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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60화 (1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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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60화

‘측면을 공격하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고, 측면을 방어하면 트로피를 얻을 수 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명언이었다. 이 한 문장만 봐도 퍼거슨 감독이 측면 수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한순간의 실수로 상대에게 측면을 내주고 기어이 골까지 허용했으니, 이제 에브라는 헤어드라이기에 당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역시나 벤치를 바라보니 퍼거슨 감독이 엄청난 속도로 껌을 씹고 있었다. 에브라는 하프타임 내내 저 껌처럼 씹힐 거라는 공포를 느껴야 했다.

“난 이제 죽었다.”

이를 만회하려면 남은 시간 동안 상대를 철저히 막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오솔은 비록 전문적인 윙어는 아니었지만, 그 힘과 속도는 굉장히 위력적이었다.

[맨유의 공격 타이밍인데, 에브라 선수가 섣불리 올라오지 못하는군요?]

[오솔 선수의 돌파력을 경험했거든요. 자리를 비웠다간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니 수비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사이에 호날두가 공을 잡고 측면을 공략하다가 막혔다. 에브라의 도움이 없는 ‘나 홀로 돌파’는 보싱와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보싱와의 수비가 좋았습니다. 호날두의 천적이라는 애슐리 콜이 생각나는 움직임이네요.]

[호날두는 발이 빠르고 대인마크가 좋은 수비수에게 약한 측면이 있습니다. 순간적인 속도와 방향 전환을 바탕으로 돌파하기 때문이죠.]

오솔이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가 이것이었다. 물론 그의 주 발이 오른발이라는 점과 지울리가 중앙에서 뛸 수 있다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지만, 주된 이유는 에브라의 공격 가담을 저지해서 결과적으로 호날두의 공격력을 줄이는 것이었다.

[맨시티의 반격입니다!]

보싱와가 뺏은 공은 역시나 측면에 있는 오솔에게 도달했다. 오솔은 아까처럼 힘과 속도를 앞세운 돌파로 에브라를 괴롭혔다.

[오솔의 돌파가 매섭네요! 데샹 감독이 무슨 복안을 가지고 있나 했는데, 오솔의 측면 플레이가 이 정도였군요?]

[조금은 억지로 뚫고 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에브라 선수를 상대로 저렇게 전진한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발이 느려진 지울리와 달리 오솔은 에브라를 상대로도 속도 경쟁이 되는 선수였다. 동일 선상에서 붙으면 몸싸움 때문에 이길 수 없으니 미리 길목을 막는 플레이를 펼쳐야 했다.

‘망할……. 탱크가 날아오는 것 같군.’

에브라는 저릿저릿한 어깨를 주무르며 뒤로 물러났다. 오솔과 한 번 부딪힐 때마다 뼈마디가 저려왔다.

‘대처법을 찾을 때까지 일단은 수비에만 집중해야 해.’

에브라는 오솔에게서 충분히 떨어져서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몸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면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공을 끊어내야 했다.

오솔은 앞에 에브라를 놓고도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상대가 긴장하고 있을 때는 오히려 템포를 죽이며 타이밍을 한 번 더 속일 필요가 있었다.

타다닷!

과연 오솔이 걷기 시작하자 뒤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보싱와가 참지 못하고 올라온 것이다.

적극적인 공격 가담. 이것이 보싱와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만약 중간에 공을 뺏기기라도 했다간 호날두에게 공간을 내주게 되는 위험천만한 전진이었다.

‘망할 놈. 절대 뺏기지 마라!’

오솔은 타이밍에 맞춰 패스를 찔러 넣었다. 이미 전진한 사람보고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고, 여기서 패스를 주지 않으면 역으로 오솔이 앞뒤에서 압박을 당하게 된다. 오솔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패스는 할 수밖에 없었다.

쿵!

보싱와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등 뒤에서 부딪혀왔다. 돌아보니 헝클어진 더벅머리와 삐죽빼죽 제멋대로 뻗은 이가 눈에 들어왔다. 테베즈였다.

“어, 미안해.”

테베즈는 눈을 크게 뜨며 사과했다. 뒤에서 달려와 부딪혔는데도 오솔이 별로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란 표정이었다.

“괜찮아.”

오솔은 눈으로는 공을 좇으며 짧게 답했다. 길게 말할 필요도 없고, 그들은 그럴 만한 사이도 아니었다. 또, 보아하니 테베즈는 아직도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확실히 측면은 번거로운 점이 많네.’

오솔은 측면 플레이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측면 수비수 대신 수비에 들어갔을 때는 갑갑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제발 부탁이니까 마무리까지 해줘.’

그러나 보싱와의 크로스는 비디치의 머리에 걸려 스콜스에게 흘러갔다. 바튼이 스콜스를 압박했으나, 그는 간단한 동작으로 바튼을 따돌리더니 단번에 패스를 전개했다. 오솔이 있는 오른쪽 측면으로 오는 패스였다.

‘제길! 절묘한 위치로 오는구나.’

오솔은 스콜스의 패스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차라리 높게 오는 패스였다면 그대로 헤딩으로 내보냈을 텐데, 지금 오는 패스는 중간에 끊어내기에 굉장히 애매한 높이였다.

오솔이 커팅을 포기하고 따라가려는 순간, 테베즈가 원터치 패스로 공을 쏘아 보냈다. 공이 도달한 곳은 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날두의 발밑이었다.

[호날두가 루니에게! 다시 리턴 패스!]

호날두는 오솔의 활약에 자극을 받았는지 아까보다 더 폭발적인 돌파를 선보이며 순식간에 위험지역까지 도달했다.

살짝 측면으로 치우친 위치, 호날두는 순간적인 힐 플릭으로 리차즈를 제쳐냈다. 그리곤 터치라인까지 쭉 달렸다.

반대편에서는 루니가 손을 든 채 전방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패스를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상황. 그러나 호날두는 최근 물오른 기세를 믿고 있었다.

뻐엉-!

가까운 쪽 골대를 노리는 변칙적인 슈팅이었다. 예상을 벗어난 슛에 골키퍼의 몸이 움찔했다. 완전히 속은 것이다.

“으아아!”

그때였다. 힐 플릭에 속았던 리차즈가 빠르게 돌아와 몸을 던졌다. 언제 이렇게 따라왔나 싶은 모습이었다. 확실히 신체 능력 하나는 발군이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공이 리차즈의 발에 맞고 튀었다. 높게 떠오르는 공. 캐스퍼 슈마이켈은 침착하게 뛰어올라 공을 잡았다.

[다행입니다, 맨시티. 리차즈의 수비 덕분에 위험한 상황을 넘겼습니다.]

[방금은 운이 좋았네요. 다행히 공이 위로 튀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반대편으로 꺾였으면 골을 허용했을 겁니다.]

“봤냐? 내가 막았어!”

리차즈는 결정적인 수비를 해냈다는 사실에 크게 고무되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운이 많이 따라준 상황이었고 직전에는 상대의 개인기에 완전히 속았었지만, 어쨌든 결과만 놓고 보면 그가 한 골을 수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삑, 삐이익!

이윽고 골키퍼의 킥과 동시에 휘슬이 울렸다. 길었던 전반전이 마침내 끝난 것이다.

데샹과 퍼거슨의 눈이 아주 잠깐이지만 마주쳤다. 퍼거슨의 제법이라는 눈빛에 데샹은 슬그머니 웃었다.

‘좋아. 오솔의 골과 리차즈의 수비 덕분에 대등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변수는 모두 드러났다. 이제 경기의 승패는 양 팀 감독의 지략 싸움에 달려 있었다.

* * *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양 팀 감독이 한 장씩 교체 카드를 사용합니다.]

퍼거슨은 하그리브스를 빼고 라이언 긱스를 투입했다. 자연스럽게 호날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데샹은 일라누 대신 다리우스 바셀을 넣었다. 이제 원톱으로 바셀이 서고, 그 밑에 지울리가 서는 형태가 되었다.

[데샹 감독,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아무리 홈이라고 해도 조금은 수비적인 운영으로 바뀌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네요.]

[이렇게 되면 맨시티의 전방이 굉장히 날카로워집니다. 페트로프도 그렇고, 바셀과 오솔 선수까지…… 삼각축을 이루는 선수들이 모두 발이 빠르고 드리블이 좋은 선수들이에요.]

이 세 선수는 자연스럽게 맨유의 호-테-루 트리오와 비교가 되었다.

[……조금 무게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데요?]

[확실히 오솔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공격수들의 득점력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쪽은 베테랑인 지울리가 플레이 메이킹을 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지울리는 많이 뛰지 않았다. 뛰는 건 나머지 세 사람이 감당할 몫이었고, 그는 최대한 공을 지키다 전방에 보이는 공간을 향해 패스하면 그만이었다.

[제대로 속도전을 치러보자는 생각 같습니다.]

그 결과 역습과 재역습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5분 넘게 계속된 공방에 선수들이 잔뜩 지쳤을 때였다. 지울리의 패스가 오솔에게 흘러갔다. 지쳤는지 조금은 강하게 들어온 패스였다.

슈팅이나 다름없는 속도의 패스. 받아내기만 해도 볼터치 실력을 칭찬받을 것 같은 패스였다. 그러나 오솔은 이 공을 오히려 돌파의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이 속도를 잘만 살린다면…….’

“허억! 헉!”

마침 등 뒤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겨우 5분이었지만 그사이에 에브라의 호흡이 가빠져 있었다. 오솔이 뛸 때마다 마찬가지로 전력 질주를 반복한 탓이다.

‘힘들어도 한 번 더 뛴다!’

그도 힘든 건 매한가지였으나 ‘한 번만 더’라는 생각과 함께 공을 받았다.

마침 에브라는 터치라인 쪽을 등진 채 비스듬히 서 있었다. 경기장 전체의 시야를 확보하면서 동시에 옆걸음을 하기 위한 자세였다.

‘그렇다면 사각지대는 이곳이다.’

오솔이 공을 잡으러 다가가자 뒤에서 에브라가 따라붙었다. 돌아설 틈을 주지 않겠다는 밀착 수비였다.

[에브라 선수 또 달라붙네요. 힘들 텐데 정말 부지런합니다.]

해설자가 에브라의 움직임을 칭찬할 때였다. 오솔의 상체가 살짝 앞으로 기울어졌다.

‘설마 안쪽으로 파고들려는 건가?’

잡아내기 힘든 패스였으나 볼터치가 좋은 선수라면 잡는 것과 동시에 방향 전환도 할 수 있었다. 같은 팀의 호날두가 그런 선수였다. 때문에 에브라는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무릎을 굽히고 언제라도 따라붙을 준비를 했다.

‘뭐, 뭐야?’

분명 그랬는데, 에브라는 오솔이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도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시야에 공이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윽! 모르겠다. 일단 따라잡자!’

에브라는 오솔의 진로를 막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오솔은 숙였던 상체를 순간적으로 들어 올리며 에브라를 위로 튕겨냈다.

에브라는 마치 장수풍뎅이에게 뒤집힌 사슴벌레처럼 크게 밀려났다. 중계 카메라는 오솔의 돌파보다 황당해하는 에브라의 얼굴을 먼저 잡았다. 동그랗게 떠진 눈과 콧구멍, 입술이 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공이 왜 저기 있어?’

에브라는 하늘을 날면서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파악할 수 없었다. 시야에서 사라졌던 공은 어느새 오솔의 발밑에서 구르고 있었다.

‘이게 뭐냐고!’

[저 표정 좀 보세요! 에브라 선수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 미칠 겁니다!]

[정말 그렇겠네요. 전체 화면으로 보고 있던 저희도 순간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었으니까요! 대단한 개인기였습니다, 오솔 선수!]

[오솔! 계속해서 돌파합니다!]

중계진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캐스터는 흡사 오솔을 응원하는 것처럼 주먹을 휘젓고 있었고, 해설자 역시 목을 길게 빼고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요?]

[글쎄요. 정확한 명칭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발뒤꿈치로 공을 받았으니 힐 터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솔은 반 더 바르트가 가끔씩 보여줬던 힐 패스를 응용해서 돌파를 시도한 것이었다. 본래라면 패스로 써야 하는 기술을 돌파에 사용한다는 발상도 놀라웠지만, 그걸 실제로 해내는 신체 능력은 정말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타다닷!

이후 오솔은 계속 달렸다. 비디치가 앞을 막아섰으나 급정거와 급가속으로 가볍게 제쳤다. 비디치가 치고 달리기를 저지하기 위해 온몸으로 부딪혔으나 오솔은 끝까지 버텨냈다. 물론 그에게 밀리면서 돌파가 길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망할, 또 터치라인이냐?’

어째 돌파에 성공했다 싶으면 매번 슈팅 각도가 없었다. 정면으로 녹색 옷을 입은 반 데 사르 골키퍼가 보였다.

‘각도는 없어. 하지만 녀석은 이런 상황에서도 패스보다는 슛을 우선시한다.’

반 데 사르는 방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통계가 오솔의 성향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팀원을 믿는 것보다는 스스로 결정짓는 걸 더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뛰어난 공격수이지만 동시에 골 욕심이 있는 공격수였다.

‘킥을 할 때까지 눈동자가 한 번도 골대를 떠나지 않았어. 확실해. 이건 슛이야.’

게다가 오늘까지 득점하면 오솔은 무려 10경기 연속골이라는 대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모든 정보가 슛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반 데 사르는 자세를 잔뜩 낮추고 슈팅 각도를 없애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파앙!

오솔이 찬 공은 예상과는 달리 박스 중앙을 향해 날아갔다.

“안 돼!”

“돼!”

오솔의 외침과 동시에 지울리의 슛이 골망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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