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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044화 (4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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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044화

타앗!

[아! 골키퍼, 위로 쳐냅니다! 기습적인 슈팅은 좋았지만, 아쉽게도 골키퍼 정면이었습니다.]

오솔의 슈팅 능력은 고작 52이었다. 이 정도 거리에서는 골문 안쪽으로 공을 차 넣는 게 한계였다.

[그래도 아주 좋은 슛이었습니다.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 덕분에 경기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느린 그림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골키퍼가 슛이 올 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큼 강슛이었습니다. 자, 아직 공격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코너킥을 차러 가는 우주원.]

[아르헨티나의 중앙 수비수들의 키가 크긴 하지만, 장신 선수는 우리 쪽이 더 많습니다.]

[게다가 골키퍼 우스타리 선수도 184㎝로 키가 그리 큰 편이 아니에요.]

오솔과 두 명의 중앙 수비수는 골대 깊숙이 들어와 경합하는 중이었고, 여민국은 언제라도 뛰어 들어가 러닝 헤딩슛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확실히 세트피스에 들어가면 한국이 유리했다.

[우주원 선수, 찼습니다!]

공은 오솔이 있는 중앙으로 향하지도, 가까운 거리에서 뛰어 들어가려던 여민국에게 가지도 않았다.

공은 조금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갔다.

거의 반대편 페널티 아크 외곽까지 간 공에 반응한 것은 흘러나오는 공을 잡기 위해 서있던 고영주였다.

[고영주! 노마크 찬스예요!]

[때려야죠!]

아마 고영주는 2002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나온 지단의 발리슛을 생각하고 찼을 것이다. 하지만 고영주는 지단이 아니었고, 공도 그때보다 더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투웅!

결국 그의 슈팅은 형편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공은 고영주의 발을 맞은 직후, 바로 앞의 땅을 찍고 튀어 올랐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수비수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맨땅에 헤딩한 공은 높이 튀어 올라 골대로 향했다.

타다닥!

모두가 멍청히 있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이가 하나 있었다.

오솔이었다.

그는 골대 앞에 있다가 순식간에 달려 나와, 공을 노리고 높이 뛰어올랐다.

근처에 있던 페르난도 가고가 뒤늦게 경합에 참여했으나, 별다른 방해도 하지 못하고 형편없이 나가떨어졌다.

가고의 잘생긴 얼굴이 잔뜩 찌그러졌다. 익숙한 반응이었다. 오솔의 몸에 처음 부딪힌 사람들은 모두가 저런 표정이 되곤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솔은 눈앞의 공만 바라봤다.

‘반드시 넣는다!’

오솔은 타이밍에 맞춰 머리를 뒤로 젖혔다.

파아앙!

백 헤딩이 제대로 들어갔다. 각도도, 힘도, 모든 게 완벽했다. 그러나 모두가 잊고 있던 페널티가 이 타이밍에 불쑥 고개를 들었다.

-‘모난 머리가 공 맞는다.’가 발동됩니다. 헤딩의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고작 6.8%의 발동 확률에 걸린 것이다.

그 결과, 공은 원래 노렸던 곳보다 더 외곽으로 향했다. 원래 바깥쪽 골대를 노리긴 했지만, 지금은 각이 더 커져서 거의 골대를 맞출 기세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절묘한 각도로 들어간 덕분에 골키퍼의 다이빙에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공은 골키퍼 장갑을 살짝 피해 골대로 날아갔다.

이제는 골대에 맞고 난 뒤, 어디로 튀느냐가 관건이었다.

텅!

골대를 맑게 울린 공은 골대 안쪽에 그려진 흰 선을 따라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러곤 골키퍼, 우스타리의 뒤통수에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이었다.

[고오오올! 오솔 선수 골이에요!]

[대한민국이 시작과 동시에 선취골을 넣으며 앞서 갑니다!]

오솔과 선수들은 골을 넣고 관중석을 향해 달려갔다. 관중석 한 칸을 가득 채운 붉은 악마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는 의도였다.

선수들이 다가오자 응원단의 환호가 더 커졌다. 붉은 티셔츠와 옛날 국대 유니폼을 차려입은 관중들이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양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응원단에게 화답하는 선수들의 얼굴이 무척 밝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터진 골 덕분에 긴장이 많이 풀린 듯했다.

시작과 동시에 나온 오솔의 기습적인 슈팅과 선취골 덕분에 심리적인 부담감이 많이 줄어든 덕분이었다.

-난이도 있는 헤딩슛으로 골을 넣었습니다.

-페널티가 1% 감소하고, 헤딩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헤딩 65(5.2%↓)

어려운 헤딩을 골로 마무리한 덕분에 추가 능력치 상승이 있었다.

‘휴……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었구나. 하지만 설마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6% 남짓한 확률이 발동될 줄이야. 이거 안 되겠다. 대회만 끝나면 페널티를 없애는 쪽으로 포인트를 먼저 투자해야겠어.’

삑!

경기가 재개되고, 기세가 오른 한국의 공격이 계속됐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옵니다. 오솔 선수 또다시 헤딩을 따냅니다.]

[오솔 선수, 지금 거의 모든 헤딩 경합에서 이기고 있어요. 키는 상대가 더 크지만, 자리를 잡고 버티는 기술이 좋기 때문에 헤딩 성공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오솔의 헤딩으로 시작된 역습은 고영주의 돌파가 막히면서 끝이 났다.

‘저 형은 아직도 저러네.’

고영주의 고질적인 약점이 다시 드러났다. 평상시에는 잘 하다가도 큰 경기에만 나서면 긴장감 때문에 몸이 굳는 것 말이다.

오솔의 선취골 덕분에 대다수의 선수들이 긴장이 풀렸으나, 그 직전에 발리슛에 실패했던 탓인지 고영주만큼은 아직도 저렇게 얼이 빠져있었다.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일인 게, 고영주 같은 드리블러가 몸이 굳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긴장을 하면 몸이 굼떠지고 발끝 감각도 둔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팀 벤치의 반응이 빨랐다.

“영주야! 일단은 방어에 집중해! 메시를 막는 것만 생각해라!”

어차피 좌측은 메시를 막는데 집중해야 했다. 그래서 최주혁 감독은 전반전에는 공격을 우측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국은 오른쪽 수비수와 중앙 미드필더 그리고 오른쪽 날개인 우주원이 삼각형을 그리며 전진했다.

상대적으로 중앙에 집중한 아르헨티나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돌파를 막기 힘들었다.

파앙!

이번에 크로스를 올린 건 오버래핑을 올라온 측면 수비수였다. 비록 우주원만큼 정교한 크로스는 아니었으나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타다닥!

오솔은 낙하지점을 찾아 몸을 날렸다. 이 공을 자신이 놓치면 그대로 역습으로 연결된다. 어떻게든 슛으로 마무리할 필요가 있었다.

뒤에서 중앙 수비수가 달라붙었으나 어렵지 않게 뿌리칠 수 있었다. 그러자 정면에서 또 다른 수비수가 마주 뛰어올라 헤딩을 방해했다.

비슷한 덩치의 수비수 두 사람이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통에 몸의 중심이 끊임없이 흔들렸다. ‘균형 감각이 조금 더 좋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팡!

그럼에도 오솔은 어찌어찌해서 헤딩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공은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가 그의 품에 쏙 안겼다.

좋은 흐름이었으나 다소 허무하게 막히고 말았다.

“잘했어! 나이스 헤딩!”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으나 한국의 분위기는 좋았다. 상대가 몇 명이든 ‘오솔이라면 어떻게든 공중볼을 따줄 거야.’라는 믿음이 있었다.

[오솔 선수 진짜 진국입니다. 이번에도 헤딩을 따냅니다.]

[이번 대회에서 공중볼만 총 68번 경합해서 그중 52번을 승리했습니다. 헤딩 성공률이 76%가 넘어요.]

[이 정도면 정말 믿고 공을 올릴만하겠네요.]

[어? 그런데 오솔 선수, 지금 머리에 손을 대고 있죠?]

[방금 경합을 하면서 부딪친 걸까요?]

[별 일 아니었으면 좋겠는데요. 지금 오솔 선수가 부상당하면 큰일입니다.]

사람들은 그저 경합하면서 충돌이 있었다고만 생각했다. 어느 누구도 오솔이 만지고 있는 부위가 오른쪽 귀라는 걸 몰랐고, 당연히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다.

오솔은 심각한 얼굴을 하다가 말고, 벤치를 향해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자신은 괜찮다는 의사표시였다. 그럼에도 걱정이 되었는지 우주원이 다가와 물었다.

“진짜 괜찮아?”

“아, 좀 확인할 게 있어서…… 괜찮아요.”

오솔은 우주원을 돌려보내고 다시 오른쪽 귀를 덮었다. 이내 상태창이 다시 떠올랐다. 다행히 방금 전까지 오솔을 당황하게 했던 알림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업적 달성!]

-업적, [머리를 써라!]를 달성하셨습니다.

-시합 중, 헤딩 경합에서 1천 회 이상 승리하였습니다.

(하드 모드에서 업적을 달성하면 일정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축하합니다. 이제 당신은 머리를 쓰는 법을 깨우쳤습니다.

-점프력과 헤딩이 각각 5씩 상승합니다.

-[New Skills!], 새로운 스킬이 생성됩니다.

“진짜였잖아? 업적이라니…… 2회 차 특전인가? 그런데 스킬은 뭐지?”

-지속 스킬, ‘몸이 좋으면 머리가 편하다.’가 생성되었습니다. 이제부터 헤딩에 +5의 가중치가 붙습니다.

-지속 스킬, ‘이 정도면 거의 날았다.’가 생성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점프력에 +5의 가중치가 붙습니다.

순식간에 점프력은 65(+5)가 되었고, 헤딩은 70(+5)이 됐다.

오솔은 3개의 포인트를 헤딩에 투자했다. 헤딩이 73(+5)으로 올랐고, 페널티는 0.2%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 페널티는 시합 중에 가볍게 몇 번만 경합하면 저절로 없어질 수준이었다. 더는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나머지 3개는 어디에 투자하지? 그렇지 힘이 82구나 나머지는 여기에 투자하자.’

힘이 85(+5)까지 올랐다. 이제 힘은 정말 특출 난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오솔에게 이길 자가 없었다.

‘그런데 시합 중에 1천 회 달성이면, 패스나 슛 같은 건 벌써 넘었을 텐데 그건 왜 업적이 안 생겼을까?’

오솔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됐어. 열심히 뛰다 보면 알아서 생기겠지.’

그의 생각처럼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문제도 아니었다. 괜히 골머리를 싸느니 당장 눈앞의 경기에 집중하는 편이 나았다.

‘이쯤 되니까 진짜로 우승 트로피가 탐나긴 하네. 우승하면 경험치 진짜 많이 주는데…….’

이미 득점왕 수상은 확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여기에서 우승까지 한다면 대회 MVP까지 탈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많은 경험치가 쏟아질지 상상도 안 갔다.

‘어쩌면 레벨이 두세 단계 정도가 한 번에 오를지도 몰라.’

그렇게 오솔은 야무진 꿈을 꾸고 있는 사이 아르헨티나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공격의 물꼬를 트기 시작한 것은 언제처럼 리오넬 메시였다.

오솔은 최전방 공격수였기 때문에 모든 장면을 뒤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쪽 커버해! 안쪽으로 돌파하지 못하게 막아!”

여민국의 고함 속에서 흰 바탕에 푸른 줄무늬 유니폼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등번호 18번의 메시는 정말이지 욕이 나올 정도로 잘했다.

그는 너무도 쉽게 수비수 옆을 지나갔고, 수비수들은 뒤늦게 메시를 쫓아가려다 몸이 경직되어 주춤거리곤 했다.

메시는 상대의 움직임이 어디로 향하는지 본능적으로 느끼는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비수들이 저렇게 쉽게 돌파될 리 없었다.

그는 측면을 따라 달리며 고영주와 중앙 미드필더를 가볍게 제쳤고, 측면 수비수를 앞에 두고는 안쪽으로 꺾어 들어갔다.

뒤에서 측면 수비수가 따라붙었고, 중앙 수비수와 여민국은 그의 좌우를 막아섰다.

그러나 메시의 기다란 머리칼이 한차례 찰랑거렸다 싶은 순간, 그는 어느새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을 내달리고 있었다.

붉은 악마들은 그 장면을 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고작 한 뼘밖에 안 되는 공간을 여유롭게 돌파해내는 메시의 모습은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메시는 그대로 골키퍼까지 가볍게 제치고 골을 집어넣었다.

와아아아!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세리머니를 위해 달려갔으나, 한국 선수들은 운동장에 못 박힌 채 옴짝달싹 못했다. 그들의 시선은 여전히 축구공에 꽂혀 떠날 줄을 몰랐다.

단체로 마법에 걸린 기분이었다.

“이, 이게…….”

그래, 이게 메시였다.

이게 세계 최고의 재능, 축구의 신이 사랑한 남자의 클래스였다.

“저런 사기캐를 봤나…….”

오솔은 허탈한 듯 웃어 보였다. 그 역시 시스템 덕분에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으나, 메시는 보면 볼수록 존재 자체가 사기였다.

오솔은 팀원들을 돌아봤다.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았다.

영상으로 본 것과 실제로 체험하는 건 천지차이였다. 미리 각오를 했었으나 메시의 실력은 그들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저 여민국조차 넘어진 자세 그대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다른 이들은 오죽할까.

하지만 오솔만큼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다.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고개 들어요! 형님도 빨리 일어나세요. 설마 지금 침대 축구 하려는 건 아니죠?”

“후우. 그래. 일어나야지.”

“다들 감독님 말씀 기억 안나요? 그때 몇 골을 먹든 물러서지 않기로 했잖아요. 전광판을 봐요. 이제 겨우 일대일이에요. 아직까지는 대등하다고요. 그리고 솔직히…… 메시를 제외하면 할 만하잖아요, 저 놈들.”

실점보다 더 위험한 게 실점 직후에 의지가 무너지는 것이었다. 경기가 재개되기 전에는 정신을 차려야 했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순식간에 두 골, 세 골 차로 벌어지고 만다.

“솔이 말이 맞아. 모두 힘내자. 이 정도 상황은 충분히 예상했었잖아. 다들 기합 단단히 넣어! 우리의 목표는 상대를 지치게 하는 거야. 우리가 먼저 쳐지면 어떻게 하겠어. 남은 시간 동안 질질 끌려 다니며 농락당할래?”

주장인 여민국까지 독려에 가담하자 선수들의 얼굴에 다시금 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정신줄을 놓아버리면 더 큰 점수 차이로 질 게 뻔했다.

이후에 두고두고 놀림감이 되느니 당장 끔찍한 꼴이 되는 걸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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