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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95화 (195/213)

 # 195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95화

45장 오솔의 팀

리그 15라운드 토트넘 홋스퍼전. 호비뉴는 오랜만에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자연히 만주키치를 보는 눈초리가 곱지 않았다.

‘내가 저 녀석보다 못하다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죽어라 뛰는 것과 헤딩밖에 없는 녀석인데?’

그러나 만주키치는 호비뉴에게는 없었던 성실함을 무기로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연계 플레이에 집중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왼쪽 측면에 섰으나 때로는 오솔과 위치를 바꿔가면서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오솔은 왼쪽 측면으로 내려가면서 많은 득점 찬스를 만들어냈는데, 좋은 기회가 찾아와도 만주키치는 매번 종이 한 장 차이로 골을 놓치곤 했다. 호비뉴는 그의 슈팅이 빗나갈 때마다 비웃음을 잔뜩 머금었다.

‘후후. 저렇게 둔한 움직임으로는 골 넣기 힘들지.’

그러나 데샹 감독은 호비뉴에게 그랬듯 만주키치에게도 충분한 기회를 주고자 했다.

만주키치는 그동안 후보로만 뛰어왔기 때문에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본래도 득점력이 강한 선수는 아니었으니 어느 정도 부진은 당연했다.

‘그래도 슬슬 넣어줬으면 좋겠는데…….’

데샹이 살짝 초조해지려 할 때, 다행히 아주 늦기 전에 골이 터졌다. 후반 15분, 오솔의 크로스를 만주키치가 헤딩 골로 연결한 것이다.

“됐다!”

데샹은 만세를 질렀다. 레들리 킹과 마이클 도슨이 버티고 있는 토트넘을 상대로 헤딩 골을 넣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헤딩에서만큼은 만주키치의 실력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데샹은 남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바로 호비뉴를 투입했다.

[오솔이 나가고 호비뉴가 들어갑니다.]

[데샹 감독이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오솔을 빼는군요, 조금 아쉬운데요?]

[그래도 다행히 부상이나 다른 이상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맨시티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두 선수가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카메라는 그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크게 잡았는데, 잔뜩 굳은 호비뉴의 얼굴과 냉정한 오솔의 표정이 엇갈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플레이 메이커로서의 가능성을 마음껏 선보인 오솔과 최근 슬럼프를 겪고 있는 호비뉴의 교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아! 이렇게 되면…… 두 선수의 플레이가 비교가 될 수밖에 없겠네요.]

여태까지 호비뉴의 경쟁자는 페트로프 혹은 만주키치였다. 그러다 보니 호비뉴가 아무리 슬럼프에 시달린다 하더라도 그의 입지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 데샹 감독은 오솔을 호비뉴의 자리에서 뛰게 했고, 심지어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했다. 이는 호비뉴 대신 오솔을 투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었다.

‘젠장.’

이런 상황이니 호비뉴의 표정이 좋을 리 없었다.

‘만약 내가 오솔만 못한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

호비뉴는 뒤늦게 위기를 깨달았으나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오솔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는 것인데, 그게 쉬우면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 오솔 선수가 나가서 그런지 맨시티의 공격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는군요.]

[현지 카메라는 호비뉴의 모습을 잡고 있습니다. 30분 가까이 별다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는 걸 지적하는 것이죠.]

결국 후반전 30분은 정말 재미없는 경기가 되고 말았다. 호비뉴는 이번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는 곧 그를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졌다. 당장 경기가 끝나고 나오는 기사들만 봐도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었다.

[데샹, 여전히 호비뉴를 믿는다. 그러나……!]

[팬들 사이에서 이제는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데샹 감독은 여전히 호비뉴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확인된 바에 의하면 최근 훈련 과정에서 오솔을 왼쪽 날개로 뛰게 하는 경우가 많이 보이고 있으며…….]

데샹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후우. 기어이 호비뉴를 빼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군.”

마침내 호비뉴를 후보로 돌려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이로써 호비뉴를 빼더라도 반발을 최소화할 명분이 만들어졌다.

“잔인한 짓이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의 실력을 비교한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다.”

데샹이 굳이 두 사람을 비교한 것에는 이런 계산이 깔려 있었다. 호비뉴를 주전에서 제외한 것이 자신의 뜻이 아니라는 일종의 변명거리를 만든 것이다.

“호비뉴에게도 기회는 계속 줘야겠지. 훈련과 실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면 언제든지 기용할 수 있게.”

다만 그 기회라는 것이 프리미어리그나 챔피언스 리그가 아닌, 리그 컵 경기라는 게 다를 뿐이었다.

*리그 컵 경기는 우승 혜택과 상금, 대회 권위 등이 다른 대회에 비해 현저히 낮아서 주로 후보 선수나 유망주들을 출전시키는 대회로 활용되고 있다.

* * *

토트넘전 이후 오솔은 원톱 자리를 만주키치에게 내주고 1.5선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호비뉴가 있었던 왼쪽 자리에서 뛰었는데, 겨울이 되면서 지울리의 컨디션에 이상이 생겼고 결국에는 오른쪽 측면으로 자리를 옮겨 가게 되었다.

덕분에 왼쪽 자리는 공석이 되었고 사람들은 당연히 호비뉴가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작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그동안 후보로 밀려나 있던 페트로프였다. 데샹 감독은 다재다능한 호비뉴 대신, 속도 외엔 딱히 장점이랄 게 없는 페트로프를 선택한 것이다.

‘어차피 중앙 지역은 오솔을 위해 비워둬야 해. 이럴 때는 차라리 페트로프가 낫다.’

오솔의 위치가 바뀌어도 호비뉴를 기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중앙 지향적인 호비뉴를 오솔과 같이 기용했다간 결국 두 사람의 동선이 겹치게 되고 결과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방해가 되고 만다. 게다가 페트로프의 기용에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오솔이 추천한 선수, 가레스 베일의 존재였다.

‘가레스 베일을 데려오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런 형태의 전술을 미리 연습해 놓을 필요가 있다.’

데샹은 베일의 빠른 발을 확인하고 그 폭발적인 질주 스타일에 푹 빠지고 말았다. 이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좌 베일 우 오솔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베일의 속도는 심지어 페트로프보다도 빨라. 분명 공격에 엄청난 도움이 될 거야.’

확인 결과, 베일은 크로스의 파워와 정확도도 괜찮았다. 수비력이 좋지 않은 것이야 포지션을 변경하면 되는 일이고, 득점력은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혹여 좋지 않더라도 나이가 어린 만큼 훈련에 따라서 얼마든지 개선할 여지가 있었다.

‘이적 시장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데려온다고 하면 1월 1일에 합류할 것이고, 챔스 16강까지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있다.’

모든 감독이 그러하듯 데샹의 목표 또한 챔피언스 리그 8강 진출, 그 이상이었다.

어쨌든 덕분에 페트로프-만주키치-오솔로 이어지는 조합이 만들어졌다. 호비뉴가 포함된 조합에 비해 득점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당연히 이를 만회하기 위한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파앙-!

패스가 오솔에게 향하자 데샹 감독이 목소리를 높였다.

“패스를 받은 즉시 안쪽으로 접고 들어가는 겁니다!”

오솔은 패스를 받은 즉시 몸을 살짝 틀어서 중앙으로 달렸다. 균형감각과 드리블, 볼터치 등이 두루 뛰어난 덕분에 돌아서는 동작이 부드럽기 짝이 없었다.

오솔의 시야에 언제든지 달려들 준비가 끝난 페트로프와 수비수에게 어깨를 붙이고 있는 만주키치, 그리고 빠르게 올라오는 모드리치의 모습이 들어왔다.

‘역시 하프 스페이스가 플레이하기 편하다.’

하프 스페이스는 측면과 중앙 지역 사이의 공간을 말하는 용어로 좌중간과 우중간으로 나뉜다.

현재 좌중간 지역을 가장 잘 이용하는 선수는 호날두였고, 우중간 지역에는 메시가 있었다. 그들 외에도 네이마르나 리베리, 로번, 아자르, 산체스 등 대부분의 플레이 메이커들이 사랑하는 자리가 이곳, 하프 스페이스였다.

‘가짜 9번으로 뛸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인데?’

사실 오솔은 이전에도 플레이 메이커로서 뛴 적이 있었다. 다만 주로 최전방에 있다가 가짜 9번 형태로 내려오는 형태였기에 똑같은 하프 스페이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느낌이 많이 달랐다. 가짜 9번일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역시…… 상대적으로 압박이 느슨한 느낌이야.’

이 자리가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첫째로는 상대 진영으로 돌아서기가 중앙 지역보다 수월하다는 것을 들 수 있었다.

보통 패스는 후방에서부터 날아온다. 이를 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상대를 등진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가짜 9번이나 전통적인 10번의 경우, 공을 받고 공격을 위해 돌아서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웠던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180도 회전해서 골대를 정면으로 보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수비수가 바로 뒤에 대기하고 있어서 한 번에 돌아서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보통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90도 돌아서는데, 이렇게 해도 결국 중앙 지역은 수비수에 의해 막히기 때문에 같은 하프 스페이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플레이 자체가 측면으로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경기장의 3분의 1밖에 사용하지 못하지.’

반면 측면에서 공을 잡고 하프 스페이스로 접고 들어오는 경우, 수비수는 측면에서 따라오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앙은 물론이고 반대편 측면까지 시야가 넓게 트이게 된다.

‘넓은 시야. 이것이 측면에서 안쪽으로 접고 들어오는 플레이의 두 번째 장점이지.’

그리고 넓은 시야는 곧 공격의 선택지가 된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측면에서 하프 스페이스로 들어오는 것은 10번으로 뛸 때에 비해 선택지가 두 배…… 아니, 실력 여하에 따라서 세 배, 네 배까지도 늘어날 수 있었다.

‘반대편의 페트로프에게 깊숙이 찔러줄까? 아니면 만주키치와 원투패스를 주고받아? 그것도 아니면 돌파? 슛?’

그 외에도 모드리치에게 주고 들어가거나 측면에 생긴 공간으로 패스해서 보싱와의 공격 가담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좋아, 너로 정했다!’

파앙!

오솔은 왼발을 힘껏 휘둘렀다. 공은 수비진 사이를 뚫고 페트로프에게 닿았다. 페트로프는 공을 잡은 즉시 안쪽으로 패스했고, 어느새 박스까지 전진한 모드리치가 그 공을 받아 골로 연결시켰다.

“나이스 패스!”

“호흡이 척척 맞는데?”

선수들의 얼굴이 밝았다. 고작 연습이었음에도 자신들의 플레이가 살아나고 있다는 게 느껴진 것이다. 하나 데샹의 얼굴은 아직도 펴지지 않았다. 그가 오솔에게 바라는 것은 보다 공격적인 움직임이었다.

“오솔, 찬스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결국에는 골을 노려야 합니다.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게 패스 직후에 바로 박스 안으로 들어가세요.”

패스 직후 골대 앞까지 바로 쇄도하라는 주문.

사실상 공격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뛰라는 요청이나 마찬가지였다. 골을 넣으려면 당연히 이렇게 움직여야 하지만, 막상 이렇게 계속 뛰는 것은 엄청난 체력 손실을 초래할 게 뻔했다.

“그렇게 뛰었다간 후반전에 지쳐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것 같은데요?”

“대신 수비에 들어갔을 때 쉬면 됩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야야 투레와 조이 바튼이 있으니 그들을 믿고 최대한 공격에만 집중하세요.”

바르샤와 맨유에서 메시나 호날두를 사용하는 방법과 흡사했다.

공격적인 재능을 온전히 살리기 위해 수비에서 배제하는 방식. 이는 오솔의 몫까지 뛰어야 하는 선수로서는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팀 전체의 효율만 놓고 보면 굉장히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어때요 할 수 있겠어요?”

데샹은 걱정스럽다는 듯 물었다. 그는 오솔처럼 활동량이 많은 선수에게는 가만히 쉬는 것이 고문처럼 느껴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설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만히 기다리는 게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익숙해져야 합니다. 꾹 모았던 힘을 공격할 때 터뜨리는 방식이라야 후반까지 체력을 보존할 수 있어요. 일단은 박싱데이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그사이에 연습해 보죠.”

“후후후. 연습이요?”

오솔은 터지는 웃음을 참느라 곤욕을 치렀다. 데샹은 지금 오솔이 원래부터 성실한 스타일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과거, 이전 삶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예. 일단은 서서히 몸에 익힌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큭! 흐흐흐! 걱정 마세요. 제가 의외로 그런 스타일에 익숙합니다.”

어슬렁거리는 건 오솔의 오랜 주특기 중 하나였다. 굳이 익숙해지려 노력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예전 버릇을 살짝 끄집어내면 될 일이었다.

그 결과, 맨시티의 새로운 전술은…… 아니, 오솔은 프리미어리그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15라운드 2도움을 시작으로 16라운드 1골 1도움, 17라운드 2골, 18라운드 2골 1도움까지…….

오솔은 경기를 치를 때마다 강해졌고, 리그 19라운드 리버풀전을 앞두고 20골 10도움을 기록하며 득점 선두이자 도움 선두에 올랐다.

만일 이 기세가 쭉 이어진다면 오솔은 2004-05 시즌의 앙리에 이어 두 번째로 득점왕과 도움왕을 모두 달성한 사나이가 될 확률이 높았다. 올 시즌은 다른 해에 비해 유달리 골이 안 터지는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니콜라스 아넬카의 득점 기록이 13골이었고, 호날두가 11골로 3위였다. 4위부터는 아직 10골도 안 되는 선수들뿐이었으니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후우. 드디어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가?’

오솔은 순위표를 확인했다.

1.맨시티. 15승 2무 1패. 승점 47점.

2.맨유.   14승 2무 2패. 승점 44점.

3.리버풀. 13승 4무 1패. 승점 43점.

4.아스널. 13승 3무 2패. 승점 42점.

5.첼시.   11승 3무 3패. 승점 36점.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아슬아슬했다. 만일 이번에 리버풀에게 지면 맨유에게 1위 자리를 뺏기게 된다.

이제 이틀 뒤면 가레스 베일이 합류하기로 했으니 이번 경기만 잘 넘기면 한층 강해진 전력으로 리그를 치를 수 있다.

‘리버풀…… 지난 시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중요한 순간에 만나는구나.’

여러모로 이번 리버풀전이 고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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