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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17화 (117/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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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17화

‘아직은 이니에스타가 벤치 멤버로구나.’

오솔은 상대편 벤치를 힐끗 보고 상대 진영으로 깊이 들어갔다. 그렇게 우중간에 서자 치렁치렁한 파마머리의 카를레스 푸욜이 그를 반겼다.

“당신은 날 막기에 너무 작지 않아?”

“…….”

푸욜은 경기 중에 상대 선수와 잡담을 나누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는 오솔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묵묵부답이거나 아예 무시했고, 그 시간에 수비진을 통솔하는데 집중했다.

오솔은 푸욜의 다부진 표정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멘탈이라는 측면에서 푸욜을 꺾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뭐, 상관없지. 멘탈이 안되면 피지컬로 꺾으면 되니까.’

카를레스 푸욜의 키는 고작해야 178㎝에 불과했다. 물론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과 준수한 점프력으로 어느 정도 만회하곤 했으나 오솔은 키도 점프력도 세계 정상급이었다.

게다가 그는 최근에 쌍둥이 아빠가 되면서 일시적으로 컨디션이 오른 상태였다. 월드컵을 거치며 증가한 능력치에 10% 버프까지 붙었으니 누가 그를 막겠는가.

게다가 반대편의 만주키치 역시 마르케스에 비해 제공권이 뛰어나다. 바르셀로나로서는 함부르크의 롱패스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라인을 올리는군. 하지만 이래서는 수비 뒷공간을 감당할 수 없을 텐데.’

오솔의 순간속도는 10% 증가해서 약 87에 달했다. 물론 덩치가 있어서 작은 선수들보다 빠를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면 어느 팀에 가더라도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빠른 수준이었다.

파아앙!

역시나 반 더 바르트가 이런 찬스를 놓칠 리 없었다. 그는 티아고 모타의 태클을 라 크로케타로 가볍게 제치고 오솔의 공간 앞으로 스루패스를 넣었다.

오솔은 푸욜과 실비뉴 사이로 파고들며 빙긋 웃었다. 호흡이 척척 맞았다. 겨우 이틀 남짓한 시간밖에 발을 맞추지 못했으나 반 더 바르트도, 그리고 오솔도 월드컵을 치르면서 아직 실전 감각이 발끝에 남아있었다.

콰악!

푸욜이 한 발 늦게 따라붙으며 손을 뻗어왔다. 오솔의 속도를 늦추려는 속셈 같았다.

‘이런…… 안 되지.’

오솔은 굳건히 버티며 발에 힘을 더했다. 순간속도가 증가한 덕분일까, 단 세 걸음 만에 몸에 속도가 붙었다. 엄청난 중량에 속도까지 붙자 푸욜의 가녀린 팔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에너지가 모여들었다.

퍼억! 퍼어억!

오솔은 좌우에서 달라붙는 푸욜과 실비뉴를 쳐내고 계속 달렸다. 경합 과정에서 속도가 조금 떨어졌으나 기술 능력치들까지 버프를 받은 덕분에 공을 놓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시즌 몇 차례 선보였던 막무가내 돌파가 더 빠르고 유려하게 펼쳐졌다.

철썩!

[골입니다! 오솔의 선취점으로 앞서가는 함부르크 SV!]

오솔은 원래도 1대1 찬스를 놓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 그가 돌파와 슛, 패스 등 다양한 옵션이 있는 상황에서 골을 놓칠 리 없었다.

‘이건 내가 아는 바르셀로나가 아닌데? 생각보다 상대하기 쉽잖아?’

상성이 좋지 않았다. 푸욜은 터프한 몸싸움과 정교한 태클이 장기인 선수였으나 반대로 높이와 속도에서는 큰 재주가 없었다.

반면 오솔은 높이와 속도는 물론이고 몸싸움까지 뛰어나니 일단 패스가 뒷공간에 떨어지고 나면 푸욜로서는 반칙을 쓰지 않고선 막을 방법이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실비뉴가 공격을 완전히 포기하고 푸욜과 협력 수비를 하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왼쪽 공격에서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함부르크의 역습입니다. 이번에는 전방으로 높이 띄워줍니다.]

공은 만주키치의 머리에 맞고 반 더 바르트에게 갔다. 티아고 모타가 급히 달라붙었지만 반 더 바르트는 프랑스의 지단을 연상케 하는 멋진 볼터치와 개인기로 상대를 따돌렸다.

‘봐라. 이게 내 실력이다.’

반 더 바르트는 월드컵 내내 스네이더에게 밀렸던 분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부상으로 무너졌던 신체 밸런스가 상당 부분 돌아왔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파앙!

반 더 바르트는 측면으로 파고드는 오솔에게 공을 건네고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오솔은 그가 원하는 타이밍에 맞춰 공을 돌려보냈는데, 전 시즌 바바레즈가 연상될 만큼 빠르고 정교한 패스였다.

‘마치 내 속을 읽고 있는 것 같군.’

반 더 바르트는 전방을 가로막는 마르케스와 뒤따라오는 모타를 인지하고 공을 다리 사이로 흘려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공이 다리 사이를 지날 때 살짝 건드려서 굴절을 일으켰다.

“나이스 패스!”

그렇게 굴절된 공은 뒤에 있던 만주키치에게 제대로 굴러갔고, 만주키치는 강력한 슈팅으로 함부르크의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이래도 내가 빅 클럽에 어울리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 더 바르트는 오연한 얼굴로 서서 관중석을 둘러봤다. 최근에 그는 국가대표는 물론이고, 빅 클럽들의 영입 순위에서도 스네이더에게 밀리고 있었다. 모두 전 시즌, 부상으로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이지 못한 탓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달라. 2006-07 챔피언스 리그에 내 모든 것을 걸겠어!’

그의 눈이 탐욕으로 빛났다.

‘그리고 레알로 떠나겠다.’

* * *

그렇게 함부르크 선수들이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 때, 이들과 맞서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어딘지 모르게 기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집중력이 흐트러져있군.’

바르셀로나의 레이카르트 감독은 선수들의 플레이가 자꾸만 엇나가는 것을 보며 인상을 썼다. 최대한 팀을 정비했으나 월드컵 때문에 팀의 주축 선수들의 복귀가 늦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월드컵 때문에 훈련 강도를 낮췄기 때문일까, 호흡도 잘 안 맞고, 간단한 패스에서도 실수가 나오고 있어.’

어쩌면 지난 시즌 더블(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상에 선 팀에게는 방심과 동기 결여가 쉽게 찾아오곤 했다.

그래서일까 바르셀로나의 트로이카는 조직력에 약점을 보이는 함부르크 수비진을 상대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됐다. 어쩌면 오늘의 패배가 약이 될지도 몰라.’

레이카르트 감독은 하프타임만으로는 팀을 환골탈태시킬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조금 더 멀리 내다봤다. 그들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다가올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 리그지 UEFA 슈퍼컵이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바르셀로나가 얌전히 당하고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아무리 그들이 삐걱거린다고 해도 선수 하나하나가 혼자 힘으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새롭게 바르셀로나의 엔진이 된 메시였다.

[사비의 패스! 메시! 돌파를 시작합니다! 한 명 제치고, 두 명 째!]

메시는 중앙에서부터 40m를 넘게 달리며 함부르크의 위험지역까지 도달했다. 그동안 호나우지뉴가 맡았던 플레이 메이커의 역할을 이제는 메시가 도맡아 했고, 덕분에 호나우지뉴는 보다 공격적인 위치에서 골을 노릴 수 있었다.

[크로스!]

파아앙!

메시의 크로스는 에투를 지나 반대편 골대의 호나우지뉴에게 향했다. 진행방향보다 조금 뒤로 흐르는 공이라 헤딩을 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때 호나우지뉴의 몸이 붕 날았다.

그는 두 다리로 지면을 박차더니 그대로 몸을 뒤집었다. 그리곤 몸을 가눌 수도 없는 자세에서 너무도 자유롭게 두 다리를 가위처럼 엇갈려 찼다.

뻐엉!

철렁!

재주 넘기에 가까운 슈팅에 스테판 왓쳐 골키퍼는 그저 골이 들어가는 걸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바르셀로나가 한 골 만회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번뜩임은 그걸로 끝이었다. 운 좋게 재능이 뛰어난 두 선수의 손발이 맞았으나 이후로는 그 비슷한 장면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에투가 나가고 구드욘센이 들어옵니다.]

후반전에는 첼시에서 넘어온 구드욘센이 호나우지뉴를 대신해 좌측에 섰다. 이후 레이카르트 감독은 작정을 했는지 데쿠 대신 떠오르는 신예인 이니에스타를, 실비뉴를 대신해서 참브로타를 투입했다.

이적생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뜻보다는 기존의 선수들을 질책하는 의도가 더 컸다.

덕분에 오솔은 후반전에는 푸욜과 참브로타의 마크를 받게 되었는데 재밌게도 이는 전반전보다 더 상대하기 쉬운 조합이었다.

함부르크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조직력을 갖추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파아앙!

언제나처럼 반 더 바르트에게서 패스가 넘어왔다. 단, 이번에는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가 아니라 등지고 있는 오솔의 발밑으로 향하는 공이었다.

‘2006년 최고의 풀백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확인해 볼까?’

오솔은 대담하게도 참브로타를 상대로 돌파를 시도했다. 세계적인 윙어들도 돌파하기 힘들다는 그 참브로타를 상대로 말이다.

[오솔을 공을 받습니…… 아! 도, 돌파했어요!]

오솔은 빠르게 굴러오는 공의 에너지를 죽이는 대신 그 힘을 그대로 살려서 슬쩍 튕겼다. 공은 빠른 속도로 튀어 올라 오솔의 어깨는 물론, 뒤에 바짝 붙은 참브로타의 어깨까지 같이 넘어갔다.

솜브레로 플릭(Sombrero Flick)이었다.

참브로타는 순간적으로 상황 파악을 못하고 한 박자 느린 반응을 보였다. 전형적인 9번이라고 생각했던 상대가 이런 센스 있는 개인기를 펼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부욱!

그는 뒤늦게 옆으로 빠져나가는 오솔의 유니폼을 잡아끌었으나, 그마저도 제대로 못 잡아서 금방 놓치고 말았다. 오솔에게 완전히 돌파당한 것이다.

파바박!

오솔은 성난 황소처럼 문전 앞까지 질주했고, 평소처럼 반 박자 빠른 슈팅 자세를 취했다.

콰각!

뒤늦게 따라붙은 푸욜이 몸을 날렸다. 그는 슈팅 타이밍과 각도를 읽고 절묘한 순간에 발을 들이밀었다. 그러나 오솔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공을 잡고 한 타이밍 쉬었다.

‘지나가세요.’

스쳐 지나가는 푸욜의 얼굴이 볼만했다. 그러나 그의 노력이 아주 헛것은 아니었다. 이 1초 사이에 발데스 골키퍼가 오솔의 슈팅 각도를 대부분 막아선 것이다.

‘과연 스페인의 두 번째 골키퍼라 이건가?’

구석으로 감아 차면 못 넣을 것 같지도 않았으나, 오솔은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또 괜히 정교하게 찬다고 시간을 들였다가 따라오는 참브로타에게 뺏길 가능성도 계산에 두고 있었다.

파앙!

그렇게 해서 오솔이 내린 결론은 질풍처럼 뛰어오는 반 더 바르트에게 패스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철썩!

반 더 바르트는 그의 기대대로 너무도 손쉽게 추가골을 집어넣었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3 대 1로 벌어졌고, 이 숫자는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변하지 않았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함부르크가 바르셀로나를 꺾고 UEFA 슈퍼컵 챔피언이 된 것이다.

‘레벨 업은…… 아니구나.’

아쉽지만 늘어난 필요 경험치 탓인지 추가 레벨 업은 없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신고식이 끝나고, 함부르크에 돌아왔을 때였다. 오솔은 에이전트인 쇠렌 레르비로부터 주급 협상에 대한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오솔 선수. 잘하면 주급을 3만 유로(약 3천9백만 원)까지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번에 리버풀한테 이적 제의가 왔다는 건 어떻게 되었나요?”

“어…… 리버풀에서는 최종적으로 2천5백만 파운드까지 제안했으나, 함부르크 운영진은 판매 불가 선언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주급 협상에서 이득을 볼 수 있었으니, 우리도 완전히 손해만 본 것은 아니죠.”

“그렇습니까? 흠…… 알겠습니다. 조금 아쉽지만 구단의 뜻이 그렇게까지 확고하다면 어쩔 수 없죠.”

오솔은 리버풀로의 이적이 무산되었다는 소리에 살짝 인상을 썼다. 그가 알기로 이번 시즌 리버풀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준우승에 이르기 때문이다.

물론 오솔이 들어가면 기존에 영입되어야 할 선수들 몇몇이 빠지겠지만,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은 자명한 일이었다.

솔직히 B급 선수 두셋보다는 A급 선수 한 사람을 영입하는 게 더 알찬 영입 아니겠는가. 리버풀이 당장 확실한 주전이 없는 팀도 아니고 말이다.

“지금 리버풀로 가면 챔피언스 리그 우승까지도 가능할 것도 같은데…… 아, 생각할수록 아쉽네.”

그러나 리버풀로의 이적은 며칠 후 완전히 불가능해졌다. 이적 시장 종료를 2주 남기고 디르크 카위트와 크레이그 밸러미가 리버풀행 버스에 탑승한 것이다. 이젠 함부르크가 오솔을 팔려고 해도 리버풀에게 돈이 없었다.

그렇게 오솔의 함부르크 잔류가 확실시된 어느 날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이 신원미상의 A는 오솔이 전화를 받자마자 욕부터 내뱉었다.

“네가 그 멍청한 놈이군! 2천3백만 파운드라는 몸값에 리버풀로 떠날 수 있었음에도 함부르크에 남다니 제정신이냐?”

“뭐야? 당신 누구야?”

“그건 됐고, 이번 이적이 정말 네 뜻인지나 말해라 꼬마야. 리버풀 이적을 포기한 이유가 도대체 뭐냐?”

“당신 기자야? 그렇다면 한참을 잘못짚었어. 이번 이적은 구단에서 결정한 사항이지 내가 결정한 게 아니야.”

“하! 역시 그랬군! 소문이 사실이었어!”

“소문?”

“이런 눈 뜬 장님 같으니! 넌 지금 에이전트한테 속고 있는 거다! 함부르크 구단주는 2천5백만 파운드에 널 팔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걸 적극적으로 막은 게 네 에이전트였지!”

“뭐? 당신 누구야? 지금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물론! 곧 찾아갈 테니 그때 보지.”

그러곤 30분도 지나지 않아 집 앞으로 차 한 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이윽고 큼직한 리무진이 작게 느껴지는 거한이 차에서 내렸다.

“구세주가 여기 왔다. 이 자식아!”

“당신은…… 미노 라이올라?”

거한이 웃었다.

“하하! 그래도 아주 까막눈은 아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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