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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21화 (1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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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21화

그들의 훈련은…… 아니, 오솔과 콤파니의 대결은 정확히 일주일간 반복되었다. 3 대 3 훈련이 어느 순간부터 둘의 일대일 대결이 된 것이다.

동료들은 졸지에 들러리가 되었지만 불평하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들 역시 두 사람의 격돌에 적잖이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주키치와 트로쵸프스키는 이 대결을 두고 내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늘은 콤파니가 이기지 않을까?”

“진심이야? 일주일을 보고도 모르겠어? 오솔의 승률은 여전히 70%에 육박한다고.”

“그래도 요즘에는 콤파니가 제법 잘 막아내고 있잖아. 처음이랑 비교하면 말이야.”

“그렇다곤 해도 아직은 오솔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

“야, 원래 이런 건 역배를 노리는 거야. 크게 한탕 몰라?”

“그래서 나온 결론이 한 달 치 봉급을 모두 거는 거냐? 너도 참 어지간하다.”

“재밌잖아! 여기는 독일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이만한 이벤트가 또 언제 찾아오겠어?”

이들의 배팅…… 아니, 대화에서 드러났듯이 지난 일주일의 대결은 오솔의 일방적인 승리에 가까웠다.

오솔은 포스트 플레이와 라인 브레이킹 그리고 연계 플레이까지 지금까지 익힌 재주를 총동원해서 공격했고, 콤파니는 벌써 며칠째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십 대의 피지컬과 삼십 대의 경험을 가진 공격수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고스란히 드러난 일주일이었다.

‘확실히 공격을 다변화하니까 막기 힘든 모양이네.’

아마 오솔의 나이 대에 이처럼 다재다능한 공격수는 몇 없을 것이다. 심지어 각각의 능력치가 90에 육박하거나 넘어가다 보니 공격 하나하나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수비가 안정되는 느낌인데?’

확실히 콤파니도 명성만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였다. 일주일 만에 오솔의 실력을 파악하고 조금씩 수비 성공률을 높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파앙!

또다시 오솔에게 패스가 왔다.

콤파니는 자세를 낮추고 긴장을 바짝 끌어올렸다.

“이제는 패스를 차단하러 잘 안 나오네?”

“네 볼터치 실력을 아는데 어떻게 나가겠어.”

콤파니는 어느 순간부터 공격적인 태클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간의 경험으로 오솔에게 먼저 다가가는 게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가 아무리 결정적인 타이밍에 뛰쳐나오더라도 오솔은 몸싸움으로 그를 밀어냈고, 가벼운 볼터치 한두 번으로 가볍게 제치곤 했다. 몸싸움과 볼터치가 모두 월드클래스에 도달했기 때문에 가능한 퍼포먼스였다.

‘흐음. 거리도 적절히 벌려놨네. 딱 내 속도에 반응할 수 있을 정도야. 확실히 머리가 좋은데? 잘 하면 반 바이텐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울 수 있겠어.’

콤파니는 일주일 만에 오솔의 공격 패턴과 신체능력, 공격 성향 등을 거의 다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오솔을 막는데 그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겨우 쫓아갈 수 있게 되는데 일주일이나 걸리다니, 정말 대단한 놈이야.’

이들이 맞붙은 시간을 경기로 환산하면 거의 네다섯 경기에 이르렀다. 실전이었다면 두 시즌 내내 털렸을 거란 이야기였다.

심지어 그것도 긍정적으로 해석했을 때의 전망이었다. 오솔이 지금처럼 계속 발전한다면 몇 년이 지나야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빅 리그에는 이런 놈들이 즐비하다 이거지? 정말이지 축구는 해도 해도 끝이 없구나.’

그렇게 아주 짧은 시간이었으나, 콤파니는 껍질을 하나를 깨고 나올 수 있었다.

‘그래도 이제는 완벽하게 막아낼 자신이 있어. 한번 해보는 거야!’

콤파니의 두 눈에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오늘에야말로 막고 말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오솔의 공격 패턴 중 가장 막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순간적인 가속을 바탕으로 한 돌파야. 다른 공격 패턴과 비교하면 이게 그나마 막기 쉬워.’

콤파니의 분석대로 1대1 돌파는 드리블과 균형감각, 순간속도라는 세 가지 능력에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 플레이라서 다른 공격에 비해 위력이 낮은 편이었다.

타다닷!

콤파니는 눈을 빛냈다. 오솔의 동작으로 보아 정면 돌파를 시도하려는 게 분명했다.

‘이젠 안 통한다고!’

그렇게 콤파니가 오솔의 속도에 맞춰 몸을 움직이려 할 때였다. 오솔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싶은 순간, 갑자기 이전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뭐, 뭐야?”

콤파니는 전력으로 따라붙었으나, 한 차원 더 빨라진 오솔을 막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번 대결도 결국 그의 패배로 끝이 난 것이다.

“이해할 수 없어. 어떻게 거기서 더 빨라진 거지? 설마 지금까지 전력을 다한 게 아니었던 거야?”

“그런 건 아니고, 네 덕분에 나도 여러모로 성장한 거지.”

“말도 안 돼! 하룻밤 만에 이렇게 빨라진다고? 하루만에 10㎝ 넘게 크는 사람 봤어? 이건 그 정도의 급성장이라고!”

“뭐, 사실이 그런 걸 어떻게 하겠어. 흐흐흐. 이해해라, 내가 원래 대나무처럼 자라는 타입이거든.”

“이런 사기꾼!”

오솔은 멘붕에 빠진 콤파니를 뒤로 하고 상태창을 확인했다. 정확히는 어제부로 새롭게 생긴 패시브 스킬을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업적, [토끼와 거북이]를 달성하셨습니다.

-속도 경합에서 1천 회 이상 승리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이제 당신의 발에 모터가 달렸네요.

-순간속도가 5 상승합니다. 83…… 88!

-새로운 스킬이 생성됩니다.

-지속 스킬, ‘제로백 3초의 사나이!’가 생성되었습니다. 순간속도에 +5의 가중치가 붙습니다.

-순간속도 88(+5)

‘역시 사람은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고, 콤파니를 도와준다는 게 이렇게 되네.’

오솔은 그렇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콤파니를 농락하며 특훈을 끝냈다.

그래도 결과만 놓고 보면 콤파니가 얻은 것도 결코 적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A급 선수들이 어떤 실력을 지녔는지 깨달은 것은 물론이고, 그들을 막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몸으로 익혔으니 말이다.

‘괴물 같은 놈! 인성은 모르겠지만, 실력만은 인정해야겠어.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콤파니는 저도 모르게 경외심 섞인 눈으로 오솔을 바라봤다. 그도 어디 가서 축구 신동 소리를 듣는 사람이었는데, 오솔에게선 그보다 더한 재능의 크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콤파니만 하는 게 아니었다. 남아서 훈련을 했던 만주키치와 같은 선수들도 오솔의 실력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니, 그들은 오히려 오솔의 실력을 알고 있었기에 월드컵 이후 달라진 모습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발전할 생각인거야? 따라가는 사람 생각도 해줘야지.”

“왜? 목표가 높으면 좋잖아?”

“목표가 산일 때 의욕이 나는 거지, 구름위로 올라가라고 하면 힘이 나겠어?”

“그렇다고 포기하려는 건 아니겠지?”

“당연하지!”

만주키치는 열정을 불태웠다. 또래 선수들의 실력을 보고 큰 자극을 받은 것이다.

“혹시나 목표가 구름이라고 해도 포기하지 마. 혹시 알아? 사실은 네게도 날개가 있을지…….”

만주키치의 먼 미래를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평가였다. 오솔의 이러한 평가는 알게 모르게 만주키치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재능을 가진 친구가 자신을 믿는다는 것, 어린 선수에게 그 이상의 동기부여는 없었다.

* * *

이렇게 A매치를 놓쳤음에도 오솔은 일주일을 알차게 보냈다. 오솔 사단에는 콤파니가 새롭게 합류했고, 오솔의 팀 내 영향력은 조금 더 커졌다.

그 증거로 오솔은 A매치가 끝나고 이어진 리그 경기에서 에이스 스킬의 영향을 받으며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멋진 골로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뱅상 콤파니 역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수비 전역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쳤는데, 그가 특히 돋보인 순간은 9월 16일에 열린, 팀의 첫 번째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였다.

[전방으로 길게 패스! 파블류첸코를 노리는 패스입니다. 아! 그러나 경합에서 지고 마는 파블류첸코!]

[이번에도 콤파니 선수가 잘 걷어냈네요. 이 선수, 최근 들어 수비력에 물이 올랐습니다.]

[파블류첸코 선수가 실력이 없는 게 아닙니다. 모르시는 시청자분들도 있겠지만, 올 시즌 러시아 리그에서 득점왕을 노리는 선수거든요. 지금은 콤파니 선수가 잘 막고 있는 겁니다.]

2006년은 파블류첸코의 재능이 본격적으로 꽃피는 시기였다. 그는 2006년과 2007년 러시아 리그 득점왕에 등극했다.

유로 2008에서는 러시아를 4강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런 파블류첸코조차 콤파니라는 벽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게다가 콤파니는 단순히 수비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후방 빌드업이나 전방의 오솔을 보고 단번에 찔러주는 패스를 넣는 등, 공격적인 부분에도 기여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실력을 잘 아는 만큼 호흡도 척척 맞았고, 이는 곧 골로 연결되었다.

삑, 삑, 삐이익!

[경기가 끝이 납니다. 오솔 선수가 세 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며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갑니다.]

[그나저나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홈에서 이렇게 져버리면 큰일인데요. 지금 남은 경기가 스포르팅과 인테르거든요? 결코 만만한 상대들이 아니에요.]

[반면 함부르크는 1승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시작합니다.]

함부르크가 속한 조는 최근에 즐라탄이 합류하면서 한층 강해진 스쿼드를 자랑하는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와 루이스 나니, 주앙 무티뉴 등이 활약하고 있는 스포르팅 클루브 지 포르투갈 그리고 러시아 리그의 챔피언인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로 구성되어 있었다.

저마다 리그에서 수위권에 드는 강팀이었지만, 객관적인 전력을 평가한다면 인테르 밀란이 제일 강력했고, 다음이 지난 시즌 UEFA컵 트로피를 들어 올린 함부르크 SV였다.

[함부르크로서는 인테르 밀란과의 승부도 중요하지만, 진짜 이겨야 하는 경기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나 스포르팅 CP와의 대결입니다.]

[일단은 16강 진출까지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B조에서는 인테르 밀란이 1강이고, 함부르크와 스포르팅을 2중,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를 1약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 우리 박해진 선수가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 일정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토마스 돌 감독은 리그 경기와 컵대회,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를 병행하기 위해 없는 살림을 쥐어짜 주전과 후보 선수들을 교대시켰다.

체력 안배를 위해 후보 선수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건 유럽 대항권에 진출한 팀으로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다만 그 구성이 묘했다. 팀 공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오솔과 반 더 바르트가 같이 뛰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오솔을 중심으로 후보 선수들이 뭉치면서 반 더 바르트와 그 패거리의 반감이 더 심해진 탓이었다.

‘젠장. 실력은 확실한데, 포용력은 그렇지가 않아.’

돌 감독은 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반 더 바르트와 대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주장을 달고 있음에도 그만한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불편한 속내를 비치면서 은근히 오솔과 같이 뛰기 싫다는 티를 냈다.

반 더 바르트는 느끼고 있었다. 오솔과 같이 뛰는 경기에서 묘하게 자신의 영향력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는 팀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긍정적인 현상이었고, 플레이 메이커의 입장에서도 압박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반 더 바르트는 최근 들어 오솔과 불편한 사이가 된 탓인지 이러한 기류조차 껄끄러워했다.

‘라파엘에게 주장직을 준 것은 실수였어.’

주장이 단순히 실력만으로 결정되는 자리였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겠으나, 그 자리는 실력뿐만 아니라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도 중요한 자리였다.

괜히 고참 선수에게 주장직을 주는 게 아니었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아니, 경험에서 나오는 관록이라는 것은 비록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그만큼 팀에 큰 영향을 끼쳤다.

어쨌든 돌 감독은 별 수 없이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기용하기 시작했고, 각자가 에이스가 된 두 선수는 물 만난 고기 마냥 미쳐 날뛰었다.

여기에 오솔의 에이스 스킬까지 한 단계 오르며 이제는 팀에서의 위상이 반 더 바르트와 비견할만한 수준이 되었다.

-‘에이스님이 다 해주실 거야.’가 2Lv로 상승합니다.

-이제 과반 수 이상이 에이스로 인정하는 경우, 모든 능력치가 2씩 상승합니다.

-55분 이상 에이스로 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승급 조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3Lv이 되기 위해 필요한 승리 수는 앞으로 30경기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눈 가리고 아웅’식 대처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챔피언스 리그 조별 라운드 두 번째 경기, 인테르 밀란전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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