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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컨셉충-133화 (133/140)

< 133화. 논란 >

극한의 컨셉충 133화

“이, 이게 무슨 일이야!”

“드래곤이 고작 한 방에 날아갔다고?”

“저게 말이 돼?”

[신들조차 감당할 수 없는 힘이 이 땅에 임했습니다. 그 효과로 1분 동안 마비 효과가 찾아옵니다.]

천마의 봉인이 풀리면서 드래곤은 한 방에 나가 떨어졌고, 카르만 대도시를 애워 싸고 있는 병력들 모두 마비에 걸려 허우적 거렸다.

“미친······. 저걸 또 쓸 수 있었던 건가?”

예전에 천마가 딱 한 번 저런 힘을 썼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레이피드는 일시적인 단발성 효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저 힘을 쓰다니.

저 힘은 자칫 잘못하면 아이디가 영구 삭제되는 끔찍한 경험을 맞이하게 해 준다.

“드래곤은 죽은 거야?”

“모르겠습니다. 죽은 건 아닌 것 같은데, 깨어나질 않습니다.”

“젠장. 이렇게 되면······.”

그때 무언가가 카르만 대도시를 향해 뻗어 나가는 것이 보였다.

“저, 저거 설마?”

“황제 폐하입니다!”

“황제 폐하께서 성벽을 넘으신다!!”

“모두 따르라!!”

판테온이 말도 없이 천마가 있는 성벽으로 번쩍 날아올라 갔다.

그러자 병사들까지 그 뒤를 따르려 했다.

“아니. 저놈은 왜 꼭 이런 타이밍에 상의도 없이 저길 올라가는 거야!”

“어,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황제라는 놈이 죽으러 갔는데, 그걸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냐? 전 병력을 다 끌고 가서라도 판테온을 다시 이곳으로 데려와!”

“예, 총리님!”

레이피드는 손톱을 물어 뜯으며 판테온이 올라간 성벽을 바라보았다.

드래곤마저 한 손으로 날려 버린 천마다.

저 힘을 대체 어떻게 꺾으라는 것인가.

그리고 도대체 천마는 저런 힘을 어떻게 얻었단 말인가?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

성벽 위로 올라온 판테온은 날카로운 창끝을 천마에게 겨누었다.

온몸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던 천마가 그런 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겁이 없구나. 네 따위가 본좌에게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거야 해 보면 알게 되겠지.”

판테온은 자신이 가진 최고의 스킬을 펼치며 천마에게 돌진했다.

스킬의 영향으로 판테온 뒤로는 수천 명의 분신들이 나타나 일제히 천마에게 창을 뻗었다.

“가소롭구나.”

하지만 판테온의 창은 천마에게 막히고 말았다.

그것도 한 손가락에 말이다.

콰아아앙-!!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판테온의 분신들은 전부 사라졌고, 판테온은 저 끝 성벽까지 날아가 버렸다.

“우, 우오오오!!”

“천마님이 판테온을 물리치셨다!!”

“판테온이 죽었다!!”

성벽 위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들의 바램과는 다르게 판테온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크읍-. 어떻게 그런 힘을 발휘할 수가······.”

그런 판테온에게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간 천마가 말했다.

“본좌에게 불가능이란 건 없다.”

천마는 확실히 끝을 내기 위해 판테온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그것을 보고 레이피드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안 돼!!”

레이피드는 지휘관이라는 직책을 잊어 먹은 것인지, 판테온이 죽는 걸 막기 위해 맨몸으로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과연 대륙 랭킹 2위답게 보통이 아닌 속도였으나, 천마는 발길질 한번으로 레이피드를 드래곤 옆으로 날려 버렸다.

“저, 저럴 수가.”

“황제 폐화와 총리님마저도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라니!”

“대체 저건 뭐야!”

네브레 제국군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 한 힘에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천마는 다시 판테온에게 손을 올렸다. 그러자 저 멀리서 정신을 차린 레이피드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천마! 만약 판테온을 죽이기라도 한다면 그땐 지옥 끝까지라도 널 쫓아가서 죽여 버릴 거야!!”

그 말에 천마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우습게 듣지 마! 내가 반드시 널 쫓아가서······.”

퍼어엉-!!

레이피드의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판테온의 머리에서 검은 무언가가 폭발했다.

그것에 맞은 판테온은 풀썩 쓰러졌고, 몸이 점점 회색빛으로 변해 갔다.

천마가 기어코 판테온을 죽인 것이었다.

“이, 이 개새끼야!!”

레이피드가 발광을 하며 온갖 욕을 다 쏟아 놓았다.

그걸 다 듣기가 싫었던 모양인지, 천마는 번쩍이며 레이피드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다그치지 말거라. 곧 너도 저놈 곁으로 보내 줄 테니.”

“저, 저리 꺼져!”

“본좌는 네놈에게 예전에 진 빚이 하나 있지. 본래 본좌가 빚을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서 말이다.”

혼돈의 탑에서 천마는 레이피드에게 분명히 경고했었다.

언젠가 이 빚을 갚아 주겠노라고.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때였다.

“젠장······.”

레이피드는 천마가 자신의 얼굴에 올리는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하지만 죽기 전까지 레이피드의 독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꼭 약속한다. 너만은 반드시 쫓아가서 죽일 거야. 알아 들어? 내가 꼭 널 찾아서······!”

콰직-!

레이피드는 할 말을 다 맺지 못 하고 축 늘어졌다.

천마는 흉측한 얼굴로 죽은 레이피드의 시체를 옆에다 던져 놓았다.

“폐, 폐하에 이어 총리님까지!”

“저 두 분이 죽으셨는데, 군대는 누가 이끌어?!”

생각보다 문제가 커졌다.

판테온과 레이피드는 네브레 길드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둘이 죽은 것도 모자라 아까 드래곤에게 마법을 걸기 위해 랭커들을 전부 소모하는 바람에 더 이상 군을 통솔할 만한 지휘관이 없었다.

이 정도 규모의 군대를 통솔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통솔력과 명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네브레 길드에 그만한 명성을 가진 사람이 없는 상태.

“이제 본좌가 너희들을 상대해 주마.”

패닉에 빠진 네브레 군단 위로 천마가 날아올라 모든 기운을 갈무힌 다음, 그것들을 한꺼번에 터트리려 했다.

콰아아아-!!

마치 악마의 형상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광경에 병사들은 깜짝 놀라 하나 둘 도망치기 시작했다.

“퇴각하라!!”

“도망쳐라!!”

기를 끌어 모은 천마는 도망치는 군단의 머리 위로 수만 개가 넘는 검들을 쏟아 내렸다.

쿠콰콰콰쾅-!!

검들이 땅으로 내리꽂히는 것에 모자라 크게 폭발까지 하며 평야에 있는 병력을 싸그리 녹여 버렸다.

그 이후로도 천마는 이 힘이 유지되는 동안 계속해서 스킬을 쏟아 내렸고, 수많은 병력이 그 아래에서 희생되었다.

* * *

“우, 우리가 정말 이긴 거야?”

“말도 안 돼. 다른 곳도 아니고 네브레 제국을 이기다니.”

카르만 대도시를 침공한 네브레 군단이 전부 물러간 것을 본 플레이어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한 반응을 보였다. 거기다가 도시가 받은 피해도 그리 크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힌 건 드래곤이지, 네브레 제국군이 아니었던 탓이다.

하지만 이들은 알고 있었다.

천마가 기적처럼 나타나 도와 주지 않았다면 이곳은 적들의 손에 넘어가 파괴됐을 것이라고.

“그런데 천마님은 그런 힘을 어떻게 가진 거지?”

“이것도 직업의 비밀인가?”

“혼자서 수백만 대군을 물리친 게 가능하긴 한 거야?”

“아무리 천마님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벨런스 붕괴인데?”

천마가 네브레 길드를 거진 혼자 상대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대한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일은 국내 커뮤니티를 넘어 해외에서도 크게 다뤄졌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 수백만 명을 상대하는 건 버그 아니냐?]

-이건 게임 벨런싱을 완전히 파괴하는 일이다.

-카르만 대도시를 네브레 길드한테 넘기는 게 맞는 거라고 본다.

-응 ㅈ까 아니야.

-또 천마형 까들 납시셨네. 네들이 그러고도 한국인이냐?

국내 여론은 대부분 천마를 옹호하긴 했으나, 해외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야이 시발 새끼들아! 내 캐릭터도 사라지고 아이템도 다 사라졌잖아! 이걸 어떻게 책임질 거야!

-이건 사기다! 천마가 바실레이아 본사와 짜고 친 전쟁이다! 그렇지 않고서 이럴 수 없다!

-천마가 바실레이아 본사쪽 사람이라는 게 사실임? 네브레 길드 견제하려고 일부러 천마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든 거라던데?

천마에 대한 음모론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완전히 게임 밸런싱을 무시한 힘을 보여 주지 않았던가.

이런 논란이 생각보다 거세져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질 정도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신들조차 감당할 수 없는 힘의 효과 중 하나가 바로 캐릭터 영구 삭제였다.

물론, 확률적이긴 했지만 100만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천마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중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캐릭터 영구 삭제를 당했다.

여러모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바실레이아 본사가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게임 운영은 인공지능 헬라가 하고 있어, 캐릭터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해.]

논란이 거세지자 바실레이아 본사에서도 얼른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놓았다.

헬라가 모든 걸 통제하기 때문에 캐릭터 임의 조작은 어렵다는 것인데, 이걸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이 논란이 더 거세질 수밖에 없는 일이 터지고 말았다.

[네브레 제국의 황제, 판테온 아이디 결국 삭제 돼.]

[네브레 길드의 2인자 레이피드의 아이디도 함께 삭제되어 큰 논란 예상.]

이들의 음모론에 시작은 바실레이아 본사가 네브레 길드의 폭주를 막기 위해 천마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것에서부터였다.

그런데 타이밍 좋게 판테온과 레이피드의 아이디가 삭제되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이것을 더 이상 음모론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거 들었어? 천마님이 바실레이아 본사에서 만들어낸 가상 캐릭터라던데?”

“야. 그걸 믿냐? 생방송도 멀쩡하게 했던 사람인데.”

“그거야 다 꾸밀 수 있지. 어차피 게임인데.”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 천마형이 실물로 나온 적은 한번도 없었잖아.”

카르만 대도시에 있는 한국 유저들도 의문을 표했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천마가 보여 준 행보는 일반 사람이 해낼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다.

운기조식부터 시작해 오로지 천마만 익힐 수 있는 스킬들. 수많은 BJ 들이 시도를 해봤지만, 아직까지도 그를 따라할 수 있는 이는 없다.

모든 퍼즐이 그제야 맞춰졌다.

천마는 바실레이아에서 만든 가상의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스킬을 익힐 수가 없었던 것이다.

“와. 그게 사실이면 진짜 소름 아니냐?”

“이제까지 우릴 다 속였던 거네. 대한민국 전체를 속인 거잖아.”

“갑자기 기분 존나 더럽네.”

이러한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천강도 그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멍청한 사람들. 그런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믿다니.”

천강은 얼른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기라는 건 올라가기는 힘들어도 떨어지는 건 한 순간이니까.

하지만 천마는 저번부터 계속 멍하니 앉아만 있을 뿐이었다.

“형. 내 말 듣고 있어?”

“아. 그래. 왜 그러느냐?”

“요즘 형 이상해. 형이야 말로 왜 그래?”

“별 일 아니다. 그냥 요즘 피곤해서 그렇구나.”

천마는 바람이나 쐬려고 집무실 밖을 나섰다.

그리고 크게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음?”

그는 자신이 이상한 공간에 와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로아가 있었다.

< 133화. 논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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