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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23화 (123/213)

 # 123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23화

상황이 진정되자 심판이 카드를 꺼냈다.

[반 더 바르트 선수에게 옐로카드가 나왔습니다.]

[인테르 밀란의 프리킥 찬스네요. 즐라탄 선수가 차려는 것 같죠?]

[네,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워낙에 킥력도 좋고 기술도 있는 선수라 프리킥 득점력도 꽤나 뛰어납니다.]

해설자의 예상대로 즐라탄은 수비벽만 살짝 넘기는 강한 슈팅을 선보였다.

공은 회전이 거의 걸리지 않았음에도 아슬아슬하게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전반전 5분을 남겨두고 기어이 3 대 0까지 벌어지네요.]

[즐라탄 선수의 슈팅은 뭐, 언제 보아도 대단합니다.]

[인테르 강합니다.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어요. 함부르크 정신 차려야죠. 잘못하면 지금보다 더 큰 점수 차로 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전년도 UEFA컵 챔피언의 자존심이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셈입니다.]

[오솔 선수가 추격의 불씨를 좀 불태웠으면 좋겠는데요…….]

다행히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기회가 찾아왔다. 인테르도 3점까지 벌어진 점수 차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방심한 것이다. 반격의 기수는 제대로 불이 붙은 반 더 바르트였다.

[반 더 바르트의 패스입니다! 이번엔 오솔 선수에게 잘 연결이 될까요?]

이번에는 패스 직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최소한의 의사소통은 이루어진 것이다.

파아앙!

‘조금 아쉬운데?’

반 더 바르트의 패스는 속도도 느리고 코스도 그리 좋지 않았다. 근 한 달 만에 맞춰보는 호흡이었으니 당연했다.

‘아직도 내 스피드가 이전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구나!’

만일 오솔이 변한 게 없었다면 이 패스를 두고 제법 좋은 공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콤파니와 훈련하면서 순간속도가 무려 13이나 상승했다.

한 차원 빨라진 지금으로서는 이전과 같은 패스 속도가 마음에 차지 않았다.

‘너무 느려!’

게다가 발이 느린 수비수라면 모를까 오솔의 상대는 웬만한 공격수만큼 빠른 이반 코르도바였다.

이 정도 공으로는 그를 떨쳐낼 수 없었다.

뻥!

결국 공은 코르도바의 발에 걸려 사이드라인 너머로 날아갔다.

“나이스 패스!”

오솔은 아쉬움을 삼키고 손뼉을 마주쳤다. 이제 시작이었다. 처음부터 그의 몸에 딱 맞는 패스가 오리라곤 기대하지도 않았다.

삑, 삐이익!

아쉽지만 전반전에서 만들어낸 기회는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오솔의 얼굴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괜찮아. 아직도 시간은 반이나 남았어.’

오솔은 이참에 반 더 바르트와 쌓인 문제를 해결할까 생각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제 겨우 합이 맞아가기 시작했는데, 괜히 축구 외적인 이야기를 꺼내서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는 없었다.

‘지금은 찬스를 만드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해. 라파엘과 이야기하는 건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충분하다.’

오솔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지금 자신이 축구를 하는 건가 아니면 애를 돌보는 건가 분간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라파엘은 지나치게 예민한 스타일이야.’

스카우트들은 선수의 보고서를 작성할 때, 해당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장단점 외에도 각각의 성격과 평소 행실, 태도 등 정신적인 면도 확인한다.

성격이 비슷한 선수끼리 팀을 이루면 서로 죽이 맞아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면, 극단적으로 갈리는 성격들이 만나면 제 실력의 반도 못 내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최대한 다각도로 조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해도 오솔과 반 더 바르트처럼 조금 다른 성격의 선수들이 대립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감독의 영향력이 센 팀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이럴 때 어느 한쪽이 양보하고 굽힌다면 팀이 자연스럽게 굴러가지만, 둘 다 고집이 세고 팀 내 영향력이 비슷하다면 어느 한쪽이 부러질 때까지 싸우게 된다.

이를 막으려면 문경지교(刎頸之交)의 고사처럼 둘 중 하나는 인상여(藺相如)가 되어야 한다. 만일 둘 다 염파(廉頗)처럼 군다면 그 끝은 결국 파멸이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즐라탄과 반 더 바르트의 예가 그러했다.

‘후우. 어쩔 수 없지. 지금은 내가 맞춰주는 수밖에…….’

다행히 반 더 바르트는 오솔의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했는지, 후반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조금 더 많이 뛰고, 간결한 볼터치에 이은 빠른 패스로 중앙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파앙!

[공은 다시 한번 오솔에게로!]

[좋습니다. 오솔과 반 더 바르트, 이 두 에이스의 합이 맞아 들어가고 있어요!]

이번에는 오솔의 요구대로 조금 더 빠른 패스가 날아왔다. 그러나 패스 코스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이반 코르도바를 제치고 공을 잡는 데는 성공했으나 슈팅 각도가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결국 오솔은 슈팅 각도를 만들기 위해 기껏 제친 수비수를 한 번 더 상대해야 했다.

뻐엉!

[아, 밖으로 나가고 맙니다.]

[그래도 수비수 발에 맞고 나갔네요. 코너킥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대로 괜찮은 패스였다.

‘아마 라파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이럴 때는 요란하게 칭찬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한다 해도 별 효과도 없고 말이다.

‘누굴 따라하는 것 같아서 별로지만…… 이럴 땐 역시 엄지 척이지.’

오솔은 반 더 바르트에게 따봉 하나를 적립했다. 지금처럼만 패스한다면 곧 결정적인 패스가 나올 것이다.

[반 더 바르트의 코너킥!]

오솔은 절묘하게 감기는 공의 궤적을 따라 몸을 날렸다. 그러나 공의 낙하지점에는 벌써 비에라가 서 있었다.

“흐흐. 어디 한번 덤벼 봐. 꼬마!”

“웃기지 마! 네가 그렇게 헤딩을 잘해?”

오솔은 거구의 비에라를 앞에 두고도 망설임 없이 몸을 띄웠다. 비에라 역시 충돌을 두려워 않고 몸을 부딪혀왔다.

쿠웅! 하는 소리가 두 사람의 내부에 울려 퍼졌다. 이어서 둘의 머리가 철퇴처럼 휘둘러졌다. 이번에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와 머리가 부딪혔다.

‘이런 돌대가리 같으니…… 트럭에 치였을 때만큼 멍하네.’

오솔은 어질어질한 느낌에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상황은 비에라도 마찬가지였다.

‘저 자식! 머리에 쇠붙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비에라가 그렇게 생각하며 평형감각이 제자리를 찾기 기다릴 때였다. 뻥!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희끗한 것이 그의 머리로 날아왔다.

비에라는 화들짝 놀라 몸을 피했다. 정신없는 와중에 보여준 놀라운 반사 신경이었다. 그러나 이 행동은 결과적으로 팀의 실점과 연결되고 말았다.

[골! 골입니다! 반 더 바르트의 슛이 골망을 갈랐습니다!]

[비에라 선수의 뛰어난 반사 신경이 오히려 독이 됐네요.]

[그래도 저런 상황에서는 피해야죠. 이미 머리에 충격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한 점 따라잡는 함부르크입니다.]

득점 이후 반 더 바르트의 기세가 더 살아났다. 그는 아까보다 더 위협적인 코스로 패스를 보내려 했고, 패스의 정확도로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높아져갔다.

‘조금 더 아슬아슬하게 차야 해. 수비수의 발을 스치듯이 비껴가는 그런 패스로.’

반 더 바르트는 발끝의 감각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너라면 아마 여기로 보내달라고 하겠지.’

그저 감이었다. 오솔이라면 여기로 달려갈 것 같다는 감.

정상적인 경우라면 공격수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패스를 넣는 게 맞았다. 그러나 반 더 바르트는 자신의 감을 믿었다.

비록 요즘 들어서 사이가 어색해졌으나,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그는 오솔의 실력과 버릇, 성향까지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합을 몇 번 맞추고 나자 그때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조금 더 강하게!’

파앙!

반 더 바르트의 발을 떠난 공은 오솔이 원했던 바로 그 코스로 날아왔다. 바뀐 것이 있다면 그때보다 속도가 거의 1.5배가량 더 빨라졌다는 점이다.

수비수 이반 코르도바는 채찍처럼 휘어지는 공을 보며 발을 뻗었다. 그러나 공은 종이 한 장 차이로 그를 비껴갔다.

‘큭! 빠르다!’

공이 꼭 물 찬 제비처럼 움직였다. 실제로 15m 거리를 이동하는데 바닥에 닿은 횟수는 단 두 번에 불과했다.

처음에 날았을 땐 크게 휘돌아서 인테르의 미드필더진을 꿰뚫었고, 한번 튕긴 후에는 수비수 둘 사이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이건 너무 빨라. 아무도 못 잡는다!’

코르도바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너무도 날카롭게 휘어들어오는 패스라 처음에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었으나, 생각해보니 이런 패스는 공격수도 못 잡을 확률이 높았다.

툭! 툭, 데구루루.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공에는 미약한 역회전이 걸려있어서 땅에 닿을 때마다 조금씩 속도가 줄었던 것이다.

코르도바가 고개를 돌렸을 때 보이는 것은 공을 잡고 잔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오솔의 모습이었다.

‘이런 패스라니!’

코르도바는 전율했다. 그가 아무리 빨라도 이런 패스를 뿌리는 상대를 막을 재간은 없었다.

수비수의 수비 범위는 살짝 벗어나면서 동시에 공격수의 발에는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패스. 공격수에게 1초에서 2초의 여유 시간을 주는, 말 그대로 최상급 패스였다.

반 더 바르트는 공이 제대로 연결된 것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놓치면 가만 안 두겠어!’

오솔은 돌아보지 않아도 그의 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런 패스를 받고도 실패할 리 없잖아?’

반 더 바르트는 크게 휘둘러지는 오솔의 발과 출렁이는 골망을 보며 그의 대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오오올! 오솔 선수! 골이에요!]

세자르 골키퍼는 제자리에 엉거주춤 서 있다가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못했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인테르 수비진의 어느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이건 그 어떤 선수도 막을 수 없는 골이었다.

[반 더 바르트의 패스가 예술이었습니다. 그에 반응하는 오솔 선수의 모습도 예술이었고요!]

득점 장면이 천천히 재생되었다.

시작은 반 더 바르트였다. 부지런히 움직여서 비에라의 맨마킹을 떨쳐내고, 절묘한 감아 차기로 단숨에 상대의 목젖에 칼을 들이민다.

그에 맞춰 오솔은 빠르게 쇄도해서, 부드러운 퍼스트 터치로 공을 세우고,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침착하게 공을 쑤셔 넣었다.

이 일련의 동작이 이어질 동안 인테르 수비진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저희가 축구를 보다 보면 가끔씩 ‘아니, 어떻게 저렇게 쉽게 골을 넣는 거지?’라고 말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네, 종종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죠.]

[지금 이 두 사람의 합작품이 그랬습니다. ‘아니, 이렇게 쉽게?’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골이었어요. 오솔과 반 더 바르트, 두 선수가 말도 안 될 만큼 효율적으로 움직였습니다. 동시에 기술적인 완성도도 굉장히 높았어요!]

‘아직이야. 아직 한 골 더 남았다.’

놀라운 패스와 마무리에 흥분할 만도 했으나, 오솔은 침착하게 공을 들고 중앙선으로 뛰었다. 세리머니 할 시간도 없었다. 기세가 올랐을 때 몰아쳐야 했다.

물론 바쁜 와중에도 반 더 바르트와의 하이파이브는 잊지 않았다. 이전 같았으면 포옹이라도 했겠으나 지금은 이 정도가 딱 적당했다.

“다음에도 그런 패스로 부탁해요.”

“걱정 말고 골 넣을 생각만 해.”

반 더 바르트의 목소리에도 힘이 넘쳤다. 그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오솔과 함께 골을 만들어나갈 때의 희열과 성취감을 말이다.

[함부르크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단 5분 만에 두골이나 따라잡았어요!]

[인테르 선수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죠?]

그러나 세 번째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깜짝 놀란 만치니 감독이 급히 수비라인을 뒤로 물린 것이다. 덕분에 인테르는 더 이상 수비 뒷공간을 내주지 않았으나, 그만큼 공격의 날도 무뎌졌다.

이제 경기는 중원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함부르크의 미드필더들은 더 이상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았다.

중원의 한 축을 담당하는 비에라의 움직임이 굼떠진 덕분이었다. 단순한 체력 저하 때문이 아니었다. 아까 오솔과 머리가 부딪히면서 살짝 뇌진탕 증세가 찾아온 것이다.

[결국 비에라 선수도 교체되는군요. 대신에 레코바 선수가 들어옵니다. 스탄코비치 선수가 중앙으로 옮겨올 모양입니다.]

[화면으로 보여주죠? 이때부터 경미한 뇌진탕 증세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다행히 같이 부딪혔던 오솔 선수는 멀쩡해 보입니다.]

[정말 튼튼하네요. 저것도 운동선수에게는 큰 복입니다.]

[가장 큰 축복이죠.]

교체가 진행되며 잠깐의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그때 지금까지 적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반 더 바르트가 오솔에게 다가왔다.

“오솔.”

“아, 라파엘. 무슨 일이에요.”

“그…… 아니, 아니야. 혹시 경기 끝나고 잠시 이야기 좀 할까?”

“그럼요. 언제든지 가능하죠.”

“그래…… 고맙다.”

반 더 바르트의 마지막 말은 묘한 울림이 있었다. 기묘한 느낌에 오솔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뜬금없이 알림이 들렸다.

-‘에이스님이 다 해주실 거야.’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2씩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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