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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51화 (1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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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51화

31장 런던으로

조이 바튼은 조금씩 변화를 받아들였다.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문제가 무엇인지를 인지하자 곧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깨달은 것이다.

이후 바튼은 하만에게 붙어 역습을 대비한 움직임을 배우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훈련에서도 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걷어내, 걷어내! 그렇지!”

바튼은 시간을 끌고 그 사이에 일라누가 복귀하면서 공을 뺏는 데 성공했다. 바튼의 위치 선정도 눈에 띄었고, 일라누의 빠른 복귀도 인상적이었다. 훈련을 지켜보던 수석코치가 감탄과 함께 물었다.

“저 녀석들은 어떻게 설득하신 거예요?”

“바튼은 하만이, 일라누는 지울리가 설득했죠. 그 바탕은 오솔이 만들어줬고요.”

데샹 감독의 얼굴이 환했다. 내내 골치를 썩이던 두 사람이 이렇게 필드에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보니, 그야말로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었다.

“일라누는 뭐가 문제였답니까?”

“두려움이죠. 과거의 경험에 따른 두려움.”

일라누도 원래부터 이기적인 선수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는 이전 팀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장기일 정도로 누구보다 헌신적인 선수였다.

하지만 그곳에서 약 2년 정도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다 보니 3년째 되는 해에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체력적인 문제와 함께 지독한 슬럼프가 찾아온 것이다.

“아마 공수에 걸쳐 부담이 컸을 겁니다. 산투스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공격이라고 해봐야 호비뉴나 지에구를 돕는 게 주된 임무였을 텐데, 샤흐타르에서는 수비는 물론이고 플레이 메이킹까지 맡아야 했으니까요.”

문제점을 파악한다면 해결책을 내는 건 쉬운 일이었다.

“다행이네요. 우리 팀에선 공격에 대한 부담이 좀 덜하잖아요.”

맨시티에는 일라누 외에도 지울리, 오솔 등이 플레이 메이킹을 할 수 있었다. 즉, 일라누의 공격 부담이 크지 않았다.

“그래도 일라누를 수비에 가담하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에요. 최대한 빨리 빌드업이 되는 수비수를 데려와야 합니다.”

수비수가 빌드업을 할 수 있다면 미드필더가 굳이 수비라인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중원이 두터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공격에도 무게가 더 실리게 된다.

“그때가 되면 정말 EPL 정상급 공격력을 보여줄 수 있겠군요.”

“후후. 지금도 만만치는 않죠.”

데샹은 선수들을 보며 웃었다. 그의 선수들은 수비에 성공하자마자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발 빠른 선수들과 개인기가 좋은 선수들, 그리고 패스가 날카로운 이들이 서로의 장점에 맞춰 움직이는 모습이 일사불란하기 그지없었다.

이리저리 떠돌던 공은 마지막에 오솔의 발을 떠나 골망으로 들어갔다. 수석코치는 수첩을 확인하다 말했다.

“역시…… 이번에도 오솔의 터치 횟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터치 횟수. 공격이 오솔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걸 명확히 보여주는 자료였다.

데샹은 의외라는 듯 수첩을 건네받았다. 그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사실을 받아들였다.

“공격할 때 평균 터치 횟수가 다섯이라…… 정말이군요. 지울리보다 많을 줄은 몰랐는데.”

사실 데샹의 최초 구상에서 공격의 중심은 지울리였다. 그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축구를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이기도 했고, 바르셀로나에서 뛰며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한 선수였기에 그만한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공격진의 중심이 된 것은 스무 살의 젊디젊은 선수, 오솔이었다. 수석코치는 차분하게 분석한 내용을 읊었다.

“현재 팀에서 운반자 역할을 맡고 있는 건 페트로프와 오솔입니다. 그 외 선수들은 속도가 떨어져서 공격 템포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속도는 역습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요소였다. 마침 EPL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수전환으로 유명한 리그였고, 이곳에서 빠른 발은 원초적이지만 그렇기에 가장 위력적인 무기로 여겨지고 있었다.

“돌파 역시 오솔을 빼놓을 수 없죠. 일라누나 지울리처럼 좁은 공간에서는 힘을 발휘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힘과 스피드를 살린 돌파는 굉장히 위력적입니다.”

오솔이 공격의 중심이 된 이유가 이것이다. 어떤 플레이를 시도하더라도 수준급의 호응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선수가 폭넓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적진 곳곳을 누빈다는 점이다.

“또 지난 볼튼전에서도 확인했지만 오솔은 의외로 장거리 패스에도 재주가 있습니다. 아마 플라실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좌우로 크게 벌려줄 수 있는 선수가 오솔일 겁니다.”

짧은 거리에서 세밀한 패스를 하는 것 역시 놀라운 재주였으나, 그런 패스를 필드 대각선 끝에서 끝으로 보낼 수 있는 선수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했다.

현재 그런 플레이의 정점에 올라 있는 선수는 피를로와 사비 알론소, 그리고 베컴 정도였다.

이중에 맨시티에 올만한 선수는 그나마 전성기가 지난 베컴이었는데, 당연하게도 맨유 출신이었던 베컴이 맨시티에 오는 일은 없었다.

‘아, 최근에 떠오르는 선수가 하나 있었지.’

데샹은 다음 상대를 떠올리며 볼을 긁적였다.

다음 주, 그들이 만나게 된 상대는 프리미어 리그 빅 4 중 하나이자 북런던의 병기창, 아스날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제2의 사비 에르난데스라고 불리는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있었다.

‘중원에서 휘둘리지 않으려면 바튼이 거칠게 나갈 필요가 있겠어.’

그렇게 데샹 감독이 다가올 아스날 전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수석코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오솔에 관한 이야기였다.

“최근에 오솔 선수가 팀 내 젊은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려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스터리지나 아일랜드, 존슨 등 공격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젤송이나 리차즈, 촐루카 같은 수비수들이나 심지어 조 하트나 슈마이켈과 같은 골키퍼들이랑도 시간을 갖더군요.”

수석코치가 이름을 나열한 선수들은 대부분 86년생에서 88년생으로 오솔과는 또래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이처럼 맨시티는 만수르가 팀을 인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20대 초반 선수들이 주축으로 있는 젊은 팀이었다.

“기존의 선수들과 시간을 보내는 건 좋은 일이죠. 저는 오히려 고맙다고 하고 싶을 정도인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건 저도 긍정적으로 봅니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시간을 많이 뺏기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오솔이 영국의 파티 문화에 물드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고요.”

맨체스터 시티의 젊은 선수들 중 일부는 상당히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어린 나이에 1군에 데뷔한 마이카 리차즈와 마이클 존슨이었다.

특히나 열여덟 살의 마이카 리차즈는 팀이 새롭게 개편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주전을 지키고 있어서 자신감이 한층 커진 상태였다. 그래서일까 리차즈는 쉬는 날이면 종종 리버풀의 클럽을 찾아 밤을 새워 놀곤 했다.

수석코치는 혹여나 오솔도 리차즈 등을 따라 유흥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당연히 할 수 있는 걱정. 그러나 데샹 감독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오솔이라면 문제없을 겁니다.”

“감독님. 선수를 믿는 건 좋지만, 오솔의 나이를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는 아직 어린 선수입니다. 분데스리가 득점왕이라고 해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유혹이 많을 겁니다. 아시잖습니까, 스포츠 스타에게 얼마나 많은 유혹이 쏟아지는지.”

몸 좋고 돈도 잘 버는 젊은 남성을 싫어할 여자는 없었다. 특히 축구를 좋아하는 유럽에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축구 선수는 유명 락밴드 멤버나 다름없었다.

데샹도 그런 상황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 역시도 프랑스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갔던 선수였고, 모델 수십 명의 유혹을 견뎌낸 이력이 있었다. 그래서 확신할 수 있었다.

“오솔은 다릅니다. 눈을 보면 알 수 있죠. 그가 가진 신념은 그 따위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굳건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시는 겁니까?”

“이전에 딱 한 번, 그런 눈을 본 적이 있거든요.”

수석코치는 굳이 묻지 않았다. 데샹 감독이 저렇게 존경을 표하는 대상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지단 선수 말이군요.”

“네,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오솔은 자꾸만 지단을 떠올리게 합니다. 플레이 스타일이 아니라 그 정신력과 의지들이요.”

“그 정도인가요?”

“네…… 그래서 조금 곤란합니다. 자꾸만 기대하게 되고, 또 기대게 되거든요.”

특정 선수에게 놀라운 플레이를 기대하는 것은 감독으로서 큰 문제였다. 자칫 선수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데샹은 혹여나 스스로 오솔에게 기댈까 봐 그것이 두려웠다. 선수일 때도 위기의 상황이 올 때마다 지단에게 기대고 그에게 해결책을 바랐다.

지단은 그러한 상황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만큼 선수들은 물론이고 감독과 온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것은 보통의 심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오솔은 리더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아직은 리더가 짊어야 할 책임의 무게를 모르고 있어.’

지단이 위대한 선수인 이유는 그러한 부담감 속에서도 평소의 플레이, 그 이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솔도 같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어쩌면 부담감 때문에 평소보다 못한 실력이 나올 수도 있고, 심한 경우 기량이 쇠퇴하거나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책임은 제가 질 테니까.’

데샹은 지단이나 오솔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어떨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알고 있었다. 전폭적인 지지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부담감.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 전략, 전술에 최선을 다해야지. 경기가 막혔을 때 오솔에게 기대지 않으려면 말이야. 그럼에도 경기가 막히고 답이 없을 때, 오솔이 해결한다면 만약 그렇다면…….’

감독이라면 당연히 경계해야 할 상황.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상황을 상상하는 데샹의 심장은 현역 때 못지않게 격하게 뛰고 있었다.

‘정말 그만한 재능이라면…… 어쩌면 다음 세대의 왕좌의 주인공이 그가 될지도 모르지.’

지난 10년 동안 유럽 축구의 정점에 올랐던 사람은 누가 뭐래도 지네딘 지단이었다. 호나우두가 그의 자리를 호시탐탐 위협했고, 호나우지뉴도 빠르게 치고 올라왔으나, 지단만큼 꾸준히 그리고 오랜 시간 클래스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작년을 마지막으로 그 모든 전설들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제는 다음의 10년을 누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었다.

물론 역사대로라면 앞으로 10년 동안 메시와 호날두가 이 자리를 두고 싸우게 된다. 그러나 데샹은 앞으로 어떤 선수가 왕좌에 오를지 짐작만 할 뿐이다. 다만 그는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오솔 역시 그 경쟁에 뛰어들 것이고, 꽤나 유력한 위치까지 오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 * *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상대는 앞서 말한 대로 아스날이었다.

아스날은 2003-04 시즌 무패 우승이라는 극강의 포스를 보여줬으나, 4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빅 4의 끄트머리에 겨우 자리할 정도로 힘이 빠진 상황이었다.

그 시절 아스날을 일궜던 선수들이 대다수 은퇴하거나 팀을 떠났고, 심지어 올 시즌 전에는 ‘킹’ 앙리까지 바르셀로나로 떠나면서 팀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럴 때 등장한 게 파브레가스와 아데바요르였다. 올 시즌은 누가 뭐래도 이 두 사람이 아스날을 먹여 살리는 살림꾼들이다.

파브레가스는 올 시즌 확약을 바탕으로 월드클래스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데바요르는 프리미어리그에서만 24골을 넣고, 다른 대회까지 포함하면 총 30골을 넣을 정도로 맹활약한다.

‘역시 주의해야 할 건 파브레가스의 스루 패스와 아데바요르의 슈팅이야.’

특히 파브레가스의 스루 패스가 문제였다. 아무리 끈끈한 수비를 펼친다고 해도, 그라면 단 한 번의 패스로 모든 것을 허물 수 있었다.

‘우아한 축구를 하는 놈에게는 사냥개를 풀어서 발을 바쁘게 하는 게 최고지.’

다행히 그들은 이미 쓸만한 사냥개…… 아니, 거의 미친개와 다름없는 선수가 하나 있었다. 짐작했듯이 조이 ‘더 핏불’ 바튼이 그 주인공이다.

‘파브레가스는 아마 바튼이 막을 수 있을 거야.’

파브레가스도 상대 선수에게 침을 뱉은 적이 있을 정도로 성격이 더러운 놈이었지만, 바튼은 화가 났다 하면 주먹이 먼저 나가는 놈이다. 강냉이를 보존하고 싶다면 함부로 나대지 않을 것이다.

‘수비만 잘 된다면 이길 수 있다.’

현재 맨시티는 선수 영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시즌 14위를 기록한 약팀인 데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컸다.

실제로 맨시티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준다고 했음에도 대부분의 A급 선수들은 이적을 거부했었다. 2008년에 이적해왔던 호비뉴의 경우도 레알 마드리드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이적을 추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주급으로 당시 최고 수준인 16만 파운드를 받았다.

이번에 바르셀로나에서 데려온 지울리도 사실상 데샹 감독의 친분이 없었다면 이적이 불가능했다. 아무리 그가 전성기를 지나가고 있는 선수라고 해도 여전히 그의 실력은 뛰어났고, AS 로마나 파리 생제르망 등 챔스 진출이 가능한 팀들이 그를 원하고 있었다.

‘경기력이 나아지는 게 보이고, 성적이 나올수록 영입은 더 쉬워질 거야.’

맨시티는 이미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팀이었다. 4위권에만 들어갈 수 있다면, 혹은 그만한 가능성을 보인다면 A급 선수들도 많이들 오고자 할 것이다.

‘그러려면 빅 4와의 시합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지.’

그것이 오솔이 이번 아스날전에 만전을 기하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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