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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37화 (137/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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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37화

오솔이 찬 공은 수비벽을 가뿐히 넘어갔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공이 하늘로 날아갈 것이라고 예상하기 쉬웠다. 그러나 이어지는 궤적은 기기묘묘하다는 말로도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다.

마치 공 주위에만 중력이 강해진 듯 갑자기 뚝 떨어지는데, 이런 공을 어느 누가 반응할 수 있을까 싶었다.

철썩!

“으아아아!”

오솔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붉게 타올랐고, 드러난 팔뚝에는 힘줄이 바짝 서 있다.

잘게 떨리는 근육이 아직도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오솔이 느끼는 압박감은 그만큼 거대했다.

그러니 모든 압박감을 이겨내고 골을 넣었을 때 그 해방감이 얼마나 대단했겠는가.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기분…… 아니, 윙슈트를 입고 시속 200㎞로 절벽을 미끄러지는 것 이상의 짜릿함이 느껴졌다.

생과 사를 가르는 아찔한 희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으나 역설적이게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짜릿함이 온몸에 감돌았다.

와아아아!

사방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시선을 관중석으로 돌리자 괴성을 지르는 팬들이 보였다. 일부는 감정이 격해졌는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하긴, TV로 보는 이들까지 소름이 돋는 슛이었다. 현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데다 이들 모두 함부르크의 팬이었으니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젠장,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내년에도 오솔이 우리 팀에 남았으면 소원이 없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이적료를 한 푼도 못 건져도 좋으니, 몇 년 만 더 있어줬으면 좋겠어.”

팬들의 한탄 아닌 한탄이 이어졌다.

‘후우. 정말 대단하구나.’

레알 마드리드의 스카우트는 내내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릴 만큼 강렬한 슛이었다.

‘반 니스텔루이가 득점왕 페이스만 아니라면 당장 데려오고 싶을 정도야.’

카카도 그렇지만 오솔도 보면 볼수록 탐이 나는 선수였다.

게다가 그는 방금 골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그중 두 골은 이전과는 달리 프리킥으로 넣은 것이었고, 거기에는 무회전 프리킥이 포함되어 있었다.

라인 브레이킹과 포스트 플레이를 제외하면 별다른 장점이 없던 선수가 어느새 무회전 프리킥이라는 무기를 꺼내 든 것이다.

‘오늘은 프리킥 능력이 유독 돋보였지만, 다른 플레이도 충분히 위협적이었어. 상대는 네스타와 칼라제였는데도 오히려 골을 터트렸잖아. 만약 그를 뒷받침해줄 선수가 하나라도 더 있었다면 AC 밀란은 지금보다 몇 배나 더 위험해졌을 거야.’

그러나 가정은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했다. 축구는 직접 붙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함부르크의 선수 교체가 있습니다.]

이후 돌 감독은 수비수 숫자를 늘렸다. 역전에 성공했으니 이제는 현재 스코어를 지키겠다는 생각 같았다.

‘나쁜 판단은 아니야. 남은 시간은 길어야 5분에서 10분이니까. 어쩌면 이변이 일어날지도 모르겠군.’

스타우트는 껌을 입에 털어 넣었다. 진득한 설탕물이 입안 가득 찼으나 어쩐지 갈증은 심해져만 갔다.

‘스타의 자질이 있는 선수야. 플레이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어.’

그는 오솔을 응시했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뛰는 모습이 그려졌다.

‘썩 나쁜 그림은 아니군.’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 최고의 스타는 최고의 팀에서 뛰어야 하니까.

* * *

“공격해! 적극적으로 올라가는 거야!”

안첼로티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암브로시니와 오도를 대신해서 인자기와 올리베이라를 넣은 데다, 왼쪽 수비수인 얀클로프스키를 빼고 그 자리에 윙백과 윙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세르지뉴를 기용한 것이다.

“세르지뉴. 남들보다 배는 더 뛰어줘야 한다.”

“걱정 마세요.”

세르지뉴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살짝 웃은 안첼로티는 이어서 인자기를 바라봤다.

“피포(Pippo), 절대 기회를 놓치지 마.”

인자기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안첼로티는 그 이상 말을 늘이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그가 신뢰하는 존재들이었다. 부연 설명은 무가치했다.

[세르지뉴 선수가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군요?]

[이건㎞… 흡사 카테나치오를 연상케 하는 진형입니다.]

[카테나치오요? 그건 수비적인 전술 아닙니까?]

[네, 80년대까지 이어진 이탈리아식 4-3-3입니다. 혹은 1-3-3-3이라고도 부르죠.]

AC 밀란의 전술은 포메이션만 놓고 본다면 카테나치오와 유사했다.

공격 전개 시 네스타와 칼라제가 좌우로 넓게 서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피를로가 그 사이로 내려와 마치 쓰리백의 일원처럼 서서 빌드업을 도맡았다.

왼쪽 윙백인 세르지뉴는 수비 시에는 쓰리백으로 있다가 공격으로 전환했을 때는 주저 없이 라인을 따라 전진했는데, 거의 터치라인까지 올라갈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또한 최전방의 쓰리톱은 중앙은 인자기와 질라르디노가 섰고, 올리베이라는 다소 우측에 치우쳐서 선 비대칭 형태를 유지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언제라도 달려들 수 있게 카카가 도사리고 있었다.

안첼로티의 4-3-3이 카테나치오와 다른 건 수비형 미드필더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를 넣었다는 점이었다.

즉, 모양은 비슷해도 훨씬 공격적인 전술이었다.

‘애초에 피를로를 후방으로 돌린 것부터가 원활한 빌드업을 위해서였겠지.’

오솔은 안첼로티의 의도를 읽고 이를 갈았다. 이는 함부르크의 역습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포진이었다.

‘라파엘이 없으니 무서울 게 없다 이건가?’

분하지만 그렇다고 부인할 수도 없었다. 실제로도 그들은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버티는 게 목적이었다. 그래서일까 설혹 공을 잡는다고 해도 공을 계속 갖고 있기보다는 멀리 외곽으로 걷어내기 바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함부르크보다 AC 밀란 쪽이 더 초조하다는 데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들이라고 해도 마음이 급해지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었고, 그러한 실수들 덕분에 함부르크는 버틸 수 있었다.

4분, 3분, 2분, 1분.

시간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함부르크 선수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어느덧 대기심이 추가 시간을 공지할 때가 된 것이다.

마침내 교체판에 불이 들어왔다.

남은 시간은 3분,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다들 집중해!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해서 8강에 올라가는 거야!”

반 더 바르트가 빠진 상황이라 오솔이 리더의 역할을 맡아야 했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을 앞두고 있는 선수의 독려.

그러나 동료 중 어느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오솔에게는 그만한 실력과 카리스마가 있었다.

‘이제 추가 시간만 남은 건가? 후우. 시간이 너무 더디게 가는구나.’

오솔은 피를로의 전진 패스를 막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간이 줄어들수록 긴장을 더욱더 높여야 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 때 실점한다면 승부를 뒤집을 새도 없이 경기가 끝나고 만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스토리였다.

“허억, 헉!”

“젠장. 힘들어 죽겠네.”

함부르크 선수들의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굼떴다. 수비를 위해 계속 뛰어다닌 탓이다.

물론 힘에 겨운 건 AC 밀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으나, 그들은 그나마 패스 플레이를 통해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그 결과.

AC 밀란은 최후의 순간에 전력을 한 번 더 쥐어짤 수 있었다.

[카카가 공을 잡았습니다!]

[막아야 합니다! 이제는 시간이 거의 다 갔어요. 심판이 호루라기를 물었습니다!]

왼쪽은 세르지뉴가 올라오고, 오른쪽은 올리베이라가 크게 벌린다. 전방에는 인자기와 질라르디노가 버티고 있고, 좌우에서 세도르프와 가투소가 시의 적절하게 공격에 가담해왔다. 어차피 이판사판이니 모든 선수가 올라온 것이다.

카카는 공을 짧게 툭툭 치며 전진했다. 빼곡히 들어찬 수비수들 탓에 공간이 거의 없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측면으로 돌렸을 상황이었으나 카카는 달랐다. 전반전에 반 더 바르트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개인 돌파를 선택했다.

‘그래, 네 결정을 믿고 과감하게 플레이해라!’

안첼로티는 카카를 믿었다. 카카는 185㎝의 건장한 체격을 갖췄음에도 메시 못지않게 좁은 공간에서의 돌파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따지고 보면 단순한 개인 돌파도 아니지.’

주변에 동료들이 즐비했으니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협력 수비를 위해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카카와 수비수의 1대1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자신감이 팽배해진 카카는 라파엘 비키를 앞에 두고 발을 좌우로 흔들었다. 스텝 오버, 일명 헛다리짚기였다.

툭!

카카는 상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곧장 공을 오른쪽으로 빼냈다.

‘이런!’

비키는 급히 따라붙었으나 이미 공은 우측에 있는 올리베이라에게 넘어간 후였다.

올리베이라는 앞으로 마중 나오면서 패스를 받았는데, 덕분에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파고드는 모양새가 되었다.

‘중앙으로 온다고?’

비키는 카카를 따라가려다 말고 걸음을 멈췄다. 카카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중앙을 내줄 수는 없었다.

‘훗. 그럴 줄 알았다.’

올리베이라는 피식 웃으며 카카에게 패스를 보냈다. 비키가 멈칫한 순간을 노린 패스였다.

우중간으로 달려 들어가는 카카. 그를 막기 위해 아투바와 콤파니가 모여들었다. 수비 숫자가 많았기 때문에 콤파니가 자리를 비워도 중앙은 여전히 두터웠다.

‘패스? 아니면 돌파?’

카카라면 돌파를 선택할 가능성도 높았으나, 그렇다고 중앙으로 들어가는 패스를 배제할 수도 없었다.

‘젠장, 뭐냐?’

콤파니는 섣불리 달려들 수 없었다. 카카처럼 빠르고 발재간이 좋은 선수에게는 제 타이밍에 태클했다고 생각했음에도 종종 반칙이 선언되곤 했다.

그가 조심한다는 걸 느껴서일까, 갑자기 카카가 속도를 높였다. 정면 돌파는 아니고 터치라인을 향해 비스듬히 돌파하는 형태였다.

‘크로스구나.’

콤파니가 재빨리 따라붙자 카카는 거기서 한 번 더 접었다.

콤파니의 몸이 관성에 따라 터치라인 쪽으로 살짝 기운다 싶은 순간, 카카는 라보나 킥을 활용해서 한 타이밍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쳇! 라보나 킥인가? 뭐, 됐다.’

크로스를 허용한 것 치고는 콤파니의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 급하게 찬다고 패스에 힘이 실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느린 공이라면 수비수든 골키퍼든 누가 막아도 막았다.

타앗!

역시나 그의 생각대로 스테판 골키퍼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대로 공을 잡고 엎어지면 끝이었다. 골킥까지 시간을 질질 끈다면 설령 옐로카드를 받는다 하더라도 경기는 이길 수 있었다.

‘이겼다!’

콤파니가 그렇게 축배를 들어 올릴 때였다. 스테판 골키퍼의 발이 엉키며 몸의 균형이 살짝 흔들렸다.

“엇?”

골키퍼는 앞으로 쓰러지는 와중에 공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갑자기 달라진 높이 때문에 장갑이 한차례 미끄러지고 말았다.

있을 수 없는 실수였다.

텁! 하는 소리와 함께 골키퍼 장갑이 마치 박수치는 것처럼 부딪혔고, 공은 제 자리에서 살짝 떠올랐다가 서서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짐작하겠지만 이런 장면이 생길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인자기를 막아!”

그것은 너무 늦은 경고였다.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공이 골대 안에 들어간 후였다.

오솔은 눈을 질끈 감았다.

“후우.”

전광판의 시간이 멈춘 지 벌써 2분이 훌쩍 넘어갔다. 지금 휘슬이 울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역시나 콤파니가 공을 잡고 센터 마크로 차려할 때 호루라기가 세 번 울었다. 요란한 울림소리에 탄식이 절로 흘러나왔다.

마지막에 인자기를 놓친 마티센이 얼굴을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 심한 자책감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 마티센 선수가 울고 있네요.]

[대회 내내 마음고생이 심했을 겁니다. 이런 표현은 조금 미안하지만 함부르크의 구멍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요리스 마티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거든요.]

[그래도 방금은 골키퍼의 잘못 아닌가요?]

[물론 지금은 골키퍼의 실책이었죠. 그러나 조금만 기억을 되짚어 보신다면 마티센 선수로 인한 실점이 얼마나 빈번했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생각해보면 16강 1, 2차전은 물론이고 조별 리그에서도 유독 마티센 쪽이 뚫리는 경우가 많았다.

실수가 누적될수록 상대도 마티센을 맛집으로 여기고 계속해서 공략했기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오솔 선수가 마티센 선수를 위로하네요.]

[정말 성숙한 모습입니다. 사실 지금 누구보다 아쉬울 사람이 오솔 선수거든요.]

[저희도 정말 아쉽습니다. 오솔 선수가 해트트릭까지 터트렸는데 말이죠.]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해 봐야겠죠. 오솔 선수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회귀 후 첫 번째 챔피언스 리그가 끝이 났다.

한참 후의 일이지만 오솔은 8경기에서 총 11골을 터트리며 16강에서 탈락한 선수로서는 드물게 득점왕에 오르게 된다.

어쨌든 그것은 몇 달 후의 일이고, 당장 오늘 얻은 것은 마침내 레벨이 60에 도달했다는 사실이었다.

-오솔(Lv 60. 오른발잡이, 왼발 숙련도 55%)

-신체 : 균형감각 77/ 힘 90(+5)/ 반응속도 75/ 순간속도 90(+5)/ 주력 91/ 점프력 90(+5)/ 지구력 92/ 강인함 92(+5)

-기술 : 개인기 76(+1)/ 드리블 72/ 볼터치 90(+5)/ 슈팅 90/ 패스 90(+1)/ 헤딩 90(+5)/ 스로인 10/ 태클 62/ 일대일 마크 64

-잔여 포인트 : 3

슬프게도 이제 분데스리가 경기로는 1%의 경험치 밖에 얻을 수 없었다. 다시 한번 이적이 절실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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