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75화
36라운드는 리버풀의 홈 경기장인 안필드에서 치르게 되었다. 덕분에 맨체스터 시티로서는 조금은 불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오늘 경기가 사실상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다투는 경기라는 걸 생각하면 제법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에요-!”
관중석에서는 리버풀의 공식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리버풀 선수들은 익숙한 듯 몸을 풀고 빙 둘러앉아 마지막으로 기합을 넣었다.
이에 질세라 맨시티 선수들 역시 어깨를 붙이고 둥글게 섰다. 리버풀쪽은 캡틴 제라드가 사기를 끌어올린다면 이쪽은 오솔이 그 역할을 맡았다. 얼핏 바튼이 맡아야 할 역할처럼 보이지만 아쉽게도 그는 팀원 모두를 포용하기에는 성품에 모난 부분이 있었다.
“모두 알겠지만 이제 딱 두 경기 남았어요. 오늘 리버풀을 이기고 다음 라운드까지 이기면 드디어 챔피언스 리그입니다.”
“평소처럼 해. 갑자기 웬 존댓말이야?”
나름 진지하게 분위기를 잡는데 바튼이 끼어들어서 다 망쳐 버렸다. 오솔은 그를 살짝 째려본 뒤 말을 이었는데, 어느새 말투가 평소의 그것으로 돌아와 있었다.
“씨바! 리버풀이고 나발이고 작살을 내버리자!”
“좋아. 조져 버리는 거야!”
만주키치와 보싱와 등 승부욕 강한 선수들이 의기투합해서 소리를 질렀다. 기합은 순식간에 선수단 전체로 뻗어 나갔다. 바튼은 음침하게 웃음을 흘렸다.
“그래. 이게 우리의 모습이야!”
마지막으로 기합까지 넣고, 이제는 진짜 경기 시작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공 하나를 두고 마주 선 양 팀 선수들의 눈빛이 매서웠다. 오솔은 건너편에 선 토레스를 바라봤다. 토레스는 다른 어떤 선수보다 더 강렬하게 눈을 빛내고 있었다.
‘짜식. 곱상하게도 생겼네.’
어깨까지 늘어진 금발과 주근깨가 가득한 불그스름한 볼, 뚜렷한 이목구비가 꼭 순정 만화 속 왕자님처럼 생겼다. 확실히 토레스는 오솔이 똑바로 마주 서기 힘들 만큼 준수한 외모였다. 아마 그의 몸값에는 이러한 스타성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토레스에게 스타성을 걷어내면 그의 몸값은 오솔의 반밖에 안 될 것이다.’
이게 어디에서 나온 말일까? 놀랍게도 맨시티 서포터즈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이는 실력만 놓고 보면 오솔이 토레스보다 두 배는 더 뛰어난 선수라는 자부심 섞인 평가이자, 얼굴로 붙어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말이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더러운 세상 같으니…….’
축구선수라고 해도 외모는 중요하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구단 입장에서도 스타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호나우지뉴 대신 베컴을 선택한 이유도 결국에는 이 스타성이라는 측면이 컸다. 물론 경기장에서 보여준 모습만 본다면 호나우지뉴 쪽이 더 임팩트가 있었지만, 베컴이 벌어다 준 돈을 생각하면 레알의 판단도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 말하기 힘들었다.
아마 오솔이 토레스의 반만 닮았어도 광고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지금의 두 배는 더 됐을 것이다.
‘그래. 짧은 전성기를 마음껏 맛봐라.’
오솔은 잔뜩 꼬인 시선으로 토레스를 바라봤다. 리버풀의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귀공자 토레스. 이 모습은 어차피 오래가지 못한다.
토레스는 리버풀에서 뛰었던 일명 빨간 토레스와 2011년에 첼시로 이적했던 파란 토레스로 나뉜다. 마치 셰브첸코가 첼시에 온 뒤 이전과 달리 형편없는 모습만 보인 것처럼 토레스도 첼시에 와서 사상 최악의 먹튀가 되고 만 것이다.
이는 두 기간 동안 그가 넣었던 골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토레스는 리버풀에서 뛰었던 3년 반 동안 리그에서만 102경기 65골의 뛰어난 성적을 보인 반면, 첼시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리그 110경기에 출전해 겨우 20골에 그치고 말았다. 경기당 0.63골을 넣던 선수가 경기당 0.18골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물론 파란 토레스일 때 부진한 건 오늘 경기랑은 상관없지만…….’
애석하게도 오늘 상대하는 건 절정기의 빨간 토레스였다. 빠르고 날렵하며 열정적인 선수이자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까지 무려 22골을 몰아넣는 최정상급 스트라이커. 로비 파울러 이후 12년 만에 리그 20득점을 넘어선 리버풀 공격수가 바로 토레스였다.
‘스트라이커 대 스트라이커로 붙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오솔은 지난 일주일간 준비했던 것을 떠올리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 * *
현재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는 오솔로, 그는 30경기 31골을 기록하고 있었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오솔의 뛰어난 마무리 실력을 칭찬했다. 하지만 데샹 감독은 오히려 그가 가진 다재다능함에 많은 주목을 하고 있었다.
오솔은 공격의 최전선에서 보여주는 날카로움은 기본이고 약간 처진 위치에서의 찬스 메이킹에도 재주가 있었다. 또한 지난 맨유전에서 보여준 측면 돌파는 데샹의 선택지를 큰 폭으로 늘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생각했다.
‘에브라를 상대로 스피드 경쟁에서 이기는 것. 그건 지금의 지울리로서는 할 수 없는 플레이였어.’
지울리의 신체 노화와 그에 따른 속도 저하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윙어로 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몸 상태였다.
그나마 시즌 초반에는 타고난 센스와 노련미로 제 몫을 톡톡히 했었지만, 시즌이 후반기로 접어들자 경기력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체력의 저하가 활동량의 감소로 이어지고, 활동량의 감소가 고스란히 경기력의 저하로 이어진 것이다.
아마 여기에는 EPL의 빡빡한 일정도 한몫했을 것이다. 실제로 1월까지만 해도 지울리는 괜찮은 모습을 보였었으니까.
‘오솔의 득점력을 포기하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대안이 없다. 만약 오늘 지울리가 오른쪽으로 나왔다면 우측면에서의 공격은 불가능했을 거야.’
지울리의 대안이라면 아직 어린 아일랜드나 스터리지 정도가 있는데, 이들은 잠재력은 충분하나 아직 기량이 만개한 이들이 아니었다. 챔피언스 리그 진출이 걸린 경기에 내보내는 것은 지나친 모험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이 이것이었다. 오솔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지울리를 처진 공격수로서 기용해서 만주키치의 부족한 득점력을 보완하는 형태이다.
‘게다가 리버풀의 왼쪽을 맡고 있는 리세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유명한 선수다. 수시로 전방까지 올라가는 선수니까 충분히 그 뒷공간을 이용할 수 있을 거야.’
데샹은 내년에는 좌우 윙어를 한 명씩 더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삐이익!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만주키치와 오솔, 페트로프까지 전방의 세 선수가 강한 압박에 들어갔다. 상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맨시티. 시작부터 파이팅이 넘치는데요?]
[리버풀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오늘 경기는 사실상 챔피언스 리그 진출팀을 가르는 경기라서 양 팀 다 목숨을 내놓고 싸울 겁니다.]
맨시티는 전방에서부터 많은 움직임을 가져갔으나 아쉽게도 리버풀은 그만한 압박으로는 공을 뺏기지 않았다. 앞서 말했던 대로 이들은 중원과 수비가 특히 탄탄한 팀이었다.
[좌우 풀백들이 하프라인 위까지 올라갑니다!]
역시나 욘 아르네 리세는 틈만 나면 전방으로 올라가려 했다. 그는 오솔이 버티고 있는데도 아주 자신만만한 태도로 전진했고, 덕분에 리버풀 팬들로서는 역습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리세는 다 좋은데 너무 공격적이야.”
“그러니까 가끔씩 뒷공간이 털릴 때마다 아주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니까.”
“게다가 오늘 상대는 저 오솔이잖아. 좀 더 수비적으로 플레이했으면 좋겠는데.”
팬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리세는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 망설임 없는 전진을 통해 리세의 공격 가담이 그의 독단적인 판단이 아님을 눈치챌 수 있었다.
“설마 베니테즈가 시킨 건가?”
“오솔을 상대로 공격을 한다고?”
그들의 예상이 맞았다. 여기에는 리버풀의 감독인 베니테즈의 작전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리세는 베니테즈 감독의 지시를 떠올렸다.
‘상대는 오솔의 돌파력을 이용할 게 뻔하다. 그럴 게 아니라면 오솔을 굳이 오른쪽으로 돌릴 일도 없었겠지.’
베니테즈 감독은 리세에게 몇 번이고 신신당부했다.
‘오솔의 돌파력은 대단하다. 속도와 힘, 정교함을 모두 갖춘 선수지. 하지만 그에게는 몇 가지 단점이 있다!’
베니테즈는 거의 한 달 전부터 오솔의 경기 장면을 수도 없이 분석했다. 농담이 아니라 풀타임 경기를 거의 5~60회 정도는 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결과 베니테즈는 오솔의 단점을 몇 가지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오솔은 큰 단점이 없는 선수였다. 그가 찾아낸 것들을 이걸 단점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본래 댐을 무너뜨리는 것은 쥐구멍만 한 작은 틈이었다. 작은 틈을 큰 균열로 만드는 것이 바로 감독의 몫이고, 선수는 그 균열을 바탕으로 댐을 무너뜨려야 했다.
베니테즈가 맨 처음 지적한 것은 오솔의 수비력이었다.
‘먼저 수비력이다. 녀석은 많이 뛰고 꼼꼼하게 압박을 가하지만 상대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아.’
오솔의 낮은 반응속도를 지적하는 베니테즈.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완벽한 분석을 바탕으로 내린 판단이었으니 당연한 모습이었다. 정확히는 오솔의 반응속도가 70대일 때의 모습을 분석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사실을 알지 못하는 베니테즈로서는 이런 작전을 짤 수밖에 없었다.
‘주의하되 겁먹지는 마라. 오히려 오솔을 공략해야 할 대상으로 봐야 한다!’
‘그래. 공략 대상이다.’
리세는 베니테즈 감독의 작전이 마음에 쏙 들었다. 투쟁심과 자존심이라면 리버풀에 있는 어느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게 그였다. 오솔이 아무리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한들, 수비만 하고 있는 건 그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또 리세의 전진은 몇 가지 조건만 충족할 수 있다면 굉장히 안정적인 공격수단이 될 수 있었다. 그 조건이란 건 바로…… ‘알론소가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였다.
[사비 알론소가 공을 잡습니다. 만주키치 선수가 압박을 가해보지만 간단한 패스 몇 번으로 탈압박에 성공합니다. 굉장히 안정적으로 공을 다루는군요.]
[알론소의 장점은 비단 공 소유만이 아닙니다. 진짜 장점은 그렇죠! 바로 저것, 흔히들 ‘대륙횡단 패스’라고 부르는 초장거리 패스입니다!!]
알론소의 발을 떠난 공이 어느새 하프라인을 넘어선 리세의 발에 닿았다.
‘알론소의 패스는 언제 봐도 일품이란 말이야.’
어설픈 패스였다면 점프력이 좋은 오솔에게 끊겼겠지만, 알론소의 패스는 빠르고, 정확하고, 안정적이었다. 결국 오솔은 길목을 막아서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리세는 그 모습을 비웃었다.
‘측면 공략이라고? 웃기고 있네. 너는 경기 내내 수비만 하다가 끝날 거다.’
리세는 자신만만했다. 그는 수비수였지만 역설적이게도 공격에 더 자신감이 많은 선수였다. 전방으로 자주 올라가는 것도 그러한 장점을 백분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측면을 따라서 돌파할까? 아니면 크로스? 중거리 슛?’
리세를 평하는 말 중 하나로 ‘악마의 왼발’이라는 별명이 있다. 이것은 보통 뛰어난 킥력을 보유한 선수들에게 하는 말인데, 실제로 리세는 맞으면 죽지 않을까 싶은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유명했다. 그만큼 피지컬과 발목 힘이 좋다는 뜻이다.
‘돌파는 아직 위험하다.’
오솔의 몸싸움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피지컬이 좋은 리세조차도 꺼릴 정도로 말이다. 그에게 정면으로 붙는 건 만용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미 리세에게는 오솔의 맞춤 공략법이 있지 않은가.
‘반응속도가 느리다 이거지…….’
수비력이 별로고 반응속도도 안 좋은 상대에게는 속임수를 쓰는 것이 최고였다.
리세는 공을 잡고 금방이라도 라인을 따라 달리는 시늉을 했다. 그리곤 오솔의 몸이 움찔했을 때 먼 쪽 포스트를 향해 대각선 크로스를 올렸다. 목표는 오른쪽 날개로 출전한 디르크 카윗이었다.
그런데 막상 크로스를 올리려고 했을 때였다. 완전히 속인 줄로만 알고 있었던 오솔이 어느새 자리로 돌아와 발을 뻗고 있었다.
펑-!
리세의 발을 떠난 공은 오솔의 발에 맞고 하늘 높이 떠올랐다. 오솔은 왼발에 느껴지는 통증을 억지로 참아내며 전방으로 뛰었다. 통증 때문에 절로 욕이 나왔다.
‘망할 놈. 세게도 찼네.’
그나마 크로스라 다행이었다. 만약 맞고 뒈져라 슛이었다면 막다가 다칠지도 몰랐다.
‘갑자기 앳킨슨에게 미안해지는데?’
오솔은 맨유전에서 놀랐을 심판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며 보폭을 넓혔다. 그는 공의 낙하지점을 찾아 계속 달렸다. 다행히 걸음을 반복할수록 통증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덕분에 공이 떨어지기 직전에 이르러서는 전력으로 뛸 수 있었다.
“막아, 캐러거!”
리버풀 팬들의 응원 덕분에 오솔은 공에 집중하면서도 앞을 막고 있는 선수가 캐러거라는 걸 파악할 수 있었다. 과연 눈길을 돌리자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건장한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캐러거는 속도로 제압한다.’
리버풀 수비진의 약점이라면 역시나 속도를 들 수 있다. 이는 아스날과 리버풀의 챔피언스 리그 8강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 당시 리버풀의 수비진은 월콧 한 사람을 막지 못해서 네 명의 선수가 연달아 돌파당하고 끝내는 아데바요르에게 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시오 월콧이 아무리 빠른 선수라고 해도 그 한 사람에게 수비진 모두가 당했다는 건 리버풀 수비진에도 문제가 있다고 봐야 했다.
‘어디 붙어보자. 나도 한 속도 한다고.’
오솔은 떨어지는 공을 머리로 받아서 측면의 빈 공간으로 떨어뜨렸다. 그러곤 계속 달렸다. 캐러거가 달라붙고 한발 늦게 따라오던 리세까지 그를 붙잡았지만 계속 달렸다. 그는 좌우에서 붙잡고 흔드는 상황 속에서도 탁월한 균형감각을 바탕으로 전진했다.
‘이, 이 정도라고?’
죽기 살기로 쫓아가던 리세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 그들은 상대를 거의 잡고 늘어지다시피 하고 있었다. 지금 심판이 반칙을 불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심판은 반칙을 불지 않았다. 여전히 공은 살아 있고, 그 공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오솔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아닌데…….’
리세는 터치라인까지 달리면서 생각을 거듭했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자신의 행동에, 판단에 어떤 결함이 있었나.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에게는 잘못도 없었다. 그는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공격했고, 혹시나 해서 최대한 안전한 크로스를 선택했다.
모두 옳은 판단이었다.
오솔이 여전히 반응속도 70대의 선수였다면 말이다.
‘틀렸어. 속도가 떨어진다.’
캐러거는 금방 뒤처졌다. 30줄에 들어선 덕분에 주력이 낮아진 탓이었다. 덩달아 리세 역시 조금씩 처졌다. 상대방 진영에서부터 아군 터치라인까지 거의 65m에 달하는 거리를 몸싸움까지 하면서 뛰어왔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저 자식은 어떻게 저렇게 팔팔한 거야?’
리세는 기가 죽은 얼굴로 오솔의 뒤통수를 바라봤다. 두 선수와 경합하며 달려왔음에도 오솔은 전혀 지치지 않았다. 힘과 속도만 염두하고 있던 베니테즈 감도과 리세에게 자신의 진짜 장기는 체력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파앙-!
오솔의 크로스가 멋지게 하늘을 날았다.
공은 만주키치의 머리에 제대로 닿았다.
골대 구석을 제대로 노리는 헤딩슛이었다.
그 순간, ‘주말 예능의 최강자’ 레이나 골키퍼가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