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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59화 (59/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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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59화

“좋아!”

“잘하는데?”

오솔에게서 연달아 좋은 플레이가 나왔다.

덕분에 지켜보는 동료들의 눈에도 호의가 깃들었다. 단순히 청소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이룬 어린 선수라고 여기던 마음에서 한발 더 나아간 듯했다. 호의적인 시선에는 함부르크의 새로운 플레이메이커, 반 더 바르트의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제법 센스가 좋은데? 시야도 넓고 움직임도 괜찮아.’

오솔은 비록 몸싸움에서 반 바이텐에게 밀렸으나 전술적인 움직임만은 그를 압도하고 있었다.

만 십팔 세의 소년이 스물일곱 살의 수비수를 가볍게 따돌리는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었다.

물론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오솔의 전술적인 움직임은 나이에 맞지 않게 뛰어났으나 공을 다루는 테크닉이나 스피드는 객관적으로 봐도 부족한 수준이었다.

아마 반 바이텐보다 더 빠르고 기술이 좋은 수비수가 그를 막았다면 지금처럼 위력적인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쉽네. 속도야 키 때문에 느리다고 해도, 트래핑만 조금 더 정확했다면 정말 위협적인 선수가 될 수 있을 텐데…….’

살짝 아쉬운 측면이 있었으나 그러한 점을 감안해도 이 정도면 좋은 선수라고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오솔은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선수였다.

‘그럼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한번 확인해 볼까?’

그때부터 반 더 바르트의 패스가 다채로워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오솔이 오른발로 컨트롤하기 좋은 공만 보냈다면 이제는 조금 짧거나 멀게, 혹은 왼발로 향하는 패스를 보내왔다.

나중에는 높낮이에도 변화를 줘서 정강이, 무릎, 그리고 허벅지와 가슴으로 향하는 공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확인했다.

오솔은 10년간의 경험과 타고난 센스로 공을 받아냈으나, 부족한 볼터치 능력으로 인해 그리 좋은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게다가 공을 원터치로 해결하려 했기에 더 힘들었다. 논스톱 패스는 볼터치 능력과 패스 능력이 고루 높아야 하는데, 오솔의 경우는 두 개 모두 뛰어나지 않았다.

‘자, 이제 머리도 확인해 볼까? 큰 키가 장식이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헤딩은 잘하겠지?’

반 더 바르트는 발끝으로 공을 살짝 찍어 찼다. 공이 붕 떠올라 수비형 미드필더의 머리 위를 살짝 스쳐 지나갔다. 점프해도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절묘한 높이였다. 오솔은 그 공을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마지막은 헤딩이군.’

15분 동안 진행되는 훈련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패스가 다 나왔다. 다채롭게 쏟아진 패스는 그의 능력치를 하나하나 까발렸다.

덕분에 오솔은 반 더 바르트에 의해 온몸이 해부되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으나 상대와 자신의 격차를 여과 없이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네가 에이스라 이거지?’

비록 오솔이 나이대에 맞지 않는 멋진 모습을 보였으나, 그는 어디까지나 병졸에 불과했다. 함부르크의 사령관 자리는 엄연히 반 더 바르트의 몫이었다.

그렇기에 반 더 바르트의 이러한 ‘확인 작업’은 단순히 팀워크를 다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플레이메이커로서 쓸 만한 체스 말을 고르는 선별 과정. 바로 그것이었다.

‘좋아. 지금은 네 지시대로 따라주지. 아직은 부족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관계가 되진 않을 거야.’

새롭게 축구를 시작하면서 오솔은 메시와 호날두를 능가하는 선수가 되고자 마음먹었다.

그는 시스템의 비호를 받고 있었기에 그들과 동등한 수준의 노력만 기울이면 얼마든지 따라잡고, 또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뛰면 뛸수록 느끼게 된다. 단순히 능력치를 올리고, 좋은 클럽에서 훌륭한 감독 및 동료들과 뛰는 걸로는 그들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메시와 호날두는 그런 안이(安易)한 각오로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결국에는 내가 전술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날 중심으로 하는 팀이 완성되어야 해.’

메시는 바르셀로나라고 하는 빅 클럽의 중심이 되는 선수였고, 호날두 역시 레알 마드리드에서 핵심 선수로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경기장에서 뛰는 모든 선수가 그들을 위해 뛰는 것은 아니었으나, 두 사람의 역량에 따라 경기가 좌우될 정도로 두 선수 다 전술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함부르크 SV도 마찬가지였다.

토마스 돌 감독은 4-3-1-2라는,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전술로 반 더 바르트의 활약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현재의 함부르크는 명백히 반 더 바르트의 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이번 시즌 목표는 주전을 확보하고, 그래서 레벨을 최대한 많이 올리는 걸로 하자.’

전술의 핵심으로 발돋움하는 건 그 후의 일이었다.

‘함부르크에서조차 핵심 선수가 될 수 없다면 빅 클럽의 핵심이 되는 건 아예 불가능하겠지.’

언제 이곳을 떠날지 모르겠으나, 오솔은 그 전까지 함부르크를 그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 * *

툭!

오솔의 머리에 닿은 공은 절묘한 각도로 꺾여서 바바레즈의 앞에 뚝 떨어졌다. 바바레즈는 볼 것도 없이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너무도 쉽게 골망을 흔들었다.

“나이스 패스! 방금 좋았어!”

“헤딩 패스가 아주 일품인데? 제법이야, 꼬마.”

다른 선수가 꼬마라고 했으면 어처구니가 없었을 텐데, 상대가 바바레즈라 그런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의 반쯤 벗어진 머리를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졌다. 다행히도 바바레즈는 오솔의 인사를 단순히 동양인의 특이한 인사 예절로만 인식했다.

“특이한 인사법이네? 혹시 그렇게 인사하는 버릇이 있어서 헤딩도 잘하는 건가?”

이따위 시답잖은 추측이 오갈 만큼 오솔의 헤딩은 정확했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발로 하는 패스보다 더 뛰어날 정도였다. 수석 코치 랄프 줌딕은 토마스 돌 감독에게 물었다.

“저 헤딩 능력을 보고 계약을 하신 거군요?”

“그 외에도 여러 능력과 발전 가능성까지 보고 영입한 거지만……. 맞아, 가장 큰 이유는 저 가공할 제공 장악력이었지.”

토마스 돌 감독이 사용하는 4-3-1-2 전술은 강점과 약점이 뚜렷했다.

강점은 중앙 밀집형 전술이라 중앙에서 볼 점유율이 높고 짧고 빠른 패스를 주고받기 쉽다는 것이고, 측면을 수비하는 선수가 한 명뿐이라 상대의 측면 공격이 강할 경우 그만큼 위기에 빠지기 쉽다는 약점도 있었다.

그래서 돌 감독은 양 측면 수비수의 오버래핑을 최대한 자제시키는 편이었다. 설혹 측면 수비수들이 공격에 참가한다 하더라도 센터 라인을 살짝 넘어가 얼리 크로스를 올리는 수준에서 그쳤다.

얼리 크로스는 측면보다는 후방에서 올라오는 공에 가까웠다. 이러다 보니 헤딩골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헤딩 능력이 쓸모없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역습 상황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 중 하나였다.

“좋군요. 공중 볼을 확실히 따낼 수 있다면 후방 빌드업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까 공격이 한결 편해지겠어요.”

“그래. 우리의 전술은 그 특성상 수비 라인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으니까, 결국 역습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공을 후방에서부터 길게 넘기는 형태가 될 거야.”

4-3-1-2에서는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할 수 없었다. 상대가 측면으로 공을 돌려서 빌드업을 할 경우 막아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라인을 뒤로 물리는 형태를 유지하곤 했다. 이렇게 되면 상대의 수비 라인은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오고 함부르크는 그 뒤 공간을 노릴 수 있게 된다.

이때 공격수는 후방에서 길게 올라온 공을 받아서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전해주거나 아니면 다른 공격수에게 연결해서 빠른 역습을 시도해야 했다.

“효과적인 역습을 위해서는 헤더를 따줄 선수와 공을 빠르게 운반해줄 선수, 그리고 깔끔하게 마무리해 줄 선수가 필요한데, 지난 시즌에는 이러한 균형이 깨지는 바람에 역습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어.”

지난 시즌에는 바바레즈가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뛰었었다. 하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린 데다 체력도 떨어지는 바람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세르게이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도 좋은 영입이고, 또 두 사람을 동시에 기용해서 파괴력을 두 배로 올리는 것도 가능하겠지.”

두 명의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세우는 투 타워(Two Tower) 전술은 잘만 사용한다면 비장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었다.

“물론 매 경기 꺼낼 수 있는 전략은 아니야. 그러나 한두 경기 정도는 기습적으로 꺼냈을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야.”

“그럼 오솔과 세르게이의 투톱도 훈련 패턴에 넣겠습니다.”

“음. 그렇게 해주게.”

함부르크의 시즌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 * *

“수고했다.”

연습이 끝나자 내내 부딪쳐 왔던 반 바이텐이 먼저 와서 엉덩이를 톡 쳐줬다. 이어서 날카로운 패스로 매 순간 능력의 한계를 확인시켜 줬던 반 더 바르트도 오솔의 등을 감쌌다.

“한국에서 왔다고? 박해진이랑 같은 나라 맞지?”

반 더 바르트는 직전까지 아약스에서 뛰다 왔기 때문에 박해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지난번 월드컵에서 4강까지 오른 것도 그렇고, 한국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나 봐?”

처음에는 비꼬는 건가 싶었는데, 호의로 가득한 눈빛을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 반 더 바르트는 앞으로도 호흡을 잘 맞춰보자며 어깨를 두드리고 떠났다.

그들 외에도 다른 동료들 역시 주위에 몰려와서 한마디씩 던지는데 표정들이 좋았다. 오솔의 플레이가 나름대로 합격점을 받은 모양이었다.

“자! 이제 마무리에 들어가자. 다들 천천히 몸을 풀어줘!”

수석 코치 랄프 줌딕의 외침에 선수들이 자유롭게 흩어져 걷거나 뛰면서 훈련을 마무리했다.

-프로 팀에서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수준 높은 동료들과 경합한 덕분에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네?”

프로 팀에서 치른 첫 번째 훈련. 확실히 고등학교 팀이나 청소년 대표팀에서의 훈련보다 많은 경험치를 줬다. 상대가 정상급 수비수인 반 바이텐이라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후후.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오솔은 욱신거리는 어깨를 풀어주며 상태창을 띄웠다.

-오솔(오른발잡이, 왼발 숙련도 32%)

-신체 : 균형 감각 70/ 힘 85(+5)/ 반응 속도 66/ 순간 속도 63/ 주력 76(23.8%↓)/ 점프력 67(+5)/ 지구력 90(16%↓)/ 강인함 91(+5)

-기술 : 개인기 50/ 드리블 50/ 볼터치 54/ 슈팅 55/ 패스 54(4.6%↓)/ 헤딩 75(+5)/ 스로인 15/ 태클 36/ 일대일 마크 36

‘능력치가 조금씩 올랐네. 페널티도 줄었고. 좋았어. 착착 성장하고 있구나.’

오솔은 새로 얻은 포인트를 들고 가만히 숙고에 들어갔다.

‘음. 이거 고민되네. 팀에서 원하는 플레이를 위해서는 패스를 올려야 하지만, 개인의 커리어를 위해서는 보다 공격에 도움이 되는 쪽에 투자할 필요가 있는데…….’

선발 출장을 위해서는 패스 쪽에 투자하는 편이 나아 보였으나, 그렇다고 골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공격수는 결국 골이었다. 아무리 멋진 움직임을 보여주고 팀에 기여한다 해도 골을 넣지 못하는 공격수는 반쪽짜리였다.

일례로 지난 시즌 33경기를 뛰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타카하라도 골을 많이 넣지 못했다는 이유로 팀에서 세 번째 스트라이커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래. 연계는 두 번째야. 역시 공격수라면 골을 넣을 줄 알아야 해.’

오솔의 선택은 골을 노리는 것이었다.

‘힘은 이 정도면 충분해. 반 바이텐을 상대로 버텨냈으니 다른 수비수들은 거뜬히 상대할 수 있을 거야. 헤딩도 당장은 급한 게 아니고……. 맞아. 지금 필요한 건 이거야.’

-주력이 79로 상승합니다. 페널티가 21.7%로 감소합니다.

‘공격수는 결국 수비 뒤 공간을 노릴 줄 알아야 해. 특히나 지금처럼 스루패스를 받기 쉬운 포지션에서는 더욱더.’

앞서 있었던 훈련에서 오솔은 단 한 차례도 침투 패스를 잡아내질 못했다. 반 더 바르트의 패스가 나빴던 건 아니다. 그의 패스는 끝날 때까지 날카로움을 계속 유지했었다.

역시나 문제는 오솔의 느린 발에 있었다. 페널티가 잔뜩 달려 있는 주력도 문제였지만, 그는 최고 속도까지 도달하는 가속 능력 역시 부족했다. 상대 뒤 공간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주력과 순간 속도를 번갈아가며 올릴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공미 중심의 전술이라고 해도, 공격수인 이상 두 자릿수 득점은 올려야지.”

프리 시즌 기간에 레벨이 얼마나 오를지는 모르겠으나 오솔은 단순히 멀뚱히 서 있는 역할에만 국한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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