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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93화 (19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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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93화

‘망할…….’

오솔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다이빙이 습관화될 조짐이 보일 때부터 혹시나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결국은 예상대로 실수가 나오고 말았다.

“야, 너…….”

당장에라도 한 마디 건네려던 오솔은 호비뉴의 표정을 보고 말을 멈췄다.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여유가 하나도 없는 얼굴.

지금 호비뉴는 흔히 말하는 멘붕 상태였다.

‘젠장. 마음 같아서는 엉덩이를 걷어차 버리고 싶지만…….’

호비뉴의 정신력이 약하다는 건 오솔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EPL에 와서 활약하고 또 몰락하는 모습을 전생에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다.

‘데뷔 첫해에 활약하고 그다음 해에 바로 몰락했다는 건 멘탈에 문제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어.’

다행히 문제의 원흉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통역사는 쫓아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비뉴의 천성까지 변하는 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애처럼 철없고 그저 자존심만 강한 슈퍼스타였다.

그렇기에 오솔은 가볍게 엉덩이를 툭 치는 것으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

‘큰일이네. 전반전이 끝나기 전까지는 회복할 수 있으려나?’

최악의 경우에는 오늘 경기가 끝날 때까지도 저 상태가 계속될 수 있었다. 확실한 건 지금 당장은 플레이 메이킹도, 마무리도 맡기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골 욕심에 천지분간 못할 때가 나아 보이는데… 하아. 얘는 어떻게 된 게 중간이 없냐. 중간이.’

시간은 아직도 전반전 20분에 불과했다. 선수 교체는 힘든 와중에 호비뉴는 잔뜩 위축되어 있었고, 지울리는 여전히 클리시에게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오솔은 뒤를 돌아봤다.

문전에는 갈라스와 요안 주루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고, 그 뒤로 새롭게 주전 골키퍼가 된 알무니아의 모습이 보였다.

‘알무니아라… 안정적인 모습은 보여주지만 선방이 많은 골키퍼는 아니지. 기회만 생긴다면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다.’

문제는 경험 많은 갈라스와 그의 지시를 받는 젊고 강인한 요안 주루의 조합이었다.

‘내가 공을 잡아선 답이 없다.’

주위에서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덩달아 개인 돌파도 힘들어진다.

패스가 없다는 건 다시 말해 눈앞의 상대만 집중하면 된다는 것이고, 그렇게 집중하고 있는 상대를 순전히 개인기만으로 제치는 건 메시가 아니고서는 힘들었다.

‘일대일이라면 모를까 두 명을 상대로는 힘들지. 그것도 골키퍼까지 있는 상황에서.’

고립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순간, 오솔은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모드리치와 야야 투레가 있었다.

‘좋아. 이번 경기에서는 측면을 미끼로 사용한다.’

* * *

‘이 자식은 아까부터 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거야? 거슬려 죽겠네.’

요안 주루는 눈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오솔을 확인하며 입술을 씰룩거렸다.

한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오솔의 모습이 한여름 밤의 모기 마냥 신경에 거슬렸던 것이다.

“동요할 것 없다. 수비 간격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수작이야. 신경 쓰지 말고 정해진 위치만 잘 지키면 된다.”

“알고 있어요, 윌리엄.”

갈라스의 충고 덕분에 주루는 신경질적으로 변해가던 마음을 가까스로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시작된 오솔의 움직임은 계속해서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젠장.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고.’

상대는 누가 뭐래도 지난 시즌 득점왕이었다. 혼자 힘으로도 얼마든지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괴물.

긴장하는 것이 당연했다.

한동안 주루를 자극하던 오솔은 좀처럼 오지 않는 패스 때문에 점차 뒤로 물러나더니 어느 순간 1.5선까지 도달해 있었다.

플레이메이커인 호비뉴가 맛이 간 상황이니 그가 나서서 게임을 만들어 가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오솔을 자유롭게 놔두면 안 돼.’

주루가 막 오솔을 따라 내려가려 할 때였다. 갈라스가 그를 막아섰다.

“기다려라! 이건 오솔의 함정이다!”

“하, 함정이요?”

“그래. 우리를 끌어들여 각개격파하고자 하는 녀석의 속셈이야. 지금 녀석을 따라가는 건 되레 놈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

“그렇구나. 과연……!”

갈라스의 말에 주루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주루는 그제야 오솔이라는 거대한 명성에 가려서 있던 경기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놈은 지금 완전히 고립되어 있어. 녀석에게 제일 까다로운 수비는 자리를 지키는 것이야.’

오솔이 그랬던 것처럼 갈라스 역시 상대가 공을 잡아봐야 패스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리를 지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제깟 놈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다.’

과연, 오솔은 기껏 공을 건네받았음에도 바다 한가운데 놓인 섬처럼 붕 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돌파나 중거리 슛 외에 선택지가 없어 보였다. 당연히 갈라스로서는 두 가지 모두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자, 와봐라!”

패기 넘치는 기합 소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어, 어라……?”

“위, 윌리엄! 이것도 함정인가요? 어떻게 하죠?”

갈라스는 ‘나도 몰라, 씨발놈아!’라고 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자세를 낮췄다.

오솔은… 공을 잡고서 여유롭게 ‘걸어오고’ 있었다.

“흐흐흐! 덤벼봐.”

“이런 미친놈!”

갈라스는 욱하고 치미는 마음을 다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분하지만 먼저 달려들었다간 승산이 없다. 녀석의 돌파력은 월드클래스야.’

각개격파를 당할까 봐 아예 따라가지도 못하게 했던 갈라스였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덤벼들 리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2선의 합류 속도였다.

“곧 있으면 모드리치랑 야야 투레가 올 텐데, 진짜 안 덤빌 거야?”

오솔의 눈동자가 빠르게 좌우를 훑었다. 측면 수비수들이 중앙으로 좁혀 들면 언제든지 그쪽을 공략하겠다는 뜻이 엿보였다.

파바박!

그사이 잔디를 짓밟는 소리와 함께 모드리치와 야야 투레가 합류했다.

모드리치는 언제든지 패스를 건네받을 수 있게 가까이에 위치했고, 야야 투레는 달리던 자세 그대로 전방으로 뛰어들었다. 가만히 놔두면 박스 안까지 들어갈 모양새였다.

오솔이 달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오솔, 뒤에 조심해!”

등 뒤에서 알렉상드르 송의 몸통 박치기가 느껴지고, 옆에서 파브레가스의 태클이 들어왔다.

하나 오솔은 모드리치와 원투패스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가볍게 피해낼 수 있었다.

좌중간으로 달리는 오솔.

그의 왼쪽으로는 호비뉴가 파고들고 있었고, 우중간에서는 야야 투레가 전진하고 있었다. 이로써 마침내 패스나 돌파, 슛까지 모든 선택지가 가능한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알무니아 골키퍼의 머릿속이 복잡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부분 슛을…….’

뻐엉!

오솔의 슛은 알무니아의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출렁!

호비뉴가 놓쳤던 선취점을, 오솔이 억지로 되찾아왔다.

* * *

맨시티는 오솔의 슈퍼 플레이 덕분에 1대 0으로 앞서가게 되었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활약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아스날 수비진에서 카드를 받을 것까지 각오하면서 거친 수비를 펼쳤기 때문이다.

‘마음먹고 돌파하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

괜히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상대의 독기가 올랐을 때는 잠시 쉬어갈 필요도 있었다.

‘아쉽다. 프리킥이 들어갔으면 승부가 확실해졌을 텐데.’

오솔은 오늘 두 번의 프리킥 기회를 잡을 수 있었는데, 첫 번째 슛은 수비벽에 막혔고, 두 번째 것은 골대 위를 살짝 넘어가고 말았다.

무회전 프리킥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그 결과 후반전 70분경. 아스날이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벵거 감독은 측면의 로시츠키를 빼고 니콜라스 벤트너라는 거구를 집어넣어 아데바요르와 더불어 투 타워 전략을 세웠다.

자연스럽게 중앙에 있던 나스리가 왼쪽으로 옮겨가 4-4-2 형태가 되었고, 아스날의 중원은 한층 더 빈약해졌다.

그러나 벵거는 중원의 주도권을 일부분 포기하더라도 문전을 강화하는 선택을 했다. 일종의 승부수였다.

동시에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 디아비를 따로 준비시켜서 공격이 끝나는 즉시 다시 포메이션을 4-3-3으로 돌려놓고자 했다.

아스날의 공격 차례가 되자 미드필더를 따라 4백 수비진 역시 서서히 라인을 올리기 시작했다. 수비 라인을 지시하는 건 주장인 갈라스였다.

“자, 라인 맞추면서 서서히 올라가자!”

“네!”

“간격 신경 써!”

아스날에는 파브레가스와 나스리, 로시츠키라는 뛰어난 패서들이 있었다. 그래서 한번 공을 잡으면 쉽사리 뺏기지 않았다.

실제로 공격할 때만 보면 얼핏 바르셀로나의 모습이 보일 정도로 패스 플레이가 좋았다.

다만 이들에게도 문제점이 있었다. 그것도 맨시티가 안고 있는 것과 같은 문제점이…….

오솔은 아스날의 좌우 날개를 확인하고 살며시 안도했다.

‘월콧은 아직 미완성인 선수고, 나스리는 전문적인 윙어는 아니지.’

모두 흘렙을 떠나보내면서 생긴 문제점이었다. 대체자로 찍었던 아르샤빈은 결국 여름 이적 시장이 다 가기 전까지 데려오지 못했고, 남은 것은 상기한 선수들뿐이었다.

‘그래. 약점 없는 팀은 없어.’

오솔은 각 팀마다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는 수비진으로 백패스가 올 때마다 바로바로 압박에 들어갔다.

그렇게 오솔이 공을 측면으로 몰고 갔을 때였다.

아스날의 왼쪽 윙백인 클리시가 과감한 치고 달리기로 지울리를 순식간에 제쳐냈다.

지울리는 재빨리 따라붙어 봤으나 클리시의 꽁무니만 간신히 쫓는 수준이었다.

맨시티의 위기상황.

모두가 클리시의 발에 집중했고, 그게 당연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속에서 오솔은 혼자 역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윙어의 부재를 메우려면 윙백들의 공격 가담이 필수적이고, 자연스럽게 윙백이 빠진 위치에 공간이 생기게 된다.’

정상적인 경우였다면 지금쯤 오솔은 흘러나오는 공을 잡기 위해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갔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달랐다. 오솔의 선택은 측면에 남아서 자신의 존재감을 최대한 죽이는 것이었다.

‘공을 뺏을 수만 있다면 바로 기회가 만들어진다.’

오솔이 믿는 것은 중원을 구성하고 있는 동료들이었다.

실력은 물론이고 이제는 상대에 비해 숫자도 많은 상태였으니, 오솔이 합류하지 않더라도 흐르는 공을 잡을 확률이 높았다.

파앙-!

그 사이 클리시는 라인 끝까지 달려서 아웃 직전에 크로스를 올렸다. 러닝 크로스였다.

공은 빠르고 정확하게 중앙으로 흘러갔다. 역습을 준비하면 오솔의 가슴께가 서늘해질 정도로 날카로운 크로스였다.

이번에 붙은 건 아데바요르와 콤파니였다. 두 사람은 키도 비슷하고 덩치도 흡사해서 누가 누구보다 더 유리하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윽! 크로스의 방향이……!’

승부의 추에 무게를 더한 것은 ‘운’이었다. 크로스의 궤적이 바깥에 있는 아데바요르에게 향했다는 행운.

클리시도 달리면서 올린 크로스라 제대로 조준하지 못했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어쨌든 지독한 불운 때문에 콤파니는 아데바요르에게 한 발자국도 밀리지 않았음에도 헤딩 경합에서는 지고 말았다.

투웅-!

공이 아데바요르의 머리를 떠난 순간, 오솔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했다. 가까운 쪽 골대로 뛰려는 기븐 골키퍼를 농락하듯 공이 먼 쪽 골대를 향해 날아갔기 때문이다.

‘젠장, 들어가나?’

모두가 골이라고 생각했고, 오솔조차도 이건 막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기븐 골키퍼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으아아!”

그는 역동작에 걸린 몸을 억지로 멈춰 세우더니 그대로 다리를 쫙 찢으며 넘어졌다. 요가를 가르쳐도 될법한 아주 유연한 동작이었다.

틱!

그 결과 아데바요르의 헤딩슛은 기븐 골키퍼의 발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렸고, 박스 안쪽으로 튕겨 나갔다.

공을 먼저 잡은 것은 바튼이었다. 바튼은 바로 모드리치에게 패스했고, 모드리치는 오솔이 대기하고 있던 오른쪽 측면을 향해 공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나마스떼 만세다!”

오솔은 기븐의 요가 선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며 공을 잡았다.

뒤늦게 요안 주루가 따라붙는 게 보였다. 긴 다리를 쭉 뻗어오는 모습이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오솔은 첫 번째 터치와 동시에 크게 벌어진 요안 주루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흘려보냈다. 라인을 따라 달리는 게 아니라 중앙 지역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주루는 뒷발을 내민 채 버텨봤으나 오솔은 그를 가볍게 짚고 뛰어넘었다. 그대로 달려가니 머지않아 갈라스가 앞을 가로막았다.

“이번에는 좀 덤비려나? 또 걸어가 줄까?”

“이 망할 놈이!”

갈라스는 달려오는 속도 그대로 달려들었고, 이에 맞서 오솔은 흡사 투우사라도 되는 것처럼 우아한 동작으로 돌았다. 지단의 전매특허 기술인 마르세유 턴이었다.

“으윽!”

완전히 속은 갈라스는 잔디 위를 주르륵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이제 오솔을 막아서는 건 알무니아 골키퍼와 옆에서 따라붙는 바카리 사냐뿐이었다.

‘사냐가 여기 있다는 건… 호비뉴가 자유롭다는 소리군.’

역시나 사냐의 뒤로 호비뉴의 모습이 보였다. 오솔은 아주 잠깐 고민했다. 호비뉴에게 득점 기회를 주는 것으로 그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줄까 하는 그런 고민을.

그러나…….

[오솔의 슈우웃! 꼬오오올!!]

호비뉴에게 패스한다고 해서 그가 골을 넣으리라는 보장도 없었고, 설혹 골을 넣는다고 해도 자신감을 되찾는다는 확신도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녀석의 보모도 아니고 언제까지 떠먹여 줄 수는 없잖아? 슬슬 밥값은 알아서 벌어와야지!’

오솔의 인내심도 슬슬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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