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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18화 (118/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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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18화

미노 라이올라는 조르제 멘데스와 함께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며 이적 시장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거물 중의 거물이었다.

물론 구단의 팬들에겐 지저분한 언론 플레이, 선수에게 바람 넣기, 구단의 분위기를 흘리는 벌레 같은 놈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자신의 가치만큼의-혹은 그 이상의- 대우를 받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이탈리아 출신 네덜란드인답게 그의 주 활약 무대는 이탈리아 세리에A와 네덜란드-특히 아약스-였다. 그러나 그 외 국가들에도 그의 손길은 닿아서 곳곳에 숨은 인재들을 찾고, 또 눈여겨보고 있었다.

당연히 독일도 그 범위에 포함되어 있었고, 십 대의 나이에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오른 오솔은 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곤 해도 이렇게 갑자기 연락이 오다니 무슨 꿍꿍이지?’

물론 주목적은 오솔과의 계약일 것이다. 그가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은 스타일이 아니라면 전혀 상관도 없는 선수에게 연락하고, 바로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 시기에 그의 핵심 고객은 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 거너스의 스타, 데니스 베르캄프와 칼치오 폴리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에서 뼈를 묻으려고 하는 파벨 네드베드 그리고 반 더 바르트와 악연이 있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이 있었다.

물론 그 외에도 재능 있는 선수를 몇몇 보유한 상태였으나, A급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인재는 이들이 전부였다. 추가적인 이적 가능성이 없는 앞의 두 사람을 빼면 사실상 즐라탄 외에 신경을 쓸 선수가 없었다.

‘그렇구나. 지금 이 녀석은 차세대 스타가 필요한 거야.’

오솔의 생각대로 미노 라이올라는 최근 마리오 발로텔리와 같은 어린 선수들을 구하느라 한시도 가만히 있을 시간이 없었다.

올 여름에는 칼치오 폴리 스캔들 탓에 즐라탄을 유벤투스에서 탈출 시키느라 한층 더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적 시장이 거의 끝날 때가 되어서야 오솔의 이적이 불발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이렇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일단은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사정부터 들어볼까?’

오솔은 라이올라를 집안으로 들였다. 새로 산 소파가 ‘나 죽겠소!’ 소리를 질러댔으나 다행히 제법 튼튼한 제품인지 무너지지 않았다.

“여기 맥주 없나?”

“여기가 술집인줄 알아?”

“맥주 정도는 집집마다 있잖아? 그리고 말투가 그게 뭐야?”

“처음부터 욕하던 인간이 그게 할 말이야? 그보다 소문에 대해 말해봐.”

“뭐, 말투야 아무래도 좋지. 일단 소문에 대해 말하기 전에 네 에이전트가 너에게 어떤 식으로 상황을 전달했는지부터 말해봐.”

“리버풀 이적 말이야?”

“그래.”

오솔은 가만히 회상에 들어갔다. 월드컵이 끝나고, 리버풀은 함부르크의 판매 금지 선언에도 오솔에게 2천 5백만 파운드를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에이전트인 쇠렌 레르비는 소문이 사실이라면서 오솔에게 어떻게 대응할지 물었다.

“리버풀이면 내년에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굳이 함부르크를 고집할 필요 없겠죠. 게다가 이적료로 그 정도를 준비했다면 주급이나 출전보장도 지금보다 훨씬 좋겠네요.”

“그럼?”

“이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요. 구단에도 이적요청을 받아들여 달라고 말하고, 동시에 주급 협상도 진행하는 겁니다. 제 몸값에 맞게요.”

“……알겠습니다.”

1년 만에 새로운 팀, 그리고 리그로 이적한다는 건 그만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다만 오솔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전생에 EPL을 경험한데다가, 지난 1년간 독일 무대에서 득점왕에 오를 정도로 탁월한 적응력을 보였다.

그는 리버풀 첫 시즌부터 날아다닐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그랬는데, 결국 실패했다는 소리를 들었지. 듣기로는 구단주 영감이 몸값을 3천만 파운드까지 올리면서 버텼다고 하던데?”

“하! 그 간도 작은 영감이 잘도 그랬겠다. 내가 들은 정보는 정반대야. 호프만은 이미 리버풀에서 2천 2백만 파운드를 제시했을 때부터 널 팔 생각을 하고 있었어.”

“뭐? 그게 정말이야?”

“그래! 하지만 토마스 돌 감독이랑 바이어스도르퍼 단장이 극구 반대해서 무산되고 말았지. 그러던 차에 네가 8강까지 오르면서 세계적인 수비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걸 증명한 거야. 로비 파울러와 마이클 오언의 뒤를 이을 A급 공격수에 목말라있던 리버풀로서는 널 쉽게 포기할 수 없었지.”

이번에 리버풀이 제시한 금액은 앞서 말했던 2천 5백만 파운드(약 360억 원)였다. 명백히 주전 자리를 내주겠다는 신호였다.

현재 주전으로 뛰고 있는 피터 크라우치의 기분을 망치는 것을 감수할 만큼 오솔을 강하게 원한다는 뜻이었다.

“이번에는 단장이나 감독도 말릴 수 없었어. 그들도 내년까지 네 몸값이 유지되리라고 장담할 수 없었거든.”

루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할 때 받은 금액도 2천 5백만 파운드로 지금 오솔의 몸값과 같았다. 그리고 이번에 아틀래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한 세르히오 아구에로(18세)의 이적료가 1천 5백만 파운드(약 220억 원)에 불과했다.

리버풀의 러브콜 덕분에 오솔이 명실공히 세계 최대 유망주로 평가받은 것이다. 만약 오솔과의 계약이 몇 년 더 남았다면 모를까 당장 1년 뒤는 지금보다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아, 그래서 그걸 제의한 건가?”

“뭔데?”

“에이전트가 5년 계약을 새롭게 체결하면 주급을 반 더 바르트만큼 올릴 수 있다고 말했거든. 물론 난 말도 안 되는 조건이라고 생각해서 일언지하에 거절했지만 말이야.”

“에이전트와 구단 사이에 뭔가 교감이 있었던 게 분명하군.”

“그게 소문에 관련된 이야기인가?”

“맞아, 네 에이전트가 구단주에게 ‘내 고객은 당분간 함부르크를 떠날 생각이 없으며 적어도 이번 시즌까지는 챔피언스 리그를 경험하고 싶어 한다. 리버풀은 좋은 구단이지만 당장은 팀을 옮길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더군. 오퍼를 받아들여봐야 자기들 쪽에서 거절할 테니 소용없다는 소리인거지.”

“지금 그 말, 명예를 걸 수 있어?”

“흐흐. 나에겐 딱히 명예랄 게 없어. 다만 내 신념을 걸고 맹세할 수는 있다.”

“당신의 신념이 뭔데?”

“그야 당연히 돈이지, 흐흐흐.”

미노 라이올라는 그 말과 함께 악당처럼 웃었다. 만약 오솔의 에이전트가 계약을 위반한 게 사실이라면 자신이 그의 자리를 대신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좋아. 일단은 명함을 줘. 사실을 좀 알아보고 연락하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내가 이 정보를 누구에게 얻었겠어?”

오솔은 라이올라를 떠나보내고 최주혁과 차태민의 인맥을 타고 다각도로 상황을 파악했다.

절친인 만주키치와 타카하라의 에이전트에게 관련 이야기를 듣는 한편 함부르크 사정에 빠삭한 칼럼리스트와 기자의 입에도 주목했다.

그리하여 나온 결과는 미노 라이올라가 알려줬던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며칠 후에는 ‘오솔의 잔류 의지! 팀의 영광을 찾고 싶다!’라는 기사까지 올라오며, 쇠렌 레르비가 오솔의 의사를 숨겼다는 사실이 보다 명확해졌다.

‘구단 운영진이야 구단과 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만, 에이전트는 그러면 안 되지.’

단순히 안 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명백히 계약 위반이었다. 대리인이 선수 본인의 의사와 반대되는 결정과 행동을 하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그로인해 오솔이 입은 손해는 단순히 돈뿐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아까운 것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티켓과 그로 인한 성장이었다.

반면 얻은 건 겨우 주급 8만 유로짜리 계약서가 전부였다. 아니, 이마저도 선뜻 사인하기에 부족한 금액이었다.

‘사인을 안 하길 잘했네.’

오솔은 마음의 정리를 끝내고 에이전트 쇠렌 레르비를 불렀다. 중간에 미노 라이올라가 나서서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말했으나, 오솔은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이렇게 행동한 이유가 뭔지, 직접 들어봐야겠어요.”

오솔의 호출에 쇠렌 레르비는 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도 돌아가는 상황을 대충 눈치 챘는지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요즘 들어 오솔이 미노 라이올라와 만난다는 소문이 무성한 탓이다.

“제가 왜 불렀는지 아시죠?”

“……예.”

“왜 그랬습니까?”

“죄송합니다. 익숙한 팀에서 챔스에 도전하는 편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

“빅리그는 특히 영국처럼 거친 리그는 쉽게 적응하기 힘듭니다. 이곳에서 기반을 단단히 다지고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니요. 진짜 이유요.”

“1년 후에도 충분히 이적이 가능합니다. 오솔 선수는 아직도 열아홉 아닙니까?”

“‘아직도’라는 말은 라파엘에게도 적용되는 말 아닙니까? 그도 이제 겨우 스물 셋입니다.”

정곡을 찌르는 말에 쇠렌 레르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제 예상이 맞았나 보네요. 이번 행동…… 제가 아니라 반 더 바르트의 이익을 대변한 것이죠?”

“그, 그것은…….”

“제가 리버풀로 떠나는 것보다 이곳에 남아 그의 장기 말이 되는 편이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던 거 아닙니까?”

레르비는 땀만 삐질삐질 흘릴 뿐, 의혹을 부인하지 못했다. 아니, 그는 끊임없이 어설픈 변명을 이어가려 했다.

“그, 그렇지 않습…….”

“전 이유를 듣고 싶었는데, 계속 변명만 하시네요. 이미 신뢰가 깨졌으니 아쉽지만 계약은 여기까지입니다.”

어쩌면 쇠렌 레르비는 조카 같은 반 더 바르트를 챙겨주고자 그런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는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판을 치는 축구계에서 얼핏 낭만적으로도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당하는 오솔로서는 아주 기분 나쁜 행동이었다.

“계약을 어겼으니 약속대로 지금까지 받아간 돈을 모두 토해내세요.”

“…….”

“아, 그리고 이번에 제가 입은 손해도 갚아주셔야죠. 기대하세요. 곧 소장이 날아갈 겁니다.”

“그, 그건!”

“그만! 이만 나가주시죠. 더는 이야기할 게 없습니다.”

재판은 아주 오래 걸릴 것이다. 레르비가 그의 이적을 고의로 방해했는지 여부와 그의 방해가 이적 협상에 얼마만큼 영향을 끼쳤는지, 만약 그렇다면 오솔이 입은 손해는 얼마나 될지 등을 모두 가려내야하기 때문이다.

‘아마 최소 3년, 길게는 10년 넘게 법적 공방이 이어지겠지. 설령 이긴다고 해도 내게 돌아오는 건 얼마 안 될 거야.’

그러나 오솔은 이렇게 대응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알지 못했다. 믿음을 배신한 이에게는 응당 그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그의 방식이었다.

그렇게 오솔이 에이전트를 정리하자 어떻게 알았는지 미노 라이올라에게서 바로 연락이 왔다. 확실히 정보력이나 행동력은 세계 제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봐, 다시 봤어. 아주 멋지게 처리했더군! 내 전속 변호사로 두고 싶을 정도였어. 하하하!”

“하. 하. 하. 잘도 웃고 있군. 나는 지금 웃을 기분이 전혀 아닌데?”

“법적인 문제는 내게 맡기라고, 아! 구단과 주급 인상도 새로 해야지!”

“좋아. 이번에 빚을 하나 졌으니 일단은 임시로 내 대리인 자격을 주겠어. 하지만 알지?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빚은 다른 형식으로 갚고 끝날 거야. 알고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도 내 전화기에는 불이 나고 있거든.”

오솔은 미노 라이올라 외에도 조르제 멘데스의 회사인 제스티후테에서도 연락을 받았다.

두 거물 외에도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몬디알 스포츠 매니지먼트나 로곤 에이전트, 스포츠 토탈 등에서도 오솔에게 관심을 표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게 우선 협상권이 주어진 셈이군?”

“그러니 잘 해야겠지.”

“하하! 나는 그걸 이적 확정이라고 부르지! 잘 보라고 셸란 섬의 촌놈은 도저히 하지 못할 위업을 이룰 테니까.”

그리고 미노 라이올라는 한달만에 새로운 계약서를 들고 나타났다.

계약기간 2009. 06. 30. 까지.(전과 동일)

계약금 40만 유로(약 5억 2천만 원)

주급 4만 유로(약 5천 2백만 원)

기존의 주급에 약 5배나 되는 금액이었다. 동시에 이는 현재 팀 내 최고 연봉인 반 더 바르트와 비슷한 수준의 계약이었다.

“여기에 득점과 도움 보너스도 있지. 챔피언스 리그에서 넣는 것은 액수가 더 크고!”

“한동안 시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조건이네요. 좋습니다. 앞으로도 절 대신해서 구단을 상대해 주세요.”

“하하! 그럼 이제 우리들의 계약서를 써볼까?”

이날 오솔은 미노 라이올라의 탁월한 협상능력과 그가 구단 입장에서 봤을 때 얼마나 개새끼인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흐흐. 좋아. 이제 넌 열심히 축구만 해. 돈은 내가 알아서 들어오게 해줄 테니까.”

라이올라의 목소리가 욕심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오솔은 그것을 보면서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그는 정당한 권리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소위 말하는 유능한 사업가였다.

이렇게 두 사람이 운명공동체가 된 이상, 그의 욕심이 득이 되면 득이 됐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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