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8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58화
[5라운드를 승리로 장식한 빅 4,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
일단 5라운드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빅 4와 맨시티 모두가 승리하며 현재의 순위가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맨시티가 상위권에 계속해서 이름을 올리자 기자들과 평론가들은 맨시티의 초반 돌풍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과연 만수르가 한 시즌만에 본전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부족한 뒷심으로 다 잡은 승리를 놓친 더 블루스!]
그러나 맨시티는 6라운드 블랙번 로버스전에서 아쉽게도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오솔은 1골 1도움으로 2골 모두에 관여하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으나, 경기 막판, 산타크루즈가 2골을 연달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원래대로라면 2 대 0으로 깔끔하게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마이카 리차즈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연거푸 저지르면서 결국은 비기고 말았다. 마음이 들뜬 것인지 아니면 방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가 정신적으로 해이해졌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연이은 실수로 실력을 의심받는 마이카 리차즈!]
안타깝게도 이러한 문제는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계속되었다. 이후에 진행된 리버풀, 첼시와의 경기에서 제대로 저항조차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리버풀 전에서는 마스체라노와 조이 바튼이 신경질적인 몸싸움을 계속하다가 결국 화를 참지 못한 바튼이 퇴장을 당했고, 경기를 그대로 내주고 말았다.
첼시전은 무리뉴의 경질 직후에 치러진 탓에 의기투합한 선수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패하고 말았다.
두 경기 다 전체적인 전력에서 밀렸고, 결정적인 실책은 리차즈가 있는 쪽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당장은 그 외에 대안이 없었다.
[초반의 기세를 잃어버린 맨시티. 원래의 순위로 돌아오다.]
결국 맨시티는 좋았던 초반 분위기와 달리 9라운드가 지났을 때 4승 2무 3패로 리그 8위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와중에도 오솔이 계속해서 골을 넣었다는 점이다. 만약 오솔이 아니었다면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을 것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맨체스터 더비.]
[박해진 부상! 코리안 더비 무산!]
그런 상황에서 맨시티는 리그 10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맞이하게 되었다.
* * *
맨체스터 더비는 유나이티드와 시티 양쪽 구단 모두에게 큰 이벤트였다. 아니, 사실은 맨시티에게만 큰 이벤트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맨유 입장에서는 리그 우승을 다투는 첼시, 리버풀, 아스날전이 더 중요했고, 챔스 경기들도 맨체스터 더비보다는 중요했다.
그들은 아무리 맨시티가 새로운 구단주 아래에서 도약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자신들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맨시티의 팬들은 자신들이 밀린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맨체스터의 진정한 주인은 시티다!”
“맞아, 이젠 블루스의 시대야!”
“오솔! 맨유 놈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줘!”
경기 시작까지는 두 시간도 더 남았건만 팬들의 흥분은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오솔은 환호를 가장한 압박을 받으며 라커룸으로 들어섰다.
“실수라도 했다간 산채로 매장될 분위기인데?”
“더비 매치니까.”
웬일로 조이 바튼이 말을 걸어왔다. 오솔이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바튼은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뭐야, 불만 있냐?”
“아니. 그냥 더 할 말이 있는 것 같아서 본 것뿐이야.”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유나이티드놈들, 상당히 거칠게 나올 테니까. 특히나 퍼디난드와 비디치는 거칠기로 EPL에서 한 손에 꼽히는 놈들이야.”
“충고 고마워. 조심할게.”
사실 별로 도움이 되는 충고는 아니었다. 더비 매치였으니 상대가 거칠게 나올 것이야 뻔한 것이고, 오솔은 첼시에서 뛸 때 이미 그 두 사람을 겪은 적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튼이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는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로 좋았던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참, 너도 중원에서 지지마. 오늘 같은 경기는 중원 싸움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거 알고 있지?”
“걱정 마라. 어차피 상대도 4-4-2야. 미드필더 숫자는 대등해.”
맨유는 4-4-2 기본형에 맞춰 출전 명단을 짰는데, 중원은 폴 스콜스와 마이클 캐릭이 맡고 있었다. 이 구성에서 약점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올해로 서른셋이 된 폴 스콜스의 체력을 들 수 있었다.
‘물론 실제로 붙어보면 약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겠지만 말이야.’
만렙 감독, 퍼거슨 영감이 있는 한 맨체스터는 주전 선수의 반 이상이 빠지더라도 강팀이었다. 실제로 반 이상을 후보 선수로 기용하고도 아스날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는 게 퍼거슨이었다. 이번에도 무언가 방법을 준비해 왔을 것이다.
“오늘은 먼저 실수하는 쪽이 질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까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지 신경 쓰지 말고, 우리의 플레이를 하는데 집중하자.”
오솔은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대화를 라커룸에 모인 선수들 모두가 듣고 있었다. 팀의 에이스인 그가 먼저 각오를 다지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다들 알아들었지? 실수하면 안 돼. 정신 바짝 차려!”
바튼이 그 말을 받으면서 리차즈의 엉덩이를 가볍게 찼다. 리차즈는 울컥한 표정이었으나 차마 반항하지는 못했다. 바튼의 불같은 성격도 무서웠고, 최근에 그가 실수를 연발한 것도 사실이라 여기서 염치없이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에잇! 짜증 나게 진짜……. 나라고 실수하고 싶어서 실수하나.’
리차즈는 느려진 반응속도와 더 느려진 판단력 때문에 고생을 하면서도 끝내 클럽을 끊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스트레스를 푼다는 이유로 클럽을 더 자주 찾았고, 컨디션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젠장, 오늘은 진짜 실수하면 안 되는데.’
다른 날도 마찬가지지만 오늘은 특히나 실수하면 안 되는 날이었다. VIP 접대실에 무려 구단주가 직접 행차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리그 개막전에 이어 두 번째 직관이었다.
‘구단주의 눈에 띄기만 한다면 나도…….’
지난 볼튼전에서 오솔이 해트트릭을 터뜨렸을 때 만수르 구단주는 환히 웃으며 기립박수를 보냈었다. 그날 이후 구단에서 오솔의 입지는 감독 다음으로 높아졌다.
‘흐흐흐.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
리차즈는 자신이 오늘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과 함께 경기 준비에 들어갔다.
* * *
그러나 실제 경기는 기대와는 너무도 달랐다.
[어렵네요, 맨시티. 이렇게 빠른 골이라니요. 객관적인 전력은 뒤진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간 것이 컸습니다.]
[분명 경기 시작 전까지만 하더라도 스콜스와 캐릭의 느린 발이 문제가 될 거라고 봤는데 말이죠.]
[네. 그러나 실제로 경기에 들어가자 결과가 상당히 다르게 나왔습니다.]
중계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득점 장면이 재생되었다. 전반 13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취점이었다.
[플라실 선수의 패스가 어설펐네요. 바튼에게 주려고 했으나 테베즈에게 끊기는 바람에 바로 역습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저게 가로로 주는 패스의 위험성입니다. 차라리 전진 패스를 하다가 실패하면 수비할 시간적인 여유라도 있을 텐데, 옆으로 돌리다가 뺏기면 패스하는 선수와 받는 선수 둘 다 막을 수 없거든요.]
[그나저나 굉장한 활동량이네요, 테베즈 선수. 언제 여기까지 내려왔었나요?]
중계진은 테베즈의 폭넓은 활동량을 칭찬하기 바빴다. 골은 결국 호날두가 넣었으나 이번 득점의 수훈갑은 테베즈였기 때문이다.
[더비 매치에서 이렇게 이른 골이라니, 데샹 감독으로서는 뼈아픈 실점이겠네요.]
[퍼거슨 감독에게 제대로 허를 찔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맨유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는 7번 호날두였다. 당연히 데샹 감독도 호날두를 봉쇄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실제로 그들은 보싱와가 1차적으로 호날두를 막고, 나머지 선수들이 2차 방어선을 만드는 훈련을 1주일도 넘게 진행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오늘 맨유의 핵심 플레이어는 호날두가 아니라 테베즈였다. 공격수로 나온 테베즈는 마치 한국의 박해진처럼 전방에서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했고, 그 움직임이 결국 첫 번째 득점으로까지 이어졌다.
[맨유는 중앙 미드필더의 부족한 속도를 보완하기 위해서 다른 선수들이 그만큼 많이 뛰어주고 있어요. 박해진 선수 대신 나온 오언 하그리브스는 마치 중앙 미드필더처럼 폭넓게 움직이고 있고, 테베즈는 스콜스 앞에서 1차적인 압박을 가해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캐릭과 스콜스가 편하게 뛰고 있죠.]
[확실히…… 루니 선수도 테베즈 선수 못지않게 수비 가담을 많이 해주고 있네요.]
[네. 이것은 중원에 힘을 보탠다는 의미도 있고, 호날두 선수를 온전히 공격에만 집중하게 해주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망할. 너무 빨리 실점했다.’
오솔은 숨을 깊이 내쉬었음에도 속 깊은 곳에 자리한 답답함을 퍼낼 수 없었다. 맨유의 수비 형태는 아스날과는 많이 달라서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스날이 끊임없는 압박으로 공을 탈취하려 했다면 맨유는 수비진은 밑으로 내리고 중앙을 두텁게 방어하는 형식을 취했다. 중앙에 밀집하면서 생긴 외곽의 공간은 테베즈와 루니, 하그리브스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커버했다.
역습을 준비하는 건 호날두 하나였으나, 막상 역습을 시작하면 루니와 테베즈가 빠르게 합류했기 때문에 공격력도 낮다고 할 수 없었다.
‘아스날이 선수들 전체의 체력을 소모하는 형식이라면, 맨유는 테베즈와 루니, 하그리브스의 체력을 쥐어짜는 형태야.’
몇몇 사람들의 희생으로 팀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었다. 퍼거슨의 지도 아래 박해진이 중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야말로 수비수의 역량 차이가 돋보이는 경기구나.’
루니나 테베즈 등이 중원에 가담하는 만큼 맨시티의 수비수들도 적절히 위로 올라가 줘야 하는데, 맨시티에는 그만한 전술적인 안목을 지닌 선수가 없었다.
물론 리차드 던은 그럭저럭 흐름을 읽는 눈은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공을 간수해낼 만한 발재간도, 정확히 전달할 패스 능력도 부족했다. 또 후방에 리차즈 혼자만 두고 올라가는 건 너무 위험한 발상이었다.
결국은 중원에서 부족함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맨시티의 수비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데요?]
[네. 방금 실점도 결국은 역습에 당한 것이지, 상대의 지공을 막아서는 모습은 괜찮았습니다.]
사실 이는 오솔의 역할이 컸다. 그가 공격의 최전선에 서서 퍼디난드의 빌드업을 방해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수비가 한결 편안해진 것이다.
맨유의 빌드업은 퍼디난드에서 캐릭으로, 이후 캐릭이 스콜스를 비롯한 전방의 모든 선수에게 패스를 뿌리는 형식이었기에, 그 첫 번째 줄기인 퍼디난드를 막는 건 꽤나 중요한 역할이었다. 일단 공이 캐릭이나 스콜스에게 가면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도권을 내준 상황이라는 건 변하지 않네요. 그저 잘 막고만 있을 뿐, 공격을 풀어나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솔 선수가 한 골 넣어줬으면 좋겠는데요.]
중립을 유지해야 할 캐스터가 먼저 아쉬움을 토로했다. 해설자는 그 말을 빠르게 받았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아무래도 기록이 달려있으니까 오솔 선수를 응원하게 되네요.]
[오솔 선수가 오늘까지 골을 넣으면 프리미어리그 연속골 기록을 세우게 되죠?]
[정확히는 공동 기록입니다. 2003년에 반 니스텔로이 선수의 10경기 연속골 기록을 오솔 선수도 동일하게 달성하는 것이죠.]
[10경기 연속골이라, 정말 대단한 기록입니다. 개월로 따지면 거의 두 달 동안 출전하는 모든 경기에서 골을 넣은 셈이잖아요?]
[그만큼 꾸준하다는 걸 증명하는 수치죠. 게다가 오솔 선수는 멀티골 기록도 많습니다. 9라운드까지 13골이나 넣었죠.]
[덕분에 득점 순위 2위인 아데바요르 선수와는 무려 3골이나 차이가 납니다. 3골이면 적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아직 리그 초반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죠.]
[아데바요르 선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하겠어요. 사실은 9경기 10골도 엄청난 수치인데요.]
[맞습니다. 이 두 선수가 그야말로 리그를 제패하고 있죠.]
오솔은 팀의 승리는 물론이고 기록을 위해서라도 꼭 골을 넣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다행히 데샹 감독은 홈에서 치러지는 더비전이라는 생각에 공격적인 4-2-3-1을 전술로 들고 나왔다. 가장 훈련도 많이 한 진형이었고,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도 많은 만큼 반격의 틀은 마련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조봉래 선생의 가르침에 따라 두 골을 먹히면 세 골을 넣는다.’
오솔은 빠르게 눈을 돌려 상대 수비진을 살폈다. 골키퍼에 반 데 사르, 포백으로는 브라운과 퍼디난드, 비디치, 그리고 에브라가 있었다.
‘좋아. 약점을 포착했다.’
오솔이 눈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