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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10화 (110/213)

 # 110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10화

한편 한국에서도 오솔의 UEFA컵 우승과 득점왕 등극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그 예로 경기가 끝난 새벽 6시, 각종 축구 커뮤니티에서 새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내용은 다양했다. 순수하게 오솔의 우승을 축하하는 글부터, 그의 인성문제를 거론하는 비판글, 그것을 재반박하는 주장까지…… 이게 뭐라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은 것이다.

[암만 봐도 일부러 때린 것 같단 말이야. 여기 봐봐, 여기! 손날로 후려쳤잖아.]

[적당히 좀 해라. 저 순간에 옆에서 오는 사람을 노리고 때린다는 게 말이 되냐? 내가 봤을 땐 나바로 새끼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다가 다친 걸로 보이는데?]

[맞아. 개인적으로는 고의여도 상관없다고 본다. 내가 그 자식이 팔꿈치로 찍으려고 했던 걸 보고 얼마나 열이 받았었는데. 이건 인과응보였어.]

그러나 오솔의 인성을 지적하는 이는 세비야 팬이라도 되는지, 아니면 자신의 글에 반대가 많이 찍히자 오기가 생겼는지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기습적인 중거리 슛은? 그 골 이후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잖아.]

[그전에 상대 선수 살린 건 싹 잊었냐? 좋은 기회를 놓치면서까지 도와줘서 기립박수 받는 거 못 봤어? 그리고 아무리 골키퍼가 방심하고 있었어도 그 거리에서 골을 넣는 게 쉬운 줄 알아? 또 그리고 나서도 한 골 더 넣었잖아.]

[그만해. 그냥 쟤는 오솔의 실력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 아이디부터 ‘제한맨’이잖아. 평소에 EPL만 보던 애 같은데 오솔이 박해진보다 잘하니까 놀랐겠지.]

아이디 ‘제한맨’은 마침 잘됐다는 듯 주제를 변경했다.

[솔직히 EPL보느라 바빠 죽겠는데 분데스리가 같은 하위 리그를 왜 보냐? 거기는 그냥 빅리그에 선수 수급하는 듣보잡 셀링 리그 아니냐?]

[당신의 편협함에 허벅지부근을 탁 치고 갑니다. 세비야 발라버리는 함부르크를 보고도 듣보잡 소리가 나오죠? 하긴, 고작 그 정도 안목이니 오솔을 깎아내리고 벤치진을 찬양하는 거겠지만.]

[리그 자체는 EPL이 더 수준 높다는 걸 인정하겠는데, 그래도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앞둔 선수랑 맨유 교체멤버랑 비교하는 건 아니지. 아무리 맨유라도 출전을 못하면 의미 없는 거 모름?]

사람들은 잘하고 있는 두 선수를 굳이 비교하며 누가 더 낫다느니, 어느 팀이 더 수준인 높다는 논쟁을 이어갔다.

그렇게 흡사 예송논쟁에 버금가는 말싸움이 사흘이 넘게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게시판을 정화하기 위해서 몇몇 네임드가 나섰다.

[그뫄안~ 그뫄안하면 되었어. 이번 논쟁은 무승부야, 무승부! 하하하! 그만들하고 가서 리그 마지막 경기나 보러 가자고!]

[구마적 컨셉은 이제 그만하면 안 되냐? 무슨 경기만 했다하면 무승부를 찾아. 무승부에 베팅했어?]

[하하하! 역시 우리 신마적 아우님일세. 화가 아주 많이 났군. 내 그럴까봐 몇 가지 정보를 가져왔네.]

정보라는 것은 스페인 일간지에 실린 인터뷰 기사였다.

[푸에르타, 부정맥 발견. 심신이 안정되는 즉시 수술하기로 결정!]

[푸에르타, 오솔에게 감사. “그가 날 도우러 온 영상을 봤다. 늦게나마 감사의 뜻을 전한다.”]

[푸에르타의 전 동료, 세르히오 라모스. 한국의 축구 스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다.]

푸에르타가 안정을 되찾고 있고, 그의 수술날짜가 정해졌다는 뉴스였다. 더불어 헤수스 나바스와 세르히오 라모스 등 세비야의 유스 출신들이 오솔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칭찬을 남기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럼 오솔의 이름이 스페인에도 좀 알려졌겠는데?]

[스페인뿐만이 아니지. UEFA컵은 웬만한 유럽인들이면 다 봤을 걸?]

[라모스면 레알 마드리드 아니냐? 설마 오솔 다음 시즌에 레알 가는 거임?]

유명인이 자국인을 알아줬다는 사실에 축구팬들은 자부심을 느꼈다. 무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선수가 직접 오솔을 언급했고, 스페인 언론이 오솔의 선행을 주목하고 있었다.

[난 단순히 의료진만 부른 줄 알았는데, 응급조치가 빠르게 끝나도록 조치를 다 취했다고 나오네.]

[심장마비면 1분, 1초가 아까우니까…… 솔직히 오솔이 한 일이 적다고 볼 수 없음.]

덕분에 나바로를 부상 입혔다는 사실과 그로인한 인성 문제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오솔로서는 다행이었고, 심하게 다친 나바로로서는 조금 억울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이미지가 회복된 오솔은 여전히 늠름한 모습으로 리그 마지막 경기에 출전했다.

[분데스리가의 우승팀을 가를 마지막 경기가 시작됩니다. 오솔 선수 개인으로는 득점왕에 등극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경기이기도 하겠습니다.]

슈투트가르트전은 함부르크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진행되었다. 전반전에 이미 반 더 바르트의 골이 터졌고, 후반전이 시작한 직후에는 마주키치의 추가골이 들어갔다.

함부르크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25골을 기록 중인 오솔과 마찬가지 기록으로 다른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클로제의 득점왕 경쟁이었다.

아직까지는 골이 없는 두 사람. 한 골이라도 더 넣는 쪽이 득점왕에 오르게 된다.

[만약 오솔 선수가 득점왕까지 달성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아마도 후반기 랑리스테에서 최소 인클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랑리스테라는건 축구 선수 순위를 의미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독일의 키커지에서 선수들의 활약상에 점수를 매겨서 순위와 수준을 나누는 것인데, 평가가 깐깐하기로 유명하죠. 실제로 오솔 선수는 전반기에 14골 4도움의 미친 활약을 펼쳤음에도 K-4, 그러니까 리그에서 네 번째로 뛰어난 공격수이면서 ‘리그 수위 급’ 공격수라는 평가를 받는데 그쳤습니다.]

[단순히 골만 많이 넣는다고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닌 모양이군요?]

[예, 사실 전반기 평가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득점력에 비하면 평가절하 받은 측면이 있죠. 그러나 후반기는 다릅니다. 득점이면 득점, 도움이면 도움. 전술적인 움직임과 쓰임이 훨씬 다양해졌기 때문에 평가 역시 올라갈 수밖에 없죠. 개인적으로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월클, 그러니까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겠네요.]

[글쎄요. 월클 같은 경우는 수상자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리그와 유럽대회, 그리고 국가대항전까지 모든 대회에서 최고 수준의 활약을 벌여야만 선정하기 때문이죠. 비록 오솔 선수가 UEFA컵에서 맹활약을 선보이긴 했으나 아직 국제대회에선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힘들다는 전망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크게 사고를 치면 올 하반기에는 선정될 수도 있겠군요.]

[하하. 그랬으면 좋겠네요.]

[아! 마침 오솔 선수에게 공이 향합니다!]

오솔은 오거라는 별명에 맞게 슈퍼 점프를 선보이며 헤딩골을 집어넣었다. 마침내 리그 26호 골을 넣은 것이다.

‘좋았어! 클로제가 두 골을 넣지 않는 한 내가 득점왕이야!’

삑, 삑, 삐이익!

경기는 함부르크의 3 대 0 승리로 끝이 났다.

오솔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리그 정산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분데스리가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스물여섯 골로 리그 공동 득점왕에 등극했습니다! 추가 경험치를 드립니다. 다만 공동 득점왕이라 경험치가 삭감됩니다.

‘쳇! 공동이라니, 클로제도 한 골 더 넣은 모양이네.’

그래도 한 골에 그친 게 다행이었다. 만약 오늘 오솔이 골을 넣지 못했다면 득점왕 자리를 한 골 차이로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경험치가 더 들어온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오솔은 아쉬움을 삼키며 상태창을 확인했다.

-오솔(Lv 46. 오른발잡이, 왼발 숙련도 43%)

-신체 : 균형감각 70/ 힘 90(+5)/ 반응속도 70/ 순간속도 72/ 주력 91/ 점프력 90(+5)/ 지구력 92/ 강인함 92(+5)

-기술 : 개인기 61/ 드리블 63/ 볼터치 75(+5)/ 슈팅 66/ 패스 71/ 헤딩 86(+5)/ 스로인 13/ 태클 49/ 일대일 마크 47

-잔여 포인트 : 21

‘좋아. 이제 개인기나 드리블도 60을 넘겼고, 슈팅은 곧 70에 이르겠네.’

오솔은 상태창을 보며 고심했다. 마음 같아선 드리블을 올려서 전방에서 조금 더 활발하게 움직였으면 했지만 70이 되기까지 포인트를 7개나 써야 한다는 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은 헤딩에 4개 써서 90으로 만들고.’

-헤딩 90(+5)

이제 패스와 슈팅만 좀 더 올리면 세계 정상급 타깃형 스트라이커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패스를 올려봤자 현재 대표팀에서는 받아먹을 선수가 별로 없다는 점이지.’

현재 한국에는 뛰어난 기술을 지닌 안태환이나 이청운, 박해진 등 괜찮은 선수들이 많았으나 그들이 골을 잘 넣는 편이냐고 묻는다면 누구라도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하물며 월드컵은 리그 득점왕인 선수도 골을 넣기 힘든 무대였다. 아무리 멋진 패스로 1대1 찬스를 만들어줘도 그걸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가 없다면 의미가 없었다.

‘패스는 월드컵이 끝난 다음에 생각하고……. 나도 무기 하나를 더 가질 필요가 있는데.’

오솔의 시선은 계속해서 슈팅에 머물렀다. 현재 슈팅 수치는 66. 남은 포인트를 모두 투자하면 83이 된다. 83이면 제법 쓸 만한 수치였으나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그는 고민을 계속하다가 끝내 결정을 짓지 못했다.

“월드컵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그 사이에 슈팅을 최대한 올려보자.”

다행히 월드컵 직전까지 평가전이 꽤나 많이 잡혀있었다.

오솔은 23일에 세네갈 전을 시작으로 26일에는 바바레즈가 있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경기가 있고, 6월 1일에는 노르웨이, 4일에는 가나와의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바바레즈! 이번에 한국에 오죠?”

“응, 어쩌면 마지막 국가대표전이 될 것 같아.”

35세의 노장이 아직도 국가대표라니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전력이 예상이 되는 부분이었다. 어쨌든 바바레즈를 시즌이 끝나고 또 볼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그럼 서울에서 봐요!”

“너도 몸 관리 잘해. 월드컵, 응원할게!”

오솔은 나머지 선수단과도 인사를 나눴다. 반 더 바르트에게는 네덜란드 주전으로 확고히 자리잡기를 바란다는 말을 건넸고, 아쉬워하는 만주키치에게는 ‘TV로 보면서 응원이나 해.’라고 놀려댔다. 그리고 스위스 국가대표인 라파엘 비키에게는…….

“토고랑 프랑스전에 최선을 다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있는 한 스위스가 한국을 넘어서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 지난 1년 동안 내가 널 관찰했다는 걸 잊지 말라고.”

“글쎄 그런다고 날 막을 수 있을까?”

“후후. 두고 보라고.”

소속팀에서는 동료였으나 국가대항전에 들어가면 적이었다. 두 사람의 악수는 그 점을 명확히 하는 의식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후 오솔은 빠르게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갔다. 독일 월드컵에 나갈 선수가 한국까지 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건 꽤나 귀찮고도 컨디션에 안 좋은 일이었으나 별 수 없었다.

국가대표 소집이나 평가전은 모두 한국에서 이루어졌다.

그렇게 조금은 씁쓸한 기분으로 짐을 싸고 있을 때, 반가운 연락이 왔다.

“솔아! 한국에 갈 때 같이 가자!”

차태민의 전화였다. 그는 이왕 한국으로 돌아가는 거 안태환까지 세 사람이 같이 가자고 말했고, 오솔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4-2-3-1로 나서면 안태환 선배가 내 바로 밑에 있게 되지. 조금이라도 호흡을 맞출 시간을 늘리는 편이 좋을 거야.’

오솔은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방긋 웃는 차태민과 언제나처럼 까칠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안태환을 만났다.

“선배님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아, 내버려둬. 태환이 형은 중요한 대회를 앞두면 꼭 저렇게 신경이 곤두서거든.”

안태환은 생각보다 더 집중하고 있었는지 말이 거의 없었다. 쉬지 않고 떠들어대며 장난을 치던 평소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물론 오솔은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대화를 포기할 사람은 아니었다.

“선배님! 가는 동안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선배님이 쳐진 공격수로 출전하고 제가 원톱으로 섰을 때 어떻게 호응할지 간단하게라도 정리했으면 해서요.”

안태환은 잠시 눈썹을 꿈틀거렸으나 축구, 그리고 전술 이야기는 피하지 않았다. 아니, 긴장된 탓에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을 뿐, 그도 오솔이나 차태민과 전술 토론을 하고 싶었다.

“제가 헤딩 하나는 또 기가 막히게 하잖아요. 선배님이 원하시는 위치를 말씀해 주시면 거기로 떨어뜨려 드릴게요.”

“넌, 전술 이야기 하자는 놈이 어떻게 된 게 자기 자랑만 반이 넘게 하고 있냐?”

“에이~ 사실이잖아요. 아무튼 어디로 드려요.”

“내가 움직이는 곳으로 줘. 넌 돌아서 있어서 수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거 아니야.”

“오케이. 알았습니다. 그럼 주고 어떻게 움직일까요? 수비수를 막아요? 아니면 수비 뒤로 돌아가요?”

“조금 먼 거리에서는 수비 뒤로 달리고, 페널티 박스 바로 앞이면 수비수를 마크해줘.”

축구 이야기를 했기 때문일까. 날카롭게 곤두서있던 안태환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졌다. 방실방실 웃던 차태민이 진지해진 건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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