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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71화 (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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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71화

37장 이 경기의 주인공은 나야 나!

영국 런던에 위치한 한 방송사 스튜디오. 이곳에 축구계의 저명한 인사들이 모여서 한 주 동안 있었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분석하고 있었다. ‘오늘의 EPL’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집중적으로 다룬 경기는 EPL 27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대 뉴캐슬의 경기였다. 마침 화면에 경기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모드리치가 막 패스를 하려는 순간, 진행자가 영상을 멈추더니 말했다.

“이게 경기 막판에 있었던 득점 장면입니다. 모드리치는 이 패스로 단번에 1 대 1 찬스를 만들어냈죠.”

“정말 대단한 패스였죠.”

패널 중 하나가 진행자의 의견에 동조했다.

“네. 저는 솔직히 보면서 놀랐습니다. 모드리치가 좋은 선수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이런 패스도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사실 이런 패스는 이번 경기에서 처음 나왔죠. 제대로 이어진 것도 이 패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요.”

모드리치는 신이 나서 패스를 뿌렸지만 공격적인 패스는 그만큼 성공확률이 낮았고, 결국 오솔에게 이어진 패스를 제외하곤 성공한 패스가 없었다.

“그래도 처음에 맨시티에서 3천만 파운드를 주고 데려왔다는 소리에 패닉 바이라고 말했었는데…… 그 말을 사과해야 할 것 같네요. 굉장히 좋은 영입이었습니다. 데샹, 당신이 옳았어요.”

진행자의 말처럼 모드리치의 몸값은 오솔과 같은 3천만 파운드였다. 겨울 영입이라 평소보다 많은 돈이 들었다고 해도 상당한 고액이었다.

당연히 EPL의 많은 구단, 특히나 우승을 노리는 빅 4에서 비난을 쏟아냈다. 그들은 맨시티를 두고 이적 시장의 물을 흐리고 질서를 파괴한다며 욕했다.

물론 그런 비난의 말은 지난 뉴캐슬전 이후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전반적인 경기 운영은 물론이고 결정적인 패스까지, 모드리치는 능히 3천만 파운드의 값어치를 하는 선수였다.

게다가 모드리치는 아직 어렸다. 앞으로 5년이 지나도 그는 여전히 스물여덟이다. 그때 팔아도 3천만 파운드는 거뜬히, 아니,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그 이상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손해는커녕 엄청나게 이득을 본 영입인 것이다.

와아아-!

그사이 화면이 재생되고 모드리치의 패스를 받은 오솔이 칩 샷으로 골을 집어넣었다. 동시에 화면이 희미해지면서 스튜디오로 넘어왔다. 카메라는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앨런 시어러를 잡고 있었다. 진행자가 물었다.

“어떻게 보셨나요. 앨런?”

“……멋진 마무리였습니다. 오솔은 확실히 골 사냥꾼다운 면모가 있네요. 기븐 골키퍼가 90분 내내 잘 막았습니다만, 결국은 마지막 순간에 골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침착하고 영리한 슛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굉장히 중요한 슛이었죠. 맨시티는 이 골로 승점 3점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마터면 경기를 다 잡아놓고도 승점 1점만 얻을 뻔했는데, 이 골로 한숨 돌렸죠.”

“오솔이 좋은 선수라는 게 여기서 증명되는 거죠. 오솔은 승패를 가르는 골,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골을 넣을 줄 아는 선수예요. 3천만 파운드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선수입니다.”

“물론 몰아넣는 것도 잘합니다. 현재 득점 순위가 이를 증명하고 있죠.”

스튜디오 뒤쪽으로 CG로 만든 득점 순위가 떠올랐다.

1위는 25골, 그곳에 적힌 이름은 역시나 오솔이었다. 부상으로 쉬느라 2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더 굉장한 기록이었다.

2위는 호날두로 그는 오솔이 부상을 당한 사이에 21골까지 바짝 쫓아왔다. 3위에는 아데바요르와 토레스의 이름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명단을 확인한 진행자가 물었다.

“어떻습니까. 앨런? 이 중에 당신의 기록을 뛰어넘을 선수가 있을까요?”

시어러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진행자는 다시 물었다.

“하하, 없나요?”

“아뇨.”

시어러는 짧게 답하더니 멋쩍은 듯 웃으며 뒷말을 붙였다.

“어떤 기록을 말하는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예?! 아,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군요. 어떤 기록인지 정확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하하!”

시어러에겐 득점에 관한 몇 가지 기록이 있는데 그중 가장 놀라운 기록은 프리미어리그 통상 260골 기록이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는 그를 제외하면 통상 200골을 넘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직 프리미어리그 출범 전이지만 그에게는 최연소 해트트릭(만 17세 240일) 기록도 있었고, 최다 해트트릭(11번) 기록도 갖고 있었다. 거기에 한 시즌 최다 골 기록(1995-96시즌 31골)도 그의 몫이었다.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말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특히 오솔 선수는 단 6골만 더 넣으면 동률이 되고, 호날두도 10골 정도만 더 넣으면 되죠. 앞으로 리그는 11경기나 남았고, 이들은 경기당 1골은 충분히 넣을 수 있는 선수들이죠.”

“그렇군요. 기록을 볼수록 맨시티에 정말 무서운 공격수가 들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이제는 뉴캐슬에 대해 말해봅시다.”

* * *

맨체스터 시티의 FA컵 도전은 6라운드에서 끝이 났다. 맨시티를 이기고 올라간 팀은 2007-08 FA컵의 우승팀이었던 포츠머스였다.

하지만 팬들이나 구단 운영진에서는 별로 아쉬워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들의 목표는 챔피언스 리그 진출이었지, 다른 것들은 중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오솔은 달랐다.

‘아쉽다. 마지막에 그 슛만 들어갔더라면…….’

오솔은 FA컵 우승 트로피를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처음 맨시티로 이적을 결심했을 때부터 한동안은 우승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첫 시즌을 무관으로 끝내야 한다는 사실이 어쩐지 허전해서 견딜 수 없었다.

‘우승 경험치도 아까워 죽겠네. 후우. 그럼, 이제 남은 대회는 프리미어리그뿐인가? 가만…… 우리, 리그 우승은 가능하나?’

오솔은 리그 순위표를 확인했다.

1위인 맨유는 19승 5무 2패로 승점 62점을 기록하고 있었고, 맨시티는 그보다 6점 낮은 56점으로 여전히 리그 4위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맨유가 챔피언스 리그 일정 때문에 한 경기 덜 치렀다는 걸 생각하면 실제로는 9점, 즉 3경기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었다.

‘어라? 첼시도 한 경기 덜 치렀네. 뭐야, 이러면 승점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잖아?’

첼시는 53점이었지만 역시나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라 언제라도 동률이 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프리미어리그의 빅 4가 전부 챔피언스 리그 8강까지 올라가면서 생긴 결과였다.

‘망할…… 여유가 없잖아.’

하필이면 올 시즌 빅 4의 경기력이 다 좋았다.

호날두를 앞세운 맨유는 말할 것도 없었고, 파브레가스가 각성한 아스날, 그리고 빨간 토레스가 버티고 있는 리버풀까지 만만한 팀이 없었다.

거기다 오솔 때문에 잠시 주춤했지만 첼시 역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끝나고 나서부터는 다시 강력했던 모습을 되찾은 상태였다.

‘올 시즌 빅 4는 웬만해서는 질 것 같지가 않단 말이지.’

서로가 서로에게 패배를 안겨주는 경우를 제외하면 빅 4가 지는 경우가 나오질 않고 있었다. 이 말인즉, 맨시티가 4위권에 들려면 이들과의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는 소리였다.

‘남은 빅 4와의 경기는…….’

당장 다음 주로 찾아온 아스날전과 31라운드에 있는 맨유전. 그리고 36라운드 리버풀전까지 무려 세 경기나 남아 있었다.

물론 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코앞으로 찾아온 아스날전이었다.

* * *

맨체스터 시티의 전략 분석실. 데샹과 스태프들이 빙 둘러앉아 아스날전의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반 페르시는 시즌 아웃이 확실하고, 파브레가스는 최근 들어 지친 모습이 역력하죠. 덕분에 아데바요르 역시 득점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방심할 수는 없겠죠. 파브레가스와 아데바요르는 여전히 한 방이 있는 선수들이니까요.”

“한 방이라면 우리도 있으니 상관없겠죠.”

데샹은 수석코치의 설명을 들으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었다. 파브레가스와 아데바요르는 확실히 좋은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모드리치와 오솔이 훈련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다른 선수가 어떻다느니 하는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우리에게도 남부럽지 않은 선수들이 있다.’

수석코치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음흉한 미소와 함께 브리핑을 이어갔다.

“참! 그리고 긍정적인 요소가 또 하나 있습니다.”

“긍정적인 소식? 아스날에 또 무슨 비보가 날아왔습니까?”

데샹이 파악하지 못한 소식이라면 아스날 쪽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그중 긍정적인 요소라면 역시나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출전 불가였다.

“그게 아니라…….”

수석코치, 스티브 위즐리는 설명을 주저리주저리 이어가는 대신 사진 하나만 떡하니 띄웠다.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 한 장면이었다. 특이한 점은 그 경기가 맨시티도 아스날도 아닌 제3의 팀들끼리 치르는 경기라는 것이었다.

“이 사진은 뭐죠?”

“제가 말했던 긍정적인 요소는 바로 이 사람을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수석코치의 손가락이 화면 중앙에 선 남자를 가리켰다. 놀랍게도 그는 축구선수가 아니었다. 노란색 옷을 입고 있는 대머리의 마른 남자는 누가 봐도 심판이었다.

“그냥 심판이잖아요?”

“그냥 심판이 아닙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마이크 딘. 아스날 경기에만 나왔다 하면 논란이 될 만한 판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네?”

“그냥 편하게 아스날에 편파적인 심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스날에 감정이라도 있는지 매번 아스날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리곤 하죠.”

세상에는 공정하고 훌륭한 심판이 많이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멍청하고 눈이 삔 심판도 많이 존재했다. 안타깝게도 마이크 딘 주심은 후자에 속했다. 그러나 데샹은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았다.

“……혹여라도 선수들에겐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방심은 금물입니다.”

“물론이죠!”

수석코치는 알겠다고 하면서도 여유롭게 웃었다. 전력이 동등하다면 심판의 판정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 * *

실제 경기 당일, 마이클 딘 주심은 편파적인 판정으로 다시 한번 아스날 팬들을 괴롭혀댔다. 누가 봐도 유독 아스날 선수들에게만 가혹한 판정을 내렸던 것이다.

그 결과 전반전이 끝났을 때 옐로카드는 네 장이 나왔고, 그중 세 장이 아스날 선수들에게 떨어졌다. 오솔을 막느라 고군분투했던 갈라스와 콜로 투레, 그리고 다이빙을 했다는 ‘오해’를 받은 아데바요르가 그 대상이었다. 그리고 후반전…….

삐이이익-!

[아! 반칙입니다!]

[오솔 선수와 갈라스 선수가 얽힌 것 같습니다.]

[옐로카드! 그리고 레드카드입니다!]

경기는 후반전 14분경, 오솔의 돌파를 막으려던 윌리엄 갈라스의 퇴장과 동시에 급격히 기울었다. 퇴장은 물론이고 페널티 킥까지 선언된 것이다.

아스날 선수들은 억울한 판정에 항의를 거듭했지만, 이런 사람들이 늘 그렇듯 쓸데없이 신념은 강해서 그 어떤 반발에도 판정을 물리는 일은 없었다.

사실 갈라스의 두 번째 옐로카드는 충분히 받을 만했다. 다만 전반전에 받았던 첫 번째 옐로카드는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었고, 그 카드가 없었다면 이번에 퇴장당하지도 않았을 거라는 게 문제였다.

[아스날……. 경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한 명이 빠진 상태에서 페널티 킥까지 막아야 합니다.]

[오솔 선수가 차는군요.]

오솔은 페널티 킥을 침착하게 차 넣고, 골망이 흔들리는 모습을 담담히 바라봤다.

그래. 담담했다.

[오솔 선수,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데요?]

오솔은 평소와 달리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아스날 팬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골을 넣은 소회를 대신했다.

[아! 간접적으로나마 심판 판정에 대한 미안함을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오심의 피해자가 된 상대편 팬들을 위로하는 것이죠.]

사실 이런 모습은 자칫 심판을 자극할 수 있어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오솔은 이런 쪽으로는 처세술이 뛰어나서 심판이 반응하기 힘든 적정 수준을 잘 잡아냈다. 세리머니 생략과 고개를 숙이는 제스처가 딱 그 정도 수위였다.

결국 심판도 오솔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야 했다. 오히려 이 정도 세리머니에 욱했다가는 자신의 오심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삑, 삑, 삐이익!

경기는 추가 득점 없이 끝이 났다. 맨시티의 1 대 0 승리였다.

‘젠장. 이런 경기는 이겨도 좋지 않다고…….’

손쉬운 승리에도 오솔의 얼굴을 밝지 않았다. 결과는 좋았으나 내용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였다. 아니, 마이크 딘의 경기 운영은 오히려 이긴 팀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이 경기의 주인공은 심판이었어.’

차라리 오심이었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심판도 사람이고 언제나 실수를 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건 오심이라기보다는 편파 판정에 더 가까웠다. 이래서야 이기고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빛바랜 승리. 오늘의 승리에 딱 맞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오솔은 따지는 걸 포기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심판 판정에 관해서는 엄격했다. 설령 명백히 오심이라고 느껴지는 판정에 대해서도 그들은 심판의 결정을 지지해왔다. 지금 따져봐야 돌아오는 것은 벌금이나 출전 정지 처분이었다.

‘이런 정신 나간 판정에 얽히는 건 좋지 않은데…….’

그러나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는다고, 다시 찾아온 맨체스터 더비 경기에서도 문제의 주심 중 하나가 경기 운영을 맡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마틴 앳킨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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