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과천선 스트라이커 91화 (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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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91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함부르크의 홈구장인 폴크스파르크 슈타디온입니다. 오늘 이곳에서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이자, 독일 북부 최대의 더비 매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베르더 브레멘 대 함부르크 SV, 함부르크 SV 대 베르더 브레멘의 경기죠.]

[그렇습니다. 특히나 올해에는 단순한 더비 매치를 넘어서 리그 순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기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예, 아마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겁니다. 오늘 경기로 리그 선두가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거든요!]

[말이 나온 김에 16라운드까지의 순위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먼저 1위입니다. 13승 1무 2패, 승점 41점, 31득점에 8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함부르크 SV입니다.]

[실점이 굉장히 낮죠? 현재 함부르크는 엄청난 짠물 수비를 보여주면서 1위를 수성하고 있습니다. 반 바이텐이 주축이 되는 4백 라인은 철의 장벽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고, 동시에 공격력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팀의 에이스인 반 더 바르트 선수의 활약도 볼만했지만, 우리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선수의 활약도 있었습니다. 바로 오솔 선수죠! 이 선수는 팀 내 최다 득점자이자 19살의 젊은 피로서 함부르크의 공격을 이끌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리그에서 12골을 몰아넣었고, 도움도 6개나 기록 중이죠.]

[게다가 최근에는 멋진 활약으로 위기의 순간에 승점 6점을 벌어줬죠?]

여기서 위기의 순간이란 반 더 바르트가 출전 금지를 당했던 세 경기를 뜻했다.

[아주 소중한 승점들이었죠. 지금의 순위는 오솔 선수의 최근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자, 이어서 2위를 말씀드려야겠죠? 2위는 11승 4무 2패로 승점 37점을 쌓은 바이에른 뮌헨입니다. 이 2패는 오늘 경기를 치르는 두 팀에게 당한 것이죠.]

[뮌헨을 꺾은 두 팀의 만남이라…… 굉장히 상징적이네요.]

[3위는 베르더 브레멘입니다. 11승 3무 2패, 승점 36점, 44득점에 19실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44득점이라, 대단한데요?]

[베르더 브레멘은 함부르크와는 달리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경기는 리그 최소 실점 팀과 최다 득점 팀의 싸움이네요.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는 말이 아주 잘 어울리는 대전이 될 것 같습니다.]

삐이익!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 시작합니다!]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이반 클라스니치가 주고받은 공은 그대로 후방으로 흘렀다. 그들은 걷는 폼이나 표정이 굉장히 여유로웠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난 16경기 동안 K&K 돌격대가 합작한 골이 총 22골이나 되었다. 함부르크의 총득점이 31골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 콤비의 공격력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두 선수가 모든 경기에 출장했던 것도 아니었다. 만약 중간에 이반 클라스니치의 맹장 수술이 없었다면(한 달 결장), 그리고 클로제의 부상이 없었다면(세 경기 결장) 얼마나 더 많은 골을 터트렸을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중원으로 흘러가는 공. 양 팀 선수들 모두 치열하게 맞붙습니다!]

사실 이들의 무지막지한 득점력의 근원에는 탄탄한 미드필더진의 도움이 숨어 있었다.

지단에게 밀려 국가대표 경기를 뛰지 못하는 비운의 패스 마스터 요앙 미쿠, ‘금발의 발락’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팀 보로프스키,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수 전역(全域)에 기여하는 토르스텐 프링스, 그리고 탄탄한 수비를 선보이는 프랑크 바우만의 다이아몬드 진영은 솔직히 함부르크의 미드필더진보다 더 뛰어났다.

아니, 비단 함부르크뿐만이 아니라 분데스리가를 넘어 유럽 전체를 뒤져봐도 이 정도 수준의 미드필더진을 구축한 팀은 몇 없었다.

[공격권을 따내는 베르더 브레멘. 확실히 중원이 막강하네요.]

‘역시나…… 오늘도 쉽지 않네.’

오솔은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공에 한숨을 내쉬었다.

중원이 밀리고 있었다. 반 더 바르트는 바우만을 상대로 충분히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위험하다 싶으면 즉각적으로 커버하는 프링스 때문에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럼 프링스를 마크하던 선수도 재빨리 패스를 받으러 와야 하는데 오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다비드 야롤림이나 기 드멜은 상대에 비해 매번 한 타이밍씩 늦고 있었다.

‘같은 4-3-1-2를 쓰는 만큼 실력 차이가 더 두드러지게 되어 있지.’

반 더 바르트가 홀로 분투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 혼자 잘해봤자 전체적으로 밀리는 이상 방법이 없었다.

‘곧 있으면 높은 공이 날아오겠지?’

역시나 머지않아 후방에서부터 공이 길게 넘어왔다. 토마스 돌 감독의 전술이 얼마나 얄팍한 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일단은 공을 따내고 보자.’

오솔은 등을 짓누르는 팔을 느끼며 자세를 잡았다. 그대로 상대에게 몸을 기대며 버티려는 순간, 팔이 쑥 빠져나가며 수비수가 뒤로 물러났다.

‘큭! 이런 빌어먹을 놈 같으니!’

오솔은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으나 헤딩을 따내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마크맨인 나우두(Naldo)의 교묘한 수작에 당하고 만 것이다.

나우두는 198㎝로 키도 큰데다 브라질리언 특유의 유연한 동작과 스피드를 겸비한 탓에 생각보다 더 상대하기 힘들었다. 또 오솔이 드리블을 하려고 하면 그때마다 따라붙어서 긴 다리를 이용해서 공만 툭 걷어내곤 했다.

공중 볼과 몸싸움, 속도까지…… 나우두는 완전체에 가까운 수비수였다.

한편 오늘 같이 나온 바바레즈도 비슷한 덩치의 프랭크 파렌호스트를 만나 고전하고 있었다. 상황은 마크맨을 피해 밑으로 도망가도 마찬가지였다. 상대 팀 공격수인 클로제 또한 적극적으로 미드필드에 가담해서 수적인 균형을 맞췄던 것이다.

설상가상, 이렇게 되면 원톱인 오솔 혼자 나우두와 파렌호스트를 상대해야 했다. 당연히 공격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결국 함부르크 팬들은 오솔이 두 명의 수비수를 뚫어내고 골을 넣거나 반 더 바르트가 저 빽빽한 공간에서 빈틈을 발견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격 이전에 수비부터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공중 볼을 따내는 바우만! 클로제가 센터 서클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습니다. 미쿠에게 공을 넘겨주는 클로제!]

요앙 미쿠는 비록 대표팀에서는 지단에게 밀려서 벤치 신세를 지고 있었으나 베르더 브레멘에서의 위상은 대표팀에서의 지네딘 지단 못지않았다.

[라파엘 비키의 맨마킹! 그러나 소용없습니다. 가볍게 상대를 제친 미쿠! 달려갑니다! 호응하는 선수들! 베르더 브레멘의 전매특허인 샷건 공격입니다!]

미쿠가 공을 몰고 올라가자 전방의 K&K 돌격대가 수비수를 끌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으로는 2선의 프링스와 보로프스키가 달려들었고, 측면에는 윙백인 크리스티안 슐츠까지 빠르게 올라왔다.

순식간에 여섯 명의 선수가 함부르크의 진영으로 넘어왔다.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는 공격수들에 대응하느라 함부르크의 수비진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수비 틈이 벌어지고 곳곳에 공간이 만들어졌다.

[미쿠의 절묘한 스루패스! 보로프스키가 공을 받습니다. 중거리 슈웃! 간신히 쳐냅니다!]

골키퍼 스테판 왓쳐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뛰어난 반사 신경으로 공을 쳐냈다. 그러나 공은 기껏 쳐낸 보람도 없이 측면으로 빠져나갔던 클라스니치에게로 흘러갔고, 그가 침착하게 올린 크로스는 클로제의 머리를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철썩!

[꼬오오올! 미로슬라프 클로제! 리그 14호 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로 앞서 나갑니다!]

[이로서 오솔 선수와의 격차는 두 골로 벌어지는군요.]

[네. 게다가 K&K 돌격대가 합작한 골도 23골로 늘어났습니다.]

[이 두 선수가 웬만한 팀의 총득점수보다 더 많은 골을 넣었네요. 정말 위력적인 투톱입니다.]

경기장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홈팀 팬들은 혼백이 나간 사람처럼 가만히 앉아서 입만 벌렸다. 그만큼 방금 베르더 브레멘의 공격은 임팩트가 강했다.

함부르크 팬들의 눈동자에 불안이 깃들었다.

‘어떻게 하지?’

‘누군가 해결책을 좀 내줬으면 좋겠는데.’

‘누가 좀…….’

‘제발!’

관중의 시선이 토마스 돌 감독과 경기장에 우뚝 서 있는 선수들에게 향했다. 그들의 눈길은 잠시 오솔에게 머물렀다가 주장인 반 바이텐과 부주장 바바레즈를 훑었다. 그러고는 마침내 반 더 바르트에게 닿았다.

반 더 바르트는 이를 악물었다. 관중의, 감독과 스태프들의, 그리고 동료들의 기대 어린 눈빛이 느껴졌다.

‘내가 뭔가 보여줘야 해.’

팀 내 최고 연봉자로서, 그리고 에이스로서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는 반드시 활약해야 했다. 한참의 침묵 끝에 반 더 바르트가 입을 열었다.

“세르게이, 프링스가 붙기 전에 나한테 패스 루트를 만들어줘요. 한번 2 대 1 패스를 시도해 봅시다.”

“알았어.”

“그리고 오솔, 앞에 두 놈을 확실히 끌고 가줘. 만약 한 놈이라도 따라온다면 바로 패스를 찔러줄 테니까 준비하고.”

“나우두와 붙어야 한다면 가까운 쪽으로 패스를 줘요. 안쪽으로 잘라먹고 들어갈게요. 만약 파렌호스트가 남아 있게 되면.”

“뒤 공간을 노리겠다는 거지?”

“척하면 척이네요.”

“나우두를 뚫기 힘들겠다 싶으면 1초만 버텨줘. 내가 공을 받으러 갈 테니까.”

“좋네요. 저도 돌파하려는 것만 아니면 뺏기지 않으니까, 걱정 말고 중거리 슛이든 침투든 원하는 대로 움직여요.”

반 더 바르트는 한결 가벼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스로서 느끼는 중압감. 그 무거운 책임감을 믿음직한 동료들이 덜어주고 있었다.

삐익-!

그렇게 해서 다시 재개된 경기. 함부르크의 전사들은 보다 과격한 몸싸움을 선보이며 어떻게든 주도권을 가져가려 했다. 그러나 베르더 브레멘의 선수들 역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다. 자연히 파울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삐이익-!

[이번에는 베르더 브레멘의 프리킥 찬스입니다. 미쿠 선수가 준비하고 있죠?]

[워낙에 슈팅 정확도가 뛰어난 선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감아서 차는 게 일품이죠. 물론 팀 내에 장신 선수들이 워낙에 많기 때문에 올려주는 편이 더 좋겠지만요.]

함부르크도 장신 선수들이 많이 있는 편이었으나 베르더 브레멘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베르더 브레멘에는 190이 넘는 선수만 세 명, 180 후반대의 선수도 셋이나 있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위협적인 선수는 단연 198㎝의 나우두였다.

[나우두의 헤더!]

[아! 살짝 넘어갑니다!]

[방금은 반 바이텐 선수가 적절히 붙어줘서 살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속절없이 먹히고 말았을 겁니다.]

천만다행이었다. 방금 골을 먹혔다면 따라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좋아! 아직 1 대 0이야. 하나 만들어보자고!”

반 더 바르트는 한 골 차이라는 걸 강조하며 공을 몰고 나갔다. 그는 상대 선수들이 과도하게 집중된 중앙을 버리고 측면으로 향했다.

‘중앙은 세르게이가 자리하고 있으니까 비워도 괜찮아.’

이제 4-3-2-1 형태였기 때문에 그가 중앙을 떠나도 문제없었다.

‘좋았어. 공간이 있다!’

반 더 바르트가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상대도 4-3-1-2 진영인 이상 측면 수비는 풀백 혼자 담당하고 있었다. 만약 미드필더가 커버를 온다고 해도 둘이 전부였다.

‘그 정도라면 해볼 만하지.’

패스가 뛰어난 미쿠, 많이 뛰는 프링스, 힘이 좋은 보로프스키, 수비가 탄탄한 바우만.

베르더 브레멘의 황금 허리 라인은 그도 인정했다. 이들은 빈틈없이 단단하고 균형이 맞았으며 세련된 움직임을 선보일 줄 알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반 더 바르트 그 자신만큼 화려하진 않았다.

‘마구 휘저어주마!’

반 더 바르트가 자신의 재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

오솔은 측면에서 벌어지는 돌파에 발맞춰 상대 팀 박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나 속으로는 반 더 바르트의 움직임에 감탄을 거듭하고 있었다.

마음먹고 활개 치는 반 더 바르트는 누구도 쉽사리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앞을 막아서는 측면 수비수 오보모옐라를 맥기디 스핀으로 한순간에 제쳐내더니, 급히 달라붙는 바우만을 상대로는 돌파를 하는 척하다가 갑자기 라보나 킥으로 패스를 시도했다.

당연히 수비수 중 어느 누구도 반응할 수 없었다. 아니, 반응한다 하더라도 이 선수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오솔!]

오솔은 빠르게 굴러오는 공을 향해 마중 나갔다. 낮고 빠른 크로스, 게다가 예상하기도 힘든 공. 잘못하면 퍼스트 터치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마 예전이었다면 이렇게 빠른 공은 바로 처리하지 못했겠지.’

오솔은 확신을 갖고 발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강한 힘을 품고 회전하던 공이 그의 발 앞에서 뚝 하고 멈춰 섰다.

‘역시 볼터치에 올인하길 잘했어.’

지난번에 오솔이 투자한 능력은 바로 이것, 볼터치였다.

-볼터치 70

이 정도면 제법 준수하다고 할 수 있었다.

‘퍼스트 터치만 잘해도 수비수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이지…….’

오솔은 제자리에 멈춰 선 공을 골망을 향해 가볍게 밀어 넣었다. 그렇지 않아도 예상하기 힘든 패스였는데 지금처럼 한 타이밍 빨리 받아서 처리하자 골키퍼로서는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었다.

출렁~

[골! 동점 골이 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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