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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26화 (126/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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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26화

오솔의 차출과 관련해서는 한국 내 여론도 왔다 갔다 했다.

이미 군 면제 혜택을 받았으니 그만큼 나라를 위해 봉사하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는 혹사시키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시리아전에서 뛰는 꼴을 보아하니 오솔이 없으면 안 되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물론 반대로 꼭 이 타이밍에 전도유망한 선수의 발목을 잡아야겠냐며 베어벡 감독과 축협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고작해야 아시안게임인데 오솔까지 필요하겠냐며 자만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실상 한국은 1986년에 있었던 서울 아시안 게임 이후로 20년간 금메달을 만지지 못한 상황이었다.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한다고 우습게 볼 게 아닌 것이다.

그리고 여기, 근사한 음식점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남자들에게 그런 이야기는 아무래도 좋았다.

“거, 그 감독 놈은 왜 그런 얘기를 해가지고.”

“허허. 월드컵 8강이 제 놈이 잘해서 그런 거라고 착각한 모양입니다.”

“대충 말이 안 나올 인사로 앉혔더니 여러모로 속 썩이는구먼. 돈도 꽤 많이 줬지?”

“아무래도 대표팀이랑 올림픽까지 같이 맡은 상태라 조금 더 주고 있습니다.”

“쯧! 실력도 없는 인사에게 생돈을 날리려니 아까워 죽겠군.”

협회는 지난 월드컵에서 수석코치로 8강을 경험한 핌 베어벡에게 올해에 있을 아시안게임과 내년의 아시안컵 그리고 내후년의 베이징 올림픽까지 맡기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베어벡 감독은 최근에 아시안컵 예선 경기 준비와 아시안게임 준비를 병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올림픽은 2년 후에 있기 때문에 해당 연령에 맞게 21세 이하 팀도 새로 짜야했다.

한 번에 거의 3개의 팀을 구성하고 동시에 훈련까지 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일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물론 협회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원활한 진행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도와준다면 말이다.

“그나저나 함부르크와 협상 문제는 잘 되겠지?”

“제가 가서 제대로 깽판 놓으라고 했으니 문제없을 겁니다.”

“그래, 언론에는 어린 선수를 혹사시킬 수 없었다고, 나름대로 배려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티를 팍팍 내라고 알았지?”

“물론입니다. 기자들도 이미 섭외가 끝났습니다.”

“참, 그럼 남는 자리에는 누굴 넣으면 좋겠나?”

“지훈이를 다시 한번 믿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월드컵을 놓치면서 반성도 많이 했고, 요즘에 폼도 올라와서 경기력이 아주 좋습니다.”

“누구? 성지훈이? 흐음. 괜히 선발했다가 반발만 불러들이진 않을까?”

“적당히 옹호하는 기사 몇 개만 내면 될 겁니다. 아무 문제없죠. 그리고 설령 반발한다고 해도 저들이 뭘 어쩌겠습니까?”

“그래…… 참, 우승은 가능하겠지?”

“이미 아시아에선 상대를 찾아볼 수 없는 전력입니다. 현지 적응만 잘하면 문제없습니다.”

“좋아, 좋아! 그 부분은 최대한 지원해주라고. 못난 후배라도 후밴데, 군대는 빼줘야지.”

“과연 선배님이십니다.”

다음날 기사에는 이들이 원했던 내용이 그대로 나왔다.

[함부르크, 오솔 차출 거부! 챔피언스 리그 일정을 빠질 수 없어.]

[협회 관계자曰 “국내에서 일고 있는 혹사 논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소속팀에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 점까지 고려해서 오솔 선수는 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솔을 대신할 공격의 첨병(尖兵)은 성지훈?]

[돌아온 탕아, 성지훈에게 마무리를 맡기게 된 베어벡호.]

[미리 보는 아시안게임 베스트 11. FW : 성지훈, 최상욱…….]

“흥! 안 뽑히길 천만다행이었네.”

오솔은 선발 명단을 확인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처음에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가능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놓치게 될 경험치가 아쉬웠으나, 막상 같이 호흡을 맞춰야 할 선수들로 따봉충 성지훈과 프로 승부조작러 최상욱이 있는 걸 보니 뛰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겼다.

“까짓 거 챔스에 집중하지 뭐.”

오솔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비록 추가 경험치는 얻지 못하겠지만 컨디션 조절이라는 측면에서는 이편이 더 이득이었다.

실제로 아무리 강철체력의 오솔이라고 해도 작년부터 이어지는 강행군에 슬슬 몸이 축나는 느낌이 들고 있었기에 휴식이 간절했다.

‘그나마 A매치 때마다 쉴 수 있어서 버텨왔던 거지.’

아이러니하게도 국제경기 5경기 출전 금지 징계 덕분에 중간에 쉴 수 있었다. 이게 아니었다면 지금 같은 페이스로 경기를 치를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오솔이 아쉬움을 삼키고 돌아올 인테르전을 준비할 때였다.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때?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

“그럼!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지 그 이상을 하고 있지.”

“꼭 영화 예고편에서나 나올법한 대사군. 그나저나 재계약 요청이 들어왔어.”

“그거라면 진작 들었지. 팀에 남아 달라는 얘기였지?”

“맞아. 함부르크로서는 상당히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긴 했는데, 솔직히 빅 클럽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해.”

“거절했겠지?”

“당연하지. 겨우 그 돈으로 누구 입에 붙이라고.”

“잘했어.”

“참, 그 건에 대해 미리 말해줄 게 있어서 연락했어.”

“뭔데?”

“이건 비즈니스니까 당연한 결과지만 팬들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거든. 그래서 한동안 언론에 대고 좀 나불거릴 생각이야. 일단 넌 이 일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어떤 말이 오가든 신경 쓰지 말라고.”

“무슨 소릴 하려고 그렇게 겁을 주는 거야?”

“별 거 아니야. 그저 함부르크란 새장은 널 가두기엔 너무 작다는 걸 알려주려는 거지.”

오솔은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다음날 기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미노 라이올라 曰 “오솔은 이미 월드클래스다. 그에 걸맞은 대우가 필요하다.”]

[“HSV의 제안, 일고의 가치도 없어.”]

[“설사 오솔이 떠나더라도 함부르크 팬들은 그들의 손에 쥐어질 이적료에 아쉬울 틈이 없을 것!”]

[“클럽 레코드를 가뿐히 넘어설 이적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윈-윈이다!”]

만약 함부르크가 적어도 10년 정도 꾸준히 강팀으로 인정받는 팀이었다면 자칫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는 언행이었다. 그러나 함부르크는 AC 밀란이 아니었다.

게다가 구단주 베른트 호프만도 오솔을 팔고자 하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으니 문제 될 게 전혀 없었다.

아니, 그는 오히려 ‘오솔을 놓아줄 수밖에 없다. 관건은 이적료로 얼마를 받느냐이다.’라는 말을 언론에 슬쩍 흘리기까지 했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갈수록 오솔의 잔류를 향한 팬들의 바람은 시들시들해졌다. 구단에서 최선을 다해 잡겠다고 말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인데, 오히려 만족할만한 금액이라면 선뜻 팔겠다고 말하고 다니니 기대를 완전히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때 내 실력이?”

“팬들이 절규하는 소리가 아주 잘 들리는데?”

“그래서 뭐, 불만이냐?”

“설마~ 흐흐흐. 그나저나 구단은 어떻게 설득한 거야?”

“구단주 영감은 널 팔지 못해 안달이 나 있어서 설득하기 쉬웠어. 다만 감독이랑 단장은 좀 어려웠는데, 내년에 3천만 유로를 손에 쥘지, 아니면 내후년에 500만 유로에 널 내보낼지 선택하라고 했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만약 안 통했으면 여기서 1년을 더 있어야 했단 거야?”

“그럴 일은 없어. 내가 팀을 박살내는 한이 있어도 이적은 시켜줬을 테니까. 여차하면 훈련에 빠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미리 말하지만 난 그렇게까지 극한으로 치닫는 건 안 좋아해.”

“이봐, 구단과 싸우는 걸 두려워하지 마. 너에겐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아무리 구단에 속해있다고 해도 그들이 이적을 마음대로 막을 권리는 없어.”

미노 라이올라의 방식은 조금 과격했으나 선수의 이적을 구단에서 멋대로 막는 건 오솔도 반대였다. 다만 이적을 위해 먼저 나서서 팀을 흔드는 건 좋지 않았다.

“좋아. 단, 내가 원하기 전에 멋대로 이적을 알아보는 건 금물이야. 당연히 팀을 흔들어서 경기력에 영향을 줘서도 안 되고.”

“재계약 시기가 다가올 때는?”

“내 활약에 걸맞지 않은 돈을 받을 때는 당연히 더 많이 받아내야겠지.”

“오케이 그거면 됐어.”

오솔은 라이올라가 어느 정도 선은 지켜줬으면 했다. 미래에 그는 큰 건을 연달아 성사시키면서 자신감이 과도해졌는지 선을 넘어서는 모습을 몇 번 보이기 때문이다.

“조심해. 과감한 협상이 통하는 상대도 있는 반면, 그런 것에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법이야.”

“……그건 한 번 생각해보지. 아직은 내 방식이 실패한 적이 없었거든.”

“좋아. 그럼 5월에 다시 연락하자고.”

“알았어. 다음에 연락할 때는 더 환상적인 건을 물어오지.”

미노 라이올라가 하더 언론에 떠들어댄 탓일까? 오솔의 재계약 문제는 며칠째 계속 언론에 오르내렸다.

지켜보던 감독이나 동료 선수들 그리고 팬들까지 자칫 오솔의 플레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오솔은 인테르 원정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강한 정신력을 증명해냈다. 물론 경기는 2 대 1로 인테르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말이다.

이어지는 스포르팅전에서는 상대를 홈으로 불러들여 1 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번에는 스포르팅이 수비적으로 나온 탓에 오히려 홈인데도 점수가 적게 나왔다.

그리하여 12월 9일, 마침내 오솔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원정을 0 대 0 무승부로 마치고, 총 전적 3승 2무 1패로 챔피언스 리그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그리고 같은 날, 도하에서는 대표팀도 아시안게임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북한을 3 대 0으로 격파했습니다!]

“엄청 좋아하네.”

오솔은 TV에 나오는 성지훈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쟤 런던 올림픽에서도 뛰지 않았나?”

그 말은 곧 이번에 군 면제에 실패한다는 소리였다. 오솔은 밝게 웃는 성지훈을 보며 왠지 모르게 안쓰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어둬라.”

며칠 후, 오솔의 예상대로 대표팀은 중동친화적인 심판 판정과 보는 사람까지 잠이 솔솔 오는 침대축구에 밀려서 4강에 머무르고 말았다.

베어벡호는 아쉽게도 메달을 하나도 건지지 못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베어벡 감독은 오솔의 차출이 무산되었기 때문이라고 언론 플레이를 시도했으나, 대표팀의 경기력 자체가 워낙에 안 좋았기 때문에 동조해주는 언론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오솔은 전반기 경기를 모두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잘들 있으려나?”

민주와 아이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아직 영상 통화가 상용화되지 않은 시간대라 그런지 떨어져 있던 시간이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가만 영상 통화? 스마트 폰이 언제 출시됐더라?”

어째 돈 냄새가 났다. 급히 기사를 확인해본 결과 아직 마이폰이 출시되기 전이었다. 게다가 어쩐 일인지 메이플의 주가는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거다.”

오솔은 급히 전 재산을 확인했다. 그동안 열심히 모아 온 주급에 이번에 월드컵 포상금으로 받은 2억 7천만 원까지 더해 약 8억 원에 달하는 돈이 그의 수중에 있었다.

이때부터 오솔은…… 아니, 오솔이라는 이름의 유부남은 고민했다.

‘으으. 이 돈을 다 투자해도 되는 걸까? 민주가 알면 뭐라고 하지? 이건 무조건 올라? 친구한테 들었어? 아니면, 꿈에서 조상님이 점지해줬다고 할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민주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자신에게만 확실한 미래를 무슨 수로 상대에게 보여주겠는가.

‘아니지, 안 걸리면 그만 아닌가? 게다가 어차피 주식이 오를게 확실하잖아.’

간덩이가 부은 오솔은 결국 몰래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수중에 2억은 남기고 나머지 6억을 모두 메이플 주식을 확보하는데 쓰기로 했다.

거래는 라이올라가 소개해준 사람을 통해 처리했다. 자칭 투자전문가는 ‘애플 쇼크’가 왔다며 지금 기술주에 투자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렸으나 오솔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실제로 현재 메이플의 주가는 약 86달러로, 12월 들어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뭐, 덕분에 오솔은 전 재산의 75%를 투자하여 메이플 주식을 약 6천 주 가량을 사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달 뒤, 오솔은 자신의 작은 배포를 탓하며 땅을 치고 후회했다. 2007년 1월 9일, 메이플에서 정식으로 마이폰의 출시를 발표하면서 순간적으로 주가가 92달러까지 돌파한 것이다.

‘8억을 다 쏟을걸!’

오솔은 뒤늦게 후회했으나 아쉽게도 이제는 여유자금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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