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73화
“그만! 다들 뒤로 물러서!”
마틴 앳킨슨 주심은 흥분한 이리떼 사이에서도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만주키치 같은 거구는 물론이고 조이 바튼 같은 미친놈이 있는데도 심판이라는 지위가 갖는 권위를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에 오솔은 기가 찼다.
‘당신 그러다가 진짜 죽빵 맞는 수가 있어.’
그는 크리스마스에 이어 두 번째로 바튼을 들어 올렸다. 만주키치나 다른 선수들이야 아직까지 경고가 없었지만 바튼은 오솔과 마찬가지로 옐로카드가 하나 있었다. 바튼의 성격상 얌전히 따질 리도 없으니 아예 접근을 차단하는 게 맞았다.
‘이 녀석은 심판이고 뭐고 일단 주먹부터 나가는 게 문제야.’
경고를 했음에도 만주키치가 물러나지 않자 심판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금방이라도 카드를 꺼낼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지울리가 황급히 만주키치를 말렸다.
“마리오! 이제 그만 진정해.”
확실히 그는 베테랑답게 흥분한 상태에서도 선을 지킬 줄 알았다. 그러나 만주키치는 젊어서 그런지 아니면 워낙 가까이에서 봤기 때문인지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리곤 기어이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꺼내고 말았다.
“판정 좀 똑바로 해! 이게 도대체 몇 번이냐고!”
“뭐? 판정을 똑바로 해?”
앳킨슨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만주키치의 눈앞에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의 표정은 할 수만 있다면 레드카드를 줬을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디 한 마디만 더 해봐. 그땐 바로 퇴장이야!”
“이…… 이봐, 비디치! 네가 직접 말해! 손에 닿았잖아. 솔직하게 고백해!”
만주키치는 이제 하다못해 상대편에게까지 말을 걸었다. 당연히 맨유 선수들로서는 호응할 리 없는 행동이었다. 퍼디난드는 만주키치의 앞을 가로막았다.
“물러서!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하지만…….”
만주키치는 좀처럼 억울함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머릿속으로는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젊은이의 혈기가 이 상황을 가만두지 않았다.
‘젠장. 뭐라고 말 좀 해보라고.’
만주키치는 분한 마음에 비디치를 노려봤다. 비디치는 퍼디난드의 뒤에 멀찍이 떨어져 있었는데, 오늘따라 얼굴이 유독 어두웠다. 승리를 위해 입을 다물어야 하지만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는 얼굴이었다.
‘젠장…….’
만주키치는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더 이상의 항의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자세히 보면 퍼디난드의 표정 역시 좋지 않았다. 아니, 맨유 선수들 전부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심으로 이득을 봤으나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결국엔 모두가 오심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만주키치는 항의를 그만두고 분한 마음에 괜히 잔디를 향해 화풀이를 했다.
“자, 진정하고, 일단은 코너킥에 집중하자! 여기서 넣으면 되지!”
지울리와 오솔 등 그나마 멘탈이 유지되는 몇몇이 선수들을 다독였다. 되돌릴 수 없는 일 때문에 경기력이 망가지는 건 사양이었다.
‘휴. 이 동네는 원래 이렇게 살벌한가?’
모드리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큰 눈과 팔(八)자로 누운 눈썹이 그가 얼마나 눈치를 보고 있는지 알게 해줬다.
마침 오솔의 눈에 그 모습이 들어왔다. 선수들을 진정시킬 방법을 찾고 있던 오솔은 덕분에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그는 모드리치가 코너킥을 차러 떠나자 동료들이 다 들리도록 떠들었다.
“다들 루카 좀 봐. 저 녀석, 얼마나 놀랐는지 눈이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커진 것 같지 않아? 꼭 안경원숭이 같은데?”
그러자 곳곳에서 ‘풉!’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안경원숭이는 동그랗고 큰 눈을 가진 원숭이로 몸집이 작고 가녀린 편이라 여러모로 모드리치와 닮은 점이 많았다.
“푸훗! 야 인마. 네가 다른 사람 얼굴을 지적할 때냐?”
괜히 오솔을 타박하는 친구도 있었다. 맨시티 선수들은 모드리치가 코너에 도착하는 5초 남짓한 시간 동안 짧은 잡담을 떠들었는데, 놀랍게도 그사이에 흥분은 거의 다 가라앉았다.
동료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오자 오솔은 박수를 치며 다시 선수들의 긴장을 끌어올렸다.
“자! 우리 안숭이가 차는 공을 잘 잡아보자고!”
“그걸 또 줄여서 안숭이라고 부르는 거냐?”
“이 녀석, 생긴 것과 다르게 은근히 웃기는 말을 잘한다니까.”
“자, 자! 잡담은 이쯤 하고 이제 진짜로 집중하자, 집중!”
‘좋아. 분위기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솔은 선수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파아-앙!
모드리치가 찬 공은 오솔의 머리를 향해 길게 넘어왔다. 그러나 이 코너킥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퍼디난드가 오솔의 점프를 방해하는 사이 2m에 가까운 반 데 사르 골키퍼가 공중에서 공을 낚아챈 것이다.
‘쳇! 확실히 노장이라 그런지 공중볼도 안정감 있게 잘 잡네. 어쩔 수 없지. 일단은 바로 패스하지 못하게 앞에서 알짱알짱해볼까?’
이러다가 잘하면 골키퍼의 패스 실수를 골로 연결할 수도 있었다.
물론 반 데 사르는 그런 안이한 실수는 하지 않는 선수였지만, 그럼에도 이런 움직임은 꼭 필요했다. 특히 지금처럼 수비수들까지 모두가 공격에 가담했을 때는 말이다.
“비켜!”
“응. 싫어~ 알아서 지나가~ 지나갈 수 있으면 말이지!”
오솔은 요리조리 다리를 뻗어가며 방해를 했는데, 이에 반 데 사르 골키퍼는 공을 왼쪽으로 던지는 척 페이크를 쓰더니 반대편에 있는 박해진에게 연결했다.
타다닷!
박해진은 패스 속도를 그대로 살려서 단번에 중앙선까지 돌파했다. 그는 수비수가 앞을 막아서자 곧장 중앙에 있던 루니에게 패스했다.
루니는 일부러 박해진과 속도를 맞춰서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공을 건네받을 수 있었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이대로 공을 몰고 전진하거나 호날두나 테베즈 등에게 패스를 열어주거나.
그런데 그 순간, 오솔이 시간을 끄는 사이에 복귀를 끝마친 콤파니가 루니의 옆에서 불쑥 튀어나와 태클을 걸었다.
“윽!”
쿠당탕!
루니는 미처 상대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공을 뺏기고 말았다. 감히 심판이 반칙을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아주 깔끔한 태클이었다.
“나이스 태클!”
이번에는 다시 맨시티의 역습이었다.
콤파니는 연습했던 대로 모드리치에게 패스하려다가 그가 코너킥 때문에 너무 멀리 있다는 걸 깨닫고 가까운 곳에 있는 바튼에게 공을 넘겼다.
바튼은 그 공을 받고 스콜스의 접근을 피해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마침 몸을 연 위치로 보싱와가 오버래핑하고 있었다.
파앙!
바튼의 패스는 보싱와에게 제대로 닿았다. 어쨌든 바튼도 프로 선수였다. 이 정도 패스를 실패할 리 없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바튼이 보싱와에게 공을 넘긴 직후에 일어났다.
파바박!
공이 뺏긴 순간부터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달려들던 루니가 바튼을 뒤에서부터 덮쳐왔던 것이다.
“윽!!”
바튼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루니 역시 뒤로 넘어졌지만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예상을 하고 있던 사람과 갑자기 당한 사람의 차이였다.
“이런 빌어먹을 놈이…….”
바튼의 눈동자가 돌아갔다. 마침 오솔도 멀찍이 떨어져 있는 상황. 그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었다.
“그따위 몸통 박치기는 어디서 배워먹었냐. 이 새끼야, 뒈지고 싶냐?”
“미안해요. 조금 흥분해서 그랬어요.”
“뭐, 미안? 미안하다면 다냐?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했잖아!”
“에이 씨!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바튼은 미친개로 유명했으나, 루니 역시 어린 시절부터 노동자로 고된 삶을 살아왔던 녀석이었다. 깡다구라면 그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오죽하면 축구 신동이라는 별명보다 그라운드의 악동이라는 별명이 먼저 생겼겠는가.
삑! 삑, 삑!
바튼과 루니가 이마를 맞대고 서 있자, 앳킨슨이 뒤늦게 경기를 멈추고 뛰어왔다.
그래. 이제야 경기가 멈췄다.
‘뭐야, 왜 휘슬을 이제야 부르지?’
오솔은 오싹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루니의 태클은 명백한 반칙이었다. 경기가 진행 중이었고, 공에 상관없이, 선수에 의해 일어났으니까.
‘그런데 아까는 안 불고 이제 불었다고?’
경우의 수는 단 하나였다.
심판이 루니의 반칙 상황을 전혀 보지 못한 경우…….
만약의 경우지만 정말 못 봤다면 심판은 이 상황을 바튼이 먼저 루니에게 달려드는 것으로 받아들였을 수가 있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썩은 눈깔일까…….’
응. 맞아.
[아? 이게 뭐죠? 바튼에게 옐로카드가 나오다니요?]
[어, 이러면 퇴장인데요? 바튼은 이미 전반전에 카드를 한 장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역시나 심판은 옐로카드에 이어 레드카드까지 꺼내면서 바튼에게 당장 경기장에서 떠날 것을 지시했다. 바튼은 잠시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있다가 이내 주먹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막아, 콤파니! 바튼을 막아!”
오솔은 콤파니로 하여금 바튼을 잡게 하고, 곧장 심판에게 달려갔다.
“진짜예요! 부심에게 확인해 봐요! 진짜로 루니가 먼저 몸을 부딪쳤다니까요? 그리고 솔직히 이 정도 기 싸움은 경기를 하다 보면 흔하잖아요. 장담하건대 카드가 나올 정도는 아니에요!”
“물러서, 오솔! 최종 판정은 주심인 내가 내린다. 부심의 의견은 그저 참고일 뿐이야. 그리고 네가 뭔데 멋대로 판정을 내리는 거지? 이건 바튼이 지금까지 보인 행동이 쌓이고 쌓여서 내린 판정이다. 결코 과하지 않아.”
“망할…….”
“말조심해. 내가 분명히 경솔한 행동은 하지 말라고 했었지?”
결국 오솔은 항의다운 항의도 못 하고 물러나야 했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바튼은 퇴장을 당해야 했고, 겨우 띄워놨던 분위기는 다시 축 처져야 했다.
경기 상황이 묘하게 아스날전과 유사했다. 다른 점은 그때는 아스날이 당했다면 이번에는 맨시티가 당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아! 결정적인 게 하나 더 달랐다! 아스날에는 오솔 같은 놈이 없었다는 것이다.
‘씨브럴…… 이젠 나도 못 참겠다.’
경기가 이렇게까지 되자 마침내 오솔도 인내심을 잃고 말았다. 그는 흉신악살에 빙의된 듯한 얼굴로 모드리치에게 말했다.
“안숭 씨. 잠시 귀 좀 빌립시다.”
“안숭 씨가 누구야?”
모드리치가 반문했지만 오솔은 제 할 말만 계속했다.
“이젠 이판사판입니다. 경기가 끝나기 전에 최소한 한 번은 심판 놈에게 엿을 먹여야겠어요.”
오솔은 모드리치에게 작전을 전달했다. 모드리치는 작전을 들으면서 ‘우리 멋대로 작전을 짜도 되는 건가?’라는 표정을 지었다.
* * *
경기가 재개되기 전, 데샹 감독은 공격수인 만주키치를 빼고 미드필더인 아일랜드를 집어넣어 균형을 맞췄다. 전방에 오솔 혼자 있는 4-4-1 진형이었다. 이렇게 서도 모드리치의 패스와 오솔의 속도라면 충분히 만회골을 넣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마틴 앳킨슨이라고 했지? 넌 죽었다. 다시는 프리미어리그에 발을 못 붙이게 해주마.’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제 오솔의 관심사는 오로지 복수였다. 가능하다면 만회골도 노려볼 생각이었지만 최우선 목표는 심판에게 빅 엿을 선사하는 것이었다.
그 시작은 간단한 패스였다. 간단한 패스지만 앳킨슨에게는 조금 다를 것이다. 그의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 가까운 패스이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할 정도로 강한 패스였으니 말이다.
‘뭐야……. 나한테 차는 줄 알았잖아?’
앳킨스는 움찔했다는 사실을 감추려 일부러 무덤덤한 표정을 연기했다. 그리곤 태연한 척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콤파니가 패스를 줄 곳을 찾는 모습이 보였다.
‘어째 일부러 그렇게 찬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이런 것까지 꼬투리 잡을 수는 없겠지.’
파앙-!
콤파니의 패스는 모드리치에게 향했다. 아니, 정확히는 심판의 사각(死角)으로 뛰어가던 모드리치에게 향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덕분에 앳킨슨은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서 공을 좇아야 했다.
‘이 자식들은 정신 사납게 왜 자꾸 내 주위에서 패스를 주고받는 거야?’
공이 사각에서 사각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그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면 신경을 바짝 조여야 했다. 경기장 전체를 봐야 하는 심판에게 이런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앳킨슨은 뒷걸음질 치면서 이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모드리치는 그런 움직임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오솔의 작전에 동조하기로 한 상태였다.
파앙-!
모드리치의 패스는 앳킨슨이 움직이던 방향으로 빠르게 흘렀고, 덕분에 심판은 급히 걸음을 멈춰야 했다. 심판은 경기에 관여하면 안 되는지라 어쩔 수 없었다.
‘이것들이 진짜…… 한 번만 더 이런 짓을 했다간 그땐 확!’
이번에 공을 받은 이는 지울리였다. 오솔은 미드필드 지역까지 내려와 패스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파앙!
덕분에 앳킨슨이 지울리를 바라봤을 때, 공은 이미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뭐야? 공이 어디 있는 거지?’
앳킨스는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렸음에도 공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오솔이 그의 사각을 따라 드리블해 나갔기 때문이다.
덕분에 앳킨스는 약 2초 정도 공에게서 시선을 떼게 되었다. 그러다 오솔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고개를 뒤로 돌렸을 때였다.
콰앙-!!
가죽 북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공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그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오솔의 전매특허 무회전 중거리 슛이었다.
“으헉!”
앳킨슨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동시에 ‘으득!’ 하는 소리와 함께 입안에서 진한 피 맛이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혀를 씹은 것이다.
‘이건 고의다! 이건 고의야!’
앳킨슨은 도끼눈을 뜨고 오솔을 노려봤다. 오솔이 작정하고 자신을 놀렸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퇴장은 물론 추가 징계도 가능했다.
그러나 오솔은 이후의 파장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심지어 태연하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지금 뭐 합니까?’라고 굉장히 싸가지 없게.
울컥한 앳킨슨이 카드를 꺼내며 소리쳤다.
“뭐 하냐고? 널 퇴장시키려는 거다!”
“퇴장이요? 절……? 왜요?”
“왜냐니? 그걸 말이라고…….”
그 순간.
와아아아아!!!
경기장 한쪽을 물들이고 있던 푸른 물결이 격랑이라도 인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그곳은 맨시티의 원정팬들이 자리한 장소였다.
“뭐, 뭐야?”
“뭐긴 뭡니까. 골이잖아요. 골 선언 안 합니까?”
“고, 골이라고……?”
골이란 말에 깜짝 놀란 앳킨슨. 그는 고개를 돌려 맨유의 골대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힘없이 주저앉아있는 반 데 사르 골키퍼와 그 옆을 굴러다니는 축구공이 있었다.
앳킨슨은 삐걱거리는 머리를 간신히 오솔 쪽으로 되돌렸다. 충격이 컸는지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꼭 녹슨 로봇처럼 부자연스러웠다.
“진짜 들어갔다고? 방금 그 슛이?”
“그러게요. 저도 설마 들어갈 줄은 몰랐는데. 흐흐흐. 그런데…… 설마 못 본 겁니까?”
앳킨슨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그의 살짝 벌어진 입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