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권능 >
극한의 컨셉충 132화.
작품 제목: 권능
쿠르릉-! 콰콰쾅-!!
“뭐야? 갑자기 여기 왜 이래?”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던 테오난이 지금은 화산이 터지고 폭풍까지 몰려왔다. 아예 테오난을 파괴시키려는지, 땅이 일그러지는 지진까지 일어나고 있었다.
빠르게 드레이크 위에 올라타지 않았다면 천강은 벌써 저 땅과 함께 안으로 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방심하지 말거라.”
하늘 위로 올라왔다고 해서 나아지는 건 아니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보다 몇 배는 더 빠른 뇌격이 쳤고 날카로운 얼음비가 내려와 시야를 가렸다.
“으아아아-!”
콰르릉-!!
번쩍이는 뇌격에 5번이나 연속으로 맞은 천강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게 다 뭐야!! 여기 왜 이러는 거야?”
방패로 어찌어찌 막아내기는 했으나, 이대로 가면 드레이크와 함께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천마는 왜 테오난에 갑자기 이런 재앙이 임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로아와 이야기를 나눈 것 때문에 그런 건가?’
이곳 테오난 안에 백도어를 만들어 놓았던 로아.
그에게서 믿지 못할 몇몇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천마의 상황도 달라졌다.
이건 단순한 게임이 아닌, 헬라의 세상이지 않은가.
헬라는 이 게임으로 무언가를 하려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로아를 믿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우. 좀만 참거라!”
천마는 급한대로 천강에게 날아가 드레이크에 고삐를 걸었다.
“본좌가 최대한 뇌격을 피할 수 있게 해 주마.”
사실 지금은 천마 몸 하나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마는 동생을 끌고 가기 위해 고삐를 잡고 빠르게 폭풍우를 뚫고자 했다.
* * *
“크롸라라라-!!”
“으, 으아아아악!”
“가, 갑자기 드래곤이 왜 저러는 거야!”
판테온의 함정에 걸려 마법에 걸린 드래곤.
드래곤의 이성이 사라지고 오직 파괴의 본능만 남게 된 상태였다. 그로 인해 드래곤은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조리 파괴하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눈에 띈 것이 성벽 위에 있는 수비군이었던지라 그들이 첫 번째 희생양이 되었다.
“하하하-! 드래곤이라고 해서 별 거 없네.”
레이피드는 성벽 위에 있는 병력을 브레스로 날려 버리고 있는 드래곤을 바라보며 손뼉을 쳤다.
예전에 당한 굴욕을 제대로 돌려 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제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해도 결국은 몬스터에 불과하지.”
네브레에서 건 마법은 간단했다.
상대를 폭주시키는 것.
단순한 마법이었으나, 드래곤 같은 전설적인 몬스터에게 이 마법을 걸려면 많은 걸 바쳐야만 했다.
그것도 상위 랭커들의 몸을 말이다.
처음에는 그들도 꺼려했다.
죽으면 레벨이 내려가고 여러모로 손해를 보기 때문인데, 레이피드가 몇 배의 보상을 약속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몸을 날릴 수가 있었다.
그들의 희생 덕에 드래곤에게 제대로 마법을 걸 수가 있었고, 카르만 대도시는 수호신이라 믿었던 드래곤 손에 파괴되는 중이었다.
“크롸라라-!!”
“잘한다!!”
“다 죽여 버려!”
네브레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드래곤을 응원했다. 그런데 그게 드래곤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그쪽에 파이어볼이 쏟아졌다.
“눈에 보이는 건 다 파괴해 보겠다는 건가? 애들한테 말해. 일단 포위 풀고 다 뒤로 물러나라고.”
“예!”
레이피드가 명령을 내리자 성을 포위하던 병사들이 모두 뒤로 물러났다.
“젠장!!”
“저놈들 계략에 걸린 건가?”
“이제 어떡하면 좋지?”
“천마님은 왜 안 오시는 거야!”
드래곤은 더 이상 성벽에 머무르지 않고 훨훨 날아올라 카르만 대도시 전체를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더 이상 드래곤은 우리의 편이 아니다!! 모두 정신 차리고 드래곤을 사냥하라!!”
“모든 공격을 드래곤에게 집중한다!”
“오오오-!!”
플레이어들과 병사들 모두 네브레 제국군이 아닌, 드래곤을 향해 스킬을 난사했다.
“크롸라라라-!!”
하지만 드래곤이 어떤 존재인가?
하늘의 제왕이며 마법의 신이라고까지 불린다.
드래곤은 넓게 방어막을 펼쳐 자신에게 날아 들어오는 공격을 모두 흡수해 버렸다. 그러고는 광역 마법을 이용해 성벽 아래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날려 버렸다.
“모, 모두 조심해!”
“꺄아아아-!”
“미친! 저건 너무한 거 아니야!?”
드래곤은 그야 말로 범접할 수가 없는 존재였다.
레이피드도 상상을 뛰어넘는 드래곤의 힘에 혀를 내둘렀다.
“저번에 싸웠을 때도 느꼈지만, 도대체 운영자 새끼들은 뭔 생각으로 저런 걸 만든 걸까? 저걸 진짜 잡으라고 만든 거야, 아니면 버그인 거야?”
원래 계획은 판테온을 필두로 드래곤을 사냥하는 것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사냥을 끝내고 나서 성벽을 공략하는 것이었는데, 레이피드가 그 의견을 반대하고 나선 덕분에 작전이 바뀌게 된 것이었다.
“만약에 우리가 저걸 그냥 잡으려 했다고 생각해봐. 아마 전쟁이고 뭐고 다 엎었어야 했을 걸?”
그만큼 드래곤의 힘은 너무나도 막강했다.
처음에 드래곤을 사냥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던 판테온이 고개를 절레 흔들 정도였으니까.
“이건 내 말 따르기 잘한 거 같지?”
“흠······.”
인정하긴 싫지만, 판테온도 레이피드의 안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렇게만 가면 조만간 저쪽에서 먼저 성문 열고 항복을 하겠네.”
“아직 천마는 오지 않은 것인가?”
“그런 거 같아. 천마가 왔으면 저놈들이 함성을 지르고 난리를 쳤겠지.”
대장이 없다는 것이 이리도 큰 영향을 발휘할 줄이야. 하긴. 레이피드도 만약 판테온이 없다면 네브레 제국군이 금방 무너지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만큼 한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이 주는 의미는 컸다.
“드래곤을 수호신이랍시고 데려올 때부터 난 알아봤어. 저건 수호신이 아니라 뭐든지 파괴시키는 혼돈의 신이 된다는 걸. 이제 우린 그냥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돼.”
판테온은 지금이라도 당장 가서 적과 싸우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싶었다.
그는 갑옷과 투구를 풀고 드래곤이 카르만 대도시를 파괴하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 * *
“아우. 괜찮으냐?”
“으으······. 간신히 버티고 있어.”
테오난을 무사히 빠져 나온 천강과 천마.
두 사람의 행색은 말이 아니었다.
천마조차도 다 피하지 못할 정도의 뇌격이 몰아치는 바람에 천강은 하마터면 거기서 로그아웃이 될 뻔했다.
“어서 가자꾸나.”
천강과 천마는 귀환석을 써서 빠르게 카르만 대도시로 이동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불바다가 된 도시 내부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벌써 성벽이 뚫린 건가?”
“아니다. 저걸 보거라.”
천마가 가리킨 곳에는 플레이어들을 향해 브레스를 뿜고 있는 드래곤이 있었다.
“드래곤이 왜 우릴 공격하는 거지?”
“자세한 건 알 수 없으나, 아무래도 네브레 놈들이 뭔가 술수를 쓴 게 분명하다.”
그때 천마신교 간부들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천마님!! 천강님!!”
“도대체 어떻게 되신 겁니까? 아무리 연락을 해도 닿지가 않다니요!”
천마는 일단 사과부터 했다.
“미안하다. 테오난에서 귀환석을 쓸 수가 없었다. 또한 외부와도 철저히 차단이 되어 연락을 할 방법이 없었구나.”
“그런······!”
“헌데 저게 어찌된 것이냐?”
“네브레 놈들이 드래곤에게 흑마법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드래곤이 폭주하게 된 겁니다. 저희가 조치를 취하려고 했으나, 도저히 접근할 수가 없어서요.”
대충 상황이 어떤지 파악한 천마는 천강을 뒤에 두고 드래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처, 천마님! 조심하십시오!”
“드래곤은 지금 제정신이 아닙니다!”
천마는 드래곤 앞에 멈춰 섰다.
“하늘의 제왕이라는 놈이 고작 인간이 부리는 마법 하나에 정신을 잃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어서 정신을 차리거라!”
“크롸라라라-!!”
천마의 호통에 드래곤은 더욱 성을 내며 그에게 브레스를 날렸다.
“처, 천마님!!”
“뭐야! 천마님이 당한 거야?!”
다행히 천마가 죽진 않았지만, 적잖은 피해를 입은 건 분명했다.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테오난에서 너무 많은 힘을 소비했다.
“크롸라라-!!”
드래곤은 천마가 도망갈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건지, 한 번 더 브레스를 장전했다. 그리고 브레스를 발사하는 순간 천마가 번쩍 위로 날아올랐다.
“이거나 맞고 정신을 차리거라!”
천마는 어검비행술을 통해 드래곤의 머리로 날아가 그 정 가운데를 장력으로 강하게 쳤다.
콰아앙-!!
기파가 널리 퍼지면서 드래곤이 잠시 기우뚱 거리는 것이 모든 이의 눈에 보였다.
붉게 변한 드래곤의 눈동자가 잠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이게 무슨······.”
“정신이 드느냐?”
드래곤은 머리가 아파오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놈들이 네게 마법을 걸었다. 흑마법인 거 같은데, 그로 인해 네가 이성을 잃고 폭주해 도시를 파괴했다.”
“내가? 인간의 마법에 걸렸다고?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드래곤은 불타 오르고 있는 카르만 대도시를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돼······. 이 몸이 인간의 마법에 당하다니.”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렸으면 됐다.”
“큭-!”
그때 드래곤이 괴로워 하며 신음을 터트렸다.
“왜 그러지?”
“무, 물러나거라. 인간! 아직 마법의 기운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싸우거라. 너라면 이길 수 있다.”
“노, 놈들이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마법의 힘이 너무나도 강해. 이대로라면 나는 다시······!”
드래곤의 눈동자가 다시 붉게 변해 버렸다. 그리고 흉포한 드래곤으로 돌아와 천마에게 포효했다.
“어쩔 수 없군······.”
천마는 보통 방법으로는 드래곤을 깨울 방법이 없음을 깨달았다. 또한 이 전쟁도 보통 방법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
“원래는 중국 연합에서 쓰려고 했었지”
중국 연합과 싸웠을 때 이것을 사용할지 말지를 무척이나 고민하다 끝끝내 쓰지 않았던 수정 구슬.
이 구슬을 쓰게 되면 천마는 어마어마한 힘을 잠깐 쓸 수 있게 된다.
“선택권이 없구나.”
천마는 수정 구슬을 깨뜨렸다.
그러자 그의 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대륙에서 감당하지 못 하는 권능이 당신에게 임합니다.]
[앞으로 15분 동안 당신은 신들조차 두려워 하는 힘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 문구가 사라지기 무섭게 천마가 괴성을 지르며 폭주했다.
콰아아아아-!!
그의 몸에서 퍼져 나가는 어마어마한 기운에 그 광경을 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모두 놀라 바닥에 넘어지기까지 했다.
“저게 뭐, 뭐야?”
레이피드도 성벽 위로 솟구쳐 오르는 천마의 기운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판테온은 때가 왔음을 알고 투구와 갑옷을 착용했다.
“크롸라라라-!!”
드래곤은 천마를 향해 브레스를 날렸다.
하지만 브레스는 천마가 손을 뻗자 수백 조각으로 나뉘어 사라지고 말았다.
“크롸라라-!!”
브레스가 통하지 않자, 드래곤은 갖은 마법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천마의 몸에 닿지 못했다.
마법이 통하지 않으니, 드래곤은 입을 쩍 벌려 천마를 삼키려 들었다.
콰득-!
드래곤이 입을 닫으려는 순간.
천마의 손가락이 드래곤의 이마에 닿았다.
“크르르?”
콰아아앙-!!
드래곤이 고개를 갸웃거림과 동시에 큰 폭발이 일어났다. 드래곤은 처음 들어보는 비명을 지르며 네브레 제국군이 있는 곳까지 날아가 버렸다.
< 132화. 권능 > 끝