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36화
그렇게 2 대 1이 되었다. 1차전까지 합하면 정확히 3 대 3, 동률이었다.
[함부르크, 이제부터는 절대 실점해선 안 됩니다. 원정 다득점 규정 때문에 이제 한 골이라도 더 먹히면 두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어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토마스 돌 감독은 수비에 집중하고 있었다.
“기껏 홈에서 경기하는데, 라인을 내리고 역습에 치중하라니…….”
오솔의 입에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정상적인 역습이라면 모를까 이번에도 최전방 스트라이커 한 사람만 뛰어 들어가는 형태의 역습이었다. 이래서야 어느 쪽이 이탈리아 팀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잖아. 우리가 전력이 약한 건 사실이니까.”
반 더 바르트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그도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감독의 결정에 동의하는 듯했다.
“하긴, 상대가 라인을 올리고 있으니, 잘만하면 한 번에 문전까지 도달할 수 있겠네요.”
오솔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당장 팀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약팀으로 싸우는 법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오솔은 상대의 포백 라인, 더 정확히는 그 중심에 선 네스타를 노려봤다.
‘기회가 많이 오진 않겠지만 일단 뚫어내면 바로 골로 만들어주지.’
네스타가 아무리 라인 조절이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매번 오프사이드 트랩을 성공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나 오솔처럼 라인 브레이킹이 뛰어난 선수와 그를 뒷받침해줄 패서까지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힘들었다.
[나이절 더 용의 태클이 제대로 들어갔습니다!]
마침내 함부르크가 그렇게도 원하던 공격 찬스가 다가왔다. 공은 곧장 반 더 바르트에게 향했다.
오솔은 수비 라인을 따라 달리며 침투 타이밍을 쟀다.
파앙!
반 더 바르트의 발을 떠난 공은 빠르게 전방으로 날아갔다.
오솔은 칼라제 뒤로 돌아들어갔는데, 중간에 상대가 잡아채는 느낌이 들었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힘 하나는 정말 대단하구나.’
칼라제는 뜻대로 되지 않는 걸 느끼고 아예 밀어버리려고 했으나, 그때는 이미 오솔이 가속을 끝마친 후였다. 덕분에 그는 꼴사나운 헛손질과 동시에 오솔을 놓치고 말았다.
‘이런 젠장!’
오솔은 뻥 뚫린 들판을 달리면서도 인상을 펴지 못했다. 원래 이 정도 달렸으면 진작에 공을 잡았어야 했는데, 공은 아직까지도 하늘을 날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반 더 바르트의 패스가 더 길게 들어간 것이다.
‘잡을 수 있을까?’
지다 골키퍼가 튀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짧게 깎은 머리와 부릅뜬 눈이 흡사 핏불테리어 같았다.
‘인상 써봐야 물러설 생각 없어!’
오솔은 이를 악물고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 아슬아슬하지만 낙하지점은 페널티 에어리어 밖이 될 것 같았다. 손을 쓰지 못하는 골키퍼는 그저 키가 큰 수비수일 뿐이었다.
타다닷!
오솔의 몸이 붕 떠올랐다. 이 정도 거리에서 헤딩슛을 노리는 건 쉽지 않았으나, 골키퍼가 여기까지 나왔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하레드 보르헤티의 헤딩골에 비하면 훨씬 쉬운 편이지.’
[오솔, 떴어요!]
지다 골키퍼는 박스 밖에 나왔다는 사실도 잊고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올렸다가 이내 움찔하며 손을 내렸다.
‘헤딩으로 막아야 해…… 헛! 어떻게 이렇게 높이 뛸 수 있는 거지?’
지다의 신장은 195㎝로 결코 작지 않았다. 그러나 오솔의 머리는 그보다 한참 더 높은 곳에 있었다.
설사 팔을 들어 올렸다 하더라도 막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을 정도였다.
팡!
공은 오솔의 머리에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향했다. 방향과 속도 무엇 하나 나무랄 것이 없었다.
‘휴. 패스가 길었던 게 결과적으로 득이 됐구나.’
오솔은 골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면서 바닥을 굴렀다. 다행히 지다가 살짝 받아준 덕분에 큰 문제없이 착륙할 수 있었다.
“고마워요!”
오솔은 골이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지다를 일으켜 세웠다. 세리머니도 좋지만 동료의식을 보여준 상대 앞에서 좋다고 춤을 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와아아! 골이야! 오솔, 이 자식!”
오솔이 가만히 있자 동료들이 다가와 세리머니를 대신했다. 얼마나 기뻤는지 수비진에 있던 콤파니까지 올라와서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하긴, 처음 진출한 챔피언스 리그에서 AC 밀란을 꺾게 생겼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지.’
오솔은 그렇게 생각하다 말고 입을 열었다.
“가만, 라파엘은 어디 있어요?”
패스가 조금 길기는 했어도 어쨌든 이번 골은 반 더 바르트의 도움으로 넣을 수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한달음에 달려와 패스가 길어서 미안하다라던가 잘했다와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설마…….’
오솔의 눈꼬리가 찡긋하며 일그러졌다. 땀이 들어간 것처럼 따끔거리고, 자꾸만 신경에 거슬렸다. 그는 곧장 반 더 바르트에게 다가갔다.
“라파엘! 방금 패스…….”
“아, 조금 길었지. 미안. 살짝 실수했어.”
“……괜찮은 거예요?”
“뭐가?”
“괜찮은 거냐고요.”
“…….”
거듭 물었음에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오솔의 시선이 반 더 바르트의 발로 향했다.
“시치미 뗀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닌 건 알고 있죠? 만약 문제가 있다면…….”
“아니, 문제 같은 건 없어!”
반 더 바르트는 다소 과민하다 느껴질 만큼 목소리를 높였다. 덕분에 오솔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뛰는 데는 문제는 없다 이거죠?”
“그래.”
“알았어요. 우리가 부상을 달고 뛰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뭐라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교체를 요청해요. 알았죠?”
“걱정 마. 그럴 일 없어.”
오솔은 어쩐지 불안했으나 확고부동한 반 더 바르트의 태도에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 * *
선수의 부상을 감독이 알게 되는 건 언제일까?
다치자마자?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울 때? 아니면 선수가 스스로 손을 들어서야 비로소?
토마스 돌 감독 같은 경우는 두 번째 경우에 해당했다. 그는 반 더 바르트의 움직임을 보며 ‘혹시나 부상을 입은 건 아닐까’라고 생각을 했다.
전반전에 있었던 백태클 이후, 그의 플레이에서 드리블과 개인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그러한 걱정을 증폭시켰다.
‘괜찮은 건가? 말이 없으니 괜찮다는 뜻이겠지? 만약 아니라면 어떻게 하지?’
반 더 바르트는 명실공히 팀의 에이스였다. 그래서일까 지난 2년 동안 돌 감독은 혹시나 그가 다칠까 노심초사하며 아껴왔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챔피언스 리그라는 큰 무대에 8강 진출을 결정짓는 일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능하면 최선의 전력으로 싸우고 싶었다.
‘혹시라도 추가 실점을 하게 된다면 다시 공격으로 전환해야 해. 지금 라파엘을 뺐다간 그때 제대로 반격할 수 없을 거야.’
다른 종목처럼 선수 교체가 자유롭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아쉽게도 축구는 한번 내린 결정을 번복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감독들은 종종 고민을 거듭하다가 교체 타이밍을 놓치곤 했다. 지금도 그런 경우에 해당했다.
틈은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다.
‘속도가 줄었다. 압박도 허술하고, 이전과 달리 돌파를 시도하지도 않아.’
피를로는 반 더 바르트의 압박을 벗어나며 눈을 빛냈다. 전반전과 확연히 달라진 상대의 모습에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직감한 것이다.
‘오른발을 쓸 때마다 반응이 느리구나. 그때 오른발을 다친 건가?’
피를로는 그 사실을 파악하자마자 상대의 오른쪽으로 공을 몰았다. 지금은 비록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지만 청소년 시절과 프로 초창기에만 해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그다. 기본적인 드리블 스킬은 갖추고 있었다.
‘나를 욕하지 마라. 상대의 실수와 약점을 이용하는 게 축구라는 스포츠다.’
누구보다 우아하게 공을 차는 피를로였으나, 그렇다고 그가 축구를 예술 공연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여느 이탈리아인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축구는 전쟁이었다.
‘이긴다! 2년 전, 그날과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아!’
피를로의 패스가 전방의 카카에게 향했다. 카카는 수비수 앞으로 잘라 들어가며 패스를 받았고, 곧장 수비를 등지고 있는 질라르디노에게 패스했다.
‘우리는 달라졌다!’
질라르디노는 살짝 쳐진 위치에 대기하고 있던 세도르프에게 공을 돌려주곤 중앙 수비수 사이로 파고들어갔다.
그사이 내려와서 공을 건네줬던 카카는 반원을 그리며 크게 돌아 원래 질라르디노가 있던 왼쪽 자리로 들어갔다.
“카카를 막아!”
콤파니가 마티센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수비수는 공격수처럼 쉽게 자리를 옮길 수 없으니 이런 상황에서는 마크맨을 서로 바꿔야 했다.
‘패스 자체를 막는 게 제일 좋다.’
콤파니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세도로프의 패스를 막아주길 기도했다.
카카와 마티센이 붙었을 때, 대부분의 경우 카카의 승리로 끝이 났기 때문이다. 그는 마티센이 선전해주길 기대하는 것보단 그런 상황 자체가 생기지 않길 바랐다.
그러나 세도르프는 간단한 볼터치만으로 라파엘 비키의 압박에서 벗어났고, 이어지는 패스는 여지없이 카카에게 닿았다.
‘반드시 이긴다!’
카카는 공의 흐름을 살리면서 몸을 틀었다. 공은 카카의 다리 사이를 지나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의 발밑에 닿아 있었다.
‘망할!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
마티센은 긴장을 바짝 끌어올렸다. 앞서 섣부른 슬라이딩 태클로 상대에게 농락을 당한 탓에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
‘슛? 돌파? 아니면 패스?’
그는 자세를 낮추되 언제든지 발을 들어 올릴 수 있게 준비했다. 공이 중앙으로 연결되지 못하게 막는 게 수비수의 제 1 목표였다.
타다닷!
‘돌파구나!’
카카의 발이 빨라지자 마티센도 그에 맞춰 움직였고, 라인 넘어 광고판까지 따라붙을 기세였다.
카카는 페널티 에어리어를 표시하는 선을 따라 전진하며 언제든지 크로스를 올릴 것처럼 행동했다.
그때마다 마티센의 발이 들썩들썩 움직였다. 어떻게든 크로스만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이번에는 반드시 막고 말겠어!’
마침내 터치라인을 코앞에 두고 카카가 크로스를 올렸다.
마티센은 본능적으로 발을 들어 올렸다. 아니, 본능이 아니라 반복된 행동으로 인한 관성이었다. 그리고 카카 정도 되는 선수가 이런 점을 이용하지 않을 리 없었다.
‘따, 땅볼이라고?’
공은 놀란 마티센의 가랑이 사이를 지나쳐 중앙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앞으로 잘라 들어오는 질라르디노가 있었다.
출렁!
이로써 경기는 3 대 2. 함부르크로서는 어떻게든 막고 싶었던 골이 기어이 터지고 말았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원정 다득점 규칙에 따라 AC 밀란의 승리가 된다. 이제는 함부르크가 공격에 나서야 할 때였다.
* * *
‘후우. 가능할까?’
반 더 바르트는 발목을 살짝 돌리더니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이상을 감지하고도 벌써 40분 넘게 뛰었고, 그 결과 발목이 퉁퉁 부어 있었다. 이래서야 뛰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상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피를로가 눈치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이쯤 되면 경기장에 있는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발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오히려 그렇기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벤치에서 괜찮냐는 물음이 날아오자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지는 않았으나 그가 빠지면 이대로 지는 것 외에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나가더라도 한 골 더 넣고 나간다.’
잔부상이 많아서 그렇지 승부욕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게 반 더 바르트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능했다. 자신의 부상을 빌미로 돌파를 시도하는 미친 짓이…….
[반 더 바르트 공을 잡고 그대로 돌아섭니다!]
[마르세유 턴! 암브로시니와 피를로의 압박을 단번에 벗어납니다!]
발목이 시큰거리는 것 같았으나 억지로 힘을 더했다. 통증이 강해지자 대번에 드리블이 투박해졌다. 아마 패스도 그렇게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너라면…… 아까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든 넣어주겠지.’
반 더 바르트는 후련함을 느꼈다.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을 수 있다는 걸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부탁한…….’
퍼어억!
반 더 바르트는 패스를 이어주지 못했다. 측면에서 달려온 얀클로프스키가 공을 걷어내기 위해 조금은 과한 차징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평소의 그였다면 수비수가 접근하기도 전에 패스를 끝냈을 것이다. 그러나 중간에 드리블이 살짝 길어진 게 이런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라파엘, 괜찮아요?”
오솔과 동료들이 급히 달려왔다. 일부는 상대 선수에게 달려들 정도로 과격한 차징이었다.
[아, 옐로카드가 나오네요.]
[확실히 좀 과했죠? 위험한 순간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해서 막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반칙이었습니다.]
“젠장!”
“많이 다쳤어요?”
“아니, 괜찮아. 부딪힌 곳은 괜찮은데…… 이제는 발목이 아파서 못 일어나겠어.”
“아! 발목이…….”
“마지막으로 꼭 패스를 전해주고 싶었는데, 아쉽네.”
“벌써 경기가 끝난 것처럼 말하지 마요. 한 골만 넣으면 역전인데.”
“그렇지 아직 경기는 끝난 게 아니지.”
오솔의 말에 정신이 들었는지 반 더 바르트는 상체를 살짝 일으켰다. 그는 힘겹게 손을 올려 오솔과 맞잡았다.
“꼭 이겨줘. 챔피언스 리그 8강 한번 가보자.”
“알았으니까 이제 가 봐요. 더 늦었다간 벤치에서 8강을 보내는 수가 있어요.”
“재수 없는 소리로 분위기 깨는 건 여전하구나. 아무튼…… 부탁한다.”
반 더 바르트의 손이 스르륵 빠져나가는 순간 알림창이 떠올랐다.
-팀 동료의 의지를 이어받았습니다.
-반 더 바르트로부터 ‘개인기’를 배우게 됩니다.
-현재 반 더 바르트의 개인기 수치는 90입니다. 사용자와 20 이상 차이가 납니다. 추가 상승효과가 적용됩니다.
-개인기 70…… 75!
-개인기에 +1 가중치가 붙습니다.
-개인기 75(+1)
오솔은 알림창을 닫고 벤치를 바라봤다. 지금 당장은 능력치가 얼마 올랐다는 사실보다는 경기의 승패가 더 중요했다.
‘교체로 들어오는 건, 만주키치인가? 후우. 그나마 공격수를 넣는구나.’
오솔은 교체 선수를 확인하고, 곧바로 시선을 반 더 바르트가 쓰러졌던 곳으로 옮겼다.
‘28…… 아니, 29미터인가?’
25미터는 확실히 넘고, 30미터는 조금 안돼 보이는 거리.
‘무회전 프리킥을 차기에 딱 좋은 거리지.’
마침 위치도 중앙에 가까운 편이었다. 수비벽을 넘겨서 오른쪽 모서리를 노린다면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으리라.
오솔은 공을 자리에 놓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번 프리킥이 다음 단계로 진출하느냐 마느냐가 달려있었다. 게다가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기려고 했던 반 더 바르트의 부탁까지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 프리킥에 내 몸값도 걸려 있잖아?’
자꾸만 잡념이 떠올랐다.
오솔은 고개를 힘껏 저으며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이번에는 속에 있는 온갖 번뇌들을 뱉어낸다는 심정으로 깊이 들이마시고 다시 뱉었다.
조금씩 5만 7천여 명의 관중이 의식에서 사라지고 이어서 지켜보는 동료들의 시선, 반 더 바르트의 부탁, 다음 시즌 계약서까지 모두 없어졌다.
이제 오솔에게 남은 건 공과 골대, 수비벽뿐이었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연습했던 대로 하면 된다.
오솔은 그리 생각하며 발걸음을 뗐다. 움직이기 전까지는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신중했으나, 일단 달리기 시작하자 성난 파도처럼 거칠고 격렬했다. 그리고…….
파아앗!
불꽃이 터지듯 무회전 프리킥이 작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