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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94화 (19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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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94화

아스날전을 오솔의 미친 활약으로 승리하고 또다시 한 주가 지나갔다.

“가서 걸음마나 마저 떼고 와라!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

“그래, 다이빙은 수영장에나 가서 하라고!”

관중석에서 쏟아지는 비난에 호비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계속되는 반칙 유도 때문에 결국에는 다이버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젠장…….’

호비뉴가 아쉬움을 삼키며 하프라인 뒤로 물러나던 그 순간이었다. 등 뒤, 명백히 홈팬들이 위치한 자리에서부터 호비뉴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적당히 해, 이 멍청한 자식아!”

“왜 걸핏하면 넘어지는 거야? 슛을 하라고, 슛을!”

“우리가 그따위 모습만 보려고 온 줄 알아?”

우우우-!

비난의 강도는 홈팬 쪽이 더 강했다. 호비뉴의 어정쩡한 플레이 때문에 놓친 찬스가 많았기 때문에 생긴 반응이었다.

데샹 감독은 비난 속에서도 어떻게든 호비뉴의 컨디션을 되살리려 했으나 팬들은 감독만큼 인내심이 깊지 않았다.

오솔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벌써 여론은 부정적으로 기울었다.

‘차라리 경기를 좀 쉬게 하는 편이 나아 보이는데…….’

오솔이 보기에 호비뉴의 활약은 평범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넘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지만, 다이빙 판정을 받을 만한 것은 많지 않았다.

‘다른 선수였다면 이렇게까지 욕먹지는 않았겠지.’

그러나 맨시티가 호비뉴에게 들인 돈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한 욕을 먹어도 쌌다.

팬들은 재빠른 발놀림과 희롱하는 드리블, 그리고 상대를 현혹시키는 개인기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환호한 것이었지, 호비뉴가 하늘을 나는 모습 같은 건 보고 싶지 않았다.

‘덕분에 내가 할 일도 많아졌구나.’

오솔의 입에서 연거푸 한숨이 나왔다.

호비뉴가 제 역할을 못 해주는 바람에 오솔은 평소보다 더 많이 뛸 수밖에 없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득점력 저하로 이어졌다. 호비뉴가 제 역할을 해줄 때의 경기당 1.8골을 넣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그 절반인 0.9골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더 심각한 것은 체력 문제였다. 오솔은 베이징 올림픽을 치르며 단기간에 많은 경기를 소화했고, 챔피언스 리그가 시작되고 난 다음부터는 리그 경기와 챔스를 될 수 있는 한 모두 출전하면서 승점을 쌓아가고 있었다. 몸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어느새 컨디션이 92%까지 떨어졌구나.’

평소에 오솔의 컨디션이 98% 수준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는 큰 문제였다. 또 자칫 컨디션이 80%대로 떨어지면 능력치에 페널티가 붙게 된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활약은 불가능했다.

‘그래도 이제는 챔스도 16강 진출이 확정됐으니 슬슬 여유가 생기려나?’

그러나 앞으로도 플레이 메이킹과 득점 모두를 책임지는 건 문제가 있었다.

당장은 괜찮아도 12월 말에 찾아올 박싱데이에는 한계가 찾아올 것이고, 그때를 어찌어찌 넘긴다고 해도 1·2월에 있을 FA컵과 챔스 16강전 시기에는 결국 퍼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감독님을 좀 만나봐야겠어.’

오솔은 결국 감독과 면담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아스날전 이후 세 경기나 지난 시점에 결심한 것이니 상당히 늦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나 오솔이 무슨 말을 꺼내고자 하는 것인지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신중하게 움직이는 게 이해가 갈 것이다.

‘호비뉴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같이 뛰지 않겠다.’

이는 사실상 호비뉴를 후보 선수로 돌리라는 압박이었다. 선수가 감독에게 이런 형태의 압박을 하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았기에 최대한 참고 기다려왔던 것인데, 안타깝지만 오솔이 보기에 호비뉴는 이미 슬럼프라는 늪에 두 발을 내디딘 상태였다.

* * *

“예? 그 말은…….”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호비뉴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니까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어떤가 하는…… 가벼운 제안이죠.”

데샹 감독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정도로 눈치가 없지 않았다. 오솔이 이렇게까지 세게 나올 줄은 몰랐으나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 역시도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플랜 B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숨이 나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호비뉴는 그만큼 포기하기 아까운 말이었다.

‘물론 이쪽 말이 더 아까우니 어쩔 수 없지만…….’

데샹은 오솔의 굳을 얼굴을 확인하고 한숨을 삼켰다. 이미 오솔을 선택한 이상, 아쉬운 티를 낼 필요는 없었다. 그는 오솔을 향해 물었다.

“그럼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고 있나요?”

“호비뉴가 난리를 칠 거란 말씀인가요?”

“아뇨. 그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오솔 선수까지 신경 쓸 것은 없습니다. 아니, 확실히 신경을 안 써주시는 편이 더 도움이 됩니다.”

데샹의 말처럼 괜히 오솔이 여기에 관여했다는 게 밝혀지면 문제만 더 커질 뿐이었다.

호비뉴와 오솔이 싸우며 선수단 분위기가 상하는 건 물론이고, 일개 선수인 오솔이 감독의 권한을 뛰어넘을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확실히 내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조심해야겠네. 사실이든 아니든 선수의 영향력이 감독보다 큰 것은 좋지 않은 이미지를 풍기니까.’

이런 이미지는 오솔이 맨시티에 뼈를 묻을 것이 아닌 이상 다른 팀으로 이적할 때,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었다. 무릇 감독이라면 자신 외에 또 다른 보스가 존재하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오솔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알겠습니다. 입 다물고 있죠. 그런데 호비뉴 문제가 아니라면 진짜 문제가 뭡니까?”

“그거라면…… 역시나 플레이 메이킹을 해줄 선수가 없다는 것이죠.”

오솔은 가만히 기다렸다. 데샹이 무능한 사람도 아니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 정도는 미리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역시나 데샹은 두 가지 안(案)을 꺼냈다.

“우선 첫 번째는 모드리치를 보다 공격적인 위치로 올리는 겁니다.”

데샹은 전술판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돌 하나를 위로 올렸다. 그러자 역삼각형 형태의 중앙 미드필더의 모습이 정삼각형으로 변했다. 그렇게 4-2-3-1이었다.

“모드리치가 연결고리가 되어준다면 호비뉴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겁니다.”

모드리치에게 플레이 메이킹을 맡기는 동시에 부족한 공격력을 공격수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만회해 보겠다는 생각 같았다.

모드리치의 패스 센스를 알고 있는 오솔로서는 두 팔을 벌려 환영할 만한 작전이었다. 한 가지 걱정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중원을 바튼과 투레만으로 커버할 수 있을까요?”

모드리치의 공격형 미드필더 기용은 좋은 생각이었으나, 그로 인해 약해지는 중원 장악력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바튼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위험하다 싶으면 반칙이 먼저 나갔고, 야야 투레는 얌전히 중원을 지키기보다는 기회가 되는대로 공격에 가담하곤 했다.

“바튼이야 카드 수를 조절하면 된다고 해도, 투레의 공격적인 성향은 자칫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시도해 봐야죠. 그리고 이것 말고 다른 계획도 있습니다.”

“아, 맞다. 두 가지 안이 있다고 했었죠? 두 번째는 뭔가요?”

“다른 하나는…… 오솔 선수가 호비뉴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입니다.”

데샹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졌다. 득점왕을 노리고 있는 오솔에게 골보다는 플레이 메이킹에 집중하라는 것은 아무리 데샹이라고 해도 꺼내기 쉽지 않은 말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단서를 달았다.

“대신 플레이 메이킹을 하면서도 득점 찬스를 최대한 많이 잡을 수 있도록 전술을 최대한 오솔 선수에게 맞춰보겠습니다.”

사실상 오솔을 위한 전술을 짜겠다는 소리였다. 이는 언뜻 오솔에게 굉장히 우호적인 제안 같지만 사실은 데샹의 욕심이 엿보이는 제안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내 득점력도 포기하기 싫고 플레이 메이킹 능력도 활용하고 싶다 이거지?’

동시에 4-2-3-1을 운용할 때 나타날 법한 위험 요소까지 배제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데샹으로서는 이 두 번째 안을 더 좋아했고, 당연히 오솔도 이쪽이 조금 더 구미가 당겼다.

‘날 중심으로 하는, 내 팀이라…….’

이 제안으로 마침내 오솔도 맨유의 호날두나 바르셀로나의 메시와 같은 입장이 된 것이다.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본인의 실력에 대한 걱정이 아니고, 함께하는 동료들이 과연 얼마나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호날두에게는 루니가 있고, 메시에게는 사비와 이니에스타가 있지.’

호날두와 메시의 차이는 결국 뒷받침을 해주는 선수들이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지녔는가였다.

이는 향후 10년, 사비와 이니에스타가 제 컨디션일 때는 메시가 앞서 나가고, 모드리치와 이스코가 힘을 발휘할 때는 호날두가 앞서는 분위기가 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솔은 모드리치와 호비뉴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니, 호비뉴는 바로 지웠다. 기본 실력은 있을지 몰라도 이미 슬럼프가 찾아온 선수에게는 아무것도 바랄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드리치 한 명만으로는 부족해. 한 사람이 더 필요하다.’

얼핏 만주키치와 지울리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으나, 한쪽은 아직 미완성이었고 다른 한쪽은 전성기가 꺾인 지 한참이나 지났다. 다행히 데샹도 이러한 걱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최근 지울리의 활약이 저조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지울리는 바르셀로나에서 뛰면서 각종 우승을 경험한 베테랑으로 아직까지는 선수단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수였다. 리그가 이어지면서 체력과 경기력도 떨어져서 그렇지 당장은 팀에 남기는 쪽이 이득인 것이다.

“앙헬이 다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디 마리아의 복귀 예정일은 내년 1월 중순이었다. 확실한 건 아니고 회복 속도에 따라 어쩌면 그보다 늦어질 수도 있었다. 그 결과 최대한 빨리 재활한다고 해도 앞으로 최소 두 달은 그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이번 겨울에 추가로 윙어를 한 명을 더 영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또 추천할 선수 없나요?”

데샹은 은근한 눈으로 오솔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번 모드리치 건으로 오솔의 안목을 신뢰하기 시작한 게 분명했다. 덕분에 오솔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야 했다.

‘윙어라…… 당장 아르샤빈도 생각나고, 위건의 발렌시아도 나쁜 편은 아니지. 테베즈는 시즌이 끝나고 나서야 데려올 수 있으니 패스! 그렇다면 쓸 만한 선수는…….’

가만히 고민을 거듭하던 오솔의 눈동자가 한쪽에 놓인 상황판으로 향했다. 다음 라운드 상대를 분석해놓은 자료였다. 별생각 없이 그곳을 보던 오솔은 이내 낯익은 이름과 그 이름이 놓인 낯선 위치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솔은 상황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저 선수가 좋겠네요!”

“예?”

데샹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토트넘 홋스퍼라고 적힌 글자 밑으로 예상 베스트 11이 적혀 있었고, 오솔의 손가락은 왼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제이미 오하라요?”

데샹의 얼굴이 의아해졌다. 그가 알기로 제이미 오하라는 그렇게까지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시간이 갈수록 더 혼란스러워졌다. 오솔의 손가락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뇨. 그 밑에 선수요.”

“그 밑이라면…… 설마 가레스 베일이요?”

“네. 그 선수요.”

“하지만 그는 수비수인데요?”

아직은 왼쪽 윙백으로 뛰고 있는 가레스 베일. 그가 오솔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오솔은 확신을 갖고 말했다.

“공격에 재능이 있어 보이더라고요. 기본적으로 발도 빠르고요. 지금은 앞에 공간이 없어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일 뿐, 만약 윙어로 뛰게 된다면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지울리의 대체자라고 하기에는 포지션이 맞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오솔은 이제 거의 양발잡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으니, 호날두처럼 왼쪽에 서는 것도, 메시처럼 오른쪽에서 뛰는 것도 모두 가능했다.

“물론 그전에 호비뉴가 슬럼프를 극복한다면 좋겠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베일이 최고의 대안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죠.”

데샹의 목소리가 신중해졌다. 아까 부탁할 때만 하더라도 뒤도 안 돌아보고 데려올 것처럼 행동했으나, 막상 공격수를 보강하기 위해 수비수를 데려오라는 소리에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 녀석이 전속력으로 뛰는 걸 확인해 보세요. 그럼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길게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베일은 달리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하는 선수였다. 그렇게 마무리하려던 오솔은 깜빡했다는 듯 급히 말을 덧붙였다.

“참! 혹시 모르니까 전술 훈련은 두 개 다 진행하시죠.”

베일을 데려오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당장은 전술 문제가 먼저였다. 데샹 감독도 의구심을 접어두고 전술 이야기로 돌아왔다.

“좋습니다. 어차피 지금 전술을 고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두 가지 변화를 다 시험해 보죠. 하하. 이걸 다 익히려면 선수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겠네요.”

“좋죠!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상대도 막기 힘들어지잖아요.”

“그럼 오솔 선수에게는 최대한 수비 부담이 가지 않는 쪽으로 짜 보겠습니다.”

플레이 메이킹과 득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결국 수비 가담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를 대신해서 수비에 가담해줄 선수가 필요하게 되고, 이런 상황이라면 호비뉴보다는 만주키치 쪽이 더 좋은 선택이었다.

“그럼 토트넘전은 이렇게 가는 것으로 하죠.”

확고부동하게 박혀 있던 호비뉴의 이름이 지워지고, 그 자리에 만주키치의 이름이 들어갔다. 실상은 오솔 때문에 밀려난 것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만주키치가 호비뉴를 밀어낸 모양새였다.

당연하게도 이를 본 호비뉴의 표정은 좋을 수 없었다.

‘내가…… 후보라고?’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 그 표정은 오솔에게 헛웃음을 자아냈다.

‘짜식, 놀라기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슬럼프를 극복하느냐 아니면 슬럼프가 하염없이 길어지느냐가 갈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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