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도의 신-117화 (117/150)

117화: 승룡기 결승전

<13연승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선봉으로 나왔으면 25연승 가능했을 듯ㅋㅋ>

<이성현 VS 백성호 경기 영상(소름 주의)>

<고등학생 경기라고, 이게? ㄷㄷ>

안 그래도 승룡기 검도 대회가 시작된 이래 한순간도 잠잠한 적 없던 검도라이프다.

매 시합의 결과를 일희일비하며 지켜보고 있던 그들은 당연히 성현이 이루어낸 13연승에도 빠르게 반응했다.

실로 압도적이기까지 한 연승 기록에 환호하고 열광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성현의 13연승은 팀을 홀로 승리로 이끄는, 소위 말하는 ‘하드캐리’에 가까운 위업이었을뿐더러, 그 절반은 한일전에서 만들어낸 승리였기 때문이다.

검도라이프의 이용자들이 기뻐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었다.

<선봉으로 나왔으면 25연승 가능했을 듯ㅋㅋ>

글쓴이 : 검도천재김재민(Lv.7)

솔까말 주장 순서로 나와서 13연승이었지ㅋㅋ

선봉으로 나왔으면 걍 시작부터 다 박살 내고 25연승 박았음 ㄹㅇㅋㅋ

ㅇㅈ? ㅇ ㅇㅈ~

반박 시 검알못 ㅅㄱ

-잼민아··· 아니, 재민아···.

-컨셉이야? 아니면 진짜 잼민이야?

ㄴ설마요ㅋㅋ 백퍼 컨셉임

ㄴ혹시 모름. 요새 인기 많아져서 유입된 잼민이일 수도 있음

-25연승까지는 오바지만 지금보다 5연승은 더했을 거 같긴 해요

ㄴ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ㄴ글쓴이 : 응 아냐~ 무조건 25연승 쌉가능임~ ㅅㄱ~

ㄴ이성현 광팬 잼민이네ㅋㅋ

-이성현이 잘하긴 하나 보네; 이런 팬도 붙고

-한창 백성호가 날릴 때도 이런 애들 있었는데

오죽했으면 이런 글까지 등장했을 정도!

과도한 팬심으로 어그러진 글이었지만, 의외로 내용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이는 없었다.

25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 다섯 번은 더 많이 이겼을 것이라는 댓글이 달리고, 그에 호응하는 이들이 꽤 있기까지 했다.

승룡기 검도 대회 내내 성현이 보여준 면모가 그만큼 압도적이었던 까닭이다.

대개 연승 기록이 끊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연이은 시합으로 인한 피로인데, 그조차도 성현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일 지경이었으니···.

물론 그들의 의견처럼 성현이 선봉으로 나갔다고 해서 더 많이 이겼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중요한 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였다.

그건 ‘고교 최강’이라는 성현의 이미지가 더욱 견고하게 굳어졌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리고 거기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끼친 게 바로 경중고와의 4강 경기였다.

체력이 한계에 이른 팀원들이 하나둘 무너져내리고, 다시금 팀의 운명이 온전히 자신에게 맡겨졌을 때, 성현이 다시금 압도적인 실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백지호는 물론이요, 라이벌 관계인 ‘천재’ 백성호조차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연달아 쓰러뜨리는 괴력을 발휘한 것이다.

저 무시무시한 경중고를 상대로 무려 4연승을 거두었으니 더 말해 무얼 하랴!

하지만 그렇다 해서 백성호가 무력하게 승리를 내어준 건 절대로 아니었다.

만났다 하면 명경기를 만들어낸 두 사람답게, 이번에도 승룡기 검도 대회를 통틀어─아직 치러지지 않은 결승을 제외하고─ 가장 화려하고 멋진 경기를 선보였기에.

<고등학생 경기라고, 이게? ㄷㄷ>

글쓴이 : 카레살고카레죽는다(Lv.36)

진짜 이성현 대 백성호는 매판 역대급 경기네요

전에도 장난 아니어서 이번에도 기대했는데, 와-

이번 경기 안 본 사람은 인생 절반 손해 본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얘네는 진짜 탈고교급 괴물들이에요

과장 좀 섞어서, 경기 영상만 보여주면 세계 선수권 대회 결승전이라고 해도 믿을 듯합니다ㅋㅋ

-아무리 그래도 결승까지는 아닌 듯요

ㄴ글쓴이 : 그럼 한 4강 정도?

ㄴ4강이라면 인정합니다 ㅇㅇ

ㄴ어쨌든 고등학생 수준은 절대 아님ㅋㅋㅋㅋ

-두 번째 판 보셨어요? 손목-머리 받고-허리 연계 진짜 장난 아니던데

ㄴ글쓴이 : 그거 보고 지렸습니다

ㄴ칼 휘두르는 속도 엄청 빠르더라구요

ㄴ대치에서 결판까지 1.67초 걸렸다고 함ㄷㄷ

-탈고교급이라는 말이 진짜 와닿음. 얘네 같은 고등학생이 어딨음ㅋㅋ

성현과 백성호의 시합을 본 이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장담하건대, 저 두 사람은 한국 고교 검도에서 나올 수준의 인재가 아니라고.

그들의 시합을 보고 있으면 탈한국 고교 검도─ 나아가서 탈한국 검도 수준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

이전에 두 사람이 맞서 싸웠을 때도 그랬지만, 특히나 이번 승룡기 검도 대회에서 두 사람이 보여준 모습은 더욱 그러했다.

그만큼 대단한 시합이었다는 이야기다.

어마어마하고, 매혹적이며, 두 사람의 실력과 재능이 한껏 돋보이는, 검도 팬이라면 보지 않은 게 인생 절반의 손해일 정도의 시합.

“으음···.”

그러나 정작 끝내주는 시합 끝에 승리를 거머쥔 성현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강적 경중고를 쓰러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승룡기 검도 대회가 끝나지 않은 탓이다.

광천고 대 경중고의 경기는 4강이었을 뿐.

결승전은 일본의 에이겐 고교와 치러야 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결승전이라···.’

이미 광천고 주전들은 앞선 4강에서 경중고를 사대할 때 체력적으로 한계에 달해 무너졌었다.

그런 상황에서 결승까지 잠깐의 휴식 시간이 있다 해서 완벽히 회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숨이라도 돌리면 다행이리라.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영준이 4강 경기에서 손가락을 죽도로 맞아 부어오르는 부상까지 당했다는 점이다.

그 말인즉, 광천고에서 성현 다음가는 전력이 결승전에 나서지 못하게 되었다는 거고, 안 그래도 힘든 경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반면 결승전 상대인 에이겐 고교는 후보 선수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주전들의 체력을 보전했다.

후보가 주전들만큼이나 든든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에 보여줄 수 있는 전략이었다.

여러모로 불리함만 가득한 상황!

‘방법이 없네.’

성현은 쓴웃음 지었다.

아무리 성현이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주전들이 체력적 한계 및 부상으로 이탈한 걸 그가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한순간에 몸을 회복시키는 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초능력이었으니.

물론, 그게 결승전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앞선 순서에서 전부 패배한다 해도, 결국 마지막에 그가 모조리 때려눕히면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 바로 연승전이였으니까.

그리고 그건 그에게 있어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는 일이었고.

“미안하다, 이럴 때 도움이 돼주지 못해서.”

“부상은 어쩔 수 없죠.”

“···내가 더 잘했으면···.”

“아뇨, 부상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난 일이에요.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진심 어린 성현의 위로에도 영준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이내 그는 왼손 검지에 두껍게 감은 붕대를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봤는데, 어쩐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던 상현이 잽싸게 말했다.

“붕대 푸셔도 출전 명단에는 안 넣을 겁니다.”

“으음-”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부상을 치료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아셨죠?”

“···그래, 알았다.”

영준이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

고집을 부려봐야 의미가 없다는 걸 그도 알았다.

출전 명단에 넣지 않겠다고 단언하기도 했고, 설령 나간다 해도 다친 손가락으로는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 테니.

지금은 그저 동료들이 승리하기를 믿고 기다려야 할 때였다.

“······.”

그렇게 영준을 달랜 성현은 느긋하게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아직 결승 시작까지는 시간이 꽤 남은 상황.

그전까지는 쉬면서 뭘 하던 자유였기에, 4강 경기 직전에 수연에게 받았던 톡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함이었다.

[성현 : 이겼어]

[수연 : 봤어 ㅎㅎ]

[수연 : 13연승 축하!]

[성현 : 응원해준 덕분이야]

[수연 : (찹쌀떡이 배시시 웃는 이모티콘)]

[수연 : 맞다]

[수연 : 영준 선배 큰 부상 아니지?]

[성현 : ㅇㅇ 골절은 아니래. 그냥 타박상으로 부어오른 거 같아]

[수연 : 다행이다~]

[수연 : 그치만 결승전은 무리···겠지?]

[성현 : ㅇㅇ 아무래도 그렇지]

[수연 : (찹쌀떡이 눈물 닦는 이모티콘)]

[수연 : 결승전 괜찮아···?]

걱정 가득한 수연의 톡에 성현이 작게 웃었다.

그는 경쾌하게 손가락을 놀렸다.

[성현 : ㅇㅇ 괜찮아]

[성현 : 이길 수 있어]

[수연 : 난 응원하고 있을게!]

[수연 : (찹쌀떡이 응원봉을 휘두르는 이모티콘)]

[성현 : 고마워]

톡을 보낸 건 수연뿐만이 아니었다.

천수아에게서도 [우승 응원하겠습니다]라는, 아주 삭막하지만, 그녀다운 톡이 와 있었으니까.

성현은 그녀에게 ‘전’에 그러했듯이 [우승하겠습니다]라는 짧은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이래저래 톡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렀고, 대기실에 찾아온 스태프가 결승이 곧 시작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기고 오겠다는 톡을 보낸 성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깐 쉬고 있었더니 어쩔 수 없이 쌓였던 피로가 조금이나마 가신 듯했다.

축 늘어진 채 최대한 체력을 회복하고 있던 광천고 주전들도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이제 드디어 결승- 마지막 시합입니다.”

성현이 광천고 주전들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몸 상태는 엉망진창이었지만, 눈빛만큼은 형형하게 살아 있었다.

힘드니 포기하겠다 말할 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에 내심 만족하면서, 성현은 말을 이었다.

“가죠. 우승하러!”

*

[한일합작 승룡기 검도 대회! 이제 드디어 대망의 결승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결승에 올라온 건 작년 한국 고교 최강의 자리에 오른 광천고와 일본의 전통 있는 강호 에이겐 고교입니다]

[광천고에는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최고의 유망주, 이성현 선수가. 에이겐 고교에는 일본 3대 유망주 중 한 명인 히사츠네 아츠시 선수가 있죠.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기대되는 결승전입니다]

중계진들은 잠깐의 경기 준비 시간을 활용해 결승에 올라온 두 고등학교 검도부에 대해 빠르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광천고와 에이겐 고교 모두 이야깃거리가 많은 학교들이었던 까닭이다.

대회 우승 기록조차 없는 약소부였다가 이성현이라는 괴물의 등장과 함께 한국 고교 최강의 자리에 오른 광천고!

오랫동안 일본의 명문 강호로 군림하며 수많은 유명 검도인들을 배출한 에이겐 고교!

중계진들로서는 여러모로 입이 근질근질할 수밖에.

[아쉬운 건 4강 경기에서 광천고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최영준 선수는 손가락 부상까지 당했죠]

[그렇습니다. 반면 에이겐 고교는 비교적 체력을 온전한 상태입니다. 부상당한 선수도 없죠. 자칫 잘못하면 일방적인 경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거든요]

[광천고는 이성현 선수 차례가 되기 전에 몇 승을 거둘 수 있는지에, 에이겐 고교는 이성현 선수를 꺾을 수 있는지에 승리가 걸려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든 키포인트는 이성현 선수로군요]

[그렇습니다]

중계진들도 이번 결승전에서 광천고가 에이겐 고교를 이기기 굉장히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앞선 경기들에서 광천고 검도부는 이미 한계를 드러낸 까닭이다.

4강에서 경중고에게 졌어도 할 말이 없던 것을 오직 성현이라는 괴물이 멱살을 잡고 결승에 올려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키 포인트로 성현을 꼽은 건 그 때문이기도 했다.

이성현의 활약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이기에.

[자, 말씀드리는 순간 양측 출전 선수 명단이 공개되었습니다]

── │ 광천고 │ 에이겐 고교

선봉 │ 김 수 민 │ 요코가와 타케시

2 위 │ 이 서 준 │ 나자와 로쿠로

중견 │ 손 대 현 │ 나가히로 벤조

부장 │ 조 윤 호 │ 치도 마츠시

주장 │ 이 성 현 │ 히사츠네 아츠시

[광천고 명단에서는 중견 최영준 선수가 빠지고, 그 자리를 2위였던 손대현 선수가 메웠습니다. 빈 2위를 메운 건 1학년 후보 이서준 선수입니다]

[에이겐 고교는 후보 선수를 완전히 제외하고, 온전히 주전으로만 명단을 꾸렸습니다.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선택입니다]

불패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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