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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00화 (100/213)

 # 100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00화

띵동!

오솔은 늦은 저녁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누군가 하며 현관에 나갔더니, 그곳에는 그의 멘토 바바레즈가 와 있었다.

“세르게이! 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미안해.”

바바레즈가 사과를 건넸다. 불콰해진 얼굴과 지독한 알코올 냄새가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말해주고 있었다.

“괜찮아요?”

“……좀 걸을 수 있을까?”

“네.”

바바레즈는 그 말을 끝으로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프로란 무엇인가 온몸으로 보여주던 남자가 시즌 중에 만취해서 찾아오다니, 무언가 심각한 일이 그를 덮친 게 분명했다.

바바레즈가 입을 연 것은 싸늘한 바람이 한차례 그들을 훑고 지나간 후였다.

“무슨 일이에요?”

“재계약 때문에 그렇지. 후우. 나는 아직도 이삼 년은 거뜬하다고 생각하는데 구단의 생각은 달랐나 봐. 내 가치가 고작 이것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하고…….”

“협상은 결렬된 거예요?”

“맞아. 너무 늘어진다 싶을 때 대충 예상하긴 했는데…… 하하. 결국에는 음펜자의 말처럼 되고 말았네.”

“……행선지는 정해졌어요?”

“다행히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고 있어.”

바바레즈는 올 시즌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쳐왔고, 이미 여기저기서 영입 제의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재계약을 하고 싶어 했던 건 결국 챔피언스 리그라는 꿈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최소한의 조건이 맞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함부르크가 내민 계약 조건은 후보 선수 아니, 그보다도 못한 대우였다. 팀이 챔피언스 리그에 간다 해도 필드를 밟을 수 없다면 아무 의미 없었다.

“미안하다. 불쑥 찾아와서 신세한탄만 하고 가네.”

바바레즈는 푸념과도 같은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솔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물론 서로 의견이 안 맞을 수는 있다. 협상과 줄다리기는 프로라면 당연히 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저렇게까지 마음이 상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차라리 잡을 생각이 없다면 솔직하게 그런 의사를 밝히고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편이 낫지, 이렇게 선수를 퇴물 취급해서 쫓아내는 건 아니지.’

바바레즈는 시즌 중반까지 팀을 이끌던 선수 중 하나였고, 후반기에는 비록 경기 수는 줄었지만 경기 외적으로는 팀의 부주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선수단에 영향력이 큰 선수를 이런 식의 내치는 건 너무도 바보 같은 짓이었다.

“오솔, 세르게이의 이야기 들었어?”

부작용은 바로 드러났다. 만주키치도 이야기를 들었는지 구단의 태도에 분개한 것이다. 완전 이적을 위해 노력하던 그조차 화를 낼 정도였으니, 다른 동료 선수들의 반응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이 사건은 우승이라는 목적을 향해 달려가던 선수단의 집중력을 단번에 앗아갔다. 팀으로써 뛰어야 할 선수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위상을 먼저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큰일입니다. 선수단 전체가 흔들리고 있어요.”

“바바레즈 때문인가?”

“그것도 있지만 팀의 주축 선수들에게 영입 제안이 쏟아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으음. 제의를 받은 선수가 더 있나?”

“다비드 야롤림과 라파엘 비키, 메디 마다비키아 등이 있습니다. 이제 막 입단한 선수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수들에게 제의가 들어온 셈이죠.”

이적이 확정된 세 사람까지 포함하면 주전 선수 중에 정확히 6명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머지는 오솔이나 반 더 바르트 같은 이적 해온 지 1년도 되지 않는 선수들이었다. 당연히 팀이 제대로 운용될 리 없었다.

“젠장! 4강전을 앞두고 이게 무슨 난리인지.”

UEFA컵 4강 상대는 EPL의 중·하위권팀 미들즈브러였다. 1차전은 영국까지 찾아가야 하는 만큼 단단히 대비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정반대였다.

‘이럴 때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돌 감독의 이마가 깊이 파였다. 거듭 말하지만 그는 아직 풋내기 감독에 불과했다.

* * *

불안감을 가득 안고 시작한 미들즈브러전. 경기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흘러갔다. 미들즈브러의 주축 수비 중 하나인 가레스 사우스게이트가 오솔을 상대로 그야말로 탈탈 털렸기 때문이다.

아마 그들도 오솔의 피지컬이 범상치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직접 겪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올해로 서른여섯이 된 사우스게이트로는 오솔을 막을 수 없었다.

머리로 한 골, 치고 달리기에 이은 오른발 슈팅으로 또 한 골. 오솔은 총 두 골을 꽂아 넣으면서 미들즈브러를 침몰시켰고, 동시에 6골로 UEFA컵 득점 순위 1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덕분에 돌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경기가 끝나고 발생했다.

[반 더 바르트 또 부상?]

UEFA컵 4강전에서 승리한 다음날, 반 더 바르트는 알 수 없는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정밀한 검사 끝에 나온 결과는 지난 1월에 발목에 박았던 철심이 병균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치료를 위해서는 철심 제거 수술이 필요한 상황. 반 더 바르트는 불가피하게도 약 2주간 필드를 떠나야 했다.

이 2주 동안 함부르크가 만나게 될 상대는 다음과 같았다.

31라운드 쾰른. UEFA컵 준결승 2차전 미들즈브러. 32라운드 베르더 브레멘.

이 중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역시나 베르더 브레멘전이었다.

“고약하게 되었군.”

돌 감독은 비어버린 10번 자리를 보며 골머리를 앓았다.

반 더 바르트의 이름이 적힌 말은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 있었고, 그를 대체할 수 인원으로는 바바레즈와 트로쵸프스키만 존재했다.

이제 그는 실력이 검증된 베테랑이지만 최근에 구단과 틀어진 선수를 출전시키느냐 아니면 재기발랄한 젊은 선수지만 경험과 실력이 부족한 선수를 기용하느냐를 두고 선택을 해야 했다.

“음…….”

실력만 놓고 본다면 바바레즈를 쓰는 편이 백번 나았다. 문제는 그가 이전과 같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최근에 있었던 훈련에서 그는 이전에 갖고 있던 열정을 완전히 상실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대화를…… 해봐야겠어.”

감정적으로 틀어진 건 틀어진 것이고 계약은 계약이었다. 감독은 바바레즈가 프로답게 남은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길 원했다.

그리고 그의 바람대로 바바레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죠. 경기장에서 개인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가? 고맙네.”

토마스 돌 감독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감정을 배제하고 뛰겠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구단에 악감정을 품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런 마음으로 뛴다고 해서 제 실력이 나올 리 없었다.

‘당분간은 다시 오솔에게 힘을 실어줘야겠군.’

반 더 바르트가 돌아오면서 함부르크의 전술은 그가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집중됐었다. 감독이 와이드 타깃맨 전술을 활용한 것도 결국은 반 더 바르트에게 향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솔의 득점력은 점차 줄어들었고 반 더 바르트가 골을 넣는 횟수는 늘어갔다.

덕분에 오솔의 분데스리가 득점 행진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네 경기를 남겨둔 현재 20골에 그쳐있으니.

물론 지금도 굉장히 좋은 수치임에는 분명했으나, 전반기 15경기에 출전해서 14골을 넣은 것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아쉬운 수치였다.

그러나 오솔이 부진한 건 아니었다. 그는 후반기에도 13경기에 6골을 넣으며 뛰어난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또 줄어든 득점력 대신 도움이 늘면서 후반기에만 6도움을 기록할 수 있었다. 전반기까지 합치면 총 10도움이었다.

28경기 20골 10도움. 이 정도면 분데스리가 최상급 공격수라는데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좋아, 랄프! 플랜 B로 갑시다.”

감독의 결단이 떨어지자마자 오솔을 공격의 핵으로 삼는 훈련이 진행됐다.

오솔은 자신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패스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라파엘이 빠지고 나서야 내가 보이는 건가?’

문득 반 더 바르트가 돌아오자마자 전술의 중심이 그에게로 옮겼던 일이 생각났다.

오솔은 플랜 B라는 명칭까지는 알지 못했으나, 감독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일단은 다음 시즌까지 지켜보자.’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아직 계약을 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적어도 2년은 지나야 이적이든 뭐든 행동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든 싫든 다음 시즌까지는 이곳에서 뛰어야 했다.

오솔이 그런 생각으로 훈련에 매진할 때, 여민주가 뜻밖의 소식을 전해왔다.

“뭐? 쌍둥이라고?”

“응, 혹시나 쌍둥이 소실이 있을 수 있어서 지켜봤는데, 이제 확실해졌대. 쌍둥이 맞대. 쌍둥이 남매!”

오솔은 가만히 그녀의 배에 귀를 댔다. 오대한이라는 이름을 갖게 될 남자아이와 전생에는 볼 수 없었던 여자아이가 그녀의 배속에 있었다.

‘내가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단 말이야?’

대한이의 아빠가 되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형언할 수 없이 기뻤음에도 그렇게까지 놀랍지는 않았다. 그러나 딸아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름은 어떻게 할까?”

“이름? 아들이면 대한으로 하고, 딸이면 주희로 부르기로 했었잖아.”

“그대로 해? 아무리 봐도 너무 유치한데, 나랑 오빠 이름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갔잖아.”

“왜, 예쁘고 잘 어울리는데.”

“정말?”

“응, 나는 꼭 ‘대한아’라고 부르고 싶어. 한 번도 못해봤거든.”

“그건 당연한 거잖아.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후후. 아무튼 난 이 이름이 좋아.”

“그래? 그럼 나도 좋아!”

오솔은 민주의 웃음에 전염된 듯 그녀를 따라 밝게 웃었다.

-컨디션이 일시적으로 S등급(110%)으로 상승합니다.

쌍둥이의 존재를 인지한 순간 컨디션이 다시 상승했다.

31라운드 쾰른전과 UEFA컵 4강 2차전에서 오솔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고오오올! 또다시 골을 집어넣는 오솔! 전반 초반임에도 경기가 일방적으로 흘러갑니다!]

함부르크로 힘겨운 원정을 온 미들즈브러는 전반전 20분 만에 오솔에게 절호의 찬스를 내줬고, 여지없이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오솔의 분투 덕분에 반 더 바르트의 부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함부르크 선수들이 오솔을 에이스로 인정하면서 버프에 버프를 더한 결과였다.

마침내 만주키치의 헤딩 골까지 들어가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UEFA컵 결승에 진출했다는 생각에 팬들이 자지러진 것이다.

당연했다. 1차전 결과까지 합하면 이미 4 대 0으로까지 벌어진 상황. 이는 이변이 일어나기엔 너무도 큰 차이였다.

삑, 삑, 삐이익!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결승 진출이다.

와아아!

팬들은 물론이고 오랜만에 경기장을 찾은 구단주 영감과 단장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고작 2년 만에 UEFA컵 결승까지 올라간 감독은 말할 것도 없었고, 이래저래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선수들도 결승 진출의 단맛에 취해 있었다.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건 오솔과 바바레즈 단 두 사람뿐이었다.

바바레즈가 헛웃음을 흘리는 건 당연했다. 다음 주면 반 더 바르트가 부상에서 돌아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은 다시 후보로 돌아간다. 결승전은 어차피 남의 집 잔치가 될 텐데 뭐 하러 기뻐하겠는가.

반면 오솔이 웃지 못하는 건 오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개인의 경기력은 문제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가 혼자 경기를 지배했다. 그러나 팀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공격이 날카로웠냐고 묻는다면 단호히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4-3-1-2에서 중심이 되는 선수는 당연히 10번 선수였다. 아무리 오솔을 중심으로 패스를 전개한다고 해도 전술의 특성상 바바레즈가 힘을 발휘해야 공격이 풀렸다. 그러나 이제는 애정도, 의욕도 그리고 목표도 잃은 선수가 제 몫을 할리 없었다.

‘큰일이네. 이제는 컨디션도 다시 떨어지는데다가 다음 상대는 베르더 브레멘이잖아.’

하필이면 버프가 지속되는 시간이 딱 이번 경기까지였다. 베르더 브레멘전에서는 지금과 같은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페널티가 거의 사라져 가네.’

주력에 걸려있던 페널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고, 지구력에 남아있는 페널티도 겨우 1%남짓이었다. 그때 경기 종료와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지구력이 상승합니다.

-지구력 90(1%↓) ……지구력 91.

그렇게 지구력이 상승하면서 마지막 남아있던 페널티마저 사라졌다. 이제 오솔의 상태창에는 어떠한 페널티도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그 많던 페널티를 모두 극복한 것이다.

-축하합니다! 드디어 사람 새끼가 되셨군요! 개과천선을 몸으로 증명한 당신께 축하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사람 새끼? 뭐, 그건 그렇고 축하 선물이라니…… 또 무슨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니요. 어떠한 대가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선물이죠.

‘그래? 뭔데?’

-<이 시스템은 무료로 ‘선물’해줍니다!>

-페널티를 극복한 주력, 지구력, 패스, 헤딩 능력치가 추가로 상승합니다.

-주력 90 ……주력 91

-지구력 91 ……지구력 92

-패스 64 ……패스 71

-헤딩 76 ……헤딩 81

-보너스 포인트 10점을 획득하셨습니다.

대박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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