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77화 (177/213)

 # 177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77화

왼발로 드리블하고 있음에도 오솔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 근원에는 지난 일주일간의 훈련 성과가 자리하고 있었다.

-왼발 숙련도 73%

처음 훈련을 시작했을 때의 왼발 숙련도였다. 73이면 부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출나지도 않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데샹 감독도 오솔을 클래식 윙어처럼 사용하거나 변칙적으로 와이드 타깃맨 역할을 수행하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솔은 그 정도 역할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는 리버풀을 꺾을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탓이다. 그래서 그는 오른쪽 윙어로 훈련한 일주일 동안 의도적으로 왼발만 사용했다. 그 결과…….

-[업적 달성!]

-업적, [어라? 왼발도 있었네? 서 있을 때만 필요한 거 아니었어?]를 달성하셨습니다.

-시합 중, 약발 드리블 돌파를 1만 회 시도하여 왼발 숙련도가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왼발 숙련도가 5 상승합니다.(73→78)

여기에 그동안 모아온 포인트 6개까지 투자하자 왼발 숙련도가 순식간에 84까지 상승하게 되었다.

‘덕분에 왼발 드리블이 한결 자유로워졌지.’

타다닷!

오솔은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사용하며 중앙으로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이처럼 양발 사용이 자유로워지자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태클 타이밍을 잡기가 더욱 힘들었다.

‘읏! 이 타이밍에 들어온다고?’

‘외, 왼발!?’

리세는 물론이고 수비를 하러 온 알론소까지 모두가 오솔을 놓쳐야 했다. 두 사람을 바보로 만든 오솔은 단번에 슈팅 자세를 잡아갔다.

공의 위치상 왼발 슈팅밖에 할 수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이제는 굳이 오른발이 아니어도 빠르고 정확한 슛이 가능했으니까.

뻐엉-!

오솔의 왼발에 걸린 공은 오른발과 다름없이 강력했다. 다만 달리면서 차는 바람에 공이 지나치게 중앙에 치우쳐 있다는 게 유일한 흠이었다.

[슛이에요!]

중계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오솔이 보여주는 의외의 돌파에 흥분한 것이다. 그러나 와이드 뷰로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로서는 알 수 없었다. 공이 골키퍼의 정면으로 날아가고 있다는 것을,

‘젠장. 골키퍼 정면인가?’

오솔은 공중으로 몸을 띄우면서 이를 악물었다.

‘달리면서 차는 바람에 중앙으로 몰렸어.’

자신감이 과했다. 아무리 숙련도가 올라갔어도 아직까지 왼발은 오른발처럼 완벽할 수 없었다. 아니, 아직 오른발도 완벽하다고 할 수 없는데 왼발은 어떻겠는가.

반면 레이나 골키퍼로서는 이 상황이 반갑기만 했다.

‘이 정도 슛이야 식은 죽 먹기지.’

레이나는 넘어지지 않게 다리에 힘을 바짝 줬다. 자세를 안정시키고 두 팔을 모아 가슴 앞에 늘어뜨렸다. 중거리 슛을 잡으며 엎드리는 동작은 매일 최소한 100회씩은 연습했던 것이다. 실수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터엉-!

그러나 레이나는 공을 잡지 못했다. 오솔의 슛은 생각보다 강해서 레이나의 가슴팍을 치는 순간 그의 손을 움찔하게 했고, 기어이 공을 놓치게 만들었다. 결국 공은 레이나의 가슴팍에서 튀어나와 박스 중앙으로 흘러갔다.

[아악! 레이나의 실수입니다. 중앙으로 흐르는 공! 누가 잡나요?]

기회를 잡은 건 지울리였다, 모두가 오솔의 슛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그만이 유일하게 문전으로 쇄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울리!]

“개~꿀!”

지울리는 침착하게 공을 잡았다. 그는 바닥에서 허우적대는 레이나를 가볍게 제치더니 툭 하고 공을 안전하게 집어넣었다.

2 대 1. 꺼져가던 추격의 불씨를 되살리는 소중한 골이 들어갔다.

[레이나 골키퍼 방심했네요.]

[차라리 쳐냈으면 어땠을까요?]

[그게 나을 뻔했습니다. 정면으로 날아와서 순간적으로 잡아야겠다 생각한 모양인데…… 상대는 오솔입니다. 킥력으로 치면 EPL 어느 누구에게도 안 밀려요!]

따지고 보면 오솔이나 레이나나 같은 실수를 한 셈이었다. 과한 자신감에 따른 실수. 그러나 실수의 여파는 아무래도 공격수보단 골키퍼 쪽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삑, 삐익-!

[이렇게 전반전이 종료됩니다. 다행히 하프타임 전에 맨시티가 한 골 따라잡았군요.]

[그러나 후반전에도 난관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한 골 만회했다뿐이지 경기력은 여전히 리버풀이 앞서고 있어요.]

하프타임. 맨시티의 라커룸.

데샹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 놓고 어렵게 입을 뗐다.

“우리는 지고 있다. 점수는 물론이고 경기력에서도 밀리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어두웠던 선수들의 얼굴이 더욱더 암울해졌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실을 감독이 되짚었다는 사실에 실망한 이들도 있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더욱더 힘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승부욕이 강한 만주키치나 바튼, 그리고 오솔 같은 선수들이었다.

“후반전에는 속도전 그리고 체력전으로 간다. 바튼! 중간에 나간다고 생각하고 지금보다 더 많이 뛰어라!”

데샹은 평소의 점잖은 말투를 갖다 버렸다. 오늘처럼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는 어느 정도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구심점이 되어 선수들을 이끌어야 했고, 대부분의 경우에 그 역할은 감독이 맡아야 했다.

“모드리치! 조금 더 후방에서 빌드업을 진행해라! 상대의 뒷공간…… 오솔과 페트로프의 다리를 믿고 그곳을 공략한다.”

리버풀의 약점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수비수의 느린 발에 있었다. 물론 맨시티의 전력이 지금보다 강했다면 그 외에 공략할 만한 부분이 더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측면에서의 속도 경쟁 외에는 승산이 없었다.

“역습은 이 두 사람 위주로 진행하고, 지공으로 들어갔을 땐…….”

선수들의 시선이 모드리치에게 향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모드리치를 팀의 사령관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모드리치가 팀에 합류한 지 고작 3개월째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데샹을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모드리치는 안 된다. 너무 위험해.’

모드리치의 능력은 그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드리치를 공격에 가담시키기에는 리버풀의 중원이 너무 강했다. 자칫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는 바튼 혼자서 상대를 감당해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했다.

“지공일 때는…… 오솔에게 공을 몰아준다.”

데샹은 오솔을 와이드 타깃맨이 아니라 와이드 플레이메이커로도 활용할 생각이었다.

* * *

후반전은 전반전에 비해 더 단순하고 더 과격한 경기가 펼쳐졌다. 바튼이 중원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더욱 거칠게 달려들었고, 그 결과 리버풀 선수들 역시 거칠어진 것이다. 덕분에 시간이 갈수록 양 팀의 카드 횟수는 늘어만 갔다.

‘이런 양상도 나쁘지는 않아. 경기가 투박해질수록 우리에게 유리하니까.’

팀 전력이 밀릴 때는 차라리 이렇게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것도 방법이었다. 오솔은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피며 슬금슬금 공간을 찾아다녔다. 리세가 수비에만 집중해준 덕분에 비교적 움직이기 수월했다.

‘뭐, 공격에 가담한다고 해서 따라갈 것도 아니지만 말이야.’

데샹 감독은 전반적인 전술 설명을 마친 후 오솔에게 따로 역할을 하나 부여했다.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빈 공간을 찾아 움직여라!’

이 말인즉, 오솔보고 프리롤에 가깝게 행동하라는 소리였다.

‘공격 시 너에게 최우선적으로 패스가 도달할 거다. 모든 선수가 공을 잡으면 일단 너를 볼 거야. 그러니까 항상 노마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언제든지 패스를 받을 수 있게.’

다만 이렇게 되면 수비 가담은 불가능했다. 수비를 하려면 상대를 따라다녀야 하는데 오솔은 반대로 상대를 피해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리세가 공격적으로 나오면 맨시티로서는 무척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상대가 대응하기 전에 동점골을 넣어야지!’

[콤파니의 헤더! 공은 모드리치에게 흘러갑니다.]

[그나마 맨시티의 수비진이 저건 강합니다. 높이와 몸싸움에서는 토레스 선수를 압도하고 있어요!]

마침내 공격권이 돌아왔다. 오솔은 모드리치와 눈이 마주쳤다 싶은 순간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이윽고 공을 차는 소리와 동시에 발밑으로 패스가 도착했다. 마스체라노가 달라붙고, 알론소와 제라드가 가로막고 있었음에도 모드리치는 단번에 오솔에게 공을 건넨 것이다.

‘역시 갓드리치다! 좋아. 이젠 내 차례야.’

오솔이 공을 잡고 달리자 동료들이 호응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눈에 보일 정도로 전력 질주하는 지울리, 휘피애와 캐러거를 붙잡아두려고 애쓰는 만주키치, 중앙으로 침투하며 미드필더의 압박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하는 페트로프 등 공격진 전부가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자연스럽게 오솔 또한 전력을 기울였다. 공을 뺏길 수 없다는 생각에 보폭을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고, 그만큼 드리블은 세밀해졌다. 여기에 양발 드리블이라는 무기까지 더해지자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도저히 뺏을 수 없었다.

실제로 분노한 리세가 다리를 걸어왔을 때, 오솔은 두 다리로 공을 번갈아 치는 것으로 가볍게 돌파할 수 있었다. 한결 자연스러워진 라 크로케타였다.

“밖으로 밀어내!”

“협동 수비로 막으면 돼!”

캐러거는 오솔을 따라 달리며 그가 중앙으로 파고드는 걸 최우선적으로 막았다. 그러나 오솔은 원래부터 직선 돌파가 장점인 선수였다. 골라인까지 달려서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 골을 넣은 적도 많았다. 안쪽만 막는다고 안전해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어디 한번 맞혀봐라. 내가 어디로 갈지.’

오솔은 달리던 방향으로 순간 가속했다. 마침 캐러거는 중앙으로 많이 치우친 상태라 오솔을 따라붙기 힘들었다. 직전의 플레이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중앙을 방비했던 게 패착이었다.

“이런!”

당황한 캐러거가 급히 따라올 때였다. 이번에는 오솔이 오른발로 공을 잡으며 순식간에 몸을 반전했다. 호날두가 자주 선보이는 백숏이었다.

‘다, 당했다!’

촤르륵!

캐러거는 잔디 위를 미끄러지며 저도 모르게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는 쉽사리 좌절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완전히 속았다는 사실에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뻐엉-!

오솔의 왼발이 다시 불을 뿜었다. 이번에는 속도보다 정확도에 신경을 많이 쓴 슛이었다. 덕분에 공은 반대편 골대 아래를 향해 부드럽게 안착했다. 그렇게 강하지는 않은 슛이었지만 그 궤적은 골키퍼의 손을 완벽하게 벗어나 있었다.

와아아아-!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어울리는 표현이 없는 그런 골이었다.

* * *

이후 경기는 과격하기만 했지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베니테즈는 리세로 하여금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도록 주문했고, 이에 데샹은 지쳐 있는 지울리를 빼고 아일랜드를 기용했다. 자연스럽게 오솔의 위치는 다시 최전방으로 옮겨갔다.

데샹은 이어서 페트로프 대신 플라실을, 바튼 대신 하만을 투입하며 포메이션을 수비적인 형태의 4-5-1로 바꿨다. 이대로 비긴다면 승점은 같지만 득실 차 때문에 맨시티가 4위의 자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아쉬울 게 없었다.

[이건 거의 텐 백 아닌가요?]

[정확히는 나인 백이라고 해야겠죠. 전방에 오솔 선수가 남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극단적인 수비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죠.]

[마치 이탈리아의 빗장수비 같군요.]

[네. 완전히 골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덕분에 토레스 선수의 순발력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군요.]

이렇게 되면 마음이 급해지는 건 리버풀이었다. 베니테즈는 지쳐 버린 토레스를 빼고 피터 크라우치를 집어넣었다. 상대가 내려앉은 상황이니 이를 2m가 넘어가는 큰 선수를 활용해서 극복해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선 뼈다귀처럼 마른 크라우치는 콤파니에게 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누누이 말하지만 키만 크다고 헤딩이 되는 게 아니었다.

결국 크라우치는 중앙에서 붙어주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밖으로 나왔다. 여기서도 그냥 나오기만 했다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그는 자꾸만 공을 잡고 발재간을 부려댔다. 덕분에 리버풀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시간이 더 부족하게 되었다.

리버풀 팬들로서는 정말 분통이 터지는 장면이었다.

‘드리블이 좋은 건 알겠는데 지금 상황에 저게 무슨 도움이 되는 거지?’

오솔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어쨌든 덕분에 이득을 보고 있으니 딱히 불만은 없었다. 과연 크라우치는 개인기에 이은 중거리 슛으로 소중한 공격 기회까지 날려 버렸다. 어느 편인지 헷갈릴 만한 플레이였다.

‘만수르가 따로 돈이라도 쥐여줬나? 어쩜 이렇게 잘 도와주지?’

결국은 토레스 외에 믿을 만한 공격수가 없다는 게 리버풀의 패착이었다. 전방에서 무게감이 떨어지니 결국 공격 루트라고는 중거리 슛밖에 없었다. 물론 제라드나 알론소, 리세 등의 중거리 슛은 강력했다. 실제로 몇 번이나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고는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오늘 리버풀은 안 되는 날이었다. 중거리 슛은 차는 족족 빗나가거나 골키퍼의 펀칭에 튕겨져 나왔다. 심지어는 완전히 들어갔다 싶은 슛이 골대에 맞고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승부의 추는 90분이 다 지나도록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삑, 삑, 삐이익-!

[결국 양 팀 모두가 승점 1점씩 나눠 갖게 되었군요.]

[이 정도면 맨시티의 판정승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안필드 원정에서 비긴 데다가 순위는 여전히 4위를 기록하고 있거든요.]

[이제 리버풀로서는 누군가 맨시티에게 고춧가루를 뿌려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리버풀 팬들로서는 아쉬운 결과겠습니다. 토레스를 사는 건 좋았지만, 그 이적료를 구한다고 기존의 공격수들을 다 판 게 결국 끝에 가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후 리버풀 수뇌진과 감독, 팬들까지 모두가 맨시티가 꼬꾸라지길 기도했다. 그들은 37라운드에서 만날 풀햄이나 38라운드의 선덜랜드가 무언가 이변을 만들어주길 애타게 원했다.

그런데 기도가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는지 정작 고춧가루가 뿌려진 것은 리버풀과 위건의 37라운드 경기였다. 리그 17위까지 처져 있던 위건이 리버풀을 1 대 0으로 잡고 강등권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결국 리버풀은 위건을 강등에서 구해내며 리그 5위 자리에 지박령이 되고 말았다. 그야말로 ‘의적풀’다운 모습이었다.

오솔은 이 소식을 듣고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하하. 덕분에 우리는 4위 확정인가?”

“챔피언스 리그 진출 확정이라고 해야지.”

“엎어치나 매치나.”

맨체스터 시티의 2007-08 시즌 성적은 38경기 25승 7무 6패 리그 4위였다.

오솔은 이 중 33경기에 출전해서 34골 12도움을 기록했다. 호날두도 31골이라는 많은 골을 넣었지만 오솔은 세 골 차이로 득점왕에 등극할 수 있었다.

-[Level Up!]

-[Level Up!]

오솔의 레벨은 순식간에 70을 넘어 71까지 도달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