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74화
38장 격돌! 빨간 토레스 VS 벌꿀 오소리.
경기가 끝나고 마이크 하나가 오솔에게 따라붙었다.
“오솔 선수. 우선 위로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오늘 멋진 골을 넣고도 결국에는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네요. 게다가 중간중간 의문부호가 따라붙는 판정도 있었죠. 궁금한 점이 많이 있지만 일단은 전체적인 경기의 소감부터 말씀해 주시죠.”
리포터의 질문에 오솔은 신중하게 할 말을 골랐다.
“만만치 않은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물론 실제 경기는 조금 다른 의미로 만만치 않아서 당황했지만요.”
회견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오솔은 가볍게 웃으며 답변을 이었다.
“오늘은 우리의 판정승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경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감을 얻었죠.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요.”
맨시티 팬들이 들으면 아주 좋아할 만한 답변이었다.
‘팬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저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
오솔의 눈동자가 동료들의 뒷모습을 좇았다. 사실 이 답변은 미리 데샹 감독과 교감이 있었던 내용이었다. 선수들의 승부욕과 긴장, 자신감 등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언론 플레이인 것이다.
‘이제 남은 일곱 경기만 잘 치르면 진짜 끝이다.’
이제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했다.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기 위해서라면 언론이든 뭐든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하는 게 당연했다.
“그럼…… 슬슬 논란의 판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오늘은 유독 오심 논란이 일 만한 판정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결정적이었던 것은 바튼의 퇴장이었죠. 오솔 선수는 직접 당시 상황을 심판에게 설명했었는데 결국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기분이 어떻습니까, 판정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시나요?”
오솔은 답변에 신중을 기했다. 여기서 섣불리 긍정을 했다간 직후에 있었던 의심스러운 플레이를 가지고 추궁당할 수도 있었다. 심판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는 잉글랜드 축구협회에서 극도로 싫어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사실 누가 이득을 봤고 누가 손해를 봤다는 식의 평가는 무의미합니다. 이미 경기는 끝이 났고,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굳이 말하자면 경기장을 찾아준 관중과 TV로 지켜보시던 시청자들이 손해를 봤다고 할 수 있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가 나온 것은 사실이니까요.”
“다시 한번 묻죠. 바튼의 퇴장이 옳았다고 생각하시나요?”
“…….”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그 오솔조차도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뭐라고 쉽게 대답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오솔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함부르크에 있었던 2년 동안 총 90골을 넣었습니다. 아, 확인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외우기 쉬운 수치라서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거든요.”
다소 뜬금없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일부 기자들은 오솔이 질문을 잘못 알아들었거나 혹은 못 알아듣는 척 쇼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솔은 답변을 이어갔다.
“리그에서는 66골을 넣었고, UEFA컵에서 10골,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11골을 넣었습니다. 나머지는 컵대회에서 넣었죠.”
“…….”
“자랑하는 건 아니고, 다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이곳,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주급을 받는 건 그만한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걸. 아! 물론 처음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제 몸값에 의문을 가진 분들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솔은 EPL 데뷔 시즌을 맞아 31라운드까지 총 26경기 출전해서 27골 8도움을 기록하고 있었다. 경기당 1골이 넘어가는 미친 활약을 하는 선수의 실력을 누가 의심하겠는가.
“한번 상상해 보세요. 만약 제가 슛은 차는 족족 빗나가고 패스 성공률은 고작 50%밖에 안 되는 선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그랬다면 이곳에 서 있을 수 있었을까요? 아니죠? 아마 임대든 이적이든 어떤 형태로든 다른 곳으로 쫓겨났을 겁니다.”
“저…… 그게 바튼의 퇴장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중간에서 태클이 들어왔지만 오솔은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드는 리그입니다. 가장 많은 자본이 모이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리그죠. 저는 이곳에는 최고만 모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스태프들과 팬들 그리고 최고 수준의 ‘심판’들로만 구성되어야 하죠.”
돌려 말하긴 했지만 사실상 앳킨슨을 두고 수준 이하의 심판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 인터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오솔이 뭐라 말을 덧붙이려 할 때, 맨시티의 스태프가 나타나 인터뷰를 중단시켰다. 그러나 기자들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이미 기삿거리는 충분히 얻고 난 후였다.
* * *
그 인터뷰가 문제가 되었을까. 오솔은 경솔한 언행이었다는 말과 함께 3만 파운드(4천3백만 원)가량의 벌금을 물게 되었다. 라이올라는 혀를 차며 말했다.
“진짜 천만다행인 줄 알아라. 공개적으로 심판더러 머저리라고 해놓고 받는 처벌치고는 싼 편이니까.”
“머저리라고 한 적 없어. 그냥 심판도 좀 수준에 맞는 사람이 봐야 한다고 말했을 뿐.”
“엎어치나 매치나 똑같은 거지!”
라이올라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쳇! 오랜만에 찾아와서 왜 이리 타박이야?”
“내가 지금 욕이 안 나오게 생겼냐? 자칫하면 모든 심판을 적으로 돌릴 뻔했는데.”
“상관없어 17 대 1로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잘났다 이 새끼야. 하아. 이거 가만 보면 나보다 더한 놈이라니까?”
“와…… 진심 말을 심하게 하네.”
오솔의 깐족거림에 라이올라는 콜라를 따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오솔은 그의 눈치를 슬쩍 살피며 물었다.
“그런데 진짜로 여긴 어쩐 일이야. 재계약 시즌도 아니잖아, 이적은 더더욱 아닐 테고…….”
“이제 곧 시즌이 끝나잖아. 그래서 비시즌 일정을 좀 정리하려고 들렀어.”
“비시즌 일정? 뭐, 대수로울 게 있나?”
“지금 한국에서 네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나 본데…….”
“인기? 어느 정돈데 그래?”
“들어오는 광고가 무려 수십 개에 이른다. 자잘한 건 다 쳐냈는데도 이 정도야. 스포츠 음료에 건강 보조식품, 비타민……. 어라, 이건 뭐야? 육아 용품? 아니, 어떤 미친놈이 널 육아 용품 광고에 쓰겠다고 한 거지? 제정신인가?”
“뒤질래, 내가 뭐 어때서?”
오솔은 쌍둥이들과 함께 찍힌 사진들 덕분에 알게 모르게 자상한 아빠 이미지가 생성되어 있었다. 필드에서는 벌꿀 오소리처럼 난폭하던 놈이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땐 고슴도치 수준으로 얌전해져서 생긴 이미지였다.
“어떻긴,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총기 광고 모델로 돈 겁나 벌게 생겼지.”
“뭐? 내가 범죄자상(相)이라 이거냐?”
“그럼 아니냐?”
‘씨바…… 분하지만 부인할 수가 없다.’
오솔은 분루(憤淚)를 삼키며 물었다.
“그래서 그거 놀리려고 왔냐?”
“이렇게 광고가 많이 들어오고 있으니 이제는 이미지에 각별히 신경 쓰라고. 괜히 여기저기 들쑤시지 말고.”
“이미지? 무슨 이미지?”
“아무거나 좋은 이미지로. 뭐, 젊은 아빠 이미지도 좋고, 신사 같은 것도 좋지. 아무튼 뭐가 됐든, 이제는 이전처럼 성질대로 행동하지 마. 생각해 봐라. 폭력적인 사람을 광고 모델로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 너 같으면 앞니를 수수깡처럼 부러뜨리는 사람이 파는 기저귀를 사고 싶겠냐?”
“그건 경기를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생긴 사고였잖아.”
“사고? 진짜 사고야?”
라이올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오솔을 바라봤다. 만난 지 제법 된 덕분에 이제 라이올라도 오솔의 성격이나 행동에 대해 대충 파악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네가 어떤 놈인지 내가 모르겠냐?”
“……아무튼 내가 한 거 아니야. 했어도 내 안의 작은 아이가 시켜서 그런 거지. 본심이 아니었다고.”
“내 안의 작은 아이? 하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밖에 나가서는 그따위 말 절대 내뱉지 마라. 그렇지 않아도 안 좋은 이미지 완전히 박살 난다.”
오솔은 라이올라의 말을 가만히 듣더니 이내 제 가슴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뭐라고? 저 자식도 한 대 갈겨주라고?”
이어서 오솔은 복화술로 아이의 목소리 흉내를 냈다.
“응! 흠씬 때려!”
오솔은 라이올라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윽고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오솔의 집 앞마당에 울려 퍼졌다.
“으아아악!”
* * *
그로부터 일주일 후, 이제는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4월 중순이 되었다.
다만 아직까지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서 감기에 조심해야 하는 시기였고, 그래서 오솔의 집에서도 이른 저녁부터 화로에 불을 놓곤 했다. 덕분에 이들의 집에는 조용한 가운데 타닥타닥하는 장작 타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고즈넉한 산장에라도 있는 듯한 훈훈한 분위기. 그러나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느라 생고생을 한 여민주에게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이었다.
“후우. 매일매일이 전쟁이네, 아주.”
“고생했어. 이따가 애들이랑 놀아주는 건 내가 할게.”
“대한이 비행기 좀 많이 태워줘. 그거 할 때는 그래도 날 안 찾잖아. 후우. 제발 한 시간이라도 편히 자고 싶다.”
“알았어. 일단 이거 하게 조금만 도와줘.”
“뭘 도와주면 되는데?”
저녁을 먹고 난 뒤 잠깐 동안은 하루 종일 훈련으로 바쁜 오솔이 유일하게 쉬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은 바쁜 일상에서 잠깐 숨을 돌리게 해주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오늘 오솔은 휴식을 취하는 대신 특별히 다른 일정을 잡았다.
“녹화가 잘 되는지만 확인해 주면 돼.”
“뭔데 이게? 녹화 누르면 된다고?”
민주는 캠코더 앞에 앉아 녹화 버튼을 눌렀다. 오솔은 마이폰을 들고 화면 정중앙에 편하게 자리 잡았다. 그는 목을 한차례 가다듬더니 준비한 멘트를 치기 시작했다.
“안녕. 아마 이게 내 채널의 첫 번째 영상일 거야. 오늘부터 가끔씩, 아주 가끔씩 이런 영상을 찍어서 올리기로 마음먹었어. 왜냐고? 내 에이전트가 나보고 이미지가 너무 거칠다고 했거든. 그래서 내가 생각보다 나쁜 놈이 아니라는 걸 너희들에게 보여주려고.”
오솔은 마이폰을 들어 올렸다.
“정확히 일주일 전에 내 ‘페이스 다이어리’ 계정에 직접 ‘하고 싶은 말 아무거나 남겨주세요, 악플 환영.’이라고 적었어. 자, 이제부터 여기에 남겨진 댓글들을 읽을 거야.”
오솔은 페이지를 열자마자 보이는 첫 번째 댓글을 읽어나갔다.
“어디 보자. ‘한국이라니 도대체 어디 붙어있는 나라야? 아, 혹시 거기 남과 북으로 분단된 곳 아닌가? 그렇다면 오솔 이 새끼는 분명히 독재자 밑에서 일하고 있겠군.’ 어…… 첫 번째 댓글부터 좀 센데? 이거 내 공식 계정인 거 알고 남긴 글 맞냐?”
오솔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일단 첫 번째로 댓글을 남겨줘서 고마워. Fxxk-Badger. 그리고 기대해. 조만간 내 안의 작은 아이가 곧 너를 찾아갈 거야.”
오솔의 첫 번째 팬 서비스 영상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 * *
한편,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2007-08 시즌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리그 경기가 35라운드까지 진행되며 벌써 5월에 접어든 것이다.
5월 7일, 맨시티가 막 35라운드까지 끝낸 시점에서 상위권 팀들의 성적은 다음과 같았다.
맨유 - 34경기 24승/8무/2패 - 80점
아스날 - 35경기 23승/8무/4패 - 77점
첼시 - 34경기 22승/7무/5패 - 73점
*맨시티 - 35경기 22승/7무/6패 - 73점
리버풀 - 35경기 21승/10무/4패 - 73점
특이할 만한 사항으로는 맨유와 첼시가 나란히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진출하면서 두 팀이 각각 한 경기씩 일정이 늦춰졌다는 걸 들 수 있었다.
“맨유는 두 경기만 더 이기면 거의 우승 확정이네.”
오솔이 기운이 빠진다는 듯 말했다. 이에 만주키치가 일정표를 보며 답했다.
“이미 확정이라고 해도 돼. 남은 일정을 보면 다 쉬운 상대들이거든.”
“어디 봐. 에휴, 진짜네. 보니까 다른 애들도 똑같아. 아스날도 그렇고 첼시도 비교적 약팀들과 만나는 일정이야. 이제 상위권에 변수가 있다면 맨유와 첼시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뿐이야.”
“이러면 별수 없이 다음 라운드 경기 결과에 4위가 달려 있는 건가?”
오솔과 만주키치는 일주일 후에 있을 경기를 확인했다.
<36R. 맨체스터 시티 VS 리버풀 FC.>
“결국에는 리버풀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야 한다는 거지.”
리버풀과의 일전은 피할 수 없었다. 오솔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마침 전반기의 아쉬운 패배를 설욕하고 싶던 참이었다.
‘지금 득점 3위가 토레스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눌러줘야겠군.’
그러나 평소대로 경기하기에는 리버풀이라는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전방에 위치한 토레스의 활약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제라드-알론소-마스체라노라는 역대급 중원이 구성되면서 얻은 시너지가 대단했다.
실제로 리버풀은 이 세 사람 덕분에 측면과 중앙, 선이 굵은 축구와 세밀한 축구, 돌파와 중거리 슛 등 서로 대비되는 플레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토레스 외에 그럴듯한 공격수가 없어서 그렇지. 만약 크라우치가 조금만 더 잘해줬으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 되었을 거야.’
리버풀이 비록 공격진이 조금 아쉽고, 가끔 골키퍼가 예능을 찍어서 그렇지 수비진이나 미드필더진은 맨유나 첼시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만큼 정상급 전력이었다.
오솔이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마침 데샹 감독도 대비책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는 오솔을 진실의 방…… 아니, 전술의 방으로 불렀다.
데샹의 첫마디는 이것이었다.
“오솔. 이번 리버풀전에서 오른쪽 날개로 뛰어줄 수 있습니까?”
* * *
그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나고 어느덧 맨시티와 리버풀의 경기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평소처럼 선발 명단과 포메이션을 확인하던 배성진 아나운서는 맨시티의 포메이션을 확인하다가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몇 번이고 확인해야 했다. 그는 마침 해설위원을 맡고 있는 박민성이 들어오자 자료를 넘기며 물었다.
“민성아, 이거 봤어? 야, 오솔이 오른쪽 날개로 나왔어.”
“어, 진짜? 에이. 뭔가 착오가 있겠지. 음…… 아마 지울리랑 위치가 바뀐 거 아닐까?”
“아니야. 내가 이상해서 계속 확인해 봤는데, 이거 현지에서 뿌린 자료랑 똑같아.”
“그래? 이상하다. 왜 오솔을 윙어로 쓰는 거지? 중앙에서 뛰는 편이 더 좋을 텐데…….”
박민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솔은 9번과 10번을 모두 맡을 수 있는 선수이고, 또한 지금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득점력이 좋은 선수였다.
물론 첫 번째 맨체스터 더비에서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겨 에브라를 탈탈 턴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전히 오솔은 중앙에 있는 게 더 위력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크로스나 돌파는 지울리와 보싱와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들이지만 오솔이 보여주는 이른바 ‘쉬운 마무리’는 대체할 수 없었다.
‘물론 데샹 감독도 뭔가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결정한 것이겠지만…… 쓰읍!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득보다 실이 많은 결정인데…….’
이렇게 되면 측면에서 속도는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중앙의 파괴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리버풀의 왼쪽 수비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리버풀의 왼쪽이라…… 그럼 리세랑 붙겠군.’
그러나 또 모르는 일이었다. 호날두와 박해진처럼 오른쪽에 있다가 또 언제든지 중앙이나 왼쪽으로 스위칭할 수 있었다.
“다 생각이 있겠죠. 편히 생각해요, 형.”
“후우, 그래야지. 그나저나 이번에 맨시티가 리버풀을 잡아내고 챔피언스 리그 티켓까지 따내면 정말 대박이겠는데?”
“그럼 이번 시즌 주인공은 맨체스터 시티가 되는 거죠. 우승은 맨유가 해도 신데렐라는 맨시티가 될 수밖에 없어요.”
맨유의 우승은 이미 9부 능선을 넘어선 상황이었다. 이제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은 오로지 맨시티와 리버풀 경기에만 쏠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