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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19화 (119/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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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19화

23장 이제 누가 에이스지?

미노 라이올라의 지원은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그는 한두 명의 스타 선수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쇠렌 레르비와 달리 여러 선수를 동시에 관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스템이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시스템은 보다 전문적이고 분업화된 형태였다.

게다가 라이올라는 그 많은 선수들을 관리하면서도 오솔에게 많은 시간을 들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보유한 모든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이는 그가 가진 네 개의 전화기가 한시도 쉬지 않고 불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선수들에게 투자하는 지독한 일 중독자라는 점에 기인했다. 실제로 그는 지금도 전화기를 붙잡고 언성을 높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머저리야! 네가 돈을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따위로 할 거면 당장 때려치워!”

물론 가끔은 일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려는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라이올라는 경기력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영양사와 피지컬 트레이너 겸 컨디션 코치를 소개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 외적인 문제를 도맡아 처리할 매니저와 법적인 도움을 줄 변호사 등 필요한 모든 전문가를 오솔에게 붙였다.

비록 선수 출신인 레르비처럼 적절한 조언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는 선수가 오롯이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돕는 능력만큼은 완벽에 가까웠다.

‘그의 전문분야는 협상이니까, 이적할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 봐야지.’

게다가 라이올라는 생각보다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들을 보는 눈이 뛰어났다.

즐라탄을 시작으로 나중에는 마리오 발로텔리와 로멜루 루카쿠, 폴 포그바와 같은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들을 다수 관리하게 되는 게 우연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그는 성실하다는 말 외에 설명할 길이 없는 오솔의 하루를 지켜보고도 얼굴을 찌푸리고 다음처럼 말했다.

“그럭저럭 열심히 하긴 하는데 효율적이지가 않아. 기다려, 조만한 피지컬 트레이너가 네게 딱 맞는 플랜을 짜줄 거야.”

“그럭저럭이라고? 난 하루 종일 훈련하는데?”

“그래? 내가 봤을 때는 네디보다 덜 뛰는데?”

“네디? 설마 파벨 네드베드를 말하는 거야?”

“그래, 그 인간은 서른넷인데 아직도 너만큼 뛴다고.”

라이올라는 만족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오솔의 훈련을 지켜보면서도 훈련의 방향성이 지나치게 경기력 향상에만 맞춰져 있다는 사실에 불만을 표출했다.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너 자신을 완성하는 게 최우선이야. 어느 팀에서든지, 어느 리그에서든지 활약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

그는 파벨 네드베드라는 연습 벌레의 에이전트였던 경험 때문인지 기준이 굉장히 높았다.

“네디는 아직도 몸이 20대 수준이야. 마음만 먹으면 마흔이 넘어서도 계속 뛸 수 있을 걸? 너도 겨우 서른 초반까지만 뛰려고 하지 말고 목표를 마흔으로 잡아! 어때? 돈 벌 날이 20년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기쁘지?”

“그때까지 당신이랑 계속 계약하고 말이지?”

“당연하지! 마흔 살이 넘는 선수를 내가 아니면 누가 이적시킬 수 있겠어. 하하하!”

라이올라는 한동안 오솔의 훈련 계획을 생각하더니 대뜸 말했다.

“참, 혹시 원한다면 즐라탄을 가르친 태권도 선생을 소개해줄 수도 있는데, 한번 알아볼까? 아, 태권도는 한국 거라고 했지, 이미 익히고 있나?”

“아니, 됐어. 그런 건 어릴 때 배워야지, 지금은 너무 늦었잖아.”

“무슨 소리야. 넌 축구도 늦게 시작한 편인데 실력이 엄청 빠르게 늘었잖아. 아마 지금 시작해도 라이선스 정도는 금방 딸 수 있을 걸? 배워봐 한번. 즐라탄에게 듣기로는 곡예와 같은 동작을 취할 때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딱히…… 나는 원래 쉽게, 쉽게 가자는 주의여서. 높이 오는 공은 헤딩으로 넣는 게 더 편하잖아. 기껏 헤딩이랑 점프력을 갈고닦았는데 낭비하는 것도 아까운 일이고…….”

“그래? 그렇다면야…… 하긴, 즐라탄은 가끔 쓸데없이 어렵게 넣는 경향이 있지. 그래도 일단은 에어로빅 코치에게 평소에 안 쓰는 근육도 단련할 수 있게 해놓을게. 부상 방지에도 도움이 되고, 또 경기를 하다 보면 의외로 다양한 동작들이 필요한 순간이 오기도 하니까.”

그날부터 오솔은 훈련장에서 뛰는 시간을 줄이고 피지컬 트레이닝 시간을 대폭 늘렸다.

개중에는 부족한 유연성과 균형감각을 채우기 위해 에어로빅이나 무술 동작을 익히는 플랜도 있었다.

‘역시 이름값을 하는군.’

세계적인 에이전트가 제공하는 것들은 오솔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한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능력치들이 조금씩이지만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균형감각 74

-반응속도 73

경기를 치른 것도 아닌데 70대의 능력치 둘이 각각 하나씩 증가했다. 오솔은 그제야 자신의 훈련이 아직도 아마추어적인 면이 강했다는 걸 인정했다.

‘좋아. 이대로 꾸준히 훈련한다면 80짜리 능력은 물론이고 90에 이른 능력치도 올릴 수 있을 거야.’

짝짝짝!

오솔이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자 미노 라이올라는 갑자기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는 항상 끼고 다니던 선글라스를 품에 넣더니 한층 순둥이 같아진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세상에 너처럼 말귀를 빨리 알아듣는 녀석들만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하하! 즐라탄 녀석도 제정신을 차리기까지 3개월이나 걸렸는데, 단 일주일 만에 이렇게까지 변하다니 정말 대단해!”

“왜, 이젠 그럭저럭이 아닌가 봐?”

“그건 네가 더 잘 느낄 것 같은데, 아니야?”

오솔은 어깨를 한번 으쓱하곤 그의 손을 잡았다. 만만치 않게 강한 힘이 손바닥 너머로 전해져 왔다.

단순히 근육의 압력이 아니라 그의 열정까지 같이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한때 사람들은 동유럽의 축구 선수는 결코 최고가 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그 편견이 깨지는 데는 겨우 2년밖에 걸리지 않았어. 누구 얘긴지 아나?”

2001년, 4천 120만 유로(약 535억 원)의 이적료를 받고 유벤투스로 적을 옮긴 파벨 네드베드의 이야기였다. 당연히 그때 이적을 추진한 것은 눈앞의 미노 라이올라였다.

그는 당시에도 세리에A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았지만, 애석하게도 유벤투스에서 그가 대신해야 할 상대는 역대 최고의 재능 중 하나인 지네딘 지단이었다.

유벤투스에 입단할 때, 사람들은 그에게 지단과는 달리 찰랑거릴 머리카락이 있다는 것 빼면 아무런 장점도 없다는 혹평을 쏟아냈다.

물론 이건 오히려 유벤투스를 떠난 지단을 욕하는 말 같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네드베드가 자신에게 씌워진 편견과 혹평들을 극복하고 단 2년 만에 발롱도르를 수상했다는 점이다.

“나는 너라면 아시아인은 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지금처럼 꾸준히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야.”

“그 말은…….”

“발롱도르! 축구 선수가 된 이상, 한 번쯤 노려봐야 하지 않겠어?”

“흐흐흐. 난 한 번 가지고 안 되겠는데?”

“그거 참 마음에 쏙 드는 소리군!”

오솔은 미노 라이올라의 지원에 만족했다. 그는 확실한 목표 설정과 강력한 동기부여 그리고 체계적인 액션 플랜을 제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에이전트가 바뀌면서 불편해진 것도 있었다. 바로 훈련할 때마다 마주치는 반 더 바르트와의 관계였다.

파앙!

“나이스 패스!”

“자, 한 번 더!”

이곳은 함부르크의 훈련장, 선수들이 한데 뭉쳐 패스를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둘이 안 좋아 보이네. 괜찮아?”

만주키치의 물음이었다. 이 싱겁게 생긴 녀석은 생각보다 날카로운 구석이 있었다.

‘아, 내가 레르비의 일을 물어봐서 대충 사정을 알겠군.’

오솔은 바쁜 일상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정신을 탓하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우리는 프로잖아. 게다가 올 시즌에는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게 되었는데, 바보처럼 행동할 생각은 없어.”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만주키치의 얼굴에 깃든 걱정은 생각보다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 사람 사이에 생긴 문제는 아니었으나, 반 더 바르트가 그의 에이전트와 과도하게 친한 탓에 발생한 일이었다는 점과 예전에 그가 즐라탄과 싸울 때 라이올라와도 언쟁이 벌인 적이 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겉으로는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어째 위화감이 느껴지는데…….’

만주키치가 느끼는 위화감은 오솔과 반 더 바르트 또한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패스가 조금씩 안 맞는데?’

이전까지 두 사람의 패스가 서로의 속마음을 읽는 것처럼 척척 맞았다면, 그 사건 이후로는 조금씩 엇나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흔히 말하는 호흡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뭐, 훈련을 하다 보면 나아지겠지.’

이러한 문제는 훈련과 경기가 거듭되면서 조금씩 나아졌으나, 어느 수준에 도달하자 그 이상 높아지지 않았다.

굳이 수치로 따지자면 이전에 패스 정확도가 거의 90%였다면 이제는 80%정도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고오오올! 오솔의 패스를 받은 반 더 바르트가 멋진 마무리를 선보입니다.]

[반 더 바르트의 스루패스! 오솔 선수 빠릅니다! 슈우웃! 고오오올!]

물론 경기는 계속해서 승리했고, 두 사람은 서로의 득점을 도우며 팀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호흡이 안 맞는 것과는 달리 이들의 개인 기량이 갈수록 향상된 덕분이었다. 그래서일까 사정을 모르는 바깥에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 답답하네.’

그러나 오솔은 마음속에 움튼 불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 감정은 회귀한 직후 느끼고 거의 3년 6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후우. 전생에는 어떻게 이런 상태로 뛰었지?’

기껏 골을 넣었음에도 호흡이 맞아떨어졌을 때 느껴지는 희열은 없었다. 그저 업무를 분담해서 일을 하나씩 처리한다는 느낌만 존재했다.

‘이런 건 별로 재미가 없는데…….’

전생에는 10년 넘게 이렇게 뛰면서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갑갑함이었다. 그만큼 오솔이 많이 변했다는 의미였다.

어쨌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월드컵의 여파가 조금씩 미치기 시작하자 서서히 균열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언제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터진다고, 함부르크가 그들의 민낯을 드러낸 경기는 리그 3라운드 바이에른 뮌헨과의 일전에서였다.

[또 패스가 끊깁니다. 오늘 반 더 바르트 선수의 컨디션이 조금 안 좋은 것 같죠?]

이날은 오솔과 반 더 바르트, 두 사람의 팀워크가 전혀 안 맞으면서 시종일관 공격이 막히곤 했다.

[함부르크의 경기력이 조금 실망스러운데요? 바이에른 뮌헨의 전력이 이전보다 떨어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오늘 경기는 함부르크 측에서 리드해야 정상이거든요!]

바이에른 뮌헨은 이번 시즌 발락을 첼시로 떠나보냈고 제 호베르투도 고국으로 돌려보냈다. 하그리브스는 맨유에 가지 못했다는 사실에 상심했는지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다이슬러는 잦은 부상에 결국 현역에서 은퇴했다.

갑자기 주축 미드필더 네 사람이 한꺼번에 사라지거나 내려앉음으로써 중원에 커다란 공백이 생긴 것이다.

급하게 반 봄멜을 바르셀로나에서 데려왔으나 아직 호흡이 맞지 않았다. 그러니 오늘은 함부르크가 경기를 압도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오솔과 반 더 바르트가 삐걱거리며 뭉툭한 칼끝을 증명하는 게 전부였다. 게다가 함부르크의 문제점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슈바인스타이거의 턴이 아주 좋네요! 그대로 앞으로 패스합니다!]

[아! 콤파니의 실수예요! 로이 마카이, 공을 잡았습니다!]

뱅상 콤파니의 실수 때문에 마카이에게 1대1 찬스가 주어진 것이다.

로이 마카이는 특유의 침착하면서도 날카로운 마무리 실력을 뽐내며 선취점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멋진 플레이였다.

[뱅상 콤파니는 반 바이텐의 공백을 메우고자 데려온 선수인데, 매번 이런 실수를 하네요. 함부르크 팬들 입장에서는 건너편에서 뛰고 있는 반 바이텐 선수가 무척이나 그리울 것 같습니다.]

[아직 리그 초반인데 저런 장면이 벌써 몇 번이나 나왔죠? 벨기에 수비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선수인데,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명성에 걸맞지 못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습니다.]

벨기에 리그에서 철벽과도 같은 활약을 보였던 뱅상 콤파니는 함부르크에 이적한 이후부터 한 번씩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곤 했는데, 그의 포지션이 최후방 수비수인 탓에 대부분 실점 위기로 이어지곤 했다.

이는 콤파니가 분데스리가에서 적응하지 못한 탓에 발생한 현상이었다. 그는 뛰어난 예측력을 바탕으로 패스 차단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직 분데스리가 공격수들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서인지 성공률이 낮았다.

하지만 콤파니는 이러한 상황에도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패스를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고민 없이 앞으로 나왔고, 오늘처럼 상대에게 한 번씩 결정적인 기회를 허용하곤 했다.

[이건 좋지 않은데요. 함부르크! 설마 우승자 징크스에라도 걸린 걸까요?]

공격과 수비가 좋지 못하다는 말은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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