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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200화 (2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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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200화

‘온다!’

페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오솔의 후방에서는 반 더 바르트가 따라오고, 측면에서도 페르난도 가고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막상 정면에서 막아야 하는 건 그 혼자였다.

‘어째 경기를 치를 때마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는군.’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4-4-2에서는 이런 장면이 자주 나올 수밖에 없다. 상대의 1 대 1 돌파를 허용하는 순간, 그렇지 않아도 헐거웠던 수비진이 완전히 붕괴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도 여기서 막아낼 수만 있다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페페의 두 눈이 빛났다.

그의 실력이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은 엘 클라시코에서 메시의 돌파를 막아내면서부터였다. 이번에 오솔까지 막아낸다면 그에게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는 찬사가 따라올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막을 수 있다! 아니, 막아 보이겠다!’

페페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진실로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 그가 메시를 막아낸 비결의 바탕에는 바로 이 자신감이 있었다. 오솔 역시 그런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메시의 돌파를 막았다는 게 꽤나 자랑스러운 모양이지? 그것도 겨우 한 경기 막은 걸로?’

오솔은 비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으며 드리블 속도를 조절했다.

그는 총총 뛰면서 호흡을 조절했다.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서서히 폭발력을 축적하는 주법이었다. 덕분에 푸에르타를 제치면서 사용한 힘들이 도로 충전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한번 막아봐라!’

오솔의 몸이 갑자기 빨라졌다. 페르난도 가고와 반 더 바르트가 지척에 접근한 바로 그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페페의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빠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익히 짐작했던 바!’

페페는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뒷걸음질을 쳤다. 동시에 오솔의 두 다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지금은 별다른 점이 없었지만, 오솔이라면 언제든지 푸에르타를 농락했던 것처럼 놀라운 개인기를 시도할 수 있었다.

‘언제 움직일 거냐, 대체 언제?’

그러나 오솔의 다리는 별다른 변화 없이 계속해서 앞으로 움직였다. 페페에게는 그 모습이 꼭 ‘네가 먼저 덤벼라.’라고 말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수비수가 먼저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지?’

두 사람의 거리가 서서히 좁혀졌다. 페페가 아무리 열심히 뒷걸음질해봐야 정면으로 뛰는 오솔보다는 느릴 수밖에 없었다.

파바박!

이제 거리가 한 뼘만 더 좁혀지면 오솔의 동작에 제때 반응하기 힘들었다. 페페가 먼저 발을 뻗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다음 터치에 달려든다!’

페페는 벌써 달려들기로 마음먹었다. 오솔의 동작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우뚝!

페페의 다리가 쭉 뻗어오는 타이밍에 맞춰 오솔과 공이 멈춰 섰다.

‘이렇게 멈출 수 있다고?’

페페는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다리를 더 뻗어서 공을 걷어차고자 했다. 이 짧은 상황에 판단을 마치고 대응을 했다는 점에서 페페의 실력도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솔은 그것 또한 계산에 넣어두고 있었다.

스슥-!

오솔이 발바닥으로 공을 자신 쪽으로 굴렸다. 덕분에 페페의 태클은 허공을 휘젓고 말았다.

‘드래그 백?’

여기서 공을 앞으로 툭 치고 나간다면 드래그 백이 된다. 그러나 이미 중앙과 오른쪽 코스는 페페의 다리가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었다.

그렇다고 왼쪽으로 돌파하기도 쉽지 않은 게 그쪽에는 또 가고가 따라오고 있었다. 페페는 제친다고 해도 가고에게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까짓거, 저 다리만 넘어서면 되는 거잖아?’

오솔은 공을 왼발을 향해 굴리고, 오른발을 왼발 뒤로 꼬아서 굴러오던 공을 툭 하고 찼다. 덕분에 공은 페페의 가랑이 사이로 쏙 하고 빠져나갔다.

‘호, 호커스 포커스!!?’

오솔은 페페의 어깨를 살포시 잡고 그의 다리 위를 뛰어넘었다. 반면 수비를 위해 달려오던 레알의 선수들은 페페에게 막히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오솔과 카시야스 골키퍼의 1 대 1 상황이 펼쳐졌다.

‘흐읍!’

카시야스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연습해왔던 대로 각도를 좁혀 나갈 뿐이었다.

183㎝의 골키퍼치고는 굉장히 작은 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빠른 쇄도가 가능했다.

파바박!

‘……벌써 여기까지 왔다고?’

오솔은 카시야스의 얼굴을 보고 입술을 앙 다물었다. 그는 아직 공을 잡기도 전인데 카시야스는 벌써 각도를 다 좁혀놓은 상태였다.

거리가 가까운 만큼 반응하기는 더 힘들겠으나 카시야스의 뛰어난 반사 신경을 생각하면 슛하기가 쉽지 않았다.

‘역시 카시야스다!’

이케르 카시야스. 아직 스무 살도 되기 전인 1999년, 그는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골키퍼가 되었고, 그다음 해에 스페인 국가대표 선수가 되었다. 그로부터 대략 10년이 지난 오늘, 그는 여전히 스물여덟의 젊디젊은 나이였다.

‘경험과 신체 능력, 모두 자신 있다 이거냐?’

오솔의 입꼬리가 씩 말려 올라갔다. 경험과 신체 능력, 이 두 가지 측면에서 그보다 나은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다.

팍, 파박!

오솔의 두 다리가 현란하게 교차했다. 공은 왼발에서 오른발로, 다시 멈추면서 왼쪽으로 흘러갔다. 그 결과 카시야스가 기껏 낮췄던 무게 중심이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골키퍼로서는 베테랑일지 몰라도 필드 플레이는 또 다를걸?’

오솔은 마치 수비수를 상대하듯 드리블을 시도했다. 카시야스는 첫 번째 속임수에는 속지 않았지만 이어지는 방향 전환에는 균형을 크게 잃었다.

오솔이 손쉽게 돌파할 수 있겠다 싶은 순간, 카시야스는 몸을 고양이처럼 뒤집으며 오솔의 마지막 방향 전환까지 따라붙었다. 이 마지막 다이빙은 오솔조차 감탄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한 균형 감각이다!’

만약 카시야스의 키가 1㎝만 더 컸다면, 혹은 그의 팔이 1㎝만 더 길었다면 공을 쳐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공은 카시야스를 지나친 후였고, 그의 팔은 애꿎은 오솔의 발목만 붙잡고 늘어졌다.

쿠당탕!

오솔은 하늘을 우아하게 날았다. 한때 다이버라는 칭호를 달고 살았던 선수답게 부상을 완벽하게 방지하는 다이빙이었다.

‘공은?’

다행히 공은 그가 의도했던 대로 골문 안으로 굴러 들어가고 있었다.

* * *

반 더 바르트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푸에르타를 제친 장면만으로도 대단하다 싶었는데, 페페와 카시야스까지 연달아 돌파하는 모습에서 전율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만큼 오솔의 돌파는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지켜봤던 선수들에게까지 큰 충격으로 다가올 정도로 정말 대단했었다. 그가 기억 속 오솔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반 더 바르트의 입이 슬며시 벌어졌다.

“……도대체 언제 저렇게 연습한 거지?”

“벌써 놀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오솔은 시작보다 끝으로 갈수록 더 잘하는데.”

돌아보니 만주키치가 마치 오솔의 부모라도 되는 양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냐…… 그 역겨운 표정은?”

“윽! 제 표정이 뭐가 어때서요?”

“왠지 욕하고 싶어지는 표정이었어.”

“쳇! 미리 경고를 좀 해드리려고 했는데 정말 이러깁니까?”

“경고? 무슨 경고?”

“오솔을 조심하라고요. 항상 놀라운 플레이를 펼쳤다 싶은 순간, 그보다 더 놀라운 광경을 만들어내니까요.”

‘막을 수 없는’이 발동했을 때의 상황을 기억하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만주키치의 경고는 결과적으로 아무 의미도 없었다. 오솔의 다음 행동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봐야 소용없었기 때문이다.

“로번!”

“오솔!”

이후 경기가 재개되었다. 오솔의 골로 점수는 2 대 2로 동률. 양 팀 모두 가장 확실한 카드인 로번과 오솔에게 공을 몰아줬다.

[로번의 드리블 돌파! 아!! 콤파니의 태클이 정확하게 공만 빼내는 데 성공합니다!]

로번은 이제 측면 돌파를 버리고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움직임에 집중했다.

처음이야 변칙적인 돌파로 측면 공략에 성공했지만 변칙을 두 번·세 번이고 반복할 수는 없었기에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플레이를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패턴의 일원화는 결국 콤파니를 비롯한 맨시티의 수비진에게 읽히게 되었다. 로번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대처였다. 이는 곧 맨시티의 역습으로, 오솔에게로 이어졌다.

“오솔!”

오솔이 공을 잡고 돌아섰을 때 만난 것은 푸에르타와 반 더 바르트, 두 사람이었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라파엘.”

“누군가의 경고가 있었거든.”

“이거 보싱와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닙니까?”

반 더 바르트가 물러난 덕분에 자유가 된 보싱와는 물론이고, 중원에서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모드리치와 야야 투레까지 뛰어 들어갔다.

덕분에 푸에르타는 보싱와를 따라 측면으로 물러났고, 반 더 바르트 홀로 오솔을 막아서게 되었다.

‘이런……!’

페페도 못 막은 오솔의 돌파였다. 반 더 바르트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역시나 오솔은 여유롭게 고개를 들고 필드 전역을 훑고 있었다. 반 더 바르트가 달려든다고 해도 얼마든지 공을 지켜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좋아, 공간이 생겼다!’

야야 투레와 보싱와가 상대 수비 라인까지 쉼 없이 내달려준 덕분에 측면과 중앙 지역에 약간의 공간이 생겼다. 필드에 고정되어 있던 눈동자가 마침내 반 더 바르트에게 돌아왔다.

“아쉽네요. 한눈을 팔 때 들어와 줬으면 쉽게 제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겨우 그 정도 수법에 넘어갈 사람으로 보였냐?”

“흐흐흐. 개인기를 잘한다고 해서 그걸 막는 것까지 잘하는 건 아닐 텐데요?”

“그래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겠지.”

“정말 그런지 한번 시험해 보죠!”

오솔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걸음을 뗐다. 반 더 바르트는 오솔의 발재간에 주의하며 몸을 뒤로 물렸다. 그의 형편없는 태클 실력으로는 죽었다 깨나도 공을 뺏을 수 없을 테지만, 그래도 끝까지 따라붙을 수만 있다면 협력 수비를 통해 막아낼 수 있었다.

‘라 크로케타? 스텝 오버? 아니면 삼바 엘라스티코? 뭐든 절대 속지 않겠다.’

두 눈에 힘을 바짝 주고 기다리는 반 더 바르트. 그 앞에서 오솔이 사용한 기술은 단순한 치고 달리기, 즉 속도를 살린 치달이었다.

현란한 드리블 돌파를 선보일 거라 생각했던 오솔이 이번에는 역으로 단순히 힘과 속도를 활용하는 기술을 시도한 것이다.

‘윽! 속도로 붙어보자 이거냐?’

‘속도도, 몸싸움도 제가 위입니다.’

오솔 쪽이 보폭이 훨씬 큰데도 다리가 앞뒤로 왕복하는 속도에서는 큰 차이가 안 났다. 아니, 미세하게 오솔이 앞선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여기에 손을 쓰는 법, 어깨를 넣는 법까지 동원하면 오솔의 완승이었다.

‘이런 망할 놈!’

결국 반 더 바르트는 완전히 밀려났다. 오솔은 겨우 3초 남짓한 치고 달리기로 중앙의 공간으로 들어섰는데, 그사이 레알의 다른 선수들은 감히 그 공을 뺏을 생각도 못했다.

단순한 치고 달리기였음에도 오솔이 힘 조절을 절묘하게 한 덕분에 공을 걷어내기 애매했던 것이다.

치고 달리기라는 단순한 플레이도 그 속을 세세히 뜯어보면 범상치 않은 클래스가 느껴졌다. 반 더 바르트는 결국 두 손·두 발을 모두 들어 올렸다.

‘졌다. 녀석, 이제는 진짜로 월드 클래스…… 아니,’

검은색 원정 유니폼에 새겨진 오솔이라는 이름과 등번호 9가 눈에 아로새겨졌다. 오솔의 오른팔이 뒤쪽으로 크게 휘둘러지는 순간, 숫자 9가 접히면서 1처럼 보였다.

‘넘버원이라고 불러야겠구나.’

오솔을 막기 위해 스네이더와 가고가 각자의 마크맨을 버리고 달려왔으나 소용없었다. 이미 오솔은 왼발을 힘차게 휘두르고 있었다.

콰앙-!!

* * *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16강 1차전은 맨체스터 시티의 승리로 끝이 났다.

오솔은 혼자서 세 골을 몰아넣으면서 3 대 2 승리를 견인했다. 특히 두 번째와 세 번째 득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회 최고의 득점들이었다.

덕분에 바다 건너 한국의 네티즌들은 밤새 잠 한잠 못 잤다는 사실이 전혀 아쉽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밤을 새웠다는 사실이 한없이 자랑스러웠다.

[정말 멋진 골이었어. 어쩌면 이번 대회 최고의 골로 뽑힐지도 모르는 그런 골이었지.]

[정말 지난밤의 경기는 실시간으로 본 사람들이 승리자들이었지. 그런 슛은 다시 나오기 힘들 거야. 적어도 이번 시즌에는 또 나오기 힘들겠지.]

[혹시 모르지 오솔이 상위 라운드로 가서 더 멋진 골을 넣을지…….]

[세 명을 개인기로 연달아 돌파해서 골을 넣는 것과 35미터가 넘는 지역에서 중거리 슛으로 득점하는 것. 둘 다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슛들 아니었냐? 이걸 뛰어넘으려면 마라도나나 메시처럼 하프라인에서부터 다 돌파하는 수밖에 없을걸?]

[왜 다들 레알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냐? 2차전에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레알 홈에서 3 대 2로 역전승했는데, 맨시티 홈에서 지겠냐?]

[혹시 모르잖아. 사실 이번 경기도 오솔의 원맨쇼 아니면 맨시티가 2대 1로 지는 각이었는데. 레알이 만만한 팀도 아니고 경기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누군가의 걱정처럼 약 2주 뒤에 치러진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제법 매섭게 반격해 왔다. 로번의 돌파는 날카로웠고, 이구아인은 뛰어난 라인 브레이킹으로 스네이더의 스루 패스를 받아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오솔의 실력에 감화된 맨시티 선수들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고, 가진 바 실력 이상의 모습을 보이며 2 대 1 승리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맨시티는 종합 5 대 3의 성적으로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 진출하게 되었다.

16강을 마쳤을 뿐인데, 오솔은 벌써 11골을 기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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