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72화
맨체스터 더비가 벌어지기 일주일 전. 맨체스터 전역은 물론이고 온라인에서도 온통 더비 경기에 관한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알아서 한 수 접었던 맨시티 팬들도 이번에는 달랐다. 달라진 팀의 모습에 잃었던 자부심 또한 되찾은 것이다.
팬들은 인터넷에 이번 더비 경기에 대한 예상을 늘어놓곤 했는데, 별것 아닌 예상에도 서로의 의견이 충돌하며 분위기가 뜨겁게 불타올랐다.
[챔피언스 리그 가즈아!!
우리가 비록 전반기에는 맨유 놈들에게 비기고 말았지만 후반기에는 다르다! 득점왕 페이스의 오솔이 부상을 잘 이겨낸 데다가 이번에 영입한 모드리치까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잖아.
이제 변수는 딱 하나, 올드 트래퍼드 원정이라는 점뿐이야. 이번 경기…… 맨유에게 우호적인 판정만 아니라면 우리도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이번엔 제발 공정한 심판이 경기를 봤으면 좋겠어. 항상 노골적으로 놈들의 편을 드는 개 같은 심판만 있었잖아.]
[힘들 거야. 그놈들은 매번 심판을 매수하잖아. 항상 지고 있을 때면 추가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받는다는 게 그 증거지.]
[망할 놈들 같으니…….]
맨시티가 리그 4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말들이었다.
물론 듣는 맨유 팬으로서는 기가 막힌 이야기일 뿐이었다. 지역 라이벌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20년간 상대는 항상 자신들보다 두세 수 아래의 전력이었다.
말하자면 맨체스터 더비는 맨유 팬들에게 약간 더 짜릿한 승리를 맛보게 해주는 경기였을 뿐, 상대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박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 그랬던 상대가 대등한 위치로 올라섰다는 듯 떠들어대고 있었으니 반응이 좋을 리 없었다.
[꼭 근본 없는 것들이 한 시즌 반짝하는 걸 가지고 저런다니까. 야! 야 이 새끼야! 우리 맨유야~ 정신 안 차리냐? 어디 프리미어리그 최다 우승팀을 앞에 두고 아가리를 털어? 어?
너희가 요즘 쪼끔 잘 나간다고 주제 파악을 못 하나 본데, 너희들이 어떤 팀인지 벌써 잊었냐? 너희들 인마, 프리미어리그에 고작 10년 있었어. 나머지 5년은 저-기 챔피언십에 처박혀 있었잖아.
이 자식들이 작년까지만 해도 강등이 되니 마니 하면서 질질 짜던 놈들이 말이야. 오일 머니가 들어오더니 아주 정신이 없지? 건방진 새끼들……. 앞으로는 주제 파악 좀 하고, 상대를 봐가면서 씨불여라. 알겠냐?]
이러니 싸움이 나는 게 당연했다.
[넌 뭐하는 새낀데 이따위 댓글을 남겨 놓냐?]
[왜 누군지 알면 어쩌게, 함 뜨게?]
[그래, 뜨자 이 새끼야!]
재밌게도 이러한 분위기는 지구 반대편의 한국에서도 똑같았다.
[형들. 이제 제한맨에서 맨을 맨시티로 바꿔야 되지 않아? 솔직히 출전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박해진을 응원하느니, 마음 편하게 오솔을 응원하는 게 더 좋잖아. 일단 주전 출전 확실하고, 나오면 또 무조건 골이나 도움을 기록하니까 응원할 맛도 더 나고.]
[이 새끼 이거 축알못이네. 야, 맨유랑 맨시티의 주전 경쟁이 똑같냐? 바셀이나 만주키치 같은 애들이랑 경쟁하는 거랑, ‘더 킹. 갓. 제너럴’ 호날두나 긱스랑 겨루는 게 같냐고. 하아, 여긴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진짜 수준 떨어지는 애들이 많다니까. 이런 애들은 꼭 보면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축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애들이더라?]
[맨유가 경쟁이 더 심한 건 맞는데, 그래도 경기 보면 오솔이 잘하긴 하잖아. 에휴, 아쉽다. 오솔이 맨유로 왔으면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었을 텐데……. 설마하니 맨유가 부르는데 안 올 줄이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맨유가 부르면 와야지.]
2005년 여름, 박해진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후 맨유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신앙이 되었고, 홈구장 올드 트레퍼드는 그들의 성지가 되었다. 원래도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던 맨유가 한국에서는 이른바 국민 구단이 된 것이다.
자연히 박해진의 맨유파와 오솔의 맨시티파가 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네티즌들의 치열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길 일주일, 마침내 경기 당일이 찾아왔다. 한국 축구팬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소식과 함께.
[맨체스터 더비, 선발 명단 나왔다! 13. Park랑 9. Oh 모두 선발!!!]
[드디어…… 드디어 코리안 더비다!]
[SBC 스포츠는 노났네. 요즘 박해진의 경기력이 별로라 선발 제외일 줄 알았는데.]
박해진을 벤치진이라 비꼬던 이들도…… 오솔을 두고 그저 그런 팀에서 반짝 활약을 하는 거라고 폄하하던 이들도 이 두 사람이 동시에 출전한다는 소식에 환호성을 질렀다.
따지고 보면 머나먼 땅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축구 경기일 뿐인데, 그곳에 한국인 선수가 둘씩이나 주전으로 나온다는 사실이 괜히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하는 것이다.
덕분에 국내 팬들은 흡사 월드컵을 보는 기분으로 주말 밤을 새우기 시작했고, 덩달아 전국의 치킨집들도 바빠졌다.
* * *
한편, 오솔은 입장 통로에 서서 차분히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와아아아-!
올드 트래퍼드의 7만 5천 관중이 쏟아내는 천둥소리는 오솔에게도 적지 않은 압박으로 다가왔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나 산 시로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하군.’
올드 트래퍼드 원정에 더비 경기까지 겹치니 관중의 반응이 격렬하기 그지없었다.
오솔은 한 올의 정신조차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후우. 하아. 좋아. 이 느낌이야.’
그렇게 오솔이 집중을 끝냈을 때였다. 옆에 있던 박해진이 말을 걸었다.
“끝났어?”
“네? 아, 끝났어요. 준비…….”
“그럼, 오늘 좋은 경기를 치르도록 하자.”
“선배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건승하세요.”
짧은 안부를 끝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마무리됐다.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들의 프로의식이 용납하지 못했다.
이후 심판의 신호와 함께 선수단 전원이 걸음을 옮겼다. 7만 관중의 박수 아래로 붉은색 상의와 하얀색 바지를 입은 맨유와 하늘색 상의와 남청색 바지를 입은 맨시티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더비 경기라 그런지 양 팀 선수들의 표정이 한껏 굳어 있었다.
“서로 페어플레이하길 바라네.”
마틴 앳킨슨 주심은 양 팀 주장을 한 번씩 보더니 시선을 돌려 오솔 쪽을 바라봤다. 마침 오솔 역시 주심 쪽을 보고 있었기에 그의 시선을 감지할 수 있었다.
‘……뭐야?’
오솔은 한 차례 눈썹을 꿈틀거렸다. 앳킨슨 주심의 시선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앳킨스는 그를 싫어하고 있었다.
다행히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심판과 악수를 나눌 때 앳킨슨 주심이 힌트를 준 것이다.
“지난번에 아스날전은 잘 봤네. 부디 오늘 경기에서는 그때처럼 경거망동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오솔의 뇌리에 3주 전에 있었던 아스날전이 떠올랐다.
‘아…… 설마 그것 때문인가?’
그때 오솔은 심판의 판정에 대한 불만을 세리머니를 생략하는 것으로 대신 표출했었다. 물론 적정 수준을 유지한 덕분에 축구협회 쪽에서도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었다.
결과적으로 그때의 행동은 그에게 정의감이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었다. 그런데 앳킨슨 같은 사람에게는 그 모습이 적잖이 아니꼬웠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방금의 눈빛은 경고인가?’
자기 앞에서는 판정에 불만을 갖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해도 될법한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경기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심판은 그에게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야 움직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조금…… 조심해야겠네.’
삐이익!
그러나 딱히 대처법을 찾을 시간도 없이, 호각이 울렸다.
* * *
‘스콜스한테선 노란 걸로 한 장. 콤파니도 노란색으로 한 장. 그리고 나도 한 장.’
오솔은 타짜의 명대사를 곱씹으며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의 앞에는 마틴 앳킨슨 주심이 옐로카드를 들고 서 있었다. 아주 당당하게 카드를 내미는 모습에서 자신의 판정에 대한 강한 확신이 느껴졌다.
‘이게 경고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카드가 나올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러나 억울해도 소용없었다. 이미 심판의 판정은 끝이 났다. 전반전 31분 만에 경고가 하나가 주어진 것이다. 이것은 양 팀 합쳐 네 번째 경고였는데, 그중 세 장이 맨시티 선수들에게 주어진 경고였다.
처음에는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리는 경기라서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맨유는 특히나 홈 어드밴티지가 심한 팀 중에 하나였으니까.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이건 그냥 주심의 눈동자가 썩은 동태 눈깔이었다. 오심이 너와 나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튀어나왔던 것이다.
방금 나온 오솔의 반칙도 그랬다. 앳킨슨 주심은 테베즈가 같은 반칙을 저질렀을 때는 호각을 불지도 않았으면서 오솔에게는 단번에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이런 짓을 계속 반복했다.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거지?’
그렇지 않아도 수비수가 퍼디난드와 비디치라서 평소보다 힘을 많이 써야 하는데, 이렇게 몸싸움까지 제한해 버리면 도저히 뚫어낼 수 없었다.
오솔이 허탈해하고 있을 때 지울리가 다가와 어깨를 감쌌다.
“힘내, 오솔. 이상한 판정이었다는 건 저 심판만 빼고 다 아는 사실이니까. 억울하지만 당분간은 몸을 사려야 해. 어쨌든 경기장 안에서는 주심의 판단이 최우선이야.”
“그 주심의 판단이 왔다 갔다 하니까 미치겠어요. 당최 기준이 뭔지 감도 안 잡힌다고요.”
“……그걸 알아낼 때까지는 조심하자.”
심판의 이상한 경기 운영 덕분에 양 팀 선수들의 모습은 더비 경기답지 않게 조심스러웠다. 원래대로였다면 서로 몸을 부딪쳐가며 격하게 충돌했어야 할 경기가 묘하게 김이 빠지게 된 것이다. 덕분에 경기가 격렬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계속되는 오심에 선수들의 마음에 차곡차곡 불만이 쌓이게 되었다.
[맨유의 프리킥 찬스입니다.]
이런 경기에서는 역시나 세트피스 득점에 기댈 수밖에 없었는데, 마침 맨유에는 호날두라는 걸출한 프리키커가 버티고 있었다.
“후욱! 훅-!”
호날두는 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선 특유의 자세로 프리킥을 준비를 하더니 심호흡을 마친 즉시 매섭게 달려들었다.
호다다닥!
호날두는 있는 힘껏 공을 찼다. 마치 본인이 무회전 프리킥의 원조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콰앙-!
공은 빠르고 정확하게 반대편 사각을 파고들었다. 골이었다.
오솔은 자신의 반칙이 골이 되었다는 생각에 이를 갈았다.
“이런 망할…….”
“상대에게 먼저 기회가 돌아갔을 뿐이야. 기다리다 보면 우리에게도 기회는 찾아오게 되어 있어.”
오솔이 흔들릴 때 베테랑인 지울리가 적극적으로 수습에 나섰다. 다행히 맨시티 선수들은 선취점을 내주고도 멘탈이 흔들리지 않았다. 프리킥으로 먹힌 골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던 것이다.
삑, 삐이이익!
결국 경기는 1 대 0 상태로 후반전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데샹 감독이 먼저 손을 썼다.
[굉장히 이른 교체로군요? 데샹 감독, 일라누 선수를 빼고 페트로프 선수를 넣었습니다.]
[포메이션이…… 4-4-2가 된 것 같죠? 만주키치와 오솔 선수가 나란히 선 모습입니다.]
[어? 맨유의 포메이션과 같은 거 아닙니까? 설마 정면 대결을 해보자는 걸까요?]
[이거. 맞불을 놓나요?]
다소 공격적인 변화. 그러나 데샹의 노림수는 멋지게 들어맞았다. 활동량이 좋은 만주키치와 오솔 조합이 맨유의 테베즈 루니 조합처럼 공수에 걸쳐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만주키치가 중앙으로 옮겨오면서 얻은 효과가 하나 더 있었다. 카드 때문에 몸싸움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오솔 대신 그가 포스트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쿠웅!
만주키치는 후방에서 길게 날아온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비디치의 방해에 공을 따내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오솔은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어때, 붙어볼 만해?”
“일단 부딪쳐봐야지. 힘들다고 해서 바꿔줄 것도 아니잖아. 흐흐. 내 걱정은 말고 넌 빈 공간을 찾아.”
“참! 카드 조심해. 심판 판정에 대중이 없으니까.”
“괜찮아. 판정이 껄끄러운 건 상대도 마찬가지야. 지금 비디치에게도 경고가 한 장 있지?”
“응. 하나 따냈어.”
오솔이 카드를 하나 갖고 있으면서도 퍼디난드-비디치 조합에 비빌 수 있었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비디치 역시 옐로카드를 받은 상태여서 평소보다 수비를 얌전하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솔이 공을 잡습니다! 후반전에 들어서 오솔 선수가 공을 잡는 횟수가 많이 늘었는데요?]
[일라누 선수가 빠진 상황이라 중앙에서 공격을 연결해 줄 선수가 필요하거든요. 전방은 만주키치 선수가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으니 마음 편히 내려올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루니 선수와 비슷한 역할이군요?]
[그렇습니다.]
오솔은 공을 잡고 부드럽게 돌아섰다. 캐릭이 바로 따라붙었으나 평소와 달리 몸싸움을 거는 듯 마는 듯 어설펐다. 당연히 이 정도로는 오솔을 막을 수 없었다.
‘카드도 없는 녀석이 그렇게 몸을 사려서야 되겠어?’
여유가 생긴 오솔은 한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패스 실력을 뽐내기로 했다. 앳킨슨 주심의 판정으로 봤을 때 드리블 돌파를 하는 것도 반칙으로 몰고 갈 위험이 있었다.
팡-!
오솔이 가볍게 찬 공은 퍼디난드와 비디치 사이를 대각선으로 뚫고 지나갔다. 한 박자 빠른 패스이자 속도도 굉장히 빠른 패스였다. 하지만 만주키치는 오솔과 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덕분에 그에게 이런 패스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자식은 못하는 게 뭐야. 도대체?’
만주키치는 불평인지 감탄인지 모를 소리와 함께 부심의 손을 확인했다. 다행히 깃발은 아래로 축 처져 있었다. 온사이드였다.
‘역시 좋은 패스다.’
가슴 높이로 날아온 공은 비디치의 수비 범위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있었다. 비디치는 어떻게든 끊어낼 생각으로 몸을 날리면서 머리를 들이밀었는데, 하필이면 공이 직전에 아래로 떨어지면서 그의 헤딩을 피해갔다.
‘기회다!’
만주키치의 입꼬리가 스르륵 올라갔다. 이제 흐르는 공을 받아서 1 대 1 승부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그때…….
터억!
고개를 숙이며 들어 올린 비디치의 왼팔이 공을 건들면서 궤도를 크게 틀어버렸다. 명백한 핸드볼 반칙이었다.
‘페널티 킥이다!’
만주키치는 왼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비디치의 실수를 지적했다. 마침 해당 위치는 한 발자국 차이로 박스 안이었다.
삐익-!
심판은 짧은 호각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은 만주키치와 비디치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이제 그 손가락이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페널티 킥이었다.
‘어, 어?’
그러나 손가락이 움직인 곳은 그 반대편인 왼쪽이었다. 앳킨슨 주심의 손가락은 그대로 왼쪽으로 미끄러져 코너에 세워진 깃발을 가리켰다.
“뭐? 이게 코너킥이라고?”
“핸들링이잖아, 심판!”
바튼을 선두로 코앞에서 반칙을 봤던 만주키치, 그리고 몸을 사리라던 지울리까지 맨시티의 거의 모든 선수가 심판에게 몰려갔다. 마침내 꾹꾹 눌러왔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