있었다. 이 시스템은 이론상 완벽하다는 의미에서 꿈의 전술, 드림 시스템이라고도 불린다.
‘꿈의 전술에 손을 대다니…… 퍼거슨 감독답지 않은데?’
이론상 완벽한 꿈의 전술.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절대로 완성할 수 없는 전술. 그게 3-3-3-1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퍼거슨 같은 실리주의자가 추구할 만한 전술은 아니었다.
퍼거슨은 남이 성공시킨 전술의 정수만 쏙 빼 와서 자신의 팀에 적용하는 여우 같은 사람이었지, 이상적인 전술을 팀에 도입하는 몽상가는 아니었다.
‘설마 전술을 완성한 것은 아니겠지? 아니지…… 그랬다면 이제야 꺼낼 리 없어.’
3-3-3-1을 두고 꿈의 전술이라 부르는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일단 전술의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선수들 개개인의 기술적인 완성도도 높아야 하고 동시에 그들의 전술적인 역량까지 뒷받침되어야 겨우 시도할 수 있는 것이 3-3-3-1이었다.
맨유는 물론 강한 팀이었지만 그들의 장점은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있었지 기술적인 부분에 있지 않았다. 솔직한 말로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그렇다면…… 어쩌면 이게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군.’
어려운 전술인 만큼 실수도 잦을 수밖에 없다. 진득이 수비하면서 상대의 실수를 기다린다면 역습의 기회를 쥘 수 있었다. 물론 그것도 수비가 됐을 때의 이야기였다.
[캐릭이 긱스에게, 긱스는 바로 루니에게 전달합니다. 루니! 플레처와 원투패스를 주고받습니다!]
맨유는 패스가 끊기기는커녕 조금의 지체도 없이 전방으로 향했다. 크루이프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선수가 삼각형 형태로 선다는 것이었다.
선수들이 삼각형 형태로 서면 당연히 공을 가진 선수에게 두 갈래의 패스 코스가 주어진다. 그것도 그냥 패스가 아니다. 쉽게 뺏기 힘든 ‘대각선’으로 하는 ‘전진’ 패스였다.
전진 패스가 아무런 걸림돌 없이 수비진에서부터 최전방까지 도달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루니의 스루패스! 공은 에브라에게, 아! 그러나 패스가 살짝 길었습니다.]
[그래도 굉장히 위험했죠? 보시면 최후방에서 최전방까지 닿는 데 고작 3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섭게 전진한 것과는 반대로 공격이 조금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이 전술의 가장 큰 단점인 난이도와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겹쳐지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크루이프 시스템은 많은 활동량을 필요로 했는데, 특히나 윙백들은 공의 전진에 맞춰서 남들보다 훨씬 빨리, 더 많이 움직여야 해서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게다가 퍼거슨은 윙백으로 박해진과 에브라라는 수비적인 선수를 기용했다. 덕분에 수비는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었으나, 반대로 공격은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았다.
‘다행이군.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골을 먹혔을 거야.’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안 좋았다. 언제 골을 허용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은 슈팅이 나오고 있었고, 상대는 맨시티의 중원 지역을 마음껏 활보하고 있었다.
맨시티의 미드필더 조합은 중원 장악력이 강하기로 소문났지만, 오늘처럼 상대가 압도적으로 많을 때는 중과부적이었다.
3-3-3-1에서는 기본적으로 미드필드에 6명이 서고, 경우에 따라선 중앙 수비수까지 두 명 합류해서 최대 8명이 중원에 선다. 맨시티가 4백 라인을 지키는 이상, 중원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교체! 교체 신청입니다!”
데샹은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바로 교체를 단행했다. 그것도 한 번에 둘이나. 지금 그가 심정적으로 얼마나 급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만주키치 선수 대신 가레스 배리 선수가 들어가고, 디 마리아가 빠지고 그 자리를 가레스 베일이 대신합니다. 이건 어떤 변화죠?]
[중원에서 크게 밀리는 상황이니 배리 선수를 투입해서 급한 불을 끄겠다는 뜻 같습니다. 그리고 베일 선수는…… 역시 역습을 준비한 수겠죠.]
맨유는 기본적으로 쓰리백이었고 윙백들도 공격 시에는 상대 골라인까지 전진하는 매우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당연히 뒷공간, 특히 좌·우측 뒷공간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공간이 있는 상황에서는 베일만 한 공격수가 없었다.
[맨시티가 4-3-1-2 형태로 변했습니다. 오솔과 베일이 상당히 멀리 섰죠? 평상시에는 상대 수비수를 마크하다가 역습이 펼쳐졌을 때 각기 좌우로 뛰어 들어가려는 겁니다.]
데샹의 몸짓이 바빠졌다. 빠르게 돌아가는 오른팔이 눈에 들어온다. 경기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라는 뜻이었다.
‘패스도 빨리빨리, 스로인이나 골킥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라!’
오솔은 무슨 뜻인지 금방 이해했다. 맨시티 측에서 스로인을 준비하는 사이에 상대는 어느새 포메이션을 다시 바꾸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4-1-4-1로 돌아가고 있다. 미쳤군, 이 짓을 남은 시간 동안 계속하겠다는 뜻인가? 아니, 불가능은 아니겠구나. 남은 시간이라야 겨우 30분 남짓이니…….’
맨유 선수들이 마치 사슬에 묶인 것처럼 한 몸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오솔은 가만히 시간을 쟀다.
1초, 2초, 3초.
‘마크맨을 바꾸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대략 3초.’
사실상 이동하는 시간 외에 쓸데없이 낭비되는 시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해왔을지 짐작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공략 못 할 것도 없지.’
오솔과 만주키치 등이 연습한 2주의 훈련이 고작 3분 만에 증발했듯이 맨유가 준비한 전술도 파훼될 여지는 충분했다.
‘3초의 시간과 모드리치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오솔은 모드리치와 눈을 마주쳤다. 하프타임에 준비했으나 미처 꺼내지 못한 작전. 그것을 선보일 때가 되었다.
“루카도 봤죠?”
“응. 시간이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아. 길어야 3초?”
“맞아요. 패턴은 눈에 익었어요?”
“그래. 고작 3초지만 평상시보다 흐트러진 모습이더군.”
“좋아요. 깜짝 놀라게 해줍시다.”
맨시티는 좀처럼 맨유의 공격을 뚫지 못했다. 그러나 오솔과 모드리치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상대의 공격을 받아치는 상황이었다.
후반 30분경,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상대가 또다시 패스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중앙 지역을 지날 때 발생한 실수였다.
‘지금이다!’
오솔과 베일은 즉시 측면으로 내달렸다. 당황한 퍼디난드와 오셔가 그들을 따라 정신없이 걸음을 옮겼다. 패스는 공간을 보고 길게 날아왔다. 오솔 쪽이었다.
‘조금 짧은데?’
바튼이 찬 공이라 패스가 정확하지 않았다. 차라리 조금 길었다면 오솔이 작정하고 뛰어가 수비수를 따돌렸을 텐데, 짧아서 수비수와 경합을 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이러면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비디치 쪽이 이득이었다.
‘별수 없지. 자리 잡기 싸움으로 가는 수밖에…….’
비디치는 어떻게든 중간에 공을 끊어내려 했다. 그러나 오솔이 좀처럼 밀리지 않자 어느 순간부터 최대한 오솔을 밀어내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는구나!’
오솔은 최대한 버텨봤다. 그러나 비디치는 오솔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만이 지상 과제인 사람처럼 덤벼들었다. 이대로는 공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없었다.
‘설사 공을 잡아낸다고 해도 그사이에 시간은 다 지나가 있을 거야.’
3초의 시간을 이렇게 허무하게 버릴 수는 없었다. 오솔은 비디치의 어깨가 강하게 부딪쳐오는 걸 느끼며 자세를 바짝 낮췄다.
‘그 자리가 그렇게 좋으면 가져. 너 줄게!’
공이 지척에 이르렀을 때, 오솔은 비디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앞으로 불쑥 튀어나갔다. 많이도 아니고 한 걸음이었다. 고작 한 걸음. 그러나 오솔이 뛰어올랐을 때는 그 한걸음 차이가 상당히 크게 다가왔다.
‘내 자리는 이곳이니까!’
오솔의 몸이 높이 떠올랐다. 비디치는 오솔에게 가려서 공이 어디쯤 오는지 순간적으로 놓칠 정도였다. 오솔은 그 공을 가슴 트래핑으로 받아냈다.
투웅-!
공은 오솔의 가슴팍에 닿은 뒤 위로 살짝 떠올랐다. 먼 거리를 날아온 것치고는 반발이 크지 않았다. 예술…… 아니, 과학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멋진 가슴 트래핑이었다.
‘1초 지났고.’
오솔은 정면을 바라봤다. 연극의 막이 걷히듯 희끗한 공이 위로 떠올랐고, 그 뒤로 모드리치와 야야 투레 등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1.5초…….’
이제는 시간이 없었다. 오솔은 땅에 내려앉은 즉시 몸을 반쯤 누이며 발을 휘둘렀다. 바이시클 킥이다. 목적지가 골대가 아니라는 점만 달랐을 뿐…….
‘2초!’
공은 모드리치가 쇄도하는 공간으로 흘러갔다. 모드리치는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은 상태에서 공을 향해 거침없이 발을 뻗었다.
툭-!!
힘이 과하게 들어간 터치였다. 당연히 공은 멀리까지 튕겼는데, 마침 비디치와 퍼디난드 사이의 공간으로 굴러갔다.
파바박!
모드리치는 있는 힘껏 뛰었다. 그의 말대로 90분 이후의 일은 생각지 않는 사람 같았다. 그러나 수비수를 모두 따돌릴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퍼디난드가 너무 안쪽 깊숙이 있었고, 모드리치는 베일만큼 빠르지 않았다.
“제발……!”
많은 맨시티 팬들이 입을 가리고 섰다.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자꾸만 불길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들은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제발 골이 들어가길.
그때였다. 간신히 공을 잡아냈던 모드리치가 갑자기 뒤도 보지 않은 채 힐 패스를 시도했다. 바로 뒤에 비디치가 따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금방이라도 뺏길 것만 같은 상황.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패스에 비디치 역시 제대로 반응할 수 없었다.
“어엇!?”
모드리치는 뒤에도 눈이 달렸는지 비디치의 발이 닿지 않을 법한 위치로 패스를 보냈고, 비디치는 연달아 두 번이나 당했다는 사실에 허탈감에 빠져야 했다.
당연히 모드리치의 앞을 막아서고 있던 퍼디난드 역시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막 공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을 때였다. 모드리치가 입술을 달싹였다.
“아직 1초 남았다.”
그 순간 오솔의 오른발이 불을 뿜었다.
꽈아앙-!
* * *
오솔의 추가골 이후 맨유는 다시 4-3-3으로 전환했다. 물론 단순히 실점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꼬리를 만 건 아니었다. 여기에는 모드리치의 활약이 한몫했다.
[퍼거슨 감독으로 하여금 다시 4-3-3으로 돌아가게 한 모드리치의 패스 장면입니다. 보시죠!]
모드리치가 수비진의 변화를 확인하는 장면이 나오고 이어서 그의 발을 떠난 공이 수비진이 이동하면서 생긴 공간을 파고드는 모습이 나왔다.
포메이션을 바꾸면서 수비진 사이의 공간이 넓어지는 순간을 노린 절묘한 패스였다.
“아차!”
수비수는 뒤늦게 발을 뻗어봤으나 몸은 이미 관성에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결국 패스는 베일에게로 이어졌다. 만약 이때 반 데 사르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스코어는 단숨에 3 대 1까지 벌어졌을 것이다.
[이건 노린 게 맞습니다. 모드리치 선수가 맨유의 패턴을 완전히 꿰고 있었네요.]
[그래서 전술을 바꾼 것이로군요.]
바뀐 이후 맨유는 다시 경기 초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안정적인 수비와 속 터지는 공격이 그것이었다.
그렇게 90분이 거의 다 지나가고 이대로 2 대 1로 끝나는가 싶은 순간이었다. 긱스가 다시 한번 공을 몰고 가기 시작했다.
‘내가 한 명만 끌어들일 수 있어도 찬스가 만들어진다. 어차피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여기서 남은 체력을 다 쓰자!’
그러나 이미 한번 썼던 수를 반복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그것도 조이 바튼처럼 성격 더러운 놈에게는 말이다.
파바박!
바튼이 눈이 빨개져서 달려왔다. 그는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긱스의 몸통을 잡고 늘어졌고, 그럼에도 긱스가 패스를 하려고 하자 과감하게 덮쳤다.
삐이이익!
곧바로 휘슬이 울리고 옐로카드가 나왔다. 옆에서 들어간 태클이지만 피파에서는 이것도 백태클로 규정하고 있었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스프레이가 그어졌다. 거리는 대략 33m 정도. 무회전 프리킥을 차기에 딱 좋은 거리였다.
그러나 선수 중 누구도 바튼을 탓하지 않았다. 긱스에게 돌파를 허용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무회전 프리킥 쪽이 막을 확률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오솔이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정규 시간이 끝나고 추가 시간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번 프리킥만 잘 막아내면 이길 수 있었다.
‘요즘 호날두의 프리킥 감각이 보통이 아니던데…….’
베일이나 몇몇 선수들이 수비벽을 세우고 있었으나 솔직히 호날두의 프리킥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전에 한 번 말했지만 호날두는 수비벽이 규정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있다고 가정하고 연습하는 사람이었다. 수비벽의 유무는 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별수 없이…… 쇼를 좀 해야 하나?’
오솔은 보싱와를 붙잡고 귓속말을 속닥였다.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보싱와는 기겁해서 고개를 저었다.
“시, 싫어. 그러다가 허리라도 부러지면 어떻게 해?”
“내가 아무렴 그렇게까지 하겠냐?”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 있냐?”
“그래? 그럼 네가 위에 할래? 막을 수 있겠어?”
“……젠장, 이것도 죽을 맛이구나.”
“알았으면 얌전히 내 말에 따라라.”
오솔이 보싱와를 설득하는 사이, 호날두는 그의 독창적인 동작을 선보이고 있었다.
어깨 넓이로 떡 벌어진 두 다리와 어깨가 들썩이는 게 보일 정도로 큰 심호흡이 그것이었다.
이제 슈팅의 순간이 머지않았다. 오솔은 보싱와의 어깨를 툭 쳤고, 보싱와는 울상이 되어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호날두가 움직였다.
파바박!
호날두의 시선이 축구공에만 내리꽂혔을 때였다. 오솔은 수비벽에서 뒤로 크게 물러섰다. 이에 맞춰 보싱와도 한 발 크게 뒷걸음질 쳤다. 그러곤 몸에 힘을 바짝 줬다.
쾅-!
호날두가 막 슈팅을 가져가는 순간, 보싱와는 어깨 위로 얹어지는 묵직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오솔이 힘껏 달려와 점프하면서 보싱와의 어깨까지 짚은 것이다.
“어이쿠! 나 죽네!”
보싱와가 죽는소리를 냈다. 그러나 덕분에 오솔은 평소보다도 조금 더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호날두의 슈팅이 시야 정면에 들어올 정도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무회전 프리킥이 오솔의 정면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나야말로 죽겠다. 인마!’
오솔은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