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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99화 (199/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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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99화

‘라파엘과 푸에르타라…….’

공교롭게도 오솔과 마주치는 선수들 모두 인연이 깊었다.

기억하다시피 반 더 바르트는 함부르크 시절 동료였고, 왼쪽 수비수로 나온 안토니오 푸에르타는 오솔 덕분에 소중한 목숨을 건진 적이 있었다.

‘이렇게 만나니까 또 재밌네.’

챔피언스 리그라는 중요한 대회를 치르고 있음에도 오솔은 즐겁기만 했다. 필드 위에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경기가 치열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카가각!

[야야 투레의 슬라이딩! 그러나 스네이더, 공을 흘리면서 잘 돌아섰습니다.]

특히나 치열한 부분은 중원 지역이었다. 모드리치-야야 투레-조이 바튼으로 이어지는 맨시티의 중원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임을 증명한 바 있었다.

본래라면 단 두 명뿐인 레알 마드리드가 밀려야 맞았다. 그러나 실상 레알이 공격을 전개하는 모습을 본다면 숫자가 적다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스네이더의 패스가 로번에게!]

비결은 공격을 지휘하고 있는 베슬리 스네이더의 경기 조율 능력이었다. 스네이더는 많이 뛰지는 않았지만 중앙에서 공을 잡으면 어떻게든 공격수들에게 공을 연결해내는 발군의 패스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로번! 아무런 방해 없이 공을 잡습니다! 스네이더가 잘 봤네요.]

현재 레알의 진형은 4-4-2 기본형, 이는 좌우 측면 자원들을 활용한 재빠른 돌파가 위력적인 전술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중앙에서 패스를 뿌려줄 선수가 필수였다. 다른 건 필요 없었다. 일단 패스만 닿는다면 돌파는 측면 자원이 도맡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아르연 로번! 안쪽으로 접고 툭툭!]

레알은 호비뉴의 이탈과 동시에 공격 시 로번에게 기대는 경기가 많아졌다. 그리고 이 왼발의 마술사는 일단 현재까지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빠르다!’

로번의 돌파를 지켜보는 모두의 생각이었다. 직전에 보였던 베일의 돌파가 직선 돌파의 극한에 가까웠다면 로번은 또 달랐다.

오로지 왼발만을 활용해 안쪽으로 툭툭 치고 들어오는 돌파는 빠르면서도 부드러웠고, 동시에 매 터치마다 슈팅을 할 것처럼 속임수가 들어가 있었다.

로번의 돌파가 무서운 이유는 이 슛 페인팅에 있었다.

‘젠장! 이게 뭐야?’

이놈의 슛 페이팅 때문에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로번이 터치를 할 때마다 다리를 들어 슛 코스를 막을 수밖에 없었고, 로번은 이때 한 번 더 치고 들어가면서 수비수와의 거리를 벌렸다. 기술과 속도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움직임이었다.

[한 번 더 치고 들어갑니다!]

이런 드리블이 세 번 정도 반복되면 결국 완벽한 노마크 찬스가 찾아온다. 바로 지금처럼!

뻐엉-!

로번의 왼발이 침착하게 골대 구석을 노렸다.

기븐이 몸을 날려보지만 그의 장갑이 움켜쥔 것은 누웠다가 일어나는 잔디와 마드리드 팬들의 환호성뿐이었다.

[로버어언!! 로번의 전매특허와도 돌파가 골로 연결됩니다!]

얼마나 많은 수비수와 골키퍼들이 이 패턴에 당했는지 모른다. 너무 유명해서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패턴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막상 눈앞에서 마주치면 대부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로번의 돌파는 그만큼 강력했다.

‘오늘 안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오솔은 수비수들의 표정을 확인했다. 다행히 다들 멘탈은 꽉 붙잡고 있었다. 실력도 정신력도 모두 기본은 되어 있는 선수들이었다. 수비진의 중심 콤파니가 목소리를 높였다.

“처음이라 그런 것뿐이야, 다음에는 막을 수 있어! 머릿속에 항상 방금의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침착하게 한번 막아보자!”

로번의 돌파는 위력적이었지만 사실 이 패턴 외의 공격을 그럭저럭 막을 만했다. 방금은 처음 당하는 공격이라 수비수들이 타이밍을 놓쳤던 것일 뿐, 이것도 익숙해지면 대처 못 할 수준은 아니었다.

오솔도 무덤덤한 얼굴로 선수들을 위로했다.

“그래. 로번에게는 방금 그것밖에 없어. 그리고 녀석은 왼발밖에 못 쓰잖아. 측면 돌파는 그다지 좋지 못하니 안으로 들어오는 것만 조금 더 신경 쓰면 막을 수 있을 거야.”

로번의 단점이라면 왼발에 대한 의존이 심하다는 점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그는 오른쪽 측면으로 돌파를 할 때도 왼발로만 했다. 이는 곧 상대 수비수와 가까운 곳에 공을 두고 달린다는 소리였다. 당연히 뺏기 더 쉬웠다.

크로스를 올릴 때도 대부분 반대로 공을 접고 올리는 형태였으니 이를 잘만 이용하면 오히려 역습의 단초로 풀어갈 수 있었다.

[스네이더, 다시 로번에게 패스합니다!]

[한 번 더 가나요?]

로번은 나름대로 변화를 주려고 했는지 이번에는 측면을 따라 달렸다. 역시나 왼발로만 공을 몰고 가는 형태였다. 발만 살짝 뻗어도 금방 뺏을 수 있어 보이는 거리. 그러나 바스토스는 쉽사리 달려들지 못했다. 공이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로번의 왼발보다는 가까울 수 없었다.

‘발을 뻗으면 위험해.’

로번은 바스토스가 망설인다는 걸 깨닫자마자 공을 달고 달리기 시작했고, 금방 라인 끝까지 도달했다. 막상 막다른 길까지 다다르자 이제는 바스토스가 유리해졌다.

그러나 상황이 유리하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상대는 현재 메시, 오솔 등과 함께 세계 최고의 오른쪽 윙어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로번이었다. 로번은 생각했다.

‘내가 반대로 접을 거라고 생각하겠지?’

로번은 플레이를 한번 꼬았다. 안쪽으로 접는 척 상대를 속이고 실제로는 골라인을 따라 골문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그러곤 툭! 왼발로 미는 듯한 자세로 패스를 찔러 넣었다.

공은 골키퍼도, 수비수도 막기 힘든 코스로 흘러갔다.

맨시티의 수비수들은 공을 잡는 걸 포기하고 대신 공격수들을 밀어내는 데 집중했다. 콤파니가 이구아인을, 야야 투레가 라울을 붙잡는 형태인 것이다. 덕분에 공은 중앙 지역을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그렇게 무난하게 맨시티의 공이 되는가 싶은 순간.

파바박!

어느새 측면에 있던 반 더 바르트가 중앙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그의 좌우에서는 조이 바튼과 보싱와가 따라붙고 있었는데, 반 더 바르트는 상체가 휘청휘청 밀리는 와중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간신히 쓰러지지 않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몸의 균형이 무너져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이미 반 더 바르트는 패스 코스 안에 들어와 있었고, 기븐 골키퍼는 구석으로 몰린 상황이었다. 공의 방향만 제대로 바꿀 수 있다면 바로 골이었다.

‘내가 먼저 찬다!’

미세하게 반 더 바르트의 발이 더 빨랐다. 그는 쓰러지는 와중에도 발목의 움직임만으로 슛을 시도했다. 균형이 무너졌다느니 익숙하지 않은 발로 차야 한다느니 하는 불안 요소로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팡-!

빠르게 굴러오던 공이 반 더 바르트의 발 안쪽에 맞고 그대로 골대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출렁!

레알 마드리드의 역전골이자 반 더 바르트가 레알로 이적한 이후 기록한 열 번째 골이었다.

* * *

‘진짜 클래스가 어디 안 가는구나.’

오솔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사실은 반 더 바르트의 실력이 예전만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이후, 그가 계속해서 호비뉴와 스네이더의 후보로만 출전해왔기 때문이다.

‘스타일은 조금 바뀌었지만 슈팅 능력은 여전하네.’

오솔의 기억 속에 있는 반 더 바르트와는 달랐다.

함부르크에 있을 때는 드리블과 패스, 슛까지 모든 플레이를 소화했던 선수였다면, 레알에서는 많이 뛰는 스타일로 변해 있었다. 마치 박해진처럼 말이다.

“언제 그렇게 체력을 길렀어요?”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더라고.”

경기 조율은 스네이더에게 밀리고, 돌파는 로번에게, 마무리는 반 니스텔로이와 이구아인 등에게 못 미치니 나름대로 차별화를 시도해 봤다는 소리였다.

이렇게 반 더 바르트가 많이 뛰어준 덕분에 레알은 보다 균형 잡힌 경기력을 보였다.

‘호비뉴도 이런 식으로 노력했다면…….’

그러나 뭐가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반 더 바르트는 분명 수비력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정작 팀과 감독이 원하는 공격적인 플레이는 여전히 아쉬웠다. 헌신적인 플레이에도 그가 후보로 밀려나는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팀을 위해서라면 반 더 바르트의 방식이 맞을지 몰라도 선수 개인의 장기를 살리는 데에는 호비뉴와 같은 행동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지금 오솔에게 중요한 것, 그것은 동점·역전골을 넣는 것이었다. 오솔은 패스가 오기 전, 미리 베일과 만주키치를 확인했다.

‘방비가 철저하군.’

라모스는 베일의 속도에 제대로 놀랐는지 절대 수비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다. 뒷공간을 내주지만 않는다면 끊어낼 수 있다는 생각 같았다.

‘베일의 속도는 믿을 만하지만 라모스의 키가 조금 걸리네…….’

라모스는 측면 수비수치고 제공권이 좋은 선수였다. 당장 다음 시즌부터는 중앙 수비수로 뛸 정도였으니 높은 패스를 걷어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중앙은 칸나바로와 페페인가?’

이쪽에서 약점을 찾으라면 역시나 노쇠화와 동시에 기량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칸나바로였다. 여기서 기량은 다른 게 아니라 속도였다. 속도!

‘베일이 라모스와 칸나바로 사이로 파고들 수만 있다면 기회가 만들어질 것 같기도 한데…….’

그러나 공격수로 전환한 지 고작 두 달도 안 된 녀석에게 그 정도 움직임을 요구하는 건 아무리 봐도 무리였다.

무작정 뛰어들어 가라고 하기도 힘든 게 측면 돌파와 달리 중앙 지역은 좌우에서 수비수를 상대해야 했다. 경험이 적은 베일로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오솔은 베일에게 미리 중앙으로 쇄도하라는 주문을 넣고 패스를 찔러 넣었다. 칸나바로의 느린 발을 노리고 그의 뒷공간으로 패스를 한 것이다.

[베일, 공을 잡는 데 성공합니다!]

잡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아니, 잡는 것만 성공했다. 옆에서 따라오던 라모스는 베일을 거칠게 밀어붙였고, 베일이 당황해서 공을 중앙으로 옮겨가자 뒤늦게 따라오면 칸나바로가 몸을 날린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내보냈다.

베일은 좌우에서 들어오는 견제에 정신이 없었는지 칸나바로의 태클에 걸려 바닥을 굴렀다.

역시나 아직은 협력 수비를 어떻게 벗겨내야 할지 감을 못 잡은 모습이었다. 안토니오 푸에르타는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저런 풋내기로는 힘들 거야. 우리가 공격적인 운영을 해서 그렇지, 각각의 수비력만 놓고 보면 괜찮은 편이거든.”

“……확실히 쉽지 않겠네. 뭐, 상관없어. 어차피 베일의 용도는 상대를 측면에 잡아놓는 것이었으니까.”

오솔이 목을 좌우로 꺾으며 몸을 풀자 푸에르타의 얼굴에 긴장이 서렸다.

오늘 경기를 위해 수도 없이 오솔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그가 저런 식의 행동을 한 다음에는 무조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미칠 듯한 활약이 이어졌었다.

‘젠장.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군.’

푸에르타의 얼굴에는 자신이 없었다. 16강 상대가 정해지고 약 두 달 동안 준비를 했음에도 상대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데에서 오는 불안이었다. 그가 이렇게 어려워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오솔의 포지션 변경이 그리 오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데이터라고 해봐야 반년도 안 되는 양이었다. 이 정도 양이면 아무리 열심히 분석해도 패턴을 찾아내기 힘들었다.

또 다른 이유는 오솔의 공격 패턴이 일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오솔은 처음 한 달 정도는 안쪽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러다가 상대가 어느 정도 대처법을 찾았다 싶으면 클래식 윙어처럼 측면을 따라 달렸다.

뿐만 아니라 만주키치나 모드리치 등과 콤비네이션을 이루는 모습도 자주 나왔다.

‘베일과 만주키치 쪽은 막혔으니 패스는 하지 않을 거야. 원투로 쇄도하거나 드리블 돌파 둘 중 하나다.’

오솔은 푸에르타를 앞에 두고 스텝 오버를 시도했다. 이렇게 발을 교차하다가 어느 순간 측면으로 내달리거나 안쪽으로 파고들 속셈 같았다.

‘돌파구나!’

푸에르타는 다른 선택지는 모두 지우고 오솔의 돌파에만 집중했다. 오솔의 동작에 깊이 집중하자 지금의 모습과 패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긴장을 바짝 끌어올렸다. 일정한 패턴이 일그러지고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 바로 그 순간이 돌파의 타이밍이었다.

타닷!

과연 오솔의 움직임에 변화가 일어났다. 일정한 높이로 솟구치던 무릎이 유달리 낮게 떠오르는 모습이 감지된 것이다.

‘왼쪽!’

방향을 감지했다는 것만으로도 막아낼 확률이 큰 폭으로 올랐다. 푸에르타는 저도 모르게 무게 중심으로 왼쪽을 옮겨갔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공이 따라가느냐였다.

툭-

예상했던 대로 공은 오솔의 발을 따라 측면으로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푸에르타의 고개가 슬그머니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오솔의 동작을 따라가는 것이라 조금은 늦었지만 서로의 거리를 생각하면 완벽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솔이 그대로 측면으로 달렸다면 말이다.

[프, 플립 플랩!]

측면으로 나아가던 공이 공중에서 방향을 틀었다. 오솔의 발이 어느새 공보다 빠르게 나아가 측면으로 나가려는 공을 안으로 거두어들인 것이다.

‘으윽!’

푸에르타는 관성에 못 이겨 넘어졌고, 오솔은 그 옆을 여유롭게 지나갔다.

“생각해 보니까 나 정도 되면 축구는 혼자 해도 되더라고.”

펠레, 마라도나,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지단 등등 게임을 혼자 쌈 싸 먹는 존재는 축구판에 생각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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