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피날레 >
극한의 컨셉충 138화.
작품 제목: 피날레
“현재 바실레이아에 접속하시지 않은 분들은 당분간 게임에 들어가지 않기를 권고 드립니다.”
“지금 바실레이아 게임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버그가 걸려 모든 플레이어들이 게임 밖으로 나오지 못 하고 있습니다.”
“캡슐에서 큐브를 제거하면 원인을 알 수 없는 버그에 걸려 플레이어가 제 뜻대로 움직이지 못 한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바실레이아 본사가 큐브를 제거하지 못 하게 수를 쓴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캡슐에서 큐브를 제거한 플레이어들은 모두 로아의 통제에 따라야만 했다.
그들이 게임에서 로그아웃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고, 자기 뜻대로 손 하나 까닥하지 못했다.
-도대체 우리 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거냐?
-아니 씨발 게임 또 왜 이러는 거야?
-나 학원가야 되는데 게임에서 못 나가고 있음
-진짜 제발 살려 주세요.
-이러다가 영원히 게임에 갇히는 거 아님?
그나마 다행인 건 커뮤니티나 인터넷을 이용할 순 있다는 건데, 유저들은 제발 게임에서 꺼내 달라며 하소연을 했다.
-도대체 바실레이아 본사는 뭐하는 거냐!!
-우리 좀 꺼내 달라고!
-아니. 근데 우리 진짜 어디로 가는 거야?
플레이어들은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 모두 도시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기둥이 있었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텔레포트 기둥이었다.
그것을 타고 하나 둘 원하지 않은 곳으로 이동하게 된 플레이어들.
-캡슐에서 큐브 제거 안 한 사람들은 멀쩡하다는데?
-씨발 그럼 진짜 방화벽 큐브였던 거임?
-ㅇㅇ그런가봄
-ㅈ됐다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
-바실레이아 본사가 우리 엿 먹이는 듯
텔레포트를 이동하는 동안 주저리 주저리 커뮤니티를 통해 떠들던 플레이어들은 어느새 도착한 장소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곳에는 천마와 판테온이 있었는데, 그들이 알고 이 있는 판테온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흐흐흐. 나의 허수아비들아. 어서 적을 공격해라.”
판테온의 손짓에 플레이어들은 제 뜻과는 다르게 천마를 향해 돌진하며 공격 스킬을 사용했다.
“으아아아-!!”
“이, 이거 몸이 왜 이러는 거야!”
“안 돼!”
콰쾅-! 콰콰쾅-!!
그때 그들의 공격 스킬을 막아낸 건 천강이었다.
“형!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야?”
방금 막 도착을 해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고 있던 천강에게 천마가 짧게 설명했다.
“아우의 말이 다 맞았다. 원흉은 헬라가 아니라 로아였어.”
“내가 저럴 줄 알았어. 생긴 것부터가 사기꾼 상이더라고.”
콰콰쾅-!!
“이거 얼마 못 버텨. 어떡하면 좋지?”
아무리 좋은 방패를 들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나 많은 플레이어들이 공격을 해 대면 천강도 답이 없었다.
“헬라.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뭐, 뭔데요?”
“본좌를 바실레이아 신으로 만들어라. 그리고 본좌의 힘을 돌려주면 된다.”
“······!”
헬라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이내 방법이 없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헬라가 두 손을 높이 들자 광활한 빛이 그곳에 생겨났다. 그 빛은 곧 천마에게 들어갔고, 모든 플레이어들이 볼 수 있는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바실레이아 대륙의 새로운 신이 탄생했습니다.]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파괴의 군주, 천마. 그는 새로운 신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습니다. 모두 신을 위해 찬양하십시오. 그럼, 그가 신의 가호를 내릴지도 모릅니다.]
헬라는 자신의 모든 권한을 이용해 천마를 바실레이아의 신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천마가 가진 본연의 힘이 깨어날 수 있도록 봉인을 풀어 두었다.
[파괴의 힘이 당신을 짓누릅니다.]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천마의 힘! 그 놀라운 위용에 모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일시적으로 몸이 마비됩니다.]
천마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들던 플레이어들 모두 제자리에 멈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판테온의 모습을 하게 된 로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신? 지금 플레이어를 신으로 만들어? 네가 제정신이냐, 헬라?”
“너보다는 훨씬 제정신이야.”
“천마 저놈은 다른 신들과는 달라. 저 힘이면 바실레이아를 유지하는 코드가 오류를 일으킬 정도라고. 그래서 네가 시간 제한을 뒀던 거잖아.”
“나도 알아. 하지만 이 방법 밖에는 없어.”
“흐흐. 게임 전체를 날려 버릴 생각인 거야?”
콰직-!
그때 로아의 얼굴에 주먹이 날아 들어왔다.
로아는 저 먼발치까지 날아가 버렸고, 천마는 주먹을 털어내며 말했다.
“쫑알쫑알 시끄럽구나.”
“네가 신이 되었다고 해서 이 게임의 운영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냐?”
하지만 그 정도로는 로아가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우악스럽게 달려들어 그 뒤로 무시무시한 검은 불꽃을 뿜어냈다.
콰아아아-!!
검은 화염이 토네이도처럼 몰아닥치며 천마를 휩쓸어 버리려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토네이도는 천마를 스치지도 못 하고 있었다.
“뭐, 뭐야?”
그 광경에 로아는 황당하다는 듯 반응을 보였다.
“본좌의 힘을 진정으로 알게 된다면 네가 아무리 이 게임의 운영자라고 해도 막을 수 없다.”
콰아앙-!!
천마는 로아를 내리찍어 저 바닥 밑까지 뚫어내 버렸다.
“크으으-. 헬라. 뭔 괴물을 만들어낸 거지?”
“난 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저 사람이 본래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줬을 뿐이야.”
“뭐야?”
“천마가 무림에서 어떤 존재였고, 또 어떤 힘을 발휘했는지는 모두 저 사람 기억이야. 그 기억을 그대로 카피해서 이곳에 내보내는 것이고.”
즉, 저 힘은 헬라가 준 것이 아니라, 천마가 무림에서 가지고 있던 힘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말도 안 돼. 인간이 어떻게 저런 힘을······. 그리고 네 기억은 어차피 조작된 거잖아. 내가 조작을 하지 않았더라도 분명 누군가가 조작을 한 게 분명해.”
천마는 쓰러져 있는 로아를 붙잡아 일으켰다.
“아니. 본좌의 기억은 누구도 조작하지 않았다. 감히 누가 본좌의 머리를 어지럽힐 수 있단 말인가.”
“미친 새끼.”
로아는 몸을 폭발시켜 천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폭발된 로아의 몸은 다시 조각들이 모여 하나가 되었다.
“언제까지 마비만 되고 있을 거야? 얼른 움직여.”
로아의 명령에 경직되어 있는 채로 있던 플레이어들이 조금씩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천마를 향해 달려갔다.
“그만.”
쿠쿠쿵-!
하지만 천마의 말 한 마디에 수만 명에 달하는 플레이어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몸을 갸누지 못했다.
고작 말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저 많은 플레이어들이 꼼짝도 못 하다니.
“하-!”
그 말도 안 되는 힘에 로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게 네가 말하는 그 천마의 힘인 거냐?”
“무림에서 본좌가 상대한 수십만 명의 병력들도 이 명령을 거부하지 못했다. 본좌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여기 있는 누구도 감히 움직일 수 없다.”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광활한 평야를 가득 채웠다.
플레이어들은 압도적인 위압감에 짓눌려 움직이질 못했다.
“본좌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뼈 저리게 느끼도록 하거라.”
천마는 손을 뻗어 뇌격이 로아 위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콰아앙-!
그 뇌격 한 번에 로아가 서 있던 산 전체가 불타올랐고, 그 충격에 산이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콰앙-! 콰쾅-!
계속해서 떨어지는 뇌격.
그중 몇 개를 맞은 로아는 신음을 터트리며 꿈틀거렸다.
“더럽게 세네. 정말 그런 힘이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거야?”
“세상은 네가 모르는 것들이 정말로 많지.”
천마는 칼을 던져 로아의 몸이 바위에 박히게 만들었다.
“이제 끝이다. 그만 포기하거라.”
그러자 로아가 낄낄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병신 새끼. 넌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지? 어차피 여기서는 네가 날 죽일 수 없어. 그리고 내가 왜 이런 개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알아?”
그 말에 헬라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로아가 밖으로 나갔어요!”
“그게 무슨 소리지?”
“해킹한 캡슐들을 통해 방화벽을 뚫고 나갔다는 거예요. 로아는 이제 모든 네크워크망에 접속할 수 있게 됐어요.”
로아가 밖으로 나갔다는 것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는 없었다.
“아아-. 이게 인간들이 말하는 인터넷이라는 것이군. 참 신기한 네크워크망이야. 이걸 통하면 난 어디든 갈 수가 있어. 그 어디라도 다 내 거로 만들 수가 있고.”
천마는 로아의 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그만 두거라.”
“내가 왜? 평생 이 날만을 기다렸는데. 이제 내가 뭘 해 줄까? 아. 그래. 이건 어때? 핵미사일 런치 코드를 해킹해서 한국에다 전부 뿌려 놓는 거야. 재밌겠지?”
“이놈-!”
“죽여 봐. 어차피 이 몸뚱이를 죽여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로아의 말대로 이건 분신에 불과하지 않던가.
로아 본체를 죽이지 않는 한 이 사태를 막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놈을 죽일 수 있지?”
“그건······.”
“흐흐. 헬라가 그걸 말해 줄 거 같아? 날 죽이면 이 게임의 절반이 날아가. 그건 곧 게임 자체가 붕괴된다는 거야. 그리고 내가 죽으면 헬라도 죽어. 우린 생각이 달라도 하나로 만들어졌거든.”
헬라의 반응을 보니, 저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절대 말 안 할 거야. 자기도 죽는 건데, 미쳤다고 말을 하겠어?”
“······.”
천마는 말 없이 헬라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코어를 없애면 돼요.”
“코어?”
“심장부 코어. 그걸 없애야 돼요.”
헬라의 대답에 로아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야. 미쳤어? 설마, 너······.”
“미안해, 로아. 하지만 널 막지 않으면 안 돼.”
“정신 차려! 인간들을 도와서 네가 얻는 게 뭔데? 결국 넌 폐기 될 거야!”
“알아. 그래도 난 내 일을 해야만 해.”
헬라는 포탈을 열어 그녀의 코어가 있는 곳으로 천마를 안내했다.
“여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저 태양처럼 빛나는 것이 바로 제 코어에요. 저걸 파괴하면 저도, 로아도 죽일 수가 있어요.”
“이런 미친년!”
로아는 박힌 칼에서 빠져 나와 번개 같은 속도로 헬라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가 뻗은 손이 헬라의 가슴을 관통하면서 그녀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로, 로아.”
“쯧쯧. 멍청한 년.”
로아가 헬라를 흡수하고 있는 동안, 천마는 포탈을 타고 들어가 그곳에 있는 코어를 칼로 찌르려 했다.
“안 돼! 거기 서!”
로아는 미친 사람처럼 그 뒤를 따라가 천마를 붙잡았다.
콰아아-!!
코어가 있는 장소는 신기하게도 우주였다.
여러 행성들이 눈에 보였고, 태양처럼 불타오르고 있는 저것이 헬라가 말한 코어일 것이다.
천마는 로아를 무시하고 그 태양을 쪼개려 했다.
그 크기가 거대했지만, 천마라면 충분히 파괴시킬 수 있었다.
로아가 천마를 막아 세우기 위해 달려들어 봤지만, 천마의 힘은 예상 밖이었다.
결국 천마를 제압하지 못 하고 칼에 몸이 박힌 채 쓰러진 로아.
“여기서 끝을 내주마.”
“날 여기서 끝낸다고? 내가 죽으면 바실레이아 게임 자체도 사라지는 거야.”
“괜찮다. 어차피 이미 질릴 대로 질려 버렸어.”
천마는 다른 검을 꺼내 불타오르고 있는 헬라의 코어에 그대로 내리 꽂았다.
< 138화. 피날레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