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46화
[아틀래티코 마드리드의 마르틴 페트로프, 새롭게 하늘색 유니폼을 입다!]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스타플레이어들을 노리는 디디에 데샹.]
[데샹. ‘일라누와 페르난지뉴, 스르나를 모두 원한다!’]
[일라누의 이적에 동의한 샤흐타르. 페르난지뉴와 스르나는 판매 불가!]
준족의 왼쪽 윙어 페트로프와 브라질산 플레이메이커 일라누 블루메르가 각각 6백만 파운드와 1천 1백만 파운드로 맨시티에 합류했다.
데샹은 추가로 페르난지뉴(DM)와 스르나(LB)도 원했으나, 샤흐타르가 극렬히 반대하는 바람에 영입할 수 없었다.
“이거 큰일이네. 왼쪽 윙백에 스르나만한 선수가 없는데.”
데샹 감독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페르난지뉴가 그렇다고 해도 스르나는 반드시 데려오고 싶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의 전술에는 공격적인 윙백의 존재가 필수적이라 더 아쉬웠다. 양 날개가 수시로 중앙으로 침투하고 그로인해 생기는 측면 공간을 윙백이 공략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체자를 구하고 싶어도 현재 축구 시장에서는 공수가 모두 뛰어난 스르나 같은 선수를 구하리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모나코 시절이 그립군.”
돌이켜보면 그가 있을 때의 AS 모나코는 윙백이 정말 화려했었다. 왼쪽에는 파트리스 에브라가, 오른쪽은 더글라스 마이콘이 있었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괜찮아. 아직 유럽 곳곳에는 저평가를 받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데샹의 선수를 보는 눈은 예리한 편이었다. 당장 에브라와 마이콘을 영입한 것도 그의 판단이었으니,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그 비범한 눈으로 쓸만한 윙백 자원을 백방으로 수소문했고, 다행히 늦지 않게 괜찮은 선수를 하나 데려올 수 있었다.
[포르투의 주전 수비수 주제 보싱와, 2천만 파운드에 맨시티행 막차를 타다!]
향후 지독한 센터 욕심으로 유명해질 주제 보싱와가 그 주인공이었다. 모두가 만족할만한 영입이었으나, 전생에 첼시 출신이었던 오솔로서는 뒷목을 잡을만한 결과였다.
* * *
“패스해, 패스!”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과 훈련이 한창인 맨체스터 훈련장.
오솔은 새롭게 팀에 합류한 보싱와를 보며 목을 좌우로 꺾고 있었다. 전생의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지 녀석의 일자눈썹이 괜히 얄밉게만 느껴졌다.
‘망할 놈의 센터 욕심. 보싱와 조심해라. 만약 네가 내 앞에서 되도 않는 욕심을 부리면 그땐 바로 처리해줄 테니까.’
보싱와에게는 딱히 악감정도 없고 개인적인 원한도 없었지만, 만약 녀석이 눈치 없이 트로피를 들고 버티면 그대로 백드롭을 해버릴 생각이었다.
‘뭐, 그것도 우승을 했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말이야.’
보싱와의 센터 욕심에 대한 걱정은 길게 가지 않았다. 당장 그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오합지졸도 이런 오합지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로는 우승은커녕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따내는 것도 힘들었다.
‘어떻게든 4위까지는 했으면 하는데…….’
그래야 챔피언스 리그에도 진출할 수 있고, 성장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오늘도 훈련장에는 고함이 오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직까지 거기 있으면 어떻게 해? 나 혼자서 이 넓은 공간을 다 막으라는 소리야?”
“나도 가고 있었어! 네가 잠시만 시간을 끌었으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고!”
오솔은 언성을 높이는 두 선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툼이 한창인 곳에는 새롭게 처진 공격수로 합류한 일라누와 맨시티의 기존 멤버였던 조이 바튼이 이마를 맞대고 있었다.
둘 다 한 성격하는 선수들이라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는데, 특히 조이 바튼은 눈에서 레이저라도 나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상대를 살벌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나보고 네 놈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카드라도 받으라는 거냐?”
“흥! 깔끔한 태클로 막아내면 아무 문제없잖아!”
“이런 빌어먹을 새끼! 그 따위로 뛸 거면 당장 브라질로 돌아가!”
“뭐? 이 자식이!”
상황이 심각해질 듯하자 훈련을 진행 중이던 코치가 급히 끼어들었다. 그는 원래부터 맨시티에 있던 코치 중 하나였다.
“그만해, 바튼! 훈련 중에 뭐하는 거야?”
“하지만!”
“바튼! 그만하라고 했지? 어떤 상황에서 수비에 문제가 생기는지를 알아가는 것도 훈련에 꼭 필요한 과정이야. 실제 경기도 아닌데 너무 흥분하지 마.”
“뻔한 걸 굳이 몸으로 확인해야 압니까? 저 혼자 이 공간을 다 어떻게 막아요? 저 뺀질거리는 브라질 놈이랑은 같이 뛸 수 없다고요!”
조이 바튼은 흥분을 참지 못하고 코치에게도 대들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데샹 감독이 없는 게 다행이었다.
‘아니, 감독이 없으니까 저렇게까지 나오는 것일 수도 있지.’
오솔이 조심스럽게 그러한 추측을 할 때였다. 같이 구경 중이던 선수가 불쑥 말을 걸었다.
“조심해. 저거 완전히 또라이야.”
옆에서 들려온 말에 오솔의 고개가 돌아갔다. 익숙한 듯 낯선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함부르크에서 반년정도 한솥밥을 먹었던 에밀 음펜자였다.
당시 음펜자는 오솔로 인해 출장 시간이 줄어들자 겨울 이적 시장에 맞춰 카타르로 이적했었다. 그 후로 어디로 갔나 했더니 이곳, 맨시티에 있었다.
“조이 바튼 말이야?”
“응, 내가 그래도 프로 무대에서 10년 넘게 뛰었는데, 진짜 저런 새끼는 처음 본다.”
“자주 저래?”
“싸움꾼이야.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이빨부터 보이는 게 거의 투견이지.”
음펜자은 1년간 고생이 심했는지 바튼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곤 바튼이 연관되었던 큼직한 사건 몇 가지를 꺼냈는데, 겨우 1년 사이에 있었던 일이라기엔 너무도 많고, 또 거창한 내용들이었다.
“너도 한 성깔 하는 건 알겠는데, 저 놈은 달라. 아군이고 적군이고 없어. 심지어 지난 5월에는 주장하고도 심하게 다퉜다니까? 지금도 봐. 몇 년을 함께한 코치한테도 막나가잖아.”
사실 코치가 바튼에게 쩔쩔 매는 것은 그의 지랄 맞은 성격 외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녀석은 맨시티 유스 출신이라 팀 내 위상이 장난이 아니야. 뭐, 거의 10년을 여기서 보냈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말이야.”
실제로 만수르가 구단을 인수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이 바튼는 맨시티의 핵심 중 핵심 선수로 활약했었다.
구단 내에서 인지도도 제일 높았고, 연봉도 팀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니 주장인 리차드 던에게도 덤빌 수 있었을 것이다.
“조심해. 아마 너한테도 불만이 많을 거다.”
음펜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슬쩍 들어보였다. 엄지와 검지가 붙어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었다. 오솔은 무슨 이야기인지 금방 이해했다.
“돈 때문에? 아니, 이전까지 최고 연봉자였으면 지금도 받는 돈이 적지는 않을 텐데?”
“많이 받긴 하지. 한 주에 4만 파운드씩 받으니까. 하지만 그 돈도 네가 받는 것에 비교하면 초라할 뿐이잖아.”
4만 파운드면 약 6천만 원으로 결코 적지 않은 액수였다. 물론 매주 13만 파운드를 벌어들이는 오솔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상대적 박탈감이라 이건가?’
어쩌면 달라진 위상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난 9년 동안 팀을 지켜왔는데 단 석 달 만에 새로운 선수들에게 핵심 선수자리를 뺏겼으니, 어찌 보면 황당할 만도 했다.
‘하지만 저런다고 뭐가 달라져. 그냥 얌전히 상황을 받아들이고 경쟁에서 살아남을 생각을 해야지.’
오솔은 콧방귀를 뀌었다. 바튼이야 그 나름의 입장이 있겠으나, 솔직히 그가 보기에는 그냥 성질대로 뻗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실제로 새로 영입한 선수들은 대부분 공격수들이라 바튼처럼 중원에 속한 선수는 입지에 별다른 타격도 없었다.
‘오히려 힘들어진 건…….’
오솔은 측은한 눈으로 음펜자를 바라봤다. 원래도 후보 선수였던 음펜자는 이제 완전히 전력 외 취급을 받고 있었다. 데샹 감독이 친선경기에서 몇 차례 기회를 줬으나, 아쉽게도 그는 합격점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 시선을 눈치 챘는지 음펜자가 발끈해서 소리친다.
“그렇게 볼 것 없어. 나도 다시 카타르로 가거나 아니면 중국이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음펜자는 지난 1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프리미어 리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편하게 노후를 준비하고자 마음먹은 상태였다.
“그래도 아쉬우니까 마지막으로 경쟁은 해볼 셈이야. 중앙은 힘들어도 측면 공격수 자리는 가능할지도 모르잖아?”
제법 멋진 각오였으나 결과적으로 음펜자는 결국 팀 내 경쟁에서 이겨내지 못하고 6개월 만에 중국으로 떠나고 만다. 아쉽겠지만 이런 결과는 함부르크에서 도망치듯 떠났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 * *
시끄러운 훈련장과 달리 감독실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이곳에서 디디에 데샹 감독은 이번 시즌에 활용할 베스트 11을 확인하고 있었다.
오솔(CF).
마르틴 페트로프(LW), 일라누(SS), 뤼도비크 지울리(RW).
조이 바튼(CM), 야로슬라프 플라실(CM).
마이클 볼(LB), 리차드 던(CD), 마이카 리차즈(CD), 보싱와(RB).
안드레아스 이삭손(GK).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6명, 기존의 맨시티 선수가 5명인 구성이다. 비록 처음에 구상했던 전력에 비하면 빈약한 스쿼드였으나, 이 정도면 그럭저럭 그의 축구 철학을 구현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오른쪽은 완벽하다.’
지울리와 보싱와 플라실이 만들어내는 오른쪽 라인의 공격은 EPL을 비롯한 어느 팀에게도 꿀리지 않았다. 지울리의 속도가 전성기에 비해 떨어졌다는 점은 아쉬웠으나, 대신 그에게는 풍부한 경험이 있었고, 부족한 속도는 보싱와가 대신해줄 수 있었다.
‘문제는 왼쪽인데…….’
데샹 감독은 마이클 볼과 조이 바튼을 보며 골머리를 앓았다.
마이클 볼은 실력 부족, 조이 바튼은 특유의 지랄 맞은 성질이 문제였다.
특히 바튼은 그의 전술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종종 성질을 부려서 여간 골치가 아니었다.
‘후우. 뱅거 감독이 새삼 존경스럽구나.’
데샹 감독은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겪어보니 프랑스인으로서 영국에서 감독을 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가 아무리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해도 영국 선수들은 그들의 위에 프랑스인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영국 선수들이 그런 편이었고, 그중 제일이 바로 조이 바튼이었다.
‘그래도 바튼을 뺄 수는 없어. 실력도 괜찮지만 무엇보다 그는 기존 선수들의 구심점이니까. 그를 전력에서 제외하는 순간 기존의 영국 선수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거야.’
그렇게 되면 팀이 완전히 둘로 쪼개지고 만다. 그렇지 않아도 주급체계가 무너지면서 기존 선수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다. 섣불리 그들을 자극해선 안 된다.
“꼭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군.”
기존의 선수들과 새로운 선수들을 잘 조율하는 것. 그것이 데샹 감독의 이번 시즌 성적을 결정할 것이다.
* * *
“들어와! 간격 유지하고!”
볼튼 원더러스와의 리그 개막전 경기가 펼쳐지는 마크론 스타디움.
“리차즈, 시간을 끌어!”
지금 목소리를 높이는 건 감독도 코치도 아닌, 수비진의 핵심이자 맨시티의 주장인 리차드 던이었다. 올해로 스물여덟이 된 그는 188㎝의 건장한 체격에 제법 준수한 수비력과 리더십을 지닌 선수였다.
물론 리오 퍼디난드나 존 테리 같은 A급 선수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가로젓겠으나 그래도 프리미어 리그 어느 팀에 가더라도 한 자리 정도는 차지할 수 있을만한 실력자였다.
“리차즈!”
그런 그가 지금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측면을 막아야 할 리차즈가 어정쩡한 위치에 서 있다가 그대로 돌파 당했기 때문이다.
[엘 하지 디우프! 그대로 측면으로 파고듭니다! 리차즈와 플라실이 있습니다만 전혀 막아서지 못합니다!]
엘 하지 디우프는 보싱와가 빠지면서 생긴 공간을 거침없이 내달렸고, 주도권을 잃은 리차즈는 그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녀야 했다.
리차즈는 달리기도 빠르고 몸싸움도 되는 수비수였으나, 그것들도 제대로 자리를 잡았을 때나 위력을 발휘하는 재주들이었다.
파앙!
[디우프의 크로스! 케빈 데이비스에게 향합니다.]
퍽! 출렁!
케빈 데이비스는 어렵지 않게 공을 따냈고, 맨체스터 시티는 전반전 20분 만에 첫 번째 실점을 기록하는 것으로 리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젠장!”
리차즈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제대로 자리를 잡을 시간만 있었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리차즈는 한동안 억울하단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상대를 놓친 것은 물론 그의 잘못이었으나, 1차적인 원인은 중원에서 상대를 막아줄 선수가 부족하다는데 있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일라누의 커버가 늦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